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Chapter 271 - Chapter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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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화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마음속에서 불쑥 솟구쳤다.“뭐 보고 있어?” 강손의 손에 들고 있는 서류를 보고 소담이 다가갔다. 소담은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자연스럽게 말했다. “이거 재산 증여 같은 건데.”“재산 증여 서류 맞아.” 강솔은 재산 증여 확인서를 옆에 두고, 책상 위에 있던 다른 서류를 집어 들었다.모든 서류 위에 적힌 날짜는 모두 7월 16일이었다.서류 대부분 역시 재산 증여와 관련된 것들이었다.강솔은 아직도 그날 기억이 생생했다. 엄마가 사고를 당한 날, 두 사람은 함께 쇼핑하던 중이었다. 엄마가 돌아가서 할 말이 있다고 했다.그런데 주차장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가 났다.“담아...” 강솔은 몸에 힘이 빠졌다.소담은 강솔의 안색이 좋지 않은 걸 보고 걱정스럽게 물었다.“왜 그래?”“너 그날 엄마가 어떻게 사고 났는지 기억나?”과거의 기억이 다시 머릿속을 스쳤다. 강솔은 자신의 추측을 마주하기가 두려웠다.혹시 엄마의 사고가 의도된 거라면, 그 배후는 누구일까?강인호?아니면 다른 사람일까?“주차장에서 차 빼려고 했을 때, 누군가가 실수로 브레이크를 액셀로 착각해서 어머니를 치었잖아.” 소담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말했다.“왜, 무슨 일인데?”강솔은 재산 증여 서류 날짜를 소담에게 건넸다.“이거 봐.”“7월 16일...” 소담은 중얼거리며 날짜를 보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 날짜...”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담은 뭔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시선이 강솔에게로 옮겨지며 진지하게 물었다.“사고 난 날 아니야?”강솔은 고개를 끄덕였다.“응.”소담은 곧바로 강솔의 생각을 알아챘다.“혹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계획한 사고라고 의심하는 거야?”“재산 증여 서류를 보기 전까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어.”강솔은 마음속에서 여러 가지 감정이 일었다.“근데 날짜가 겹치니까 의심을 안 할 수가 없어.”당시 엄마를 친 사람은 면허를 갓 딴 여자였다.사고가 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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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다른 방을 보러 가려던 찰나, 계단에서 강인호를 만났다.“안 궁금하다더니...” 강인호는 강솔 집을 떠난 뒤로 계속 그녀의 집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강솔이 곧 이곳에 올 거라고 확신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예상은 맞았다.강솔은 순간 장난기가 발동하여 떠보듯 물었다.“엄마 사고, 당신이 한 거 맞지?”강인호는 속을 잘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다. 만약 진짜 그가 한 짓이라면, 틀림없이 티가 났을 것이다.“미쳤냐?” 강인호가 욕을 내뱉고는, 안으로 걸어갔다.그는 서재에서 아무렇지 않게 이리저리 물건을 뒤졌다.이 장면을 본 소담이 살짝 고개를 돌려 강솔에게 물었다.“막을까?”강솔은 짧게 대답했다.“응.”소담은 핸드폰을 꺼내 따라온 경호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시선은 여전히 물건을 뒤지고 있는 강인호를 바라봤다.“3층으로 올라와서 강인호 씨 좀 밖으로 내보내 주세요.”“네, 아가씨.”잠시 후, 훈련된 경호원 4명이 올라왔다. 강인호는 당황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경호원들은 그를 아래로 끌고 내려갔다.강인호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 바로 방어 모드에 들어갔다.“강솔! 내가 네 아빠라고! 이게 무슨 짓이냐?!”강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인호가 따라온 걸 알았다면, 절대 여기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내 물건 못 가져가게 하면, 여기 불 질러버릴 거야.” 강인호는 협박을 던졌다. “전부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거야!”“여기 불나면, 당신이 1순위 용의자예요.” 강솔은 침착하게 말했다. “담이랑 경호원들 다 증인이에요.”강인호는 그 말을 듣고 입을 다물었다.‘젠장!’소담이 있다는 걸 깜빡했다.잠깐의 소동 끝에 강인호는 끌려갔다.강솔은 핸드폰을 꺼내 그때 사고를 냈던 김소민의 연락처를 찾아 메시지를 보냈다.[소민 씨, 혹시 아직 J시에 있어?]몇 초 만에 답장이 왔다.[언니,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H시에 있어요.]