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Chapter 341 - Chapter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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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1화

중현은 임풍을 한 번 쳐다봤다.임풍이 다시 물었다.“왜 아무 말씀도 없으십니까?”“그럼 오늘은 갈게.”중현의 그 말은 강솔을 향한 것이었다.“있다가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나한테 전화해.”강솔은 중현의 말에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안쪽으로 들어갔다.강솔도 알고 있었다. 이건 중현이 일부러 만들어 낸 분위기였고, 중현이 묵인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중현 허락이나 눈짓 하나 없이 최 집사와 임풍이 감히 중현 앞에서 저런 말을 꺼낼 리 없었다.중현이 그런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한다면, 강솔은 그대로 맞춰 줄 생각이었다.“사모님.”최 집사가 태블릿을 들고 안으로 들어오며 집 안 규칙을 설명했다.“이 집에서는 대표님을 내보내는 일만 빼면, 다른 건 전부 사모님 뜻대로 하시면 됩니다. 같은 일을 두고 사모님과 대표님 의견이 다를 때도 사모님 말씀이 우선입니다.”“그 사람만 못 내보내는 거죠?”강솔이 물었다.“네, 그렇습니다.”최 집사가 답했다.강솔은 한 손을 내밀었다.“안방 키랑 예비로 쓰는 마스터키까지 주세요.”최 집사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알겠습니다.”최 집사는 강솔이 그 키 두 종류를 요구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 중현이 안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는 뜻이라는 걸 모를 리 없었다. 그래도 이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었다. 중현은 강솔의 마음을 다시 돌리고 싶었다. 그렇다면 괜히 방해할 이유도 없었다.누가 보더라도, 애초에 잘못한 쪽은 중현이었다.강솔은 건네받은 키를 내려다보다가 잠깐 멈췄다.정말 줄 줄은 몰랐다.“앞으로 필요하신 일 있으시면 언제든 저한테 말씀하십시오.”최 집사는 안주인인 강솔을 원래부터 좋아했다. 그러니 두 사람이 다시 예전처럼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것도 당연했다.“네.”강솔은 짧게 답한 뒤 서재로 향했다.그 뒤로 한동안 강솔은 조용히 그림에만 집중했다. 한 번 앉으면 반나절이 훌쩍 지나갔고, 그날도 무사히 작품 하나를 완성했다.핸드폰이 두 번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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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중현은 강솔의 귓가에 입을 맞췄다. 이불 아래로 들어간 손은 강솔 잠옷 안으로 스며들어 허리선을 천천히 쓸었다.강솔은 속에서 올라오는 불쾌함을 눌러 삼킨 채 담담하게 물었다.“이것도 협의서 이행이야?”중현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열기가 감돌았고, 서늘한 입술은 강솔 목덜미를 따라 연이어 닿았다.“아니. 그냥 부부 사이에 흔하게 있는 일이야.”“난 싫어.”강솔은 중현의 손을 밀어낸 뒤 몸을 일으켰다.품 안이 비었지만 중현에게는 아직도 강솔의 체온과 향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중현은 느긋하게 몸을 일으켰다. 강솔의 살결이 닿았던 손끝으로 강솔 귀 옆에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가볍게 정리해 주며 말했다.“네가 싫다고 하면 네가 괜찮아질 때까지 안 해. 이런 건 서로 원할 때 해야 좋은 거지. 한쪽만 원하면 결국 괴로운 일밖에 안 돼.”강솔은 고개를 살짝 돌려 피했다.이 지경이 되고도, 강솔은 예전 중현이 했던 일들을 미워하면서도 중현의 좋은 점까지 다 지워 버리지는 못했다.하중현이라는 사람은...