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Chapter 311 - Chapter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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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1화

“강솔 씨는 제 아내입니다.”중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데 강솔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아주 옅게나마 부드러움이 배어 있었다.“강솔 씨랑 저는 부부예요.”하늘은 두 눈을 크게 떴다.“네?! 강솔 씨가 사모님이셨어요?!”중현은 더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 한 손에는 강솔의 캐리어를 끌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강솔 손을 잡은 채 그대로 밖으로 걸어 나갔다.두 사람이 나란히 멀어지는 뒷모습은 누구 눈에 봐도 잘 어울렸다. 하늘은 들뜬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와, 진짜 너무 놀랐어요. 강솔 씨가 HS그룹 사모님일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그러니까 정말 화인게임즈에 회사 생활 좀 해보려고 내려오신 거였네요.”문 앞까지 가던 강솔 걸음이 잠깐 멎었다.강솔 눈빛 아래로 자조가 스쳤다.‘역시 이렇게 되는구나.’강솔이 예상한 그대로였다. 이 신분이 드러나는 순간, 강솔이 해 온 모든 건 전부 ‘잠깐 회사 생활 체험하러 온 사람’이 되어 버렸다.“회사 생활 좀 해보겠다고 온 사람이 그렇게까지 악착같이 버티고 일해?”설현이 곧바로 하늘 말을 받아쳤다. 강솔이 뭘 가장 싫어하는지 설현은 알고 있었다.“본인이 쏟은 노력까지 집안 배경에 갖다 붙이지는 마.”“아니, 그럼 강솔 씨가 왜 굳이 화인게임즈에 와요.”하늘은 여전히 흥분한 채 말을 이었다.“HS그룹이 얼마나 큰데요...”그 뒤로 하늘이 무슨 말을 더 했는지, 강솔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강솔이 알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이번 달 내내 애쓴 게 다 허사가 됐다는 것.버티기 힘든 날들을 견뎌 낸 것도 전부 헛수고가 됐다는 것.중현 입에서 나온 한마디로, 강솔이 쌓아 올린 건 한순간에 바닥까지 무너져 버렸다.“배 안 고파?”중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물었다.“야식 좀 올리라고 할까?”방으로 돌아오자마자 강솔은 중현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온몸에 가시를 세운 채, 중현을 향한 혐오와 증오를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당신 진짜 마음이 있긴 해? 지안이는 겨우 위험한 고비 넘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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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확실합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병원장 말에는 분명 확신이 있었다.중현은 짧게 대답했다.“네.”병원장은 혹시라도 중현이 지나치게 마음을 졸일까 싶어 안심시키는 말을 몇 마디 더 하려 했다. 그런데 중현이 바로 다음 말을 던졌다.“지안이 깨우세요.”병원장은 귀를 의심했다.[네?]잠깐 머뭇거리다가 다시 물었다.[지금 깨우라는 말씀입니까?]병원장이 알아들은 게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지금 바로요.”중현은 지안이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는 걸 확인한 뒤부터, 다시 평소처럼 지안과 티격태격하는 아버지로 돌아가 있었다.“깨나면 시계에 온 엄마 메시지부터 보게 하시고요.”병원장은 선뜻 움직이지 못했다.[정말 깨워도 되겠습니까?]