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Chapter 101 - Chapter 110

206 Chapters

제101화

지안은 잠깐의 망설임을 보였다.토니 삼촌이 데려다줬다고 거짓말을 할지 생각했다.하지만 자신마저 엄마를 속인다면, 세상에서 엄마를 가장 사랑하는 착한 아들이 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래?” 강솔은 아이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눈치챘다. “설마... 토니 삼촌이 아니었어?”지안은 고개를 끄덕였다.강솔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물었다. “그럼... 누구 데려다줬어?”지안은 고개를 들어 엄마를 바라보았다. 동그란 눈동자에 망설임이 가득했다.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아빠요.”강솔은 잠시 멈칫했다.“엄마 옷도, 아빠가 갈아입힌 거예요.” 지안은 모든 사실을 솔직하게 말하기로 결심한 듯 덧붙였다. “아빠가 엄마 화장도 지워주고, 얼굴도 씻겨주고, 몸도 닦아줬어요.”강솔의 표정은 얼핏 굳어졌다.사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래도 직접 들으니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중현이 자신과 아연을 모두 옆에 두고 싶다고 했던 얘기는 생각만 해도 혐오스럽고 역겨웠다.하지만, 자신이 했던 말을 잊지 않고 세심하게 배려하는 중현의 행동에 강솔은 또 한 번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문득 인터넷에서 봤던 글귀가 떠올랐다.“진짜 나쁜 남자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외엔 모든 게 완벽한 사람이다.”가끔 생각해 보면, 소아연과의 일만 빼면 그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다. 세심하고 따뜻하며 배려심이 넘쳤다. 심지어 외도하더라도 미리 친절하게 알려주는 사람이었으니.하지만 이는 쉽게 넘길 수 없는 문제였다. 그가 던졌던 날카롭고 상처 주는 말들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미안해요, 엄마.” 엄마의 반응을 살피던 작은 얼굴에 죄책감이 떠올랐다. “아빠 들어오게 해서 미안해요.”“바보야,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 왜 사과해?” 강솔은 손을 들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엄마는 지안이만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면 돼. 엄마는 그거면 충분해.”지안은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함께 아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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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아니야.” 강솔의 대답은 반은 진심이고 반은 거짓이었다.하지만, 이어진 말은 모두 진심이었다. “하중현이 정말로 나를 괴롭히려고 마음먹으면, 내가 어느 회사에 가든 다 개입할 수 있어. 차라리 지금처럼 있는 게 나아.”강솔은 토니가 자신을 위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소중한 친구가 자신 때문에 휘말리는 걸 더 원치 않았다.어젯밤 일은 아마도 하중현이 이 문제로 던진 경고였을지도 모른다.그 말을 들은 토니는 입 밖으로 나오려던 말을 전부 삼켰다.결국 한 마디만 남겼다.[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이 몸, 바로 달려간다.]“알았어.”강솔은 웃으며 대답했다.회사에 도착한 강솔은 자기 일에 몰두하며 바쁘게 보냈다.팀장 백지연이 잠깐 불러 업무 얘기를 나눴다.일 이야기가 끝나자 물었다. “어젯밤 식사 자리에서 괜찮았어요? 그 사람들, 강솔 씨 괴롭히지는 않았고?”강솔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괜찮았어요.”백지연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다행이네요. 오늘도 화이팅해요.”“네.”그날, 하루 종일 중현은 나타나지 않았다. 강솔은 오전 내내 중현이 무슨 수를 쓸지 걱정했지만, 오후가 돼도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그제야 마음을 놓고 온전히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회사 단톡방에 갑자기 메시지 하나가 올라왔다.박예찬 부장의 문자였다.[제가 두 달간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여러분의 모든 업무는 하 대표님께 직접 보고하기 바랍니다. 제게 보고할 필요 없습니다.]모두가 단톡방에서 ‘하트’와 ‘확인’ 리액션 아이콘을 눌렀다.하지만 강솔은 그 순간, 미세하게 미간을 찡그렸다.백지연이 그 표정을 보고 오해했다.하 대표의 카리스마가 워낙 강해서 겁먹은 줄 알았다.그래서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 팀 업무는 내가 정리해서 하 대표에게 전달할 테니까, 강솔 씨는 일 끝나는 대로 나한테만 넘겨요.”“네”라고 답하려던 찰나, 채팅방에서 박 부장의 메시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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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강인호는 와인 바 밖의 거리 한가운데 서 있었다.