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Chapter 321 - Chapter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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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1화

“네가 아빠를 그런 사람으로 단정해 놓은 이상, 아빠가 무슨 말을 해도 넌 안 믿겠지.”중현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답했다.“그러니 아빠가 굳이 대답할 필요도 없고.”“믿을지 말지는 내 몫이잖아.”지안은 끝까지 답을 원했다.“말할지 말지는 아빠의 마음이고.”“아빠의 마음은 이미 다 네 엄마한테 줬어.”지안은 입을 다물었다. 더는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다....지안이 중현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고 있을 때, 소담도 강솔에게 같은 결의 질문을 하고 있었다.“너랑 하중현은 지금 뭐야? 걔가 왜 아직도 네 손을 잡아?”무엇보다 더 이상한 건, 강솔이 그 손을 바로 뿌리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이혼 안 해 주겠대.”강솔은 창문 밖에서 밀려드는 바람을 맞으며 말했다.“그건 예전부터 그랬잖아.”소담은 그 일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되물었다.“H시 가서 또 그 얘기 나온 거야?”강솔 마음속에서 눌러 두고 있던 감정이 다시 일렁였다.“응.”“무슨 얘기까지 갔는데?”강솔은 입을 열었다가 멈췄다. 소담이 앞을 보며 액셀을 밟는 걸 보고, 입가까지 올라온 말을 도로 삼켰다.“네 집에 가서 말할게.”“야, 그 말은 내 운전 못 믿겠다는 뜻이잖아.”소담은 강솔 말에 숨은 의미를 금세 알아차렸다.“네 운전 못 믿는 게 아니라 이번 일은 진짜 상상 밖이야.”강솔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앉았다. 마음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네가 들으면 욕하면서 엑셀 밟아댈걸.”소담은 눈을 크게 떴다.“뭐?”‘이것보다 더 엎어질 일이 또 있다고?’‘하중현이 밖에서 여자를 만나는 사실보다 더한 일이라도 있어?’“나 오래 살고 싶어.”강솔이 힘없이 덧붙였다.소담은 어이없다는 듯 욕을 한마디 던졌다.“야, 됐거든.”30분이 조금 넘어서야 차는 소담 집 앞에 멈췄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소담은 신발을 갈아 신으며 바로 캐물었다.“이제 말해도 되지? 얼마나 뒤집어질 일인지 들어 보자.”강솔은 그대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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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소담이라면 백 퍼센트 그렇게 했을 것이다.누가 소담의 기분을 망쳐 놓으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소담은 꼭 같은 방식으로 되돌려줬다.그런 억울함을 꾹 참고 넘기는 성격이 아니었다.하지만 강솔의 표정을 보고 있으니 그 마음을 잘 알 수 있었다.강솔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강솔은 늘 이런 일에 대해 자기만의 기준이 있었다. 그 기준 안에서는, 강솔 스스로 그런 선택을 하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네 말이 좀 일리가 있어.”강솔이 입을 열었다.소담은 눈을 크게 떴다.“뭐?”귀신이라도 본 사람 같은 표정이었다.“그냥 얘기하고 술 마시는 건 불법 아니잖아.”강솔은 아주 진지하게 그 문제를 따져 보고 있었다.“잘생기고 말도 잘하는 사람 있는 데가 어디인지 알아?”소담 머리 위로 물음표가 줄줄이 떠오르는 기분이었다.“너 진심이야?”강솔은 고개를 끄덕였다.“응.”중현이 강솔을 곁에 두려는 이유는 결국 하나였다. 아직 질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중현은 예전부터 강솔이 다른 남자와 가까워지는 걸 몹시 싫어했다. 예전에 연회장에서 모르는 남자와 두 마디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날 집에 돌아가서는 중현이 강솔을 끌어안고 입 맞추며 질투 난다고 했다. 