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Chapter 331 - Chapter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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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화

강솔이 눈을 깜빡였다.‘미정 이모가 이렇게까지 겁먹는 사람이었나?’“내가 나가서 여 회장이랑 얘기 좀 해볼게. 네 엄마한테 미련 같은 거 아예 접으라고 확실히 못 박으면 되잖아.” 허미정은 얼른 말을 덧붙였다. “먼저 들어가.”“네.” 강솔이 순순히 답했다....몇 분 뒤.허미정과 여윤재는 병실 밖 복도로 나왔다.허미정은 여윤재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치밀었지만, 여윤재가 제법 험악한 데다 강솔 앞에서 말을 너무 많이 하게 두고 싶지 않아 마지못해 물러선 상태였다.“무슨 말이든 빨리 해.”“강솔이... 나와 정숙이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인가?”여윤재는 그렇게 묻는 내내 허미정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여윤재에게서 풍기는 기세는 사람을 짓누를 만큼 거셌다.“헛물켜지 마.” 허미정은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쏘아붙였다. 허미정 안에 남아 있는 건 여윤재를 향한 짙은 혐오와 거부감뿐이었다. “예전에 네가 정숙이한테 병원 가서 아이 지우라고 했던 일은 벌써 잊었어? 정숙이는 그때 수술대에서 죽을 뻔했어.”여윤재의 옆으로 늘어진 손이 미세하게 굳었다.지나간 일들이 한꺼번에 밀려오자 여윤재의 정신도 잠깐 흐트러졌다.“정숙이는 널 보고 싶어 하지 않아.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래.” 허미정은 대놓고 쫓아내듯 말했다. “정숙이가 겨우 깨어났는데 너 때문에 또 쓰러지는 꼴 보고 싶으면 계속 와 봐.”“강솔은 나를 많이 닮았어.” 여윤재가 다시 입을 열었다.허미정은 욕을 내뱉을 때도 조금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나도 네 아버지랑 닮았거든? 그럼 나를 아버지라고 불러 볼래?”여윤재의 눈매가 차갑게 가라앉았다.허미정은 마른침을 삼켰다. 괜히 등줄기가 서늘해졌다.“나는 지금 강솔과 내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고 있어.” 여윤재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화를 내지 않았지만 오래 가라앉아 있는 사람 특유의 젠틀함이 배어 있었다. “강솔이 내 딸인지 아닌지는 곧 알게 될 거니까.”“그럼 기다려 보던가.”허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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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먼저 날 보자고 부른 건 자네 아니야?”허미정은 한동안 중현이 자기에게 높임말을 쓰는 걸 싫어한다고 바로잡지 못했다.“장모님 일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중현이 얇은 입술을 열었다. 중현에게선 차분함 속에 약간의 느슨한 기색이 배어 있었다. “말씀해 주실 생각이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허미정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어째 다들 정숙이만 노리고 달려드냐.’몇 번이고 생각해 본 끝에 허미정이 물었다.“뭘 알고 있는데?”중현의 눈빛은 속을 헤아리기 어려웠다. 레미가 돌아온 뒤로 늘어져서 일을 대충 넘기던 모습이 떠오르자, 중현의 머릿속에 한 가지 짐작이 자리 잡았다.“장모님은 굉장한 해커였고, 젊었을 때 어린아이 하나를 제자로 들였던 것 같습니다.”허미정은 눈을 크게 떴다.‘이 정도까지 뒤졌다고?’“그 정도까지 알아냈으면, 나머지는 내가 말 안 해도 자네가 다 찾을 수 있겠네.” 허미정은 중현도 함정 파는 인간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게 함정이라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찾을 수는 있습니다.” 