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비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이건 너무 터무니없는 요구 아닌가?!’“가능해.”중현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중현에게 지금의 아연은 그저 골칫거리였다. 돈으로 생명의 은혜에서 비롯된 약속을 끊어 낼 수만 있다면, 600억 원이 아니라 그 10배라도 중현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을 사람이었다.“둘째.”아연은 그 말을 꺼내는 동안 손바닥이 땀으로 흥건했다.“이 돈은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든 어떤 방식으로도 다시 돌려받으려 하면 안 돼. 나한테 문제 삼아서도 안 되고.”중현의 시선이 아연에게 닿았다.중현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아연은 속을 꿰뚫린 듯한 찜찜함을 느꼈다.“대답해. 약속할 거야, 말 거야.”아연은 재촉했다. 허점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못 할 건 없지.”중현은 더 캐묻지 않았다. 시간을 끌기 위해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던졌다.“다만 지금 당장 손에 잡히는 현금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 일주일은 기다려야 해.”“빌려서라도 줘.”아연은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하루를 더 기다릴수록 위험도 커졌다.장우 쪽은 토니 사람들이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아연이 장우에게 접근할 기회도 없었다.혹시 어느 날 장우가 갑자기 깨어나기라도 하면, 아연의 일을 전부 털어놓을지도 모를 일이었다.중현은 강 비서에게 눈짓한 뒤, 다시 아연과 대화를 이어 갔다.“나는 HS그룹 대표야. 내가 남한테 돈을 빌리면 HS그룹에 문제가 생긴 줄 알고 오해할 수 있어.”“그럼 친구들한테 빌려!”아연은 의심하지 않았다. 오직 돈을 받아 떠날 생각뿐이었다.“고시후는 분명히 있어. 고시후한테 전화해.”“아연아.”중현이 아연을 불렀다.아연의 몸이 굳었지만, 얼굴에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띄웠다.중현은 강 비서가 핸드폰을 들고 몰래 무언가를 입력하고 있는 걸 보고도, 서두르지 않고 말했다.“지금 네가 이상하다는 생각 안 들어?”아연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뭐가 이상한데?”“예전에는 내가 그렇게 많은 조건을 제시해도 싫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 갑자기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