나중에 정말 완전히 갈라서게 되더라도, 지난 5년 동안 함께 보냈던 따뜻하고 즐거운 시간만큼은 강솔이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그 뒤로 하루 종일 두 사람은 별말을 하지 않았다. 밥을 먹고 지안과 놀아 주는 시간을 빼면, 대부분의 시간은 한쪽은 밀린 일을 처리했고 다른 한쪽은 그림에 파묻혀 돈을 벌었다.지난번 일을 겪은 뒤로 중현은 더는 강솔의 취미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았다.강솔이 그리고 싶으면 그리면 됐고, 그리지 않겠다면 중현이 먹여 살리면 그만이라는 식이었다.그렇게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됐다.중현은 HS그룹에서 아주 중요한 회의가 잡혀 있었다. 중현은 강솔을 화인게임즈 건물 아래까지 데려다준 뒤 곧장 떠났고, 화인게임즈 쪽 회의는 노현태가 대신 진행하기로 되어 있었다.강솔은 회사에 도착한 뒤 자리까지 걸어가기도 전에 먼저 출근해 있던 몇 사람이 강솔 쪽을 보며 수군거리는 걸 들었다.“왔어, 왔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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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사람들은 소리가 난 쪽을 돌아봤다가 아연을 본 뒤 묘한 표정을 지었다.예전에는 강솔이 하 대표의 아내라는 걸 몰랐으니, 강솔과 아연 사이를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아연은 다른 속셈이 꽤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한편으로는 하 대표 비서 자격으로 하 대표와 함께 출근하고, 또 한편으로는 자신을 반기지 않는 강솔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웃는 낯을 하고 있었다.어떻게 봐도 이상했다.“소 비서님.”사람들은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했기에, 평소처럼 인사부터 건넸다.“입원하셨다고 들었어요.” 겉으로라도 예의를 차려야 한다는 듯 누군가 물었다. “몸은 좀 괜찮아지셨어요?”“많이 괜찮아졌어요.”아연은 그렇게 답한 뒤, 다시 웃는 얼굴로 강솔 자리 앞으로 다가왔다. 두 손으로 강솔 책상을 짚은 채, 누가 보면 아무 문제도 없는 사람처럼 생글거렸다.“왜 나는 안 챙겨 줘? 나 이번에 네가 한 번도 안 보러 와서 진짜 서운했는데.”강솔은 비스듬히 아연을 쳐다봤다.‘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네.’“그만 튕겨. 나 이번에 진짜 재수 없게 입원까지 했잖아.”아연은 강솔의 손을 덥석 잡았다. 마치 친한 사이끼리 잠깐 틀어졌을 뿐이라는 듯한 태도였다. 아연은 강솔의 성격상 자신과 중현 사이 일, 자신이 저지른 일들을 회사 밖 사람들 앞에서 드러내지는 않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아연이 먼저 입을 열지 않는 이상,강솔의 차가운 반응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무례한 쪽으로 비칠 가능성이 컸다.“나한테 손대지 마.”강솔은 아연의 손에서 자기 손을 빼냈다. 그리고 옆에 놓여 있던 소독용 알코올을 집어 손을 닦았다.“더러워.”아연의 표정이 굳었다.그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이 재빨리 분위기를 수습하려고 나섰다.“소 비서님, 아침 드셨어요? 저 여기 케이크 있어요.”“강솔 씨, 이번 출장 가서 뭐 배웠어요? HS그룹 사람들은 진짜 소문처럼 엄청 대단해요?”“...”사람들이 말을 섞어 분위기를 돌리는 사이에 아연은 그 틈을 타 강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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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마음대로 해.” 설현은 원래부터 숨 막히게 버티며 살고 있었다. 옆자리의 강솔을 볼 때마다 미안함이 자꾸 치밀어 올랐다. “차라리 잘리면 좋지. 그럼 말도 안 되는 위약금도 안 물어도 되잖아.”아연 속에서 또 한 번 화가 치밀었다.아연은 끝내 직접 묻지는 않았지만, 그날 오후 퇴근할 때 확인하게 됐다.강솔은 아직 컴퓨터도 끄지 않은 상태였는데, 중현이 화인게임즈로 찾아왔다. 