왜 H시에 있냐고 묻기 전에, 전화가 울렸다. 전화기 너머로 여전히 부드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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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같은 시각, 강인호도 전화를 걸었다. “일은 모두 처리해 두었습니다. 결과는 분명히 원하시는 대로 나올 겁니다.”“다만, 약속하신 일은...”[걱정하지 말게나.] 하준호의 목소리는 거만했다. 강인호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일만 제대로 끝내면, 약속한 건 모두 들어줄 테니까.]강인호는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확실히 마무리하겠습니다.”하준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만약 일이 들통나면...]뒤의 말을 하지 않았지만, 강인호는 그가 뜻하는 바를 즉시 알아차렸다.그는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이건 전적으로 제 개인적인 일입니다.”“사장님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누가 묻더라도 저는 그렇게 답할 겁니다.”[알겠네.] 하준호는 한 마디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강솔과 소담은 이 모든 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별장 문을 잠그고 차에 올라 지안을 데리러 가려고 했다.시동을 걸자마자, 중현의 전화가 걸려 왔다. 강솔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전화받았다.“무슨 일이야?”[지안이 여름 캠프 준비물이 아직 소프트가든에 있어.][내가 가져다줄까, 아니면 지안을 이쪽으로 데려올까?] 중현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솔이 “가져다 달라”고 말하려는데, 소담이 먼저 말했다. “솔아.”강솔이 눈길을 돌렸다. “응?”“차가 조금 이상한 것 같아.” 소담은 핸들을 꽉 쥐고 있었다. “방금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반응이 없어.”[스피커폰으로 바꿔.] 중현의 차분한 목소리가 핸드폰을 통해 들려왔다.강솔은 급히 스피커 모드로 전화하고, 볼륨을 최대로 올렸다.중현이 즉시 해결책을 제시했다. [브레이크를 연속으로 여러 번 나눠서 밟아봐. 반응이 있는지 확인해.]소담은 핸들을 고정하고, 발로 빠르게 브레이크를 밟아봤다. “반응 없어.”[비상등 켜고, 클랙슨도 울려.]중현 쪽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전자식 사이드 브레이크 계속 당겨. 놓지 말고...][차가 서서히 멈추게 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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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소담이 다시 확인해 봤다.진짜였다.그녀는 즉시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을 변경했다.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였다.저런 대형 트럭에 들이받히면, 한 마디로 끝장이다.“우리 뒤를 쫓아오고 있어. 차선 바꿨어.” 강솔이 상황을 살피며 말했다.“저 운전자 뭐야?” 소담은 다시 차선을 바꾸며 속으로 불만을 털어놓았다. 저렇게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부딪히면, 가벼운 부상으로 끝날 리 없다.“저 큰 트럭이 왜 저리 빨리 달리는 거야?”“고의일 수도 있어.” 강솔이 오늘 있었던 일과 연결 지어 생각했다. “브레이크 고장, 그리고 뒤따라오는 트럭...”소담은 말이 없었다.이게 무슨 상황인지...문제는 지금은 속도를 올릴 수도 없다. 한 번 올리면 다시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하중현, 이 근처에 가까운 비상차로 없어?” 소담은 전화를 끊지 않은 채 강솔에게 물었다.[나 따라와.] 중현의 차가 옆 차선에 나타났다.[트럭은 따로 처리할게.]소담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중현 차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리고 급히 따라갔다.강솔도 그제야 조금 안심했다.이 순간 그녀들은 깨닫지 못했다. 무의식중에 ‘중현이 나타났으니 안전하겠다’라고 생각했다.중현을 ‘안전’, ‘무사’라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다.중현이 했던 일들때문에 분노하고 화가 난 건 사실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그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중현이 앞에서 길을 열어준 덕분에 이후의 주행은 더 이상 위험하지 않았다.5분 후.중현의 차가 도로 옆에 멈췄다. [비상차로로 들어가.]소담은 그대로 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안전하게 멈췄다.소담과 강솔은 그제야 완전히 마음을 놓았다.“나 진짜 죽는 줄 알았어, 나 방금...” 