중현이 느긋하게 말했다. “그런데 장모님께서 이 일을 이렇게까지 깊이 숨기신 걸 보면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으신 것 같아서요.”“허 여사님을 찾은 건 더 조사해도 되는지 여쭤보려는 뜻이 컸습니다. 장모님이 해커였다는 사실도 저는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임훈은 입을 다문 채 가만히 있었다.‘보스는 진짜 세상에서 제일 큰 사기꾼인 것 같아!’허미정은 거듭 생각한 끝에 답했다.“그럼 네 장모도 곧 깨어날 거야. 그때 자네가 직접 물어봐.”“그럼 이건요?” 중현은 유전자 검사 결과 보고서 한 부를 꺼내 허미정에게 내밀었다. 중현은 쉬지 않고 떠보는 중이었다. “제 아내에게 알려줘야 할까요?”허미정이 미간을 좁혔다.“뭐?”허미정은 의아한 표정으로 서류를 받아 들었다. 종이 위 내용을 확인한 뒤, 허미정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강인호 대표가 제 아내를 대하는 태도가 지나쳤고, 여윤재 회장과 제 아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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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보스.”임훈이 중현의 옆을 따라가며 말했다.“뭐라도 좀 사 가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빈손으로 사과하러 가면 아무도 용서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입 다물어.”중현이 잘라 말했다.임훈은 알아서 입을 다물었다.병실 앞에 도착하자 중현은 임훈에게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혼자 안으로 들어갔다.강솔은 허미정이 돌아온 줄 알고, 문 여는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요? 무슨...”뒤에 이어지려던 말은 중현을 본 뒤 그대로 끊겼다. 조금 전까지 편안하고 자연스럽던 기색은 곧장 멀어졌고, 반기지 않는 차가움이 자리 잡았다.“장모님 상태는 어때?”중현은 뻔뻔하게 다가가며 강정숙의 상태부터 물었다.“괜찮으셔.”강솔이 짧게 답했다.“아침에 아연이가 내 몸에 주스를 쏟았어. 나는 그 냄새도 싫고 끈적거리는 느낌도 싫어서 씻으러 갔어. 핸드폰을 침실에 뒀는데, 아연이가 그 방에 들어갈 줄은 몰랐어.”“당신과 소아연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궁금하지 않아.” 강솔은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눌러가며 중현을 바라봤다. “난 당신이 왜 멋대로 내 일을 그만두게 했는지만 알고 싶어.”“그 사람들은 너를 고용한 게 아니라 이용하려고 했던 거야.” 중현이 설명했다. “네가 그 일을 좋아하면 내가 다른 자리 알아봐 줄 수 있어.”그 말은 불씨처럼 강솔 마음 깊숙한 곳에 닿아 가장 예민한 부분을 건드렸다.강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알아봐 준다고?”중현은 강솔의 감정이 달라졌다는 걸 알아챘다.강솔은 더 화가 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당신은 내 능력으로는 일자리 하나 못 구한다고 생각해? 아니면 내가 당신 없이는 못 산다고 생각해?”“둘 다 아니야.” 중현은 강솔을 똑바로 바라봤다. “나는 그냥 네가 좀 편하게 살았으면 했어.”강솔은 입가까지 올라온 말을 억지로 삼켰다.‘봐... 늘 이런 식이야.’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강솔의 예민한 지점을 건드려 놓고는, 입으로는 다 강솔을 위한 말이라고 했다. 겉으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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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그 말이 떨어진 뒤로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았다. 강솔은 속에 분노를 가득 품은 채 황소처럼 고집스럽게 버티고 있었고, 중현은 깊은 물의 잔잔한 수면처럼 아무 흔들림 없이 강솔을 바라봤다.“난 네가 나를 확실하게 선택해 주길 바랐어.”한참이 지나서야 중현이 입을 열었다. 중현의 표정에는 예전과 다른 무거움이 내려앉아 있었다.“아연이 일로 너한테 미안한 건 맞아. 