상대는 HS그룹 총수의 아들이니, 괜히 깨웠다가 잠투정이라도 하면, 달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것부터 걱정됐다.중현 인내심은 서서히 바닥나고 있었다.“같은 말 세 번은 안 합니다.”[알겠습니다.]병원장은 불안한 마음을 안은 채 지안이 누워 있는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 아직 통화가 끊기지 않은 걸 확인한 뒤, 조심스럽게 불렀다.[지안 어린이, 일어나야 해요.]조금 뜸을 들였다가 다시 불렀다.[지안 어린이.]한 번 더 덧붙였다.[아빠가 지안 어린이랑 통화하고 싶어요.]병원장 목소리는 몹시 작았다. 누군가를 깨우는 게 아니라 도리어 방 안을 더 조용히 만들려는 사람 같았다.중현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 곧 병원장에게 핸드폰을 스피커폰으로 바꾸고 볼륨도 키우라고 했다. 그리고 직접 지안을 불렀다. 두 번 부르자, 지안은 뒤죽박죽 얽힌 꿈속에서 금세 깨어났다.지안은 반쯤 감긴 눈으로 눈가를 문질렀다. 머리도 몸도 아직 잠에 푹 잠겨 있었다.[왜...]“엄마한테 전화해.”중현 목소리는 또렷했다. 지안 귀에 선명하게 꽂혔다.“엄마가 널 많이 걱정하고 있어.”지안은 잠이 단번에 달아났다. 눈을 뜨자마자 왜 걱정하냐고 물으려다가, 그제야 지안은 자기가 여름 캠프에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챘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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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잠깐.]지안이 중현을 불렀다.중현은 전화를 끊지 않았다. 멀쩡한 지안에게는 확실히 한결 느슨해진 태도였다.“무슨 말이든 내일 돌아가면 만나서 해. 나랑 네 엄마, 아침 첫 비행기 타.”그 말을 던진 뒤 중현은 지안 쪽 반응이 어떻든 아랑곳하지 않고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었다.중현은 곧바로 강솔이 있는 방문을 두드리러 가지 않았다. 핸드폰을 내려다본 채 일 분을 가만히 기다렸다. 1분이 지나도 지안에게서 아무 메시지도 오지 않자, 지안이 자기 말을 그대로 믿었다는 걸 알았다.중현은 핸드폰을 챙겨 들고 강솔이 들어간 방으로 향했다.똑똑-두 번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강솔은 문을 열지 않았다.강솔은 그때 통유리창 앞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들, 쉴 새 없이 오가는 차들. 강솔의 마음속에는 말로 다 꺼내기 힘든 답답함이 퍼지고 있었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막막함도 함께 번지고 있었다.철컥-문이 열리며 중현이 안으로 들어왔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강솔에게 닿았다.“왜 문 안 열어.”“내가 문을 열든 말든, 당신은 어차피 들어올 수 있잖아.”강솔 목소리에는 아무 물결도 없었다. 시선은 여전히 창밖에 머물러 있었다.중현은 성큼 다가와 강솔 뒤에 섰다. 두 팔로 강솔 허리를 감아 안고, 강솔 등에 자기 가슴을 붙였다.“화내면 네 몸만 상해. 남이 잘못한 걸로 너 자신을 벌하지 마.”강솔 눈밑으로 비웃음이 스쳤다.좋은 말도, 나쁜 말도 다 중현 입에서 나왔다.“J시 돌아가면 네가 나한테 어떻게 벌 주든 다 받을게.”중현은 커다란 손으로 강솔 손을 감쌌다.“지금은 일단 씻고 자.”강솔은 중현 말을 한 글자도 믿지 않았다.입으로는 무슨 벌이든 받겠다면서, 막상 같은 방에서 자지 말라고 하거나 자기한테서 멀리 떨어지라고 하면 틀림없이 핑계를 댈 게 뻔했다. 부부 사이를 해치는 벌은 안 된다느니, 그런 식으로 빠져나갈 게 눈에 보였다.지금은 그럴듯하게 말해도, 정말 뭘 말하면 변명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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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철컥-욕실 문이 열렸다.강솔은 메시지 앱을 눌렀다. 혹시 주승현에게서 온 답장이면 중현이 보기 전에 바로 지워 버릴 생각이었다. 중현이 강솔이 자기 핸드폰을 들여다본 걸 보게 되더라도, 그건 이제 상관없었다.그런데 강솔 예상과는 달랐다.