소담은 강솔에게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이었는지 말하려는데, 조수석 문이 열리는 걸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그리고 중현의 얼굴이 보였다. 겉으로는 차분해 보이지만, 눈에는 분명 걱정이 담겨 있었다.소담은 입을 열었지만, 결국 말하려던 것들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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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두 사람 먼저 소프트가든에 가 있어.” 중현이 강솔 앞에 서서 말했다. “여기 상황 정리하고 나서 얘기하자.”“응.” 강솔은 거절하지 않았다.중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지안은 내가 최 집사한테 연락해서 픽업하라고 했어. 걱정하지 마.”“응.”중현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떠났다.중현이 떠난 지 얼 되지 않아, 강 비서가 차를 몰고 데리러 왔다.평소처럼 강솔에게 공손히 인사하며 말했다. “대표님께서 두 분을 소프트가든으로 모시라고 하셨습니다.”두 사람은 함께 차에 올라탔다.차 안에서 강솔은 무심코 방금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이게 사람 짓이라면... 아마 나를 노린 거겠지...”강솔은 소담을 보며 미안하다고 말하려 했다.하지만, 소담이 먼저 말을 끊었다.“너를 노렸다고 해도...”“내가 네 친구인 거 알면서도 그랬다는 건, 나를 완전히 무시한 거고...”“나를 무시하면, 어떤 대가가 따르는 지 제대로 보여 줘야지.”“절대로 그냥 못 넘어가.”강솔은 마음이 따뜻해졌다.뭔가 말하려는데, 소담이 선수 쳤다.“됐어, 말하지 마.”“두 분 정말 각별하시네요.”운전석에 앉아 있던 강 비서가 감탄했다.“당연하죠.”소담이 당당하게 말했다.“우린 콩알도 반쪽 나눠 먹는 사이였어요.”그러다 문득 중현이 따라오지 않은 게 떠올랐다.“근데 하 대표는 어디 갔어요?”이런 상황이면, 당연히 강솔 옆에서 지켜줘야 하는 거 아닌가?방금 차가 멈췄을 때처럼.“트럭 기사한테 뭐 좀 확인하러 가셨습니다.”강 비서는 사실을 숨겼다.강솔이 놀랄까 봐서였다.그 시각, 중현은 도심 외곽, 거의 사용하지 않는 별장에 있었다.그의 양옆에는 경호원들이 두 줄로 정렬되어 서 있었고, 앞에는 평범해 보이는 중년 남성이 앉아 있었다.중현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공기를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이 흘렀다.중년 남성은 겁에 질려 있었다.“말해.”중현이 소파에 기대며 말했다.담담한 목소리였지만,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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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잘못했어요, 말할게요, 다 말할게요!” 트럭 기사는 더는 버티지 못했다. “강인호가 저에게 번호판 1866인 핑크색 세단을 따라가라고 했어요.”“그 안에 보스 쪽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제발 죽이지만 말아 주세요, 뭐든지 말할게요!” 그는 급하게 목소리를 높였다.경호원 두 명이 본능적으로 중현 쪽을 바라보았다.중현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다시 기사를 끌고 와, 자신의 보스 앞에 던져놓았다.“내가 누구인지 알면서, 차 안에 누가 있는지 모를 리가 없잖아?” 중현은 손가락을 깍지 끼어서 가슴 앞에 놓았다.손목의 시계가 그의 하얀 피부를 더 돋보이게 했다.트럭 기사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끝났다.’“한 번 더 기회를 줄게.” 중현의 목소리는 차갑고 무심했다. “이제 마지막이야. 이후에는 저 둘한테 넘길 거다.”트럭 기사의 몸이 얼어붙은 듯했다.‘저 둘한테 넘기다니...’‘아까 두 사람 말처럼 날 둘이서 찔러 대면, 벌집 되는 건 한순간이겠지?’“이건 불법입니다.” 그는 중현의 양심을 깨우려 애썼다.“3분 남았다.” 중현은 오른손으로 시계를 살짝 두드리며 무심하게 말했다.그의 태도가, 트럭 기사를 점점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결국 그는 전부 털어놓았다. “방금 말한 건 다 사실입니다. 강인호가 차를 따라가라고 했고, 조수석에 있는 사람을 치라고 했습니다.”중현의 눈빛이 차갑게 얼어붙었다.“당신도 범죄에 가담한 거야.” 경호원 1호가 이해하지 못한 표정으로 물었다.“뒤에, 힘 있는 사람이 있다고 했어요. 내 죄를 덮어줄 거라고 했어요.” 트럭 기사가 순순히 고백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피해자가 자기 딸이라, 내 책임도 안 묻겠다고 했습니다.”경호원 1호는 본능적으로 중현을 바라보았다.역시...분위기가 완전히 차가워졌다.“사람이랑 녹음 파일, 전부 경찰에게 넘겨.”“가서 사실대로 다 말해, 괜히 잔머리 굴리지 말고.” 중현은 트럭 기사에게 몇 마디 경고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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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보스, 이런 것도 불법입니까?” 임훈이 진지하게 물었다.중현은 아예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한마디로 정리해 버렸다.