사람들 시선이 다 쏠린 가운데 중현은 곧장 강솔의 자리 쪽으로 걸어왔다.“일 끝났어?”중현은 몸에 딱 맞는 정장을 입고 있었다. 가지런한 옷차림 사이로 희고 긴 손목이 드러나 있었다.“강 비서가 식당 예약해 뒀어. 가서 밥 먹자.”강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솔이 아주 담담하게 두 글자만 꺼냈다.“아직.”중현은 옆에 있던 백지연의 빈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그럼 기다릴게.”중현이 강솔 앞에 자리를 잡자, 힐끗힐끗 지켜보던 사람들 눈빛은 더 짙어졌다.아무리 목소리를 낮춰도, 강솔 귀에는 몇 마디가 들어왔다.“난 당연히 강솔 씨가 먼저 말 거는 쪽일 줄 알았는데, 평소에 차갑고 다가가기 힘들어 보이던 하 대표님은 먼저 말 거는 쪽이었네.”“그러게. 밖에서는 냉랭한데 둘 사이에서는 완전 직진형이잖아. 이런 설정 누가 안 좋아해.”“예전엔 서로 모르는 척까지 했잖아. 진짜 너무 재밌다.”“...”이런저런 수군거림이 오가는 사이에 강솔은 컴퓨터 전원을 껐다.그 말들이 강솔에게 큰 영향을 준 건 아니었다.다만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중현의 존재감이 너무 강했다. 강솔을 바라보는 중현 시선도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다.컴퓨터 화면이 완전히 꺼지자, 중현은 오른손으로 강솔의 가방을 들었고 왼손으로는 강솔의 손을 잡았다.구경하던 사람들 중 누군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강솔 씨, 내일 뵈요. 하 대표님도 조심히 가세요.”중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그렇게 강솔과 함께 걸어 나갔다.막 엘리베이터에 들어섰을 때였다.아연이 달려와 엘리베이터 문을 막아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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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차는 막힘없이 달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식당에 도착했다.강솔은 가는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중현이 뭘 하든 마음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사람처럼, 감정이 빠져나간 인형처럼 굳어 있었다.“대표님.”강솔이 화장실에 간 틈을 타 강 비서가 재빨리 다가왔다.중현이 시선을 들었다.“왜?”강 비서가 곧장 보고했다.“사모님 곁에 붙일 경호원들, 말 잘하고 외모 좋고 힘도 센 사람들로 전부 모아 뒀습니다. 오늘부터 바로 투입할지, 아니면 며칠 뒤로 미룰지 여쭤보려고 왔습니다.”조건이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셋 다 갖춘 사람을 찾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강 비서는 한참을 뒤져서야 겨우 사람을 채워 넣었다.중현은 잠깐 생각하더니 곧 답을 내렸다.“소프트 가든에 먼저 가서 대기하라고 해. 집에 돌아간 뒤 솔이 마음에 들면 남기고,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돈 쥐여 보내든지 그룹 경호팀으로 돌리면 돼.”강 비서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할 말 더 있어?”중현 목소리는 힘이 들어가지 않은 느슨한 톤이었다.“대표님, 혹시라도 사모님의 마음이 흔들릴지 걱정되지는 않으십니까?” 강 비서는 진심으로 묻고 있었다. “그 경호원들 외모가 꽤 괜찮고, 사람 기분 맞추는 재주도 좋습니다. 면접 보는 내내 저 앞에서 엄청 들떠 있더라고요.”“그건 아직 잘 몰라서 그래.”중현은 태연하게 말했다.강 비서는 잠깐 말을 잃었다.중현이 강 비서를 바라봤다.“강 비서는 그 사람들 보면 들뜨냐?”강 비서 입꼬리가 미세하게 일그러졌다.성인 남자가 잘생긴 남자들 보고 들뜬다고 하면, 그건 그것대로 좀 이상하지 않은가 싶었다.중현은 더 말을 잇지 않았다. 문득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강솔이 돌아오지 않는 게 신경 쓰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보려던 때, 강솔이 돌아왔다. 