그래도 나는 최대한 모든 걸 맞춰 보려고 했고, 네 몫까지 보상하려고 했어.”“그만해!”강솔은 한 마디도 더 듣고 싶지 않았다.“우리를 갈라놓을 수 있는 건 우리 둘뿐이야. 다른 사람은 아니야.”중현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내가 아연이를 평생 돌봐야 한다 해도 너를 향한 내 마음은 바뀐 적 없어.”강솔은 시선을 돌린 채 더는 듣지 않고, 다시 묻고 싶었다.‘그깟 약속 하나 지키겠다고 평생을, 거기다 결혼까지 다 걸어야 해?’하지만 지난번 중현의 대답을 떠올리자, 그런 말을 꺼내 봐야 소용없다는 걸 강솔도 알고 있었다. 물어봤자 중현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사람이었다.“당신은 균형 같은 거 못 맞춰. 소아연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한밤중이어도 달려갈 거잖아. 소아연은 그 약속 하나로 당신을 평생 휘두를 수 있어.” 강솔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신은 소아연을 내려놓고 모르는 척할 수 없어.”중현은 말을 멈췄다.그는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끝내 자기 안의 이기적인 생각을 꺼냈다.“우리 마음만 흔들리지 않으면, 아연이가 무슨 짓을 하든 우리한테는 영향을 줄 수 없어.”“난 역겨워.” 강솔은 돌려 말하지 않았다. “소아연이 있는 곳은 그 숨 쉬는 공기조차 역겨워. 소아연이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당신도 모르지 않잖아.”학교에서 강솔을 두고 온갖 더러운 소문을 퍼뜨렸고, 다른 사람들까지 끌어들여 강솔을 집단으로 괴롭혔다.기숙사에서 강솔 편을 들어준 사람들까지 전부 아연의 보복을 당했다.졸업을 앞둔 해에 강솔은 끝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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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미안하다는 말은 필요 없어. 당신이 나랑...”뒤에 이어질 말은 강솔이 끝까지 하지 못했다. 중현이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모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중현이 미안하다고 느끼더라도 강솔에게 죄책감과 빚진 마음을 품고 있더라도, 강솔이 다시 이혼을 입에 올리는 한, 중현은 그날 밤 말했던 대로 결국 그대로 할 사람이었다.“더 말하지 마.”중현이 강솔을 끌어안았다. 가슴 한쪽이 무겁게 짓눌렸다.중현은 아연에게 구조되었던 그 일이 처음으로 원망스러웠다. 아연이 중현을 구하지 않고 그대로 가라앉아 물속에서 죽게 내버려뒀다면, 뒤에 이어진 모든 일은 애초에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강솔 역시 어머니 강정숙 곁에서 행복하고 평온한 삶을 살았을지도 몰랐다.그런데도 중현은 아연을 어쩔 수 없었다.강솔은 중현을 힘껏 밀어냈다. 눈가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가식 떨지 마!”“내가 최대한 잘 맞춰 볼게. 네가 너무 큰 상처를 받지 않게 하겠다는 뜻이야.” 중현은 강솔을 바라봤다. 짙고 검은 눈은 오래된 우물처럼 깊었다. “아연이 일은... 내가 시간 잡아서 다시 얘기해 볼게.”강솔이 원한 건 애초에 그런 게 아니었다.두 사람의 대화는 병실 밖에 서 있던 두 사람 귀에도 하나도 빠짐없이 들어갔다.허미정이 옆에 있는 임훈에게 물었다.“하 대표... 저 정도면 진짜 개쓰레기 아니냐?”임훈은 묘한 표정으로 허미정을 한 번 쳐다봤다.허미정이 되물었다.“왜?”자기가 틀린 말이라도 했나 싶었다.“저는 보스 전담 경호원입니다. 제 앞에서 보스 흉을 보시는 건 조금 그렇지 않겠습니까?” 임훈은 몹시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그래서 지금 자네한테 묻는 거잖아.”허미정이 툭 내뱉었다.임훈은 잠깐 말을 멈췄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허미정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저희 보스가 진짜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겁니다. 보스는 사모님을 정말 많이 사랑하고, 소아연 씨도 돌봐야 하는 상황입니다.”