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정은 이를 악물었다.“그걸 진작 말했어야지. 괜히 나만 한참 걱정했잖아.”강솔이 짤막하게 답했다.“이모가 안 물어보셨잖아요.”허미정은 곧장 강정숙 쪽을 향해 투덜거렸다.“내 속 뒤집는 건 아주 둘이 판박이야.”허미정은 말을 덧붙였다.“아무튼 안 되겠다. 너희 둘 다 내 정신적 피해 보상 단단히 해.”강정숙은 진심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고맙다.”허미정은 여느 때처럼 퉁명스러웠다.“됐고, 그런 말로 나 울컥하게 만들지 마.”강정숙은 작게 웃었다.예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강솔은 강정숙의 팔을 끌어안았다. 목소리에는 살짝 응석이 묻어 있었다.“엄마, 오늘 밤 저 엄마랑 같이 자도 돼요?”강정숙은 강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최대한 또렷하게 말하려 애썼다.“당연하지.”강솔의 마음이 문득 약해졌다.가슴 한쪽이 비로소 편안해졌다.“그동안 많이 힘들었지.”강정숙은 강솔의 이마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정리해 주었다. 손길에는 다정함과 애틋함이 가득했다. 다만 말은 아직 썩 매끄럽지 않았다.“내가 회복하면, 우리 딸 데리고 여기서 나갈게.”강솔은 굳어 버렸다.그리고 천천히 몸을 바로 세우고 강정숙을 바라봤다. 눈 깊은 곳에는 믿기 어렵다는 기색이 번졌다.강정숙은 병실 안 감시 장치가 꺼져 있는 걸 확인한 뒤, 그동안 숨겨 왔던 말을 꺼냈다.“네가 매일 점심때 와서 나한테 했던 말들, 나 전부 들었어. 다만 대답해 줄 수가 없었고, 네 편이 되어 줄 힘도 없었어.”강정숙은 알고 있었다.중현이 강솔을 저버렸다는 걸.강솔이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버거웠는지, 얼마나 힘들게 버텼는지도.강정숙은 깨어나서 강솔에게 모든 걸 말해 주고 싶었다. ‘네 곁엔 엄마가 있다고, 이제 괜찮다’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눈앞에는 끝도 없는 어둠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느 쪽으로 가도 빠져나갈 길이 없었다.“네가 떠나고 싶으면, 내가 데리고 나갈게.”강정숙은 강솔의 손을 꼭 잡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어디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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