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말해준 적 있잖아?”허미정은 조금도 티를 내지 않았다. 꼭 사실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네 엄마는 성인 되기 전까지는 거의 보육원에서 살았고, 성인 되고 나서는 대학 다니면서 학비랑 생활비 벌었지.”“누가 그렇게 벌어서 그만한 돈을 모아요?”강솔이 되물었다.허미정은 태연하게 받아쳤다. 한 손으로 턱을 괸 채였다.“그게 바로 내 절친 정숙이지.”강솔은 말없이 허미정을 바라봤다.“안 믿는 눈치네.”허미정은 무척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네 엄마 진짜 대단했어. 정숙이 하중현이랑 동갑이었으면, 하중현도 네 엄마를 못 이겼을걸?”“그럼 엄마는 왜 아빠를 선택했을까요?”강솔은 아주 진지하게 물었다.저렇게 남다른 안목이 있고, 능력까지 뛰어난 사람이었다면.남자의 본모습도 못 알아봤을 리 없었다.이 일에는 분명 다른 사정이 있었다.“그건...”허미정은 입술을 살짝 다물었고, 강솔이 늘 이렇게 정곡만 찌를 줄은 몰랐다.“일이랑 사랑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는 어렵잖아. 정숙이는 일이 너무 잘 풀렸고, 그러다 보니 사람 보는 눈은 좀 흐려졌던 거지.”“엄마가 정말 이모 말대로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다면, 아빠랑 결혼했을 리 없어요.”강솔은 어느 때보다 또렷했다.“그때 할아버지랑 할머니도 엄마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하지는 않으셨잖아요.”그런 상황에서 일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가치관도 바르고, 외모까지 빠지는 데 없는 사람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런 험한 길로 들어섰겠냐는 생각이 들었다.허미정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강솔은 말을 이었다.“엄마의 결혼은 차라리 거래에 가까워 보여요.”미리 혼전계약서를 써 두고, 결혼한 뒤의 재산도 전부 각자 선을 그어 둔 데다, 두 사람의 평소 모습까지 떠올려 보면 더 그랬다.예전의 강솔은 부모가 사이좋고 다정하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돌아보니, 두 사람의 관계는 지나치게 흔들림이 없었다. 너무 안정적이어서, 오히려 일부러 사이좋은 부부를 연기하는 것처럼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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