강솔은 아무 표정 없이 와서 중현 맞은편에 앉았다.그날 저녁 식사는 끝까지 조용했다.중현이 음식 입에 맞는지 물은 말 말고는, 강솔 입에서 나온 말은 ‘응’‘괜찮아’‘그냥 그래’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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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강솔은 잠깐 멈칫했다.가만히 돌아보니, 소담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중현은 강솔의 성격을 잘 알았다. 강솔이 저런 식의 배려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날 술집에서 있었던 일을 빌미로 사람까지 붙여 준 건, 소담 말대로 강솔이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저렇게까지 태연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던 거였다.“내가 좋다고 하면 무슨 소용인데?” 강솔은 핸드폰을 귀에서 떼며 아예 다른 방향으로 말을 돌렸다. “당신 마음에 안 들면 결국 말 한마디로 다 치워 버릴 거잖아.”“네가 좋다면 계속 두면 돼.”중현은 소담이 통화 너머로 한 말을 듣지 못했다. 강솔이 처음부터 끝까지 핸드폰 음성 볼륨을 아주 작게 낮춰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강솔이 짧게 말했다.“그래.”중현은 잠깐 말을 멈췄다.곧 강솔이 덧붙였다.“당신이 한 말... 끝까지 지켜. 꼭.”그 뒤로 며칠 동안, 강솔은 퇴근하면 지안과 시간을 보내는 걸 빼고는 거의 늘 중현이 붙여 준 경호원들과 어울렸다. 같이 얘기하고, 웃고, 장난도 치며 시간을 보냈다.며칠 지나자 중현보다 강 비서가 먼저 버티기 힘든 지경이 됐다.“대표님, 사모님이 저 사람들과 제법 잘 맞으시는 것 같습니다.”강 비서는 좋은 뜻으로 경고하듯 말했다.“이러다가는 진짜 대표님의 ‘남편 자리’가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중현은 소프트 가든 별채 위 다락 쪽을 바라봤다. 짙게 가라앉은 눈빛은 깊이를 알 수 없었다. 중현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강솔의 성격상 저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무슨 일이 생길 리는 없었다.아마 이 며칠은 강솔이 일부러 중현에게 보여 주려고 하는 행동일 가능성이 컸다.그런데도 저 사람들 앞에서는 강솔의 눈가에 웃음기가 돌고, 중현을 마주할 때는 차갑게 선을 긋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 안쪽에 묵직한 답답함이 차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예전에는 안 좋아했지만, 지금도 안 좋아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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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강솔은 잠깐 말을 잃었다.그때서야 얽혀 있던 의문들이 한꺼번에 풀렸다.강솔과 소담은 둘 다 완전히 맞추지 못했다. 중현이 이 일을 벌인 이유는 소담이 짚은 것만이 아니었다. 더 깊은 속내는 강솔이 홧김에라도 이 사람들을 받아들이면 중현이 방금처럼 저 말을 아주 당연한 듯 꺼낼 수 있게 된다는 데 있었다.중현은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해 두고 있었다.중현은 정말 빈틈이 없는 사람이었다.“네 생각은 어때?”중현이 강솔의 허리께를 살짝 쥐었다가 놓았다. 살집이 많지 않은 부분이었다.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눈치를 보고 조용히 자리를 비웠다.굳이 여기 남아서 두 사람 사이에 끼어 있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내가 무슨 말을 하든 그게 중요해?” 강솔 마음은 자꾸만 아래로 가라앉았다. 강솔은 이제야 알았다. 뭘 하든 결국 중현 손바닥 안에서 움직이게 된다는 걸. “당신은 처음부터 다 답을 정해놨잖아. 그러면서 내 의견을 묻는 척은 왜 해?”