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Chapter 361 - Chapter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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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1화

“배척하는 게 아니라 그냥 엄마 곁에 조금 더 가까이 있고 싶은 것뿐이야.”강솔은 중현이 판 함정에 빠져들지 않았다.“엄마가 깨어난 지 벌써 며칠이나 지났는데도, 가끔 문득 현실 같지 않을 때가 있어.”‘꿈이면 어떡하지? 헛것을 본 거면 어떡하지?’‘내가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는 사이... 엄마가 다시 예전처럼 의식 없이 누워 있게 되면 어떡하지?’강솔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 중현은 손을 뻗어 강솔의 손을 감싸 쥐었다. 중현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온기와 또렷한 감각이 강솔에게 닿았다.“현실 같지 않다고 생각하지 마. 장모님은 분명히 깨어나셨어.”“그러니까...”차 안이 그리 넓지 않아서였을까? 아니면 방금 전 중현의 말투와 손길이 지나치게 다정해서였을까?강솔은 갑자기 한 가지 질문의 답을 알고 싶어졌다.그 답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는데도.“응.”중현이 다정하게 대답했다.“내가 협의서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면...”강솔은 하늘이 편애라도 한 듯한 중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당신... 정말로 우리 엄마한테 손댔을까?”중현은 강솔의 시선을 마주했다.중현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중현은 자신이 강솔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순간, 강솔이 그 약함을 믿고 아무 거리낌 없이 떠나려 할 것을 알고 있었다.결국 중현은 마음을 굳히고, 차갑고 얄팍한 말을 내뱉었다.“떠나고 싶어?”강솔은 부정했다.“아니야. 그냥 물어본 거야.”“그때 소담에게 한 ‘경고’로 부족했다면, 내가 더 확실하게 보여줄 수도 있어.”중현은 강솔의 손가락을 하나씩 세듯 매만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가장 아픈 말을 건넸다.“마침 안토니가 요즘 경호원 시야에서 벗어나 있더라.”“그럴 필요 없어.”강솔은 마음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눌러 삼켰다.“충분해.”“얌전히 있어.”중현은 강솔의 가늘고 하얀 손끝을 만지작거렸다.“우리 사이를 망칠 생각 같은 건 자꾸 하지 말고.”강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내가 떠나면, 소담이랑 토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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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이제 와 보니, 혼인 중에 재산을 빼돌리듯 이전하고 주변 사람들을 협박해 사람을 붙잡아두려 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도 형편없고 비인간적인 짓이었다.다행히 그때 준비했던 재산 양도 서류는 아직 정식으로 확정되기 전이었다.“그런 남자들이요?”강솔이 신경 쓴 부분은 조금 달랐다.“하 대표가 무슨 협박을 하든 신경 쓰지 마.”강정숙은 둘만 들을 수 있을 만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건 하 대표가 자기 무능함을 감추려고 마지막으로 발악하는 것뿐이야. 네가 뒤돌아보지 않으면, 누구도 다치지 않아.”강솔의 시선이 강정숙에게 머물렀다.강솔은 엄마의 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예전에는 고아원이라는 한마디만으로도 더 캐묻고 싶던 마음을 접었었다.이제 와 생각해 보니, 엄마의 과거는 어쩌면...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듯했다.“엄마는 예전에...”강솔은 말을 꺼내다 멈췄다.“솔아.”강정숙은 강솔이 그런 인간의 세계에 갇혀 살지 않기를 바랐다.“네?”강솔이 대답했다.“엄마 믿어?”강솔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믿어요.”“믿으면 앞만 보고 가. 나머지는 엄마한테 맡겨.”강정숙이 말했다.“엄마가 다 정리할게.”강솔은 강정숙이 온갖 고생을 겪은 끝에 낳은 작은 공주님이었다. 강정숙은 강솔이 평생 웃으며 살기를 바랐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가고 싶은 길을 가며 살아가기를 바랐다.“예전에 누가 엄마한테도 그런 말을 해줬다면, 엄마는 지금보다 조금 더 잘 지내실 수 있었을까요?”강솔은 엄마가 안쓰러웠다.강정숙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강솔은 흩어진 말들 속에서 알 수 있었다. 엄마의 삶이 절대 평탄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그 시절에 강정숙은 얼마나 큰 압박을 견디며 강솔을 낳았을까?강솔의 아버지라는 사람은, 그때 어디에 있었을까?강정숙이 말했다.“있었어.”한 번 넘어졌던 강정숙 자신이 있었다.한 번 속은 뒤에야 손에 넣은 용기도 있었다.“나 예전엔 꽤 즐겁게 살았어.”강정숙은 웃으며 손을 뻗어 강솔의 볼을 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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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소담은 요즘 회사 일로 계속 바빴고, 어젯밤에야 출장에서 돌아와 J시에 도착했다.강정숙이 완전히 의식을 되찾았다는 소식은 메시지로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정신없이 바빠서 아직 병문안을 가지 못했다.강솔이 할 말이 있다고 하자, 소담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너는 병원에서 어머니 곁에 있어. 마침 나도 앞으로 며칠은 별일 없으니까 조금 있다가 내가 병원으로 바로 갈게.]강솔은 말하려다 멈췄다.소담은 강솔을 너무