당장이라도 강솔에게 가서 책임을 따져 묻고 싶었지만, 문득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강솔이 어디에 사는지 모른다는 것.그 생각이 막 떠오르자마자, 핸드폰에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강솔, 예담아파트 1동 1802호에 거주, 화인게임즈 근무.]강인호는 미간을 찡그렸다.바로 답장을 보냈다.[누구세요?]하지만 상대방은 답장하지 않았다.메시지가 진짜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겨를도 없이 강인호는 지갑에서 얼마 남지 않는 현금을 꺼내 택시를 잡아탔다. “예담아파트로 가주세요.”강인호는 생각할수록 분노가 커졌다.며칠 전 일이 아직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날 일만 아니었어도...’‘강솔, 그 망할 계집애만 아니었어도. 내가 하중현에게 찍힐 일은 없었는데...’강인호가 택시에 오르자마자, 바 매니저는 고시후에게 보고했다. 시후는 곧바로 중현에게 전화를 걸었다.“강인호 방금 나갔어. 아마 강솔 찾으러 간 거 같아.”[강솔 주소는 알려줬어?] 중현이 물었다.시후가 대답했다.“아니, 네가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하중현은 조금 안심한 듯 말했다.[그래.]시후는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그래도 사람 하나 붙여서 몰래 지켜보는 게 낫지 않겠어?”“혹시 강인호가 강솔한테 뭔 짓이라도 하면 어쩌려고?”강솔이 이혼했다고 해서, 강인호가 함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지난번 일로 깨달았을 것일 텐데...하지만, 강인호는 지난 한 주 동안 설거지만 하던 인간이다.지금쯤 정신이 돌아버렸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필요 없어.]중현은 짧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태도였다.시후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밤 8시가 조금 넘은 시각.강인호는 예담아파트에 도착했다. 앞서 가는 사람을 따라 보안문을 슬쩍 통과했다. 그 시각, 강솔은 지안에게 유치원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래서 오늘 체육 시간에...”그때,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강솔은 자리에서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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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강솔의 눈동자가 순간 크게 흔들렸다.‘어떻게 알았지?’강인호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 2억 원 넘는 돈, 내가 쓴 거 아니야. 하중현이 나한테 덫을 놓은 거라고.”강인호는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일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틀 후에 또다시 컵 닦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생각할수록 속이 뒤집혔다. “전부 너 때문에 일어난 일이야. 그러니까, 네가 해결해야지.”강솔은 반박하려 했다.‘그게 왜 내 탓인데?’하지만 그 순간, 머릿속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소아연에게 사과하러 워터사이드 리조트에 사과하러 갔을 때 하중현이 했던 말.“너, 내가 최근에 너 대신 얼마나 많은 문제를 해결해 줬는지 알아?”“강인호랑 그 방에 있던 인간들이, 왜 다시 너를 찾아오지 않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하중현이 일부러 강인호에게 빚을 지게 만들어서 거기 묶어 둔 건가?’“내가 여기서 같이 붙어사는 걸 원하진 않겠지?” 강인호는 위협하듯 말했다. “아니면 네 회사 가서 시끄럽게 굴어볼까?”강솔은 심장이 살짝 조여 왔다.강인호가 정말 여기 눌러앉거나 회사에서 소란을 피운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이런 일은 경찰도 쉽게 개입할 수 없는 일이다.“난 애랑 잠깐 얘기나 나누고 와야겠다.” 강인호가 소파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의 말투와 태도는 전혀 물러설 기미가 없어 보였다. “천천히 생각해. 전화를 강요하지 않겠지만, 대신 이 집에서 잠깐 신세 져야겠다.”“잠깐만요.” 강솔이 빠르게 다가가 그를 막아섰다.강인호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생각 다 했나 보네?”“전화할게요.” 그리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 사람이 들어줄지는 장담 못 해요.”“내가 원하는 건, 그 와인 바 계약을 무효로 만드는 거다.”강인호의 눈빛이 거칠게 번뜩였다.“그냥 대충 말 몇 마디 하는 게 아니라.” 