허미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게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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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강솔은 눈을 깜빡였다.“네?”강솔은 조금 궁금해졌다.“엄마는...”“내가 너한테 말해 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나머지는 묻지 마.” 허미정은 더 많은 걸 말하고 싶지 않았다.“네.”강솔은 순순히 답했다.떠날 수만 있다면,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두 사람은 병원에 오래 머물다가 해가 꽤 기운 뒤에야 밖으로 나왔다. 강솔이 병원 정문을 막 나서려던 때, 핸드폰에 시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강솔 씨, 중현이가 좀 취했는데, 이쪽으로 와서 데려갈 수 있어요? 계속 강솔 씨 이름 부르고 있어요.]강솔은 망설이지도 않고 잘라 말했다.“못 갑니다.”임훈이 계속 중현 옆에 붙어 있었다.무슨 일이 생기든 임훈이 알아서 할 일이었다.[지금 상태가 좀 안 좋아서...]시후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강솔이 차갑게 내뱉었다.“저랑 상관없습니다.”강솔은 그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시후는 말문이 막혔다.그는 핸드폰을 한 번 보고, 술 한 방울도 마시지 않은 중현을 다시 쳐다봤다.“네 아내... 마음 단단해지니까 제법 매섭다.”중현이 싸늘한 눈빛을 던졌다.“싸웠냐?” 레미가 눈썹을 살짝 올렸다.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발견한 사람처럼 보였다.“아니.”중현이 짧게 답했다.레미는 바로 결론을 내렸다.“그럼 싸운 거네.”중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레미는 끝까지 흥미롭게 지켜보는 쪽이었다.“이번엔 왜 그랬는데? 또 소아연 때문이야, 아니면 다른 일 때문이야?”“내 얘기 할 시간 있으면 네 스승 강정숙 여사 얘기나 하지 그래.”중현은 화제를 돌리는 데도 거침이 없었다. 목소리는 느긋했다.“꽁꽁 숨겨 놔도 결국 나한테 들켰잖아.”레미가 눈을 가늘게 떴다.“무슨 소리야?”중현은 술잔에 술을 따랐다.“그만 잡아떼. 허미정한테 떠봤더니 입에서 술술 나왔어. 내 장모는 해커였고, 젊을 때 어린애 하나를 제자로 받아 키웠다더라.”“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는데.”레미의 말투는 느슨했다.중현은 더 이상 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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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네가 누구 말도 들을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아니까, 굳이 말릴 생각은 없어.” 레미는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느긋하게 말했다. “다만 한 번은 생각해 봐. 이 일 때문에 강솔이랑 지안이가 너한테서 돌아서고, 다시는 안 돌아오면 그때도 후회 안 할 수 있는지.”중현은 왼손으로 병을 쥐고 술잔에 술을 따랐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중현의 인생에는 후회가 너무 많았다.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남은 후회는 이미 어린 시절에 일어난 일이었다.“난 먼저 간다.” 레미는 손에 들고 있던 음료 잔을 중현과 시후 쪽으로 가볍게 부딪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온 지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스승님한테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렸어.”마시고 나면 가는 거였다.더 할 말도 없었다.시후는 레미에게 남으라는 뜻으로 눈짓을 여러 번 보냈다.레미는 시후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그대로 걸어 나갔다. 미련이라고는 조금도 없어 보였다.“레미 말도 틀린 건 아니야.” 