All Chapters of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Chapter 121 - Chapter 130

213 Chapters

제121화

강솔의 반응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자, 아연은 중현을 찾아가 자신이 발견한 것을 전했다.“중현 씨, 솔이가 최근에 많이 변한 것 같지 않아?”“무슨 일인데?” 중현이 무심하게 물었다.아연은 오늘 있었던 일들을 전부 얘기했다. 물론 자신에게 불리한 언급을 제외하고, 이야기의 중심을 강솔의 변화에 맞췄다.“요즘, 예전보다 훨씬 차분해졌어. 예전처럼 제멋대로 행동하지도 않고.”아연이 기숙사에서 강솔을 처음 만났을 때, 강솔이 당당하게 거절하는 모습에 끌렸다.그때, 주말에 나가서 친목을 다지자고 의견이 나왔다.룸메이트 중 두 사람은 가고 싶지 않았지만, 거절하기 어려워 ‘상관없다’고 했다.하지만, 강솔은 일이 있어 못 간다고 바로 말했다.그 후에도, 강솔은 기숙사 내 모든 단체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아연은 처음에 생각했다.강솔이 저렇게 행동하면, 분명히 친구들에게 외면당할 줄 알았다.하지만 예상과 달랐다.강솔은 단체 활동을 거절한 뒤에는 꼭 친구들에게 선물을 챙겨줬다. 때로는 스킨케어 세트를, 때로는 메이크업 풀 세트를, 때로는 각자가 필요한 물건을.그래서인지 기숙사 사람들은 강솔에게 유난히 잘해 주었다.그리고 그녀가 단체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나중에는 기숙사 친구들이 농담 삼아 강솔을 ‘아가씨’라고 부르기도 했다.그로부터 약 1년이 흘렀다.기숙사에서 내부 회의가 열렸고, 그때는 이미 서로 꽤 가까워진 상태였다. 기숙사 사감이 한 명씩 돌아가며 서로에 대한 문제점과 장단점을 말해보자고 했다. 앞으로 3년 동안 더 잘 지내보자는 의도였다.가장 먼저 사감이 말을 시작했다. 그녀는 각자의 작은 문제점과 단점들을 언급했다.대부분 친구들은 괜히 누굴 불편하게 만들까 봐, 그냥 무난한 이야기만 꺼냈다. 그런데 강솔은 달랐다.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장단점을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그때 아연은 강솔이 참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그런 말을 하면, 분명히 사람들에게 미움을 살 텐데.그러나 이번에도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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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나 자기한테 뭐 하나 물어봐도 돼?” 아연은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왔다.중현은 입술을 가볍게 열며 말했다. “말해.”아연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마치 큰 결심을 한 듯했다. “혹시... 솔이가 다시 당신 곁으로 돌아오게 하려고 이러는 거야?”“그리고 이혼 생각도 포기하게 하려고...”“맞아.” 중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처음 아연이 그에게 찾아왔을 때, 그는 아연에게 분명하게 말했다.자신에게는 아내가 있고, 그리고 그 여자 때문에 아내와 이혼할 생각도 없다고.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연은 중현에게 남자 친구가 되어 달라고 요청했다.중현의 첫 반응은 거절이었다.하지만 아연이 그 말을 했을 때, 중현은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아연이 입을 열었다.“사실, 난 당신이 솔이를 자극하려고 일부러 그런 행동한 거 알아.” 아연은 드디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번 중현이, 자신을 받아들이지만, 공식적인 존재로 밝히지는 않을 거라는 얘기를 들은 뒤, 아연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기로 결심했다. “당신 목적은 하나야. 솔이에게 당신을 떠나면 손해라는 걸 알려 주려고.” “당신 곁에 있을 때만, 당신의 극진한 사랑과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걸 깨우치려고.”중현은 입을 열지 않았다.사실이었으니. 아연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이건, 알면서도 진행하는 계략이다.서로의 의도와 합의가 딱 맞아떨어진.“내가 도울게.” 아연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대신 중현 씨가 날 챙겨주고, 돌봐 주기만 하면 돼.”중현은 깊고 고요한 눈빛으로 아연을 응시했다.그는 이게 아연의 계략임을 알고 있었다.그녀가 이걸 이용해서 강솔을 겨냥하려 한다는 것도.하지만 중현도 분명 어떤 계기가 필요했다. 강솔에게, 자신 없이 살아가는 삶이 어떤 모습일지, 명확히 인식시킬.그는 강솔에게, 일부러 괴롭히지는 않겠다고 약속했다.하지만 아연이 무엇을 하든 그건 자신이 통제할 일이 아니니, 약속을 어긴 게 아니다.“네가 알아서 해.” 중현이 권한을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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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알아.” 