그런데 여러 명이랑 마주 앉아 웃고 떠들면, 중현은 틀림없이 더 크게 화를 낼 것이다.소담은 손을 뻗어 강솔 이마를 짚으며 열이 있나 확인했다. 이어 강솔의 표정을 다시 찬찬히 살폈다.아픈 것도 아니었다.홧김에 내뱉는 말도 아니었다.“없어?”강솔이 되물었다.“있긴 있지.”소담은 강솔 취향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소담이 어디 놀러 갈 때도 강솔을 데려가는 일은 드물었다.“너 원래 이런 데 안 좋아했잖아.”“그건 예전이고, 지금은 좋아졌어.”강솔은 중현과 완전히 끝장내야 했다. 그래야만 중현이 손을 놓을 거라고 생각했다.예전에는, 강솔이 먼저 중현을 차 버리는 그림을 떠올렸다.지금은 달랐다.어떻게든 벗어날 수만 있다면, 중현이 질려서 놓든 강솔이 먼저 포기하든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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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네, 알겠습니다.”임훈은 곧바로 답했다.중현은 기사도 부르지 않고 직접 차를 몰고 나갔다.그 시각 강솔은 여전히 옆에 앉은 남자들 입에서 쏟아지는 달콤한 말들을 듣고 있었다.눈앞에서 입술이 오르내리고 있었지만, 강솔 귀에는 아무 말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오가는 사람들은 누가 빠르게 돌린 화면처럼 분주하게 스쳐 지나갔다. 문득, 강솔은 자기가 지금 어디에 앉아 있는지도 선명하게 느껴지지 않았다.“사모님.”임훈이 때맞춰 나타나 작게 불렀다.강솔은 그제야 정신을 돌렸다. 임훈을 알아본 뒤에도 눈빛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무슨 일이세요?”임훈은 강솔 앞에 줄지어 앉아 자기를 쳐다보는 젊은 남자들을 한번 훑어봤다. 잠깐 망설인 끝에 결국 입을 열었다.“보스께서 여기로 오고 계십니다.”강솔은 잠시 멈췄다.곧 마음속으로 올라오던 감정을 눌러 버린 뒤, 지나치게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래서요?”“조금 화가 나신 것 같습니다.”“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죠?”강솔이 그렇게 말하자, 맞은편에 앉아 있던 반듯한 이목구비의 젊은 남자들은 단숨에 기세가 붙었다. 늑대 같으면서도 강아지 같은 귀여운 모습이 섞인 얼굴들에서 거침없는 말들이 쏟아졌다.“누님 기분 안 좋아 보여서 저희가 말동무 좀 해 드리는 것뿐인데, 형 되게 쪼잔하게 구네요?”“형님은 누님 안 달래 주면서, 저희가 달래는 것도 안 되나 봐요?”“저한테 누님 같은 여자친구 있으면 진짜 하늘 떠받들 듯 잘해 줄 텐데요. 어떻게 누님을 속상하게 해요.”“누님, 나중에 힘든 일 있으면 저 불러요. 제가 누님 마음 다 받아드릴게요.”“...”임훈은 어이없어졌다.‘요즘 어린애들은 원래 이렇게 겁이 없나.’강솔은 그런 말들이 여전히 낯설고 불편했지만,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임훈에게 말했다.“들으셨죠?”“네, 들었습니다.”임훈은 곧장 물러났다.‘사모님 쪽은 별일 없을 거야.’‘고작해야 보스 손에 붙잡혀 방 안에 갇히는 정도일 거야.’‘하지만,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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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중현이 얇은 입술을 열었다.“그래?”임훈이 바로 답했다.“예.”맞은편에 앉아 있던 젊은 남자들은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대표님, 아까는 누님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 그냥 좀 기분 맞춰 드리려고 한 말이에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임훈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줄줄이 떠올랐다.‘조금 전까지는 형님이라더니... 이제는 갑자기 대표님이라고 부르고...’“신경 안 써. 계속 기분 맞춰 줘.”중현은 강솔 손을 끌어와 제 손안에 넣은 후, 낮고 듣기 좋은 목소리가 느리게 흘렀다.“요즘 내 아내 기분이 썩 좋지 않거든.”젊은 남자들은 본능처럼 강솔 쪽을 바라봤다. 