메시지 목록 맨 위에 떠 있는 건 주승현 답장이 아니라 소아연이 보낸 메시지였다.[안 자? 나 좀 몸이 안 좋아.]강솔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강솔은 그대로 핸드폰을 다시 던져 놓으려 했다. 그런데 손바닥이 비었다.중현이 강솔 손에서 핸드폰을 가져간 뒤 말했다.“내 핸드폰을 보려고 한 걸, 나랑 화해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있다고 이해해도 될까?”“꿈도 꾸지 마.”강솔은 차갑게 잘라 말한 뒤 소파로 가 앉았다. 그리고 자기 핸드폰으로 주승현에게 오늘 밤 일에 대해 메시지를 보냈다.강솔 바람은 하나뿐이었다.주승현이 먼저 답해 주는 것.먼저 답만 오면, 그 뒤에 중현 쪽에서 눈치채더라도 상관없었다.중현은 한 손으로는 아직 물기가 남아 있는 머리카락을 닦고, 다른 손으로는 핸드폰 화면을 넘겼다. 아연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한 중현은 본능적으로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는 강솔 쪽을 한번 봤다.중현 손끝이 움직였다.[의사 보내서 봐 달라고 할게.]소아연에게서 답장이 금방 왔다.[응.]중현은 곧바로 필요한 지시를 내렸다.그리고 화면을 끄고 강솔에게 가서 이 일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 볼까 하던 때였다. 그때 중현 머릿속에 한 가지가 걸렸다.강솔 성격상, 중현에게 화가 단단히 난 상태에서 중현 핸드폰을 뒤질 리 없었다.그렇다면 이유는 하나였다.강솔이 화가 난 원인과 관련된 일을 알고 싶었던 것.이를테면... 지안.중현 시선이 강솔 쪽에 한 번 더 머물렀고, 생각이 깊어진 눈이었다.부르르- 부르르-이번에는 강솔 핸드폰이 울렸다.강솔은 무언가를 확인해야 한다는 듯 재빨리 핸드폰을 집어 들고 화면을 풀었다.“밤에는 핸드폰 너무 오래 보지 마.”중현이 강솔 손에서 핸드폰을 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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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강솔의 마음은 갈팡질팡했다.중현이 이걸 조건으로 내걸지 않아도 어차피 다른 방에서 자게 해 줄 사람은 아니었다. 결과는 똑같았다. 다만 강솔이 스스로 이 거래를 받아들이는 쪽을 택하는 순간, 뭔가가 아주 조금씩 변질될 것만 같았다.“확인 다 했으면 얼른 자.”중현은 보고 싶어 하면서도 끝까지 체면을 못 놓는 강솔 모습을 바라보다가, 먼저 핸드폰을 내밀었다.“내일 7시 전용기로 출발한다. 일찍 일어나야 해.”손에 들어온 핸드폰은 묵직했다.강솔 가슴속에는 의심만 가득했다.핸드폰 안에 정말 문제가 될 만한 게 있었다면, 중현이 먼저 내줄 리 없었다. 이렇게 선뜻 보여 준다는 건 둘 중 하나였다. 정말 중현 말대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아이 안전까지도 계산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핸드폰 안의 흔적을 이미 전부 치워 버렸거나.어느 쪽이든 더 들여다볼 이유는 없었다.“됐어.”강솔은 핸드폰을 중현 쪽으로 던지듯 돌려주고, 감정을 누르지 못한 채 침대 위로 올라갔다.강솔은 침대 바깥쪽에 바짝 몸을 붙이고 누웠다. 몸을 한 번만 뒤척여도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자리였다.중현은 핸드폰을 제자리에 두고 이불을 걷어 침대에 올랐다.침대가 살짝 흔들린 걸 느끼자, 강솔은 본능적으로 더 가장자리로 몸을 옮겼다. 도망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중현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지도 않았다. 강솔이 할 수 있는 저항은 이런 식이 전부였다.“내가 차지하는 자리가 네가 생각하는 만큼 넓진 않아.”중현은 한 손으로 강솔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중현 몸에서 번지는 온기가 강솔을 감싸 안았다.“그렇게 구석까지 붙을 필요 없어.”강솔은 몸을 빼려 했다. 그런데 등 뒤에 닿아 있는 몸이 점점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뚜렷한 반응이 강솔 몸에 닿았다.