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기분 나빠할 걸 알면서도 그랬다니, 생각보다 엄마를 많이 사랑하지 않나 봐요.” 지안은 진심 어린 말투로 말했다.동그랗고 맑은 눈에서 싫은 감정을 여실히 드러냈다.중현은 눈썹을 살짝 추켜세우며 웃었다.어린애가 이런 점을 눈치챈 게 조금 의외였다.“어쨌든 나는 이 일을 엄마에게 말할 거예요.” 지안은 그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 “아저씨의 진짜 모습을 알려줄 거예요.”중현은 되물었다.“알게 되면?”“엄마는 아저씨 곁을 떠나겠죠. 그럼, 이제 평생 아저씨로만 남겠죠.”“그럼, 지금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데?”“그럼, 엄마 기분만 나쁘고... 너도 득 되는 게 없네.” 중현은 무릎 굽혀 앉아 지안과 눈높이를 맞췄다. 그가 말하는 방식은 여전히 한결같이 교묘했다. “너도 말하는 것만큼 엄마를 신경 쓰는 것 같지 않네.”지안은 반박하려 했지만, 그 순간 자신이 중현의 함정에 빠졌다는 걸 깨달았다.‘진짜 짜증 나.’아빠가 말을 잘하는 것도 문제다.그는 빠르게 머리를 돌려 생각하다가 한참 후, 말을 내뱉었다. “계속 이러시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게 될 거예요.”“괜찮아. 어차피 넌, 날 아빠로 안 보잖아.” 중현은 얇은 입술을 살짝 열고, 깊은 검은 눈동자에 흥미가 살짝 비쳤다.지안은 불만을 토로했다. “그럼, 나중에 죽어도 제사 지내고, 성묘하는 사람 없을 거예요.”중현은 차분하게 말했다. “죽기 전에 다 준비해 둘 거야. 그땐 너도 줄 서서 나 보러 와야 할걸.”지안은 할 말이 없었다.돈이 귀신을 부리진 못해도, 사람을 시켜서 제사는 지낼 수는 있다.“더 할 말 없어?” 중현은 끝까지 온화하게 말했다. 말투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없으면 그냥 인정해. 방금 본 것, 들은 거... 다 잊어버려.”“내가 말을 잘 못한다고 생각해요?” 지안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중현은 이성적으로 대답했다. “적어도 지금은 그래.”“근데, 나한테 이기면 뭐 해요...” 지안은 반격의 기회를 찾았다.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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