강솔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중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세상은 결국 돌고 도는 법이다.20년 넘게 편하게 살았으니, 잠깐 고난의 시기를 겪는 것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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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중현의 눈은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사람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보는 듯한 시선이었다.아연은 억지 미소를 지었다.그 시선이 주는 압박감이 숨 막힐 정도였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내가 어떻게 알아?”중현의 목소리는 담담했다.“이런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그리고 분명하게 덧붙였다.“강솔은 내 아내고, 지안이 엄마야.”중현은 아연의 반응을 살피며, 자신의 추측이 맞다는 것을 확신했다. “내가 처음부터 분명히 얘기했다.”아연의 눈가가 붉어졌다. “정말 나 아니야.”중현은 평온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네가 상대하고자 하는 사람이 그 두 사람만 아니라면, 옳든 그르든, 난 네 편에 설 거야.” 중현은 간단하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강솔과 지안만은 안 돼.”아연은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정말 나 아니야. 이 일은 나와 전혀 관계가 없어.” 아연은 누군가에게 심장을 세게 짓눌린 듯, 애절하게 변명했다. “믿지 못하겠으면 직접 확인해 봐.”중현은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바라보며, 천천히 물었다.“정말... 내가 확인해 보길 바라?”그 순간, 아연은 잠시 멈칫했다.온몸의 피가 얼어붙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아까 내가 한 말, 들었지?” 중현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고, 적당히 물러날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들었어.”중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난 자기가 계산적인 것도, 당신이 가진 생각도 다 존중해.” 중현은 본래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자신만의 확실한 기준이 있다. “다만 그 모든 건, 강솔을 향해서는 안 돼.”아연은 지금, 이 순간만큼 땅속으로 숨어 버리고 싶은 적이 없었다.중현 앞에만 서면, 자신이 투명 인간이 된 것 같았다.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해도 모두 들켜 버리는 느낌이었다.중현은 아연의 속내를 정확하게 짚어냈다.그러면서도 여전히 특별한 배려를 남겨 두었다.중현은 그런 사람이었다.따뜻하면서도, 동시에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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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그 사람이 거절했어요.”강솔의 말이 떨어지자, 강인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거절했다고? 그럼 좀 더 사정해야 했을 거 아냐!”그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정중하게 부탁하고, 태도도 좀 낮추고!”강솔의 표정은 차가웠다.“그럼, 직접 가서 하셔요...”그리고 단호하게 덧붙였다.“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니까요.”“강솔!” 강인호의 얼굴이 찌푸려졌다.하지만 강솔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전화하는 동안 이미 모든 생각을 정리해 둔 상태였다. “오늘 밤 이 일을 해결하지 않으면, 너희들 잠은 다 잔 줄 알아!”강인호는 협박했다. “네 방에 있는 물건도 전부 다 부숴 버릴 거고!”강솔이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마음대로 하세요.”강인호는 바로 옆에 있던 컵을 집어 들었다.막 던지려는 순간 강솔이 입을 열었다.“여긴 단독주택이 아니라 아파트예요.”“그래서?”강인호는 여전히 분노에 차 있었다.“물건 부수는 소리, 아래층에서 다 들립니다.”강솔이 담담하게 말했다.“소음이 커지면 관리 사무실에서 올라올 거고, 그래도 해결 안 되면 경찰 부르겠죠.”그리고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물건 부순 사람은 제가 아니라 아버지고, 경찰서에 끌려가는 사람도 제가 아니겠죠.”연달아 쏟아진 말에 강인호는 말문이 막혔다.강솔은 말을 이어갔다.“회사 가서 난리 치셔도 상관없어요.”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제가 창피한 건 괜찮거든요.”그리고 조용히 덧붙였다.“대신... 강 대표님도 괜찮으실지 모르겠네요.”그 한마디에 강인호의 모든 계획이 어그러졌다.원래 생각은 단순했다.‘겁만 주면 된다.’중현이 돈을 안 줘도 강솔이 결국 돈을 내놓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상황은, 경찰서에 끌려가거나 체면을 완전히 구기거나 둘 중 하나였다.잠시 침묵이 흘렀다.강인호의 눈빛이 갑자기 변했다.“그럼... 내가 너랑 저 애를 납치하면 어떨까?” 