진짜 그래도 되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는 표정이었다.임훈은 도무지 머리가 따라가지 않았다.“보스, 다른 남자들이 사모님의 기분 풀어주게 두시는 거, 그거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중현은 서두르지 않고 답했다.“이상할 거 없어. 내 아내 기분이 안 좋으면, 돈 좀 써서라도 기분 풀리게 해 주는 게 낫지. 난 그 정도는 얼마든지 해.”강솔도, 젊은 남자들도, 임훈도 전부 말이 없어졌다.한마디로 사람들을 모조리 입 다물게 만들어 버렸다.“나도 이런 친구들한테 사람 기분 맞춰 주는 법 좀 배워 보려고.”중현은 그렇게 말하며 강솔을 바라봤다. 짙고 깊은 눈빛은 한순간도 흔들리지 않았다. 따뜻한 손이 강솔 손바닥을 천천히 문질렀다.젊은 남자들은 속으로 진땀을 흘렸다.중현은 감히 정면으로 시선도 못 맞추는 사람들을 한번 둘러봤다.“왜? 계속 안 해?”“당신이 여기 있는데, 저 애들이 어떻게 계속해.”강솔은 중현 속내를 알 수 없었다.“세상 사람들이 다 누구처럼 낯이 두꺼운 줄 알아?”“그럼 내가 옆으로 갈게.”중현은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강솔의 뒷머리를 손으로 살짝 쓸어 주었다.“하고 싶은 얘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마시고 싶으면 마셔도 되고. 난 계속 여기 있을게.”그 말은 잔잔하던 강솔 마음 한가운데로 떨어진 물방울 하나같았다.고요하던 마음이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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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강 비서는 머릿속에 물음표만 떠올렸다.그 직후, 중현 메시지가 하나 더 들어왔다.[가능하면 내일 바로 출근시켜. 급여는 얼마를 부르든 맞춰줘.]강 비서는 자신이 잘못 본 건가 싶었다.[남자 경호원 말씀하시는 겁니까?]중현 답장은 짧았다.[응.]의문은 들었지만, 강 비서는 그대로 움직였다. 곧바로 그 조건을 채용 공고로 올렸고, 급구 표시까지 붙였다.운전석에 앉아 있던 임훈이 자연스럽게 상황을 보고했다.“보스, 사모님께서 아직 저녁을 안 드셨습니다. 식당으로 모실까요, 아니면 집에 가서 드실까요?”“사모님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강솔이라고 불러 주세요.”강솔은 ‘사모님’이라는 호칭이 갈수록 더 거슬렸다.그 말은 중현이 전에 했던 말들을 자꾸 떠올리게 했다.임훈은 룸미러 너머로 보스를 확인했다.중현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강솔 뜻을 그대로 받았다.“앞으로는 여사님이라고 불러.”임훈이 곧바로 답했다.“알겠습니다.”중현은 다시 강솔에게 물었다.“집에 가서 먹을래, 밖에서 먹을래?”태도도 말투도 흠잡을 데 없이 좋았다.“안 먹어.”강솔은 정말 입맛이 없었다.중현이 짧게 말했다.“집으로 가.”집에 도착하자 강솔은 곧장 지안과 시간을 보내게 위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중현은 사람들에게 상을 치우라고 했다. 강솔이 자기와 단둘이 있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에, 지안과 보내는 시간까지 굳이 방해하지는 않았다. 밤 10시가 되도록 강솔이 방에서 나오지 않자, 그제야 직접 올라갔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모자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고 있었다. 막 끝나 가는 참이었다.“오늘은 엄마랑 잘 거야.”지안은 강솔 팔을 꼭 붙들고 놓지 않았다. 자기 사람이라는 듯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다.“아빠가 뺏어 가면 안 돼.”“내 와이프야.”중현은 강솔 곁으로 와 허리를 감쌌다. 이런 문제에서는 한 번도 물러선 적이 없었다.“누가 누구를 뺏는 건데?”지안은 더 바짝 매달렸다.“난 몰라. 엄마는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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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밤 12시가 조금 넘었을 때, 강솔은 배가 고파서 잠에서 깼다.