“경찰서로 데려가. 그리고 전과 기록이 있는지도 확인해 보고.”“이런 일 맡은 걸 보면, 처음은 아닐 거야.”“알겠습니다.” 임훈과 임풍은 바로 움직였다.“나 경찰서 가면 안 돼요!” 트럭 기사가 급하게 말했다. “제가 잘못했어요. 강솔 씨에게 사과드리겠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중현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그저 무심한 얼굴로 일어나서 그를 스쳐 지나쳤다.오늘 우연히 강솔과 통화하지 않았더라면, 정말로 큰 사고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그야말로 감당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끔찍한 일이다.“하 대표님!” 트럭 기사가 크게 외쳤다.“그만 소리를 질러.” 임풍과 임훈이 그를 끌고 나가며 말했다. “보스가 내린 결정이니까, 아무리 소리쳐도 소용없어.”“경찰서에 가서 자백하는 게 나아. 그럼, 형량이라도 조금 줄어들 거야.”트럭 기사는 반박하고 싶었다.하중현이라면, 전과 기록 정도 다 파헤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그 순간, 두려움과 불안이 마음속에서 퍼져 나갔다.중현은 차에 올라타며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 “소프트가든으로 가.”“강인호 잡으러 안 가고?” 조수석에 앉은 레미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리고 강인호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지금 공항으로 가고 있어. 해외로 도주하려는 것 같아.”중현은 핸드폰을 꺼내 시후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인호 비행기 못 타게 해.”[알겠어.]레미는 팔꿈치를 괴고, 머리를 기울이며 말했다. “강인호 잡으러 갈 것도 아니면서, 왜 날 불렀어?”“만약을 대비해서야.” 중현은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네가 곁에 있으면, 일이 생겼을 때 바로 피드백 받을 수 있고, 아니면 급할 때 연락이 안 될 수도 있고...”정확하다.레미는 드물게 반박하지 않았다.“그동안 강인호의 동향을 잘 살펴.” 중현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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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의사는 엄마가 최대 두 달 안에 깨어날 거라고 말했다.하지만, 그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음에도 깨어날 기미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강솔과 지안의 호적도 아직 중현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묶여 있다.조용히 떠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강솔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지안은 다르다.지안를 학교에 다녀야 했다.그래서 지안을 데리고 떠나라면, 결국 그의 동의가 필요했다. “그럼, 하중현에게 왜 소아연과 엮였는지 물어본 적 있어?” 소담이 다시 물었다.“물어봤어.” 강솔은 그때 중현이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자기 곁으로 돌아가면, 그때 알려준다고 했어.”소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중현 같은 사람이 왜 소아연과 얽히게 되었는지.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중현이 돌아왔다.차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강솔 쪽으로 다가갔다. 그를 보자, 지안이 고개를 살짝 들며 말했다.“아저씨, 오셨어요.”소담은 머리에 커다란 물음표가 떠올랐다.‘아저씨?’“아저씨가 엄마랑 할 얘기 있는데, 혼자 올라가서 놀래?”“아니면 최 집사 아저씨랑 같이 갈래?” 중현은 이미 그 호칭에 익숙해졌는지 자연스럽게 지안의 이마를 톡 쳤다.지안은 본능적으로 강솔을 바라봤다.강솔은 고개를 끄덕였다.차 관련 얘기일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잠시 후.마당에는 셋만 남았다. 중현은 강솔을 바라보며, 얼굴에는 평소보다 더 무거운 기운이 담겨 있었다.강솔은 그것을 알아챘다.“무슨 일 있어?”“트럭 기사가 누군가에게 고용 당했다고 인정했어.” 중현은 누가 시켰는지 정확히 말하지 않았다.“목표는 너야.”강솔은 순간 멈칫했다.역시 맞았다.중현은 계속 말했다.“소담 차는 아직 점검 중이야. 결과는 아마 내일 아침에나 나올 거야.”“고용주가 누구래? 우리 아빠, 아니면 네 아빠?” 강솔은 직접적으로 물었다.엄마의 재산 증여 서류 때문인가도 의심해 봤다.하지만 김소민한테 확인 결과 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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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강솔도 느껴졌다.그녀도 돌처럼 무감각한 사람이 아니었다.이런 달콤한 말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는 없었다.