강솔은 생각할 틈도 없이 힘을 줘서 중현 품에서 빠져나가려 했다. 오늘 밤 있었던 일이 진짜든 아니든, 강솔은 중현과 그런 일을 할 수 없었다.“움직이지 마.”중현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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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아침 8시를 조금 넘긴 때, 강솔과 중현은 이미 공항에 도착해 있었다.중현이 미리 준비해 둔 전용기에 오르기도 전에 강솔의 핸드폰에 백지연이 보낸 메시지가 들어왔다.[회사에 강솔 씨랑 하 대표님 얘기가 돌고 있는데, 내가 좀 도와줄까?]그 문장을 보는 동안, 강솔의 기분은 조금 나아졌다.강솔은 옆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는 중현을 한번 보고 짧게 답했다.[아니에요. 괜찮아요. 고마워요, 언니.]이 일은 중현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 백지연이 다른 사람들 입을 막아 준다고 해도, 중현 성격상 강솔이 화인게임즈로 돌아간 뒤에는 둘 관계를 숨길 생각이 없을 게 분명했다.그렇게 되면, 그때 가서 무슨 수를 써도 소용없었다.차라리 흘러가는 대로 두는 편이 나았다. 어떻게 되든, 이제는 그냥 그렇게 둘 생각이었다.“내가 당신과의 관계 공개한 거 때문에 화났어?”중현은 키가 커서 눈만 내리면 강솔 핸드폰 화면도 자연스럽게 들어왔다.“그건 당신 자유잖아.”강솔은 어제처럼 분노를 터뜨리지 않았다. 대신 차갑고 멀었다.“내가 간섭할 권리도 없고, 간섭할 수도 없고.”중현은 강솔이 홧김에 하는 말이라는 걸 알았다.하지만 이번에는 강솔의 화를 쉽게 풀어줄 수 없었다.중현이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 날마다 변함없이 강솔을 챙기고, 시간을 들여 강솔 마음에 남은 상처를 조금씩 덜어 내는 것.강솔과 중현이 J시에 도착해 지안을 본 건 열한 시가 조금 넘은 뒤였다. 강솔이 돌아온 걸 보자마자 지안은 바람처럼 튀어나왔다. 기쁜 목소리가 먼저 터졌다.“엄마!”강솔은 달려오는 지안을 그대로 받아 안았다.둘은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몸은 이제 괜찮아? 불편한 데 없어?”강솔은 지안을 위아래로 살피며 물었다. 정말로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겁이 났다.“없어.”지안이 웃을 때마다 달콤한 기운이 묻어났다. 동그란 눈도 여전히 사랑스러웠다.“어젯밤에 엄마랑 전화하고 나서 완전 다 괜찮아졌어. 지금 나는 엄마의 완전 건강한 아들이야!”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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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응?”강솔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 말 때문에 의심이 조금 피어올랐다.“어젯밤에 아빠가 나한테 전화했을 때, 엄마 화나게 했다고 했어.”지안은 작은 머리를 굴리며 어젯밤 일을 하나씩 떠올렸다.“그게 엄마 화난 이유야?”“아니야.”강솔은 지안에게 그 일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아빠가 자기 목숨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사실은 어느 아이에게나 큰 상처가 된다. 강솔은 지안이 그런 걸 모르고, 건강하고 밝게 자라게 하고 싶었다.지안은 시선을 중현에게 옮겼다. 고집스럽게 답을 듣겠다는 눈빛이었다.중현은 손을 들어 지안 이마를 가볍게 튕겼다.“우리 아들 그렇게까지 내가 네 엄마랑 화해하는 꼴 보기 싫어?”“분명 아빠가 무슨 수 써서 엄마 다시 돌아오게 한 거잖아.”지안은 두 사람이 출장 한 번 다녀왔다고 갑자기 다시 잘 지내게 됐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아빠가 술수 좀 쓴다고 네 엄마가 돌아올 사람이었으면, 네 엄마가 애초에 떠날 기회나 있었겠어?”중현 목소리는 낮고 느렸다.“캐리어 이리 주고, 손 씻고 밥 먹으러 가.”