옆자리를 봤다. 침대 한쪽이 비어 있었지만, 강솔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슬리퍼를 신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먹을 걸 찾으러 갔다.계단을 다 내려서자, 식탁 앞에서 기다리는 중현이 보였다. 식탁 위에는 김이 오르는 따뜻한 음식이 여러 가지 차려져 있었다.“와서 먹어.”중현은 강솔 자리에 맞춰 의자를 빼 주었다. 강솔이 이 시간쯤 배고파서 깰 거라고, 뭔가 찾으러 내려올 거라고 미리 짐작한 사람 같았다.“저녁 기준으로 준비했어. 살 안 찌는 걸로.”강솔은 말없이 중현을 한 번 봤다.이어 시선이 먹음직스러운 음식들 위에 머물렀다.중현은 강솔 어깨를 살짝 눌러 자리에 앉힌 뒤, 반찬을 조금 덜어주고 젓가락까지 손에 쥐여 줬다.“먹어.”음식 냄새도 좋았고 맛도 괜찮았다.그런데 강솔은 자꾸만 마음이 다른 데로 흘렀다.차라리 중현이 얼마 전처럼 차갑고 매정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어떤 결심을 할 때도 더 쉬웠고, 더 독해질 수도 있었다.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중현은 모든 걸 털어놓은 뒤에도, 지난 결혼 생활 오 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다정하고 참을성 있고 세심하게 강솔을 대했다.강솔 마음은 복잡하게 엉켰다.“입맛에 안 맞아?”중현은 강솔이 도무지 삼키기 힘들어하는 듯한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아니.”강솔은 짧게 답했다.‘일단은 더 기다리자.’‘엄마가 깨어난 뒤에 다시 생각하자.’‘그 전까지는 저 사람이 원하는 대로 맞춰 주는 척하자.’‘내가 안 떠날 거라고 믿게 만들고 나서, 엄마랑 지안이 데리고 나가면 돼.’‘어차피 회사 가면 마주칠 일도 많지 않을 거고.’중현은 강솔이 머릿속으로 뭔가 계산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굳이 캐묻지 않았다.누구에게나 말하고 싶지 않은 사정은 있는 법이었다. 강솔이 말하지 않겠다면, 중현도 끝까지 파고들 생각은 없었다.“먹었으면 밖에서 잠깐 걸어. 소화시키고 올라가서 자.”중현이 당부하며 손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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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그날 밤은 중현이 침대에 없어서인지, 강솔은 평소보다 조금은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뜰 때까지도 마음이 한결 가라앉아 있었다.강솔은 아침을 먹고 지안에게 몇 마디 당부를 남긴 뒤, 은하를 가르치러 갈 채비를 했다. 그러자 최 집사가 곧바로 차를 준비해 강솔을 데려다주었다.강솔이 들어서자, 상진의 눈에 뜻밖이라는 기색이 스쳤다.“강 선생님?”강솔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안으로 들어갔다.은하는 강솔을 보자마자 무척 반가워하며 달려와 와락 끌어안았다.“오늘 은하 수업하러 온 거예요?”상진은 두 사람을 따라 무용실까지 들어오더니, 할 말이 있는 듯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네.”강솔은 아직 상황을 눈치채지 못한 채 있는 그대로 답했다.“지난주에는 이번 주 토요일에 돌아올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아서 미리 말씀드렸잖아요. 일정이 바뀌면 연락드리겠다고 했고, 바뀐 게 없으면 원래대로 토요일에 오기로 했고요.”“그건 알고 있습니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다만...”거기까지 말한 상진은 더 말을 잇지 않았다.강솔은 한층 더 의아해졌다.상진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은하 앞까지 걸어갔다. 한참 망설이던 끝에 결국 다른 식으로 말을 꺼냈다.“하 대표가 말 안 했어요?”강솔은 무슨 말인지 알지 못한 채 되물었다.“무슨 말씀을요?”“어제 하 대표가 저한테 전화해서 강 선생님 일을 정리하겠다고 했습니다.”상진은 강솔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걸 보고, 그대로 사실을 전했다.“앞으로는 여기 와서 은하를 가르치지 않을 거니까, 은하의 새 선생님을 알아보라고도 했고요.”