“너는 내 아내고, 네 생각은 중요해.”중현은 듣기 좋은 말도 아주 자연스럽게 했다.강솔은 저렇게 차분하고 흔들림 없이 자기만 바라보는 중현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속이 더 답답해졌다.예전에는 중현이 강솔에게 순수하게 잘해 줬다. 그래서 같이 있을 때 불편하다는 감정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중현이 하는 행동도 중현이 꺼내는 말도, 전부 다음 수를 위한 발판처럼 느껴졌다. 강솔은 점점 더 질렸다.“정말 내 의견이 중요했다면, 나를 당신 뜻대로 움직이게 하려고 하진 않았겠지.”강솔은 중현의 가면을 정면으로 벗겼다.중현은 몸을 조금 숙여 강솔과의 거리를 더 좁혔다.“날 원망하는 거야?”강솔은 자기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원망 아니고, 그냥 싫어.”“출장 다녀온 뒤로 나는 계속 너한테 잘하려고 했어.” 중현은 팔에 힘을 줘 강솔을 자기 품 안에 가두듯 안았다. “그래도 아직 부족한 게 있으면 말해. 최대한 맞춰 볼게.”강솔은 이제 입을 열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아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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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집에서 나온 뒤 강솔은 차고에서 차 한 대를 끌고 소담을 만나러 갔다.‘소프트 가든’에 있는 이 집은 강솔에게 그저 감옥일 뿐이었다.중현은 위층에서 통유리 너머로 강솔의 차가 점점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느긋한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강 비서.”강 비서가 바로 모습을 드러냈다.“대표님.”“솔이 소담이랑 만난 뒤에, 사람 붙여서 연기 하나 해.” 중현은 굳이 짐작할 필요도 없었다. 강솔이 향한 곳은 뻔했다. “약속을 안 지키면 어떤 대가가 따라오는지 알게 해.”강 비서는 말을 꺼내려다 멈췄다.“사모님께서 화내실 수도 있습니다.”중현이 되물었다.“지금은 화 안 나 있어?”중현에게는 강솔을 달래 줄 인내도 있었고, 강솔에게 잘해 줄 마음도 있었다. 다만 그 전제는 분명했다. 강솔이 중현이 보여 주는 마음에 조금이라도 흔들려야 했다. 계속 차갑게 밀어내기만 하는 상태는 바라지 않았다.돌아오기로 했으면, 그에 맞는 대가도 감수해야 했다.강 비서는 더 묻지 못했다.“어느 정도까지 하실 생각이십니까?”“놀라게만 해. 진짜로 다치게 하진 말고.”“알겠습니다.”강솔은 중현이 뒤에서 이런 일을 꾸미고 있다는 걸 전혀 몰랐다. 지금 강솔에게는 가슴속을 뒤흔드는 감정을 어떻게든 쏟아낼 방법이 필요했다.소담은 회사 일을 막 끝낸 뒤 강솔에게 불려 나왔다. 장소가 술집이라는 걸 알고는 제법 놀란 얼굴이었다.“네가 먼저 이런 데 오자고 할 줄은 몰랐는데? 무슨 일이야?”“뭐 마실래?”강솔이 물었다.“난 아무거나.”소담은 강솔 맞은편에 앉았다.강솔은 예전에 소담이 자주 마시던 걸로 몇 가지를 주문했다. 그런데 주문이 전부 소담 몫인 걸 보고 소담이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너는?”“무설탕 레몬주스.”“여기 그런 것도 돼?”“돈만 제대로 주면 안 되는 게 없지.”소담은 눈을 크게 떴다.“뭐?”잠시 뒤 바텐더가 설탕을 넣지 않은 생 레몬주스를 여러 잔 들고 왔다. 바텐더는 정중하게 잔을 내려놓았다.“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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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아까 나한테 무슨 말 하려던 거였어?”소담은 싸움이 벌어진 자리에서 멀어진 뒤에야 고개를 돌려 강솔에게 물었다.“별거 아니야.” 강솔은 입가에 맴돌던 말을 삼켰다. “안 다쳤지?”확인까지 했는데도 중현이 보낸 그 한 줄 때문에 자꾸만 불안이 올라왔다.“안 다쳤어. 그냥 좀 놀랐을 뿐이야.” 소담은 원래 그런 쪽에 무던했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면서도 시선은 경비 직원에게 끌려 나가는 사람들 쪽을 향했다. “앞으로 우리 둘이 술집 올 거면 그냥 룸으로 들어가자. 