지안은 여전히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그래도 강솔까지 여기서 지내겠다고 말한 이상, 어른들의 사정을 지안이 몇 마디 말로 짐작할 수는 없었다.식사 시간 내내 강솔은 영혼이 빠진 사람처럼 조용했다. 마치 앞서 있었던 일들이 전부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도 없어 보였다.“엄마는 이따가 병원 가서 외할머니 뵙고 올 거야.”밥을 다 먹은 뒤 강솔이 지안에게 말했다.“지안이는 집에서 책 볼래, 아니면 엄마랑 같이 갈래?”“같이 갈래.”지안은 강솔 곁에 딱 달라붙었고, 강솔은 거절하지 않았다.중현에게 이 얘기를 꺼내려던 참이었는데, 중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최 집사한테 차 준비해 두라고 할게. 차 키는 다 원래 자리에 있으니까, 네가 운전하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써.”“알겠어.”강솔은 지안 앞에서만큼은 중현에게 날을 세우지 않으려고 애썼다.“오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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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그때, 강인호는 화를 낼 틈도 없었다.임풍과 임훈이 강인호를 그대로 차 안으로 밀어 넣어 버렸다.강인호가 입을 떼기도 전에 두 사람 입에서 말이 쏟아졌다.“강 대표님, 움직이지 마십시오. 저희는 하 회장님 사람입니다.”“하 회장님께서 강 대표님께 화를 내신 건, 우리 하중현 대표님 눈에 수상한 낌새가 들어가지 않게 하려는 뜻이었습니다.”“지금부터는 강 대표님을 다른 곳으로 모셔서 당분간 몸을 숨기게 해 드릴 예정입니다.”“하중현 대표님 쪽 사람이 강 대표님을 찾아내지 못하게 하려면, 당분간 핸드폰은 꺼 두시는 게 좋습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그쪽에는 드실 것, 지내실 것 전부 마련돼 있습니다. 생활 불편은 없으실 겁니다.”마지막 질문은 임훈이 했다.“혹시 다른 의견 있으십니까?”강인호는 머릿속으로 빠르게 훑어본 뒤, 곧바로 믿어 버렸다.“없어. 가자.”임풍이 바로 답했다.“알겠습니다.”...지금 그때 일을 떠올릴수록 강인호 속은 더 뒤집혔다. 이 모든 게 중현이 짜 놓은 판이었다니, 강인호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중현은 발걸음을 옮겨 의자 쪽으로 갔다.임풍은 재빨리 소독용 알코올을 꺼내 의자를 닦았다. 물기 하나 남지 않게 마무리한 뒤에야 옆으로 물러서서 문지기처럼 자리를 지켰다.“전에 내가 한 말... 장인께서 마음에 새겨 두진 않은 모양이네.”중현은 의자에 앉았다. 말투는 느긋했지만, 짓누르는 기세는 더 짙었다.“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네. 좀 뜯어고쳐야겠어.”“나는 자네 장인이야!”강인호는 다급하게 그 신분을 들이밀었다.“나한테 이래 놓고, 남들 입에 오르내릴 생각은 안 해 봤어?”중현이 가장 신경 쓰지 않는 게 남 입이었다. 더구나 중현에게는 되물을 말도 있었다.“정말 내 장인이 맞아?”강인호는 바로 뜻을 알아듣지 못했다.“무슨 소리야?”“장인어른이랑 장모님 사이 일, 나도 좀 조사해 봤어.”중현은 굳이 숨기지 않았다.“당신이랑 우리 솔이 유전자 샘플로 DNA 검사도 해 봤고.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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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임풍은 바로 대답했다.“알겠습니다.”임훈이 물었다.“보스, 본가로 가십니까, 병원으로 가십니까?”“병원.”중현은 짧게 답했다.강정숙이 깨어났다면, 중현이 아무리 압박해온다 해도 강솔은 높은 확률로 빠져나갈 방법을 찾으려 들 것이다. 강솔은 성격상 중현의 압박에 오래 눌려 있지 않을 것이다.그때 강솔과 지안은 이미 병원에 도착한 뒤였다.강솔과 지안이 병실에 들어섰을 때, 소담도 안에 있었다.강솔이 돌아온 걸 본 소담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왜 벌써 왔어?! 이틀은 더 걸린다며?”“거기 일은 거의 마무리돼서 먼저 왔어.”강솔은 지안 손을 잡은 채 안으로 들어갔다. 시선은 먼저 병상 위를 향했다. 