시후는 억지로 입을 열었다. 평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시후는 늘 말을 아꼈다.“네가 이렇게 되는 거, 아무도 바라지 않아. 그 사람도 마찬가지고.”중현이 시후를 한 번 쳐다봤다.시후는 곧장 입을 다물었다.중현은 계속 꺼져 있던 핸드폰을 내려다보다가 말했다. “내 와이프한테 다시 전화해. 내가 완전히 정신 못 차리고 있다고 해.”시후는 바로 뜻을 알아들었다. “알았어.”“임훈도 맞춰서 연기하게 해.”시후는 잠깐 말문이 막혔지만 이내 답했다. “그래.”중현은 일이 마음대로 안 풀릴까 봐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강솔을 데려다준 기사에게도 메시지를 보냈다.강솔이 전화를 받았을 때는 막 ‘소프트 가든’에 도착한 뒤였다. 아직 차에서 내리기 전이었다.“강솔 씨, 중현이 좀 데리러 와 주시면 안 될까요?”시후는 용건부터 꺼냈다. 목소리에는 난처함이 묻어 있었다. “임훈도 같이 있는데, 중현이 안 가겠다고 하면서... 여기서 계속 강솔 씨만 찾고 있어요.”시후 말이 이어지는 사이에 저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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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강솔은 빠르게 안방으로 향했다.침구는 이미 가사도우미가 몇 번이나 갈아 놓은 뒤였다. 그 서류가 버려졌는지, 아니면 중현 손에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강솔이 안방에 들어갔을 때 가사도우미는 막 침구를 벗겨 세탁하려던 참이었다. 가사도우미는 강솔을 보자 종이뭉치 하나를 내밀었다.“이 서류요, 대표님께서 베개 밑에 며칠째 두고 계셨는데, 깜빡하신 건지 어떤 건지 저는 감히 여쭤보지도 못했습니다.”강솔이 받아 들었다.바로 어머니 강정숙이 강솔에게 건네준 그 재산 이전 서류였다.“이건 제가 전에 넣어 둔 거예요.”강솔은 숨기지 않았다. 지금 보니 중현은 베개 밑까지 확인하지 않았고, 가사도우미는 침구를 갈 때마다 있던 물건을 다시 제자리에 두어 왔다. 그래서 이 서류도 한동안 누구 눈에 띄지 않았던 모양이었다.“그렇다면 다행이네요.”가사도우미가 안도의 숨을 내쉬듯 말했다.강솔은 서류를 잘 챙기며 말했다.“감사합니다.”“강솔 씨, 아... 아닙니다. 사모님.”가사도우미는 입에 붙은 호칭이 먼저 튀어나오자 황급히 말을 고쳐 불렀다. ‘강솔 씨’라고 부르던 습관이 막 됐는데, 중현과 강솔도 결국 이혼하지 못한 상태라 호칭을 바꾸려 하면 자꾸 입이 꼬였다.강솔은 잠시 멈칫했다.사람들 호칭이 달라진 걸 떠올리자, 이 역시 중현이 바꾸라고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원래 제가 대표님과 사모님 사이 일에 끼어들 입장은 아닙니다만...”가사도우미는 사오십 대쯤 되어 보였고, 말을 잇지 못한 채 복잡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래도 사모님과 대표님 사이를 저희도 지켜봐 왔습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저희 모두 두 분이 끝까지 함께하셨으면 좋겠습니다.”강솔은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무슨 말씀인지 알아요.”가사도우미는 입술을 달싹였지만, 더 많은 말을 보태지는 않았다. 침대 시트와 이불 커버를 모두 갈아 끼운 뒤, 벗겨 낸 침구를 안고 방을 나갔다.강솔은 서류를 자기 여행가방 안에 넣었다. 그리고 뭔가라도 해 보려다가, 지금의 강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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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모든 권한이요?”강솔이 태블릿을 받아 들며 물었다.최 집사는 늘 그렇듯 반듯한 미소를 띤 채 답했다.“네, 맞습니다.”강솔은 손가락으로 화면을 몇 번 눌렀다. 화면에는 강솔 이름 말고도 몇 사람이 더 올라가 있었다. 중현, 아연, 최 집사, 이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포함돼 있었다. 다만 대부분은 대문 출입 권한만 갖고 있었다.강솔은 손끝으로 화면을 밀어 중현의 탭을 눌렀다. 한참 찾아봐도 삭제 버튼은 보이지 않았다.“대표님께서 사모님은 자신을 내보낼까 봐, 본인을 두 번째 집주인으로 설정해 두셨습니다. 대표님을 제외한 다른 분들은 사모님께서 모두 삭제하실 수 있습니다.” 