중현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시후는 점점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처음으로 자기 생각이 그에게 뒤처진다고 느꼈다.“알면서도 두 사람 붙여 놓은 거야?”“그러다 강솔 씨가 그 여자한테 크게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 봤어?”중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각자의 선택이다.시후는 정말로 친구가 걱정되어 말했다.“내 말 들어봐. 이런 방식으로 강솔 씨를 네 곁에 두려고 하지 마.”“강솔 씨 고집이 얼마나 센지 너도 알잖아.”“네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여 주지 않을 거야.”중현은 시후를 쳐다보았다.시후는 등을 쭉 펴며 말했다.“그렇게 쳐다봐도 내 생각은 똑같아.”중현은 손에 쥔 스마트폰을 계속 만지며 말했다.“네 말이 맞고, 내가 틀렸다는 걸, 뭐로 증명할 수 있어?”시후는 잠시 당황했다.“증명?”“너 연애도 제대로 해본 적 없잖아. 여자 친구와도 오래 사귀어 본 적도 없고.” 중현은 사람의 마음을 찌르는 데는 대단한 능력을 갖췄다. “난 적어도 강솔과 5년을 살았어.”시후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그는 자기 생각으로 친구를 설득하려 했지만, 곧 깨달았다.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다는 것.조금 전의 말은 전적으로 자기 관점에서 한 말뿐이니.중현 말대로 강솔이 정말 중현의 방식에 넘어갈 수도 있다.적어도 외부인보다는 5년 동안 함께 산 중현이 강솔을 더 잘 알지도 모른다.“하지만...” 시후는 잠시 생각하다가 뭔가 떠올렸다. “자기 연적한테 괴롭힘당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중현은 그의 말에 잠시 집중했다.시후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오랜 시간이 흐른 후, 중현이 무언가 떠올린 듯 고개를 돌려 물었다.“요즘 모임이나 파티 같은 거 없어?”“없어.” 시후는 중현이 왜 그런 질문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건 왜?”중현은 스마트폰을 계속 손에 쥐고 있었다.시후는 다시 물었다.“너 그런 것에 관심 없잖아?”중현은 잠시 생각하며 말했다.“화인게임즈가 다음 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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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하중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시후는 친구를 말리고 싶었다.너무 극단적이고 정상적인 방식이 아니다.하지만 친구가 어릴 때부터 겪어 온 삶과 환경을 떠올리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지금 무슨 말을 해도 중현은 듣지 않을 테니.중현은 강솔이 벽에 부딪히기를 원하고 있다.하지만, 그 벽은 결국 자기 머리에 부딪힐 가능성이 더 컸다.여러 가지 생각을 한 끝에 시후는 더 이상 말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친구도 한 번은 크게 부딪혀 봐야 정상적인 사람이 될 테니까.“내가 뭘 해주면 되는데?” 시후는 마음속 다른 생각들을 눌러 두고, 속으로 강솔에게 미안하다고 중얼거렸다.“예전에 나 때문에 강솔을 대놓고 건드리지 못한 놈들 초대해.” 중현은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감정의 기복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만약 안 오겠다고 하면, 내가 초대했다고 말해.”보통 회사 연말 파티는 회사 사람들만 참석하지만, 경영진 친구들이 함께하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시후는 결국 친구 편에 서기로 했다.“알았어.”“고마워.” 중현은 시후가 자신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을 친구로 생각해서 도와준다는 사실에 마음이 따뜻해졌다.“우리 사이에 무슨 인사치레를 하고 그래. 근데 그 파티에 난 안 갈 거야.”“네가 알아서 선 넘지 않게 잘 컨트롤해.”중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이야기가 끝난 후, 두 사람은 다른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밤이 깊어지자, 두 사람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온 중현은 이 일을 강 비서에게 전달했다.몇 가지 주의 사항만 간단히 얘기하고, 나머지는 알아서 처리하게 했다.강 비서의 업무 처리 속도는 역시 빨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10주년 파티 소식이 회사 내부 전체에 전달되었다.목요일 아침, 강솔과 다른 팀원들이 회사에 도착한 지 얼마되지 않아, 회사 단톡방에 공지가 올라왔다.내용은 간단했다.[다음 주 수요일 전 직원 휴무. 