강솔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우리 엄마... 진짜 깼던 거 맞아?”“응!”소담은 바로 대답했다.강솔은 병상 앞으로 다가갔다. 강정숙은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엄마가 뭐라고 한 건 없어?”“말은 거의 못 했어. 그냥 눈으로 주위를 좀 둘러본 정도?”소담은 그때 상황을 떠올리며 설명했다.“내가 주승현 선생님께도 물어봤거든. 원래 그런 건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하셨고, 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도 하셨어.”강솔은 가슴이 조금 조이는 걸 느꼈다.이런 시점에 엄마가 깨어날 줄은 몰랐다. 바닥까지 무너졌던 마음에 그나마 붙잡을 수 있는 위안 하나가 생긴 기분이었다.“솔아.”소담은 병실에 들어온 뒤부터 강솔 표정에 큰 변화가 없다는 걸 계속 보고 있었다. 소담 직감으로는 분명 자기가 모르는 일이 생긴 게 틀림없었다.강솔이 눈을 들었다.“응?”“무슨 일 있어?”강솔은 대충 둘러댔다.“엄마가 언제쯤 완전히 깰까 그 생각하고 있었어.”“아닌데...”소담은 강솔 앞으로 걸어왔다. 병상 반대편에 있는 지안을 힐끗 보고 나서 목소리를 낮춰 강솔 귀에 대고 말했다.“너 이 표정, 딱 무슨 일 터졌을 때 나오는 거야. 무슨 일 있었어.”강솔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눈만 동그랗게 떴다.소담이 강솔 옆구리를 콕 찔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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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그때 그 자리에 계신 주 선생님과 다른 분들이 그럴 리 없다는 건 알아요.”강솔은 진심으로 말했다.“환자한테 처치가 필요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호자한테 연락하려고 하시잖아요. 저는 어젯밤에 왜 아무도 저한테 연락하지 않았는지 그게 알고 싶어요.”매뉴얼대로라면 병원 쪽에 강솔 연락처가 있었고, 강솔이 지안과 어떤 관계인지도 알고 있었다. 중현이 처치를 막았다고 해도, 누군가는 강솔에게 연락해야 했다.그런데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그 자체가 너무 뚜렷한 빈틈이었다.“하 대표님 말씀을 거스를 사람이 없습니다.”주승현은 말을 바꿔 답했다.“병원도 하 대표님 것이고, 저희는 전부 하 대표님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니까요.”“알겠습니다.”강솔은 더 묻지 않았다. 여기서 더 파고들어 봐야 원하는 답은 나오지 않을 거라는 걸 강솔도 알고 있었다.강솔은 몸을 돌려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가슴 안쪽에는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문 앞까지 갔을 때였다.주승현이 갑자기 강솔을 불렀다.“사모님.”강솔이 뒤를 돌아봤다.주승현이 말했다.“하 대표님은 좋은 분입니다. 겉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렵고 화가 날 만한 일도 있을 수 있지만, 마음만큼은 좋은 분이십니다.”“아이 목숨이 위태로운데도 손 놓고 있게 한 사람을... 저는 좋다고 볼 수가 없네요.”강솔은 그렇게 말한 뒤 그대로 자리를 떴다.이어서 병실로 돌아가 소담과 지안에게 한마디하고 두 사람과 함께 병원을 나섰다.강솔은 소담과 밤에 어디서 볼지 물어보려던 참이었다.그런데 중현의 차가 갑자기 눈앞에 멈춰 섰다.“장모님 뵙고 왔어?”중현은 차 문을 열고 내린 뒤 강솔 앞까지 와서 물었다.“응.”강솔 대답은 담담했다.중현은 강솔 손을 잡았다.“가자. 집에 가자.”강솔은 움직이지 않았다.중현은 여전히 차분했다. 말투는 부드러웠고, 태도에는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기품이 배어 있었다.“왜 그래?”“소담이랑 얘기할 게 좀 있어. 좀 늦게 들어갈게.”강솔은 바람도 좀 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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