최 집사가 곧바로 설명했다. 자기 보스의 기막힌 예측력에 새삼 감탄하는 눈치였다.강솔은 말없이 태블릿을 내려다봤다.‘역시 그 사람답네.’“집사님, 중현이 이곳은 제 것이라고 했어요.” 아연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바로 받아쳤다. 예전에는 필요 없다고 밀어냈던 집이었지만, 그렇다고 강솔 손에 넘어가는 꼴까지 보고 싶지는 않았다. “왜 솔이한테 주는 건데요?”“그건 대표님께 직접 여쭤보셔야 합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일개 집사일 뿐입니다.” 최 집사의 말투는 정중했지만 선은 분명했다.강솔은 곧장 아연 이름이 적힌 항목을 눌렀다.망설임은 없었다.삭제 버튼을 누르자 ‘소프트 가든’ 바깥 대문 출입 권한부터 별채와 본채의 개폐 권한까지 전부 지워졌다.이제부터는 누가 문을 열어 주지 않는 이상, 아연이 ‘소프트 가든’ 바깥 대문 앞에서 확성기를 들고 소리를 질러도 강솔의 귀에까지는 닿지 않을 터였다.“집사님, 소아연 씨 내보내세요.”강솔은 태블릿을 다시 최 집사에게 건넸다. 더는 아연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앞으로도 오늘처럼 문 앞에서 시끄럽게 굴면, 경호원 시켜서 밖으로 내보내세요.”최 집사는 아주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답했다.“알겠습니다.”강솔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아연 쪽은 다시 보지도 않았다.아연은 강솔이 저렇게 높은 데서 내려다보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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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지금 내보내 드릴까요?”최 집사가 알맞은 때를 골라 물었다.강솔이 입을 열기 전에 아연이 먼저 중현을 향해 말했다.“이제 날 돌보는 건 필요 없어. 조건 바꿀래.”아연은 일부러 그러는 거였다.“아무 대비도 하지 말고, 나랑 하룻밤만 보내.”최 집사는 눈을 크게 떴다.강솔 뒤에 서 있던 임풍도 얼어붙었다.중현 옆에 있던 임훈도 마찬가지였다.강솔의 시선이 중현에게 닿았다.약속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던 중현이 이번에는 어떻게 나올지 강솔도 궁금했다. 여기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동안 중현이 해 온 모든 행동이 우스워지는 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이번 한 번으로 끝이야. 이 뒤로는 우리 사이 완전히 끝내. 서로 건드리지도 말고 간섭하지도 말자.”아연은 무리수라는 걸 알면서도 밀어붙였다.아연은 원래 임신이 잘되는 체질이었다. 요즘은 배란기까지 겹쳐 있었다. 한 번으로도 될 가능성이 컸다.무엇보다 미리 서로 간섭하지 않기로 정해 두기만 하면, 설령 아연이 임신하더라도 중현은 약속을 중하게 여기는 성격이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이를 지우게 만들지는 못할 거라고 아연은 계산하고 있었다.아연은 아이가 태어난 뒤 양육비까지 요구할 생각이었다.법원은 서로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는 약속까지 챙겨 주지 않는다.아연이 중현의 은인을 사칭한 일 역시 당장 들통나지는 않을 가능성이 컸다. 나중에라도 밝혀질 무렵이면 아이가 이미 생긴 뒤일 테고, 그때는 중현도 아이를 생각해서 함부로 아연에게 손대지는 못할 거라고 아연은 믿었다.“어때?”아연이 재촉하듯 물었다.“내가 너한테 했던 약속은, 너를 제대로 돌보고 평생 지켜 주겠다는 거였어.” 중현은 하나하나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내 몸까지 내놓겠다는 뜻은 아니야.”아연은 속에서 천불이 났다.받아치고 싶었지만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예전에 몸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자신을 더 챙기겠다고 했던 시기에도, 중현은 아연과 선을 넘은 적이 없었다.하물며 지금은 더 말할 것도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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