그 말을 듣는 순간 강솔의 속에서 화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상진은 말을 이었다.“저희가 선택할 수 있다면, 저는 강 선생님이 계속 은하를 가르쳐 주셨으면 합니다.”강솔은 또렷하게 받아쳤다.“처음 계약할 때, 유 대표님이랑 하도현 씨 두 분 다 하 대표 때문에 저를 자르지는 않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그 말 아직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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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기 너머로 철철 흐르는 물소리가 들렸고, 이어 아연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솔이가 전화해서 왜 일 그만두게 했냐고 묻는데, 뭐라고 말해?]강솔의 마음은 의외로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강솔은 아연이 일부러 이런 수를 쓰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다만 중현은 입으로는 아연과 다른 관계는 없다고 해 놓고, 정작 아연이 있는 곳에서 씻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구석이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안에서 물소리가 너무 커서 못 들었나 봐. 이따 씻고 나오면 내가 대신 말해 둘게.]대답을 듣지 못한 아연은 곧바로 말을 바꿨다.강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막 전화를 끊으려던 참에 아연의 말이 다시 들려왔다.[중현이가 왜 내 집에서 씻고 있는지 안 궁금해?]강솔은 짧게 내뱉었다.“안 궁금해.”[오늘 아침에 우리 둘이 실수로 좀 일이 있었거든. 중현이 몸에 나한테 있는 그 ‘뭔가’가 좀 묻었어.]아연의 목소리에는 일부러 꾸민 듯한 수줍음이 배어 있었다.“너도 알잖아. 중현은 깔끔한 거 엄청 따지는 애니까 끝나고 바로 씻으러 들어갔어.”이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였다면, 강솔은 분명 화가 났을 것이다.강솔은 이혼을 먼저 입에 올리던 무렵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온갖 의심과 추측을 했을 것이고, 중현과 아연 사이가 보통 관계가 아니라고 여겼을 것이다.하지만 중현은 분명히 말했다. 아연과는 은혜를 입은 사람과 그 은혜를 갚으려는 사람 사이일 뿐, 그 이상은 아무것도 없다고. 중현의 행동이 여전히 상식 밖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아연과 그런 관계일 거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빠진 말이 있네.”강솔은 속으로 짐작한 걸 그대로 꺼냈다.아연이 되물었다.[뭐가?]강솔은 차분하게 바로잡았다.“하중현 몸에 네 컵에 있던 물이나 음료수가 좀 묻어서, 그 끈적한 느낌이랑 냄새 싫다고 씻으러 들어갔다고 해야지.”아연은 미간을 살짝 좁혔고, 강솔이 거기까지 짚어낼 줄은 몰랐다.아연은 일부러 실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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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전에 말해준 적 있잖아?”허미정은 조금도 티를 내지 않았다. 꼭 사실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네 엄마는 성인 되기 전까지는 거의 보육원에서 살았고, 성인 되고 나서는 대학 다니면서 학비랑 생활비 벌었지.”“누가 그렇게 벌어서 그만한 돈을 모아요?”강솔이 되물었다.허미정은 태연하게 받아쳤다. 한 손으로 턱을 괸 채였다.“그게 바로 내 절친 정숙이지.”강솔은 말없이 허미정을 바라봤다.“안 믿는 눈치네.”허미정은 무척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네 엄마 진짜 대단했어. 정숙이 하중현이랑 동갑이었으면, 하중현도 네 엄마를 못 이겼을걸?”“그럼 엄마는 왜 아빠를 선택했을까요?”강솔은 아주 진지하게 물었다.저렇게 남다른 안목이 있고, 능력까지 뛰어난 사람이었다면.남자의 본모습도 못 알아봤을 리 없었다.이 일에는 분명 다른 사정이 있었다.