감동했을까?감동했다.중현은 정말로 진심으로 자신을 신경 쓰고 있었다.그럼, 재결합은?이 질문이 떠올랐을 때, 강솔은 잠깐 망설였다.하지만, 정말 잠깐뿐이었고, 이내 이성적으로 결정을 내렸다.말은 따뜻했지만, 예전에 했던 말들이 역시 날카롭게 마음을 찔렀다.강솔은 자신의 가치를 부정했던 말들에 너무 상처받았다.막 되살아나려던 마음조차도 억눌러버릴 정도로.“생각 정리되면 말해줘.” 중현은 몇 초 사이에 강솔이 그렇게 많은 것을 생각했을 줄은 알지 못했다. “하루라도 빨리 알려주는 게 좋겠어.”“당신이 알아서 처리해.”중현이 사적인 감정을 섞지 않고 일을 처리할 거라 믿었다.자신이 하씨 집안과 정면으로 맞서면, 승산이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난, 당신 믿어.”중현은 얇은 입술을 살짝 열었다. “좋아.”강솔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응.”두 사람의 대화는 너무나 담담했다.하지만, 소담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마치 폭풍 전의 고요함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평온이 끝나면, 둘 사이에 가장 격렬한 충돌이 올 것만 같은 느낌.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얼마나 크게 터질지 알 수 없었다.그저 지금은 자신이 조금 방해꾼 같은 존재라는 생각만 들었다.“지안이, 월요일 일찍 캠프 버스 타고 떠날 거야. 이틀 정도 여기서 있을래?”중현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넌 지안이랑 안방에서 자고, 나는 다른 방에서 잘게.”강솔이 고개를 들었다.대답을 고민하는데 중현은 손을 잡았다. 따뜻한 손이 그녀의 손등을 감쌌다.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약간의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응?”강솔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중현이 대화할 마음이 있다면, 자신도 맞출 의향이 있었다.적절한 시기, 그의 감정이 안정됐을 때 차분하게 이혼 이야기를 할 생각이었다.중현은 쉽게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었다.“레미, 저녁 먹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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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온기가 손에서 빠져나가는 걸 느낀 중현의 눈동자가 더 깊어졌다.그날 밤, 중현은 강솔, 지안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강솔과 지안이 서로 음식을 챙겨주는 모습을 보며, 잠시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사모님, 이거 사모님 건가요?” 최 집사가 서류를 들어 말하였다.강솔은 소리에 반응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서류를 받았다. “네, 제 거예요. 저에게 주세요.”서류를 받은 강솔은 곧바로 뒤집어 놓았다.중현이 물었다. “회사 관련 서류?”강솔이 대답했다. “사적인 일이야.”중현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다.강솔이 말하고 싶지 않다면, 굳이 캐물을 생각이 없었다.저녁 식사 후, 강솔은 재빨리 서류를 들고 방으로 올라갔다.그리고 침대 베개 밑에 숨겼다. 엄마의 일은 중현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그가 간섭하는 건 더더욱 원치 않았다.이혼을 결심한 이상, 이건 오롯이 그녀만의 일이었기에,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중현은 지안을 보며 말했다. “잘 때 이불 차지 말고, 엄마 깨우지 마.”지안은 그의 말에 의심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왜 이렇게 착해졌어요?”“내가 아저씨라고 부르는데, 엄마랑 같이 자게도 해 주고...”“대인배라서.” 중현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안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건 아닌 거 같아요.”중현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혼자 자.”“그리고 앞으로 18일 동안 오늘 밤 의심한 거 후회하지 말고.”지안은 잠시 고민하다가 답을 내놓았다. “엄마랑 같이 잘래요.”중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똑 부러지게 아무런 덧붙임도 없이 결정된 답에, 지안은 또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직감적으로 무언가 다른 속셈이 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뭔지는 알 수 없었다.그 답은 밤늦게 밝혀졌다.새벽 2시쯤, 중현은 조용히 안방으로 들어왔다.그리고 지안을 품에 안아 자기 방으로 데려갔다. 그 뒤 다시 돌아와 조심스럽게 이불을 살짝 들어 올려 침대에 누웠다.그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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