밖이 시끄럽고 재밌긴 한데, 저렇게 취해서 난동 부리는 사람한테 걸리면 답 없어.”강솔은 짧게 대답했다.“응.”강솔은 소담과 30분 남짓 더 있다가 밖으로 나왔다.나오기 직전, 테이블 위에 남아 있던 레몬주스를 단숨에 들이켰다. 싸움에 휘말리지 않고 멀쩡히 남아 있던 그 한 잔이었다. 강솔은 그 시고 떫은 맛으로 중현 메시지가 남긴 섬뜩함을 어떻게든 눌러 보고 싶었다.“너는 진짜...” 소담은 그 모습만 보고도 이가 시큰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독하다.”강솔은 잔을 내려놓고 말했다.“가자. 내가 데려다줄게.”소담은 그대로 강솔을 따라나섰다.소담은 술을 마셨으니 직접 운전할 수 없었다.돌아가는 길, 조수석에 앉은 소담은 핸들을 잡고 운전하느라 앞만 보는 강솔을 힐끗 바라봤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두어 번 두드려 ‘개자식’이라고 저장된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 일 다 확인했어?]안토니는 거의 바로 답했다.[네가 와서 해 보든가.]토니는 아직도 아연이 그때 만났던 의사가 누구인지 정확히 찾지 못했다. 지금까지 나온 건, J시 대학부속병원 쪽 의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정도뿐이었다.소담은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솔이 상태가 별로야. 무슨 일인지는 말 안 했는데, 생 레몬주스 한 잔 넘게 들이부었어.]토니 쪽에서는 물음표가 연달아 올라왔다.[??][?]토니 프로필 옆으로 물음표가 줄줄이 달리는 것만 같았다.소담이 또 답장했다.[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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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중현의 말은 짧았다.그 짧은 한마디가... 강솔이 이 시간 동안 중현을 향해 겨우 붙잡고 있던 얼마 안 되는 좋은 감정까지 산산이 깨뜨려 놓았다.강솔은 속으로 한 번 비웃듯 웃고 나서 천천히 발을 옮겨 중현 앞까지 걸어갔다.“네가 내 옆에 얌전히 있기만 하면,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다 줄 수 있어.”중현은 강솔의 손목을 잡아 자기 무릎 위에 앉혔다. 그러고는 차갑게 식은 강솔의 손바닥을 손으로 감싸 쥐었다.강솔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솔의 침묵은 중현에게 별문제가 아니었다.중현의 시선은 강솔의 담담한 얼굴 위에 머물렀다. 생기라고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 그 표정을 바라보면서, 중현의 손은 천천히 강솔의 허리 쪽으로 향했다.“괜찮아?”중현이 물었다.강솔은 대답할 마음조차 없었다.‘괜찮고 말고를 내가 정할 수는 있어?’강솔이 중현 뜻을 거스르기만 하면, 중현은 강솔의 곁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다가 압박했다.“아무 말 없으면, 괜찮다는 뜻으로 알게.”중현의 따뜻한 손끝이 강솔의 매끈한 살결을 따라 천천히 올라갔다. 다른 한 손은 강솔 뒤통수를 감싼 채, 몸을 숙여 강솔 입술 위에 입을 맞췄다.중현의 움직임은 부드러웠다.강솔의 몸을 너무 잘 아는 중현은 손끝 하나만 움직여도 강솔 예민한 곳을 쉽게 건드릴 수 있었다.그런데 강솔의 거부감이 너무 컸다.중현의 입술이 닿는 그때, 강솔 몸은 거의 반사적으로 토할 것 같은 반응을 보였다.강솔은 그대로 중현의 무릎에서 몸을 떼고 일어나, 급히 쓰레기통을 붙잡고 구역질했다.하지만 나오는 건 없었다.그래도 헛구역질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쓰레기통에 얼굴을 묻다시피 한 채 계속 구역질하는 강솔을 보며, 중현 눈빛은 더 깊게 내려앉았다.‘저 정도로 싫다는 건가?’“생리적인 반응이라 어쩔 수 없어.”한참 뒤 구역질을 멈춘 강솔이 감정 하나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당신이 원하면, 내가 정리하고 다시 올게. 그러니까 내 친구들 건드리지만 마.”강솔의 그 말은 중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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