강인호는 갑자기 더 강경해지며, 가장 피하고 싶었던 길을 선택할 결심을 했다. “하중현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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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아저씨, 그런데 지금 당장 10억 원의 현금을 준비하는 건 무리예요. 혹시 분할로 드려도 될까요?”토니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강인호는 가슴을 쭉 펴며 말했다. “그럼, 당연히 가능하지.”그의 얼굴에는 이미 승자의 여유가 가득했다.토니가 이어서 물었다.“대신 그동안 솔이 괴롭히지 않고, 여기 찾아와서 소란도 피우지 않고, 회사에도 찾아가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어요?”그리고 덧붙였다.“제발 우리 솔이 좀 조용히 지낼 수 있게요.”강인호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방금 들어온 토니가 어떻게 회사에 찾아가 난리 치려고 한 것까지 알고 있는지 생각해 볼 여유조차 없었다.강인호는 마치 큰 은혜를 베푸는 듯한 태도로 말했다. “그래,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지.”토니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아저씨.”강인호는 이제 완전히 마음이 풀렸다.“돈은 언제쯤 내 계좌로 넣어줄 건가?”그는 입꼬리를 올렸다.“급하게 쓸데가 있어서.”와인 바에서 설거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속이 시원해졌다.“언제든지 가능합니다.” 토니가 드디어 본모습을 드러냈다. “단, 얼마를 원하시는지에 따라 형량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강인호는 멍하니 말했다. “형량?”강인호는 당황하며 물었다. “무슨 소리야?”“공갈 협박죄요.” 토니는 두 손을 들며 아주 순진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가 돈 주지 않으면, 강솔의 집과 회사에서 소란을 피우겠다고 하셨잖아요.”“여긴 내 딸 집이야!” 강인호는 간신히 누그러졌던 화가 다시 치밀어 올라, 욕을 퍼부었다. “내가 무엇을 하든 내 자유지, 외부인이 참견할 일이 아니라고.”“그 뿐이 아니에요.” 토니는 지어낸 이야기를 멈추지 않고 늘어놓았다. “여긴 강솔 집만은 아닙니다.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집이거든요.”“아저씨가 소란을 피우면, 솔이 뿐만 아니라 우리까지 피해를 보게 됩니다.”강인호는 방 안을 휙 둘러보았다.강솔과 지안의 개인적인 물건 외에, 다른 사람의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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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그 답은, 결국 듣지 못했다.강인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너 어릴 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는 봤지만,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외삼촌, 이모 등 외가 쪽 사람들 본 적 있냐?” 강인호는 하나하나 메시지를 던졌다.강솔은 주저 없이 답했다. “엄마는 고아였으니까.”강인호는 냉소적으로 웃었다. “네 엄마의 말투나 분위기... 정말 고아 같아 보이냐?”그렇지 않았다.고아라기보다는 오히려 명문가에서 자란 사람 같았다. 차분한 말투, 단정한 태도, 자연스럽게 배어 있는 품격.어느 하나 평범하지 않았다.강인호가 다시 말했다.“그 와인 바에 있는 내 빚을 청산해 주면, 내가 모든 답을 알려 줄게.” 강솔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엄마가 깨어나면, 직접 들을게요.”엄마는 그날 말했다.“집에 가면 긴 이야기 하나 해 줄게.”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그 말을 마지막으로 몇 년이 지났는데도 엄마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걸.강인호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강솔!”강솔은 담담하게 말했다. “저, 친구들이랑 할 얘기 있어서. 다른 일 없으면, 이제 가세요.”강인호는 분통이 터졌지만, 토니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 공갈 협박.괜히 일을 키우면 자신에게 불리할 수도 있었다.사실 강인호는 이십 년 넘게 강정숙의 정체를 조사해 왔다.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너무 깨끗했다.너무 신비로워서, 오히려 건드리는 게 두려웠다.“아저씨, 조심히 들어가세요.” 토니는 손짓으로 문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강인호는 마지막으로 강솔을 한번 노려본 뒤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이미 다른 방법을 궁리하고 있었다....아파트 아래.상황을 지켜보던 경호원들이 아파트에 올라갈 핑계를 고민하고 있었다.그때, 강인호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즉시 전화를 걸어 중현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대표님, 강인호가 나왔습니다.”중현이 물었다.[무슨 핑계 대고 올라갔어?] “저희는 올라가지 않았습니다.”[응?]