“그건...”허미정은 입술을 살짝 다물었고, 강솔이 늘 이렇게 정곡만 찌를 줄은 몰랐다.“일이랑 사랑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는 어렵잖아. 정숙이는 일이 너무 잘 풀렸고, 그러다 보니 사람 보는 눈은 좀 흐려졌던 거지.”“엄마가 정말 이모 말대로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다면, 아빠랑 결혼했을 리 없어요.”강솔은 어느 때보다 또렷했다.“그때 할아버지랑 할머니도 엄마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하지는 않으셨잖아요.”그런 상황에서 일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가치관도 바르고, 외모까지 빠지는 데 없는 사람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런 험한 길로 들어섰겠냐는 생각이 들었다.허미정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강솔은 말을 이었다.“엄마의 결혼은 차라리 거래에 가까워 보여요.”미리 혼전계약서를 써 두고, 결혼한 뒤의 재산도 전부 각자 선을 그어 둔 데다, 두 사람의 평소 모습까지 떠올려 보면 더 그랬다.예전의 강솔은 부모가 사이좋고 다정하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돌아보니, 두 사람의 관계는 지나치게 흔들림이 없었다. 너무 안정적이어서, 오히려 일부러 사이좋은 부부를 연기하는 것처럼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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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같이 일하다가 틀어져서 돈 들고 튄 걸 수도 있지 않냐?”허미정은 강솔이 이렇게까지 정확하게 짚어낼 줄은 몰랐다.“그 정도는 그냥 말씀하셔도 되잖아요.”강솔은 머리가 잘 돌아가는 편이었다.“굳이 숨기실 이유도 없고요.”허미정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그래.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이 조그만 게 예전보다 훨씬 영악해져서, 대충 얼버무리는 걸로는 넘길 수가 없었다.“여윤재.”허미정은 한참 고민한 끝에 입을 열었다.“그 사람이 네 엄마가 평생 유일하게 사귄 남자야.”허미정은 숨을 한번 고른 뒤 말을 이었다.“둘이 5년이나 만났어. 그런데 끝내는 네 엄마를 배신하고, 다른 여자랑 결혼했지.”강솔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어쩐지...”강솔은 담담하게 말했다.“여 회장이 엄마를 볼 때마다 눈빛에 늘 슬픔이 묻어 있는 것 같았어요.”“슬픔은 무슨.”허미정은 여윤재를 향한 원망이 뿌리 깊었다. 여윤재만 아니었어도 강정숙이 타향으로 떠날 일은 없었으니까.“그 인간은 그냥 나중에 결혼한 여자가 강정숙만 못하다는 걸 알고, 뒤늦게 후회하는 것뿐이야.”그 말을 듣고 있던 강솔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여윤재의 인상만 놓고 보면 그런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람 속이야 겉모습만 보고 어찌 다 알 수 있겠는가?“아무튼.”허미정의 마음에는 여전히 짙은 불쾌감이 남아 있었다.“그 인간이랑은 멀리할수록 좋아. 그런 인간은 정숙을 만나러 올 자격도 없어.”강솔은 순순히 받아들였다.“알겠어요.”그 뒤로 두 사람은 다른 이야기를 더 나눴다.허미정은 강정숙의 옛일을 강솔이 더 깊이 캐묻지 않기를 바랐고, 강솔은 중현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두 사람은 각자 어떻게 지내는지, 그런 평범한 근황과 다른 화제들만 주고받았다.그러다 보니 식사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두 사람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강정숙은 머지않아 완전히 의식을 되찾을 것이고, 강솔은 엄마가 눈을 뜨는 걸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그런데 강정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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