대신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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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있지 않을까?” 아까 강솔을 부른 사람이 대답했다. “매년 연말 행사 때 1등은 200만 원, 2등은 100만 원, 3등은 50만 원이었어.”“상을 못 받아도 참가상으로 20만 원은 줬다. 그렇지?”“10주년 행사인데 연말 행사보다 상금이 적을 리 없잖아.”“근데 우리 부서는 매년 참가상 20만 원만 받았어.”“맞아, 그것도 항상 우리 팀장님이 받으셨지.”강솔은 본능적으로 백지연을 바라봤다. 그리고 물었다. “그럼, 연말 행사 때 뭐 하셨어요?”모두들 말없이 헛기침했다.단톡방을 보던 시선을 잠깐 멈추고, 백지연은 말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강솔이 대답을 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을 때, 백지연이 입을 열었다. “시 낭송.”사람들이 동시에 말했다.“맞아!”강솔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와, 역시 팀장님답네요. 시 낭송은 웬만해서 도전하기 힘든데, 정말 리스펙합니다.”모두가 강솔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다들 ‘아부’의 고수를 몰라봤다는 눈빛이었다.강솔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진짜로 시 낭송이야말로 실력이 었어야 하는 종목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 반에서 시 낭송 대회를 진행했었는데, 그때마다 그녀의 반은 늘 꼴찌였다. 그래서 그때부터 시 낭송을 멀리하게 되었다.“그건 각 부서에서 반드시 하나씩 프로그램을 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한 거야.”백지연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말투는 아주 부드럽게.“다른 장기가 있으면, 그걸로 참가해도 돼.”“와, 대박! 1등 상금 1,000만 원이래!” 강솔 왼쪽에 앉은 동료가 놀라서 소리쳤다. “10주년이라서 그런 거야? 상금도 어마어마하게 걸렸네.”강솔은 그쪽을 슬쩍 바라보았다.그때야 비로소 단톡방에 송 대표의 비서가 새 공지를 올린 걸 확인했다.[1등 상금 1,000만 원, 2등 500만 원, 3등 300만 원, 참여상은 5명 이하일 경우 인당 20만 원, 5명 이상일 경우 부서별 100만 원.]솔직히 말해서, 강솔은 마음이 흔들렸다.직장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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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양희의 예상대로였다. 중현은 원래 HS그룹의 CEO로, 매년 HS그룹 본사의 연말 행사에만 참석했다.그 외 자회사의 연례행사에도 참석한 적이 없으며, 경영에도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화인게임즈는 그가 가진 자회사보다 규모가 작은 회사이다.그런 행사의 10주년 행사에 참석할 리 만무했다.“하지만...” 아연이 말하면서 무심한 듯 강솔을 쳐다보았다.양희가 물었다.“하지만 뭐요?”“만약 강솔 씨가 초대하면, 하 대표님이 오실지도 모르죠.” 아연은 약간의 애매한 뉘앙스를 담아 말했다. “요즘 하 대표님이 저한테 솔이의 업무 진행 상황을 자주 물어보거든요. 아마 꽤 신경 쓰시는 것 같아요.”순간 모든 사람의 눈빛이 반짝거렸다.백지연이 한 번 쳐다보았다.강솔이 차분하게 말했다.“소 비서님 오해하신 거예요.” 강솔은 감정을 억누르며 담담히 응답했다. “제가 입사하기 전에 박 부장님이 제게 업무 계획을 상세하게 짜 주셨거든요.”“하 대표님은, 제가 팀의 속도를 잘 따라가고 있는지 확인하시려는 거예요.”그리고 덧붙였다.“박 부장님이 출장 가시던 날, 단톡방에 글 남기셨을 때도... 저한테 따로 메시지를 보내서 향후 업무 진행 상황은 하 대표님이 맡을 거라고 하셨어요.”그 말을 듣자, 아연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단순한 업무 확인 사안이었는데, 아연이 말하자 무슨 관계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그렇군요.” 아연은 강솔이 이렇게 빠르게 반응할 줄은 예상하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 “난 또... 학창 시절의 꿈을 이룬 줄 알았잖아.”강솔은 속으로 생각했다.‘도대체 무슨 꿍꿍이인 거야? 젠장.’“무슨 꿈이요?” 누군가 물었다.“아, 별거 아니에요.”“학생 때 HS그룹에 들어가서, 하 대표님 인정을 받는 게 꿈이었다고 했거든요.”아연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마치 진실인 것처럼 들렸다.다른 사람들은 강솔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궁금한 게 많았다.강솔은 아연을 한 번 흘깃 봤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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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네. 알겠습니다.” 강솔은 백지연의 말에 따라 눈에 미소를 살짝 띠며 말했다. “고마워요, 팀장님.”