“핑곗거리 고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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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토니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역시 내 여왕님답네!”소담은 눈빛으로 그를 한 번 쏘아보며 속으로 욕했다.지난번 호텔에서 고시후와 하중현이 짜고, 강솔을 함정에 빠뜨렸던 일을 떠올리면,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났다. 그 일은 평생 기억할 만큼 끔찍했다.“근데 어떻게 들어 왔어? 아버지가 여권 가져갔다며?”둘이 만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나눈 이야기 대부분은 강솔의 근황이었다.“맞아. 그런데, 갑자기 여권을 돌려주더라.”소담은 창가로 다가가 아래를 지나가는 자동차들을 보며 말했다.“아마 양심에 찔렸을 수도 있고, 내가 원한 품을까 봐 겁났을 수도 있고...”“아니면 다른 이유거나...”토니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직감적으로 중현과 관련이 있을 확률이 높다는 생각했다.만약 진심으로 걱정했다면, 애초에 그녀를 외국으로 데려가지도 않았을 것이고, 여권을 빼앗지도 않았을 것이다.“그 얘기는 그만하자, 내 카드 다 정지됐어.”소담은 돌아서며 창문에 몸을 기댔다.“당분간 중요한 일이 있으면, 네가 신경 좀 써줘.”토니는 콧대를 세웠다.“그걸 말이라고 해?”소담은 주먹을 쥐며 말했다.“맞고 싶어?”토니는 말투를 급히 바꿨다.“여왕님의 명령에 성심껏 따르겠나이다.”소담이 한마디 던졌다.“유치해.”그날 밤, 토니는 그들과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에 돌아갔다.소담은 그대로 강솔 옆에서 잠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강솔은 아주 일찍 일어났다.아직 6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간.부엌에서는 이미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소담은 하품을 하며 눈을 떴다.그리고 처음으로 깨달았다.하중현이 얼마나 잔인한 사람인지.그는 강솔에게 세상에서 가장 극진한 사랑을 주었고,그 사랑이 가장 깊을 때,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강솔은 이렇게 일찍 일어나 직접 아침을 준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아침을 뭐 이렇게 거하게 차려? 조식 배달하는 곳도 많은데.” 소담은 부엌으로 들어오며 말했다.손은 이미 자연스럽게 일을 돕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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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소담이 돌아온 덕분에 강솔의 긴장되어 있던 마음도 조금은 풀렸다.지안을 태권도 학원에 데려다준 뒤, 강솔은 곧바로 유상진의 집으로 향했다.그런데, 그곳에서 중현을 마주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강솔이 도착했을 때, 중현은 상진과 거실에 마주 앉아 있었다.한 사람은 냉정하고 빈틈없는 분위기,다른 한 사람은 느긋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상반된 분위기였지만, 공기 속의 긴장은 분명했다.강솔의 도착을 눈치챈 상진이 먼저 문 쪽을 슬쩍 보았다.강솔을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강솔 씨, 은하는 연습실에 있어요. 바로 가시면 됩니다.”“네.” 강솔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곧장 연습실로 향했다.그녀는 중현은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보고 싶지도 않았다.강솔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상진이 다시 말을 꺼냈다.“이렇게 일찍 찾아온 걸 보면, 단순히 차 한 잔이 아쉬워서 온 건 아닐 테고...”상진이 강솔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말했다.“차도 마실 겸, 은하의 무용 선생님 실력도 한 번 보려고.”중현이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답했다.상진은 말없이 그를 흘긋 바라보다가 바로 쏘아붙였다.“자기 아내 춤 실력도 모르나?”중현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일어섰다. 그리고 강솔이 가는 방향으로 걸어갔다.강솔은 마음이 조금 불안했다.연습실에 도착한 강솔은 은하에게 오늘 배울 내용을 이야기하며 수업을 준비했다. 그때, 문밖에 서 있는 사람을 봤다.중현이었다.그는 무용실 밖에 서서 강솔을 바라보고 있었다.깊이를 알 수 없는 눈으로. 강솔은 미간을 찡그리며, 뒤따라온 상진에게 말했다.“유 대표님, 지금 수업 시작하겠습니다. 관계없는 사람은 나가 주셨으면 합니다.”“하 대표, 강솔 씨가 나가 달라고 하네.” 상진이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중현은 상진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재미있어?”상진은 되물었다.“내가 웃었나?”“조 여사 소식이 궁금하지 않은 모양이네.” 중현이 말하며 강솔에게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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