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지안이 중현을 불렀다.중현은 전화를 끊지 않았다. 멀쩡한 지안에게는 확실히 한결 느슨해진 태도였다.“무슨 말이든 내일 돌아가면 만나서 해. 나랑 네 엄마, 아침 첫 비행기 타.”그 말을 던진 뒤 중현은 지안 쪽 반응이 어떻든 아랑곳하지 않고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었다.중현은 곧바로 강솔이 있는 방문을 두드리러 가지 않았다. 핸드폰을 내려다본 채 일 분을 가만히 기다렸다. 1분이 지나도 지안에게서 아무 메시지도 오지 않자, 지안이 자기 말을 그대로 믿었다는 걸 알았다.중현은 핸드폰을 챙겨 들고 강솔이 들어간 방으로 향했다.똑똑-두 번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강솔은 문을 열지 않았다.강솔은 그때 통유리창 앞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들, 쉴 새 없이 오가는 차들. 강솔의 마음속에는 말로 다 꺼내기 힘든 답답함이 퍼지고 있었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막막함도 함께 번지고 있었다.철컥-문이 열리며 중현이 안으로 들어왔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강솔에게 닿았다.“왜 문 안 열어.”“내가 문을 열든 말든, 당신은 어차피 들어올 수 있잖아.”강솔 목소리에는 아무 물결도 없었다. 시선은 여전히 창밖에 머물러 있었다.중현은 성큼 다가와 강솔 뒤에 섰다. 두 팔로 강솔 허리를 감아 안고, 강솔 등에 자기 가슴을 붙였다.“화내면 네 몸만 상해. 남이 잘못한 걸로 너 자신을 벌하지 마.”강솔 눈밑으로 비웃음이 스쳤다.좋은 말도, 나쁜 말도 다 중현 입에서 나왔다.“J시 돌아가면 네가 나한테 어떻게 벌 주든 다 받을게.”중현은 커다란 손으로 강솔 손을 감쌌다.“지금은 일단 씻고 자.”강솔은 중현 말을 한 글자도 믿지 않았다.입으로는 무슨 벌이든 받겠다면서, 막상 같은 방에서 자지 말라고 하거나 자기한테서 멀리 떨어지라고 하면 틀림없이 핑계를 댈 게 뻔했다. 부부 사이를 해치는 벌은 안 된다느니, 그런 식으로 빠져나갈 게 눈에 보였다.지금은 그럴듯하게 말해도, 정말 뭘 말하면 변명은 마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