백지연은 변함없이 담담하게 말했다. “열심히 해.”강솔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그날 오전, 강솔은 조금 전 했던 작업을 조금 수정한 후, 남은 부분을 계속해서 그렸다. 일에 집중하자, 양희는 더 이상 그녀를 방해하지 않았다.그리고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가왔다.강솔은 점심을 거른 채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은 회사에서 멀지 않았다. 지하철을 타고 왕복하면 30분 정도 걸렸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강솔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엄마를 보러 갔다. 그저 엄마가 하루빨리 깨어나길 바라면서.점심은 미리 주문해 놓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쯤 딱 맞춰 먹을 수 있게 했다.그녀가 이렇게 바쁘게 병원에 오는 것을 보고, 주승현은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그래서 식사를 마친 후 병실로 찾아갔다. “병원 쪽은 내가 있으니까, 매일 이렇게 오지 않아도 돼요.”요즘 강솔이 매일 점심마다 병원에 오는 게 솔직히 힘들어 보였다“선생님께서 그러셨잖아요. 많이 대화하는 게 엄마의 의식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고요...” 강솔은 기대를 안고 대답했다. “어차피 점심시간에는 할 일도 없어요. 그래서 엄마랑 얘기하려고 왔어요.”“사실... 대화하지 않아도, 병문안 오지 않아도, 두 달 안에는 깨어날 거예요.” 주승현이 말했다.강솔은 여전히 병상에 누워 있는 엄마를 바라보았다.그래도 오고 싶었다.엄마와 함께 있어 주고 싶었다.끝없는 어둠 속에서 혼자 잠들어 있는 엄마는 분명 외로울 것이다.“말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그래도 알려 주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주승현은 깊이 고민한 후 입을 열었다.강솔은 밥을 먹으며 물었다.“무슨 일인데요?”“오늘, 강솔 씨 말고 어떤 남자가 어머니 보러 왔어요.” 주승현은 전에 중현에게 말했던 그 사람을 언급했다.그런데 이번에는 중현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병실에 약 30분 정도 있었어요.”강솔은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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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강솔은 핸드폰 화면을 최대한 확대했다. 모니터 속 남자는 잘 맞춘 정장 차림에, 차분하고 냉정한 모습으로 간병 의자에 앉아 있었다.이 각도에서는 그의 눈에 담긴 감정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하지만 평소 감정 변화가 거의 없는 강솔의 눈에는 미묘한 놀람이 스쳤다.“혹시 아는 사람인가요?” 주승현이 그녀의 변화를 눈치챘다.강솔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모르는 사람이에요.”그녀가 놀란 이유는 단 하나였다.전에 소담이 보내 준 사진 속과 똑같았기 때문이다.그때 소담은 농담처럼 말했다.“너랑, 이 사람 좀 닮았어.”주승현은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왜 그런 반응을 보였을까?’하지만 그는 더 묻지 않았다.환자 가족의 사생활이기 때문이다.“선생님...” 강솔이 마치 새로운 사실을 깨달은 듯 다소 궁금해하며 물었다.“혹시 이 사람이 또 오면, 바로 저에게 알려줄 수 있을까요?”“네, 그럴게요.” 주승현은 확실히 대답했다.“감사합니다.” 주승현은 더 머무르지 않았다.그녀에게 시간을 주기 위해 병실을 떠났다.강솔은 두 사진을 번갈아 보며 그 남자를 다시 한번 살펴봤다. 특별히 의심스러운 점은 없었다.결국 강솔의 시선은 엄마의 얼굴로 향했다.그리고 혼잣말처럼 엄마에게 말을 걸었다.“엄마, 엄마 옛 친구가 찾아왔대요.”“누군인지는 모르겠어요. 본 적은 없는데, 왠지 나랑 좀 닮은 것 같기도 하고...”“혹시 이 사람... 외삼촌인가요?”“사람들이 그러잖아요. 조카는 외삼촌 닮는다고...”강솔은 그렇게 한참 동안 강정숙과 얘기를 주고받았다. 엄마가 대답할 수 있는지 없는지 상관하지 않았다.결국 회사 출근까지 20분을 남겨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지하철을 타고 회사로 가는 길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난 엄마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네.’‘미정 이모는 엄마랑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니까, 만약 그 사람이 정말 외삼촌이라면, 이모는 알고 있지 않을까?’강솔은, 집에 돌아가서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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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내가 자기 제안을 거절한 걸 알면, 어떤 기분일지 조금 궁금해지네.” 상진이 이런 말을 하면서 핸드폰을 꺼내 중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하도현은 옅은 핑크색 입술을 살짝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아마 아무 감정 변화도 없을 거야.”“어떻게 그럴 수 있지?”결국 하중현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의 형, 하도현이었다.중현은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화인에서 나와 HS그룹 본사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중요한 회의를 직접 주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가 메시지를 받았을 때, 이미 회의가 끝난 뒤였다.넓고 밝은 대표실에서 고시후와 업무를 논의하고 있었다.시후는 중현의 켜져 있는 핸드폰을 슬쩍 쳐다보았다. “메시지부터 확인하는 게 낫지 않을까?”중현은 아무 표정 없이 대답했다. “유상진이 보낸 거야.”“뭐래?”“내 제안을 거절했어.” 중현은 한 번의 눈길로 메시지 내용을 전부 읽었다.“강솔 해고 안 할 거래.”“유상진은 어차피 네 형 사람이잖아.”“네 말 듣고 강솔 씨 해고하면, 그건 친구를 배신하는 거나 마찬가지지.” 시후는 그 상황의 핵심을 파악하며 말했다.중현은 여전히 프로젝트 세부 사항을 살펴보며 말했다. “알아.”“그럼, 왜 찾아간 거야?” 시후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결과가 안 좋을 걸 뻔히 알면서도, 찾아가는 건 그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조안나가 유상진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확인해 보려고.” 중현은 천천히 대답했지만, 전혀 급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래야 앞으로 변수가 생겼을 때 대응할 수 있으니까.”“하지만 거절했잖아.” 시후가 친절하게 상기시켰다.중현은 시후와 눈을 마주하며 말했다. “내가 왜 연애 문제에서 네 조언을 듣지 않는지 알아?”시후는 진지하게 말했다. “내 말이 다 틀렸다고 생각해서?”“너는 유상진이 조안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지.” 말투는 무심했지만,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데.” 시후는 자신이 본 상황을 토대로 답했다. “유상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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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정상적인 내가 이상한 자들 행동을 이해할 리 없지...’‘맞다, 바로 그거야!’시후는 그렇게 자신을 이해시켜며 HS그룹을 떠났다.하지만, 마음속에선 작은 파문이 일었다.그 일이 터지기 전까지, 중현은 삶이 순탄하지는 않아도 정신적으로는 꽤 건강한 사람이었다.하지만, 그 일 이후, 중현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다.시후는 한때 생각했다.‘강솔이 나타나면서 중현이 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실제로 결혼 후의 중현은 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강솔에 대한 사랑과 배려는 보통 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정도였다. 그야말로 완벽한 남편이었다.하지만 지금 보니, 오히려 더 심각해진 것 같았다.그날 오후, 중현은 HS그룹의 대부분의 중요한 업무를 처리했고, 나머지 가벼운 일들은 강 비서에게 맡겼다.퇴근 시간 직전 강 비서가 대표실에 들어왔다.“대표님.” “무슨 일이야?”“양친께서 화인게임즈 10주년 기념행사를 주최한다는 소식을 듣고 화가 좀 나신 듯합니다.” 강 비서의 말투는 평소 업무 보고 때와 다름없었다. “전화하라고 하셨습니다.”중현은 짧게 두 마디를 내뱉었다. “시간 없어.”강 비서가 계속 말했다. “전화 안 하시면, 강솔 씨 찾아가겠다고 하셨습니다.”중현의 눈이 살짝 올라갔다. 평소 평온하던 눈빛이 순식간에 얼음처럼 차갑고 위협적으로 변했다. “전해, 조용하게 살고 싶으면,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난 원래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야.”강 비서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지금... 회의실에 계십니다.”중현이 강 비서를 한 번 바라봤다.그 눈빛에 강 비서는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하지만, 중현은 곧 알아챘다.아마 부모가 강 비서에게 압박을 줬을 거라는 걸.중현은 강 비서를 탓하지 않았다.회의실로 가기 전 짧게 덧붙였다. “자넨 내 수행 비서야. 다른 사람의 말에 신경 쓸 필요 없어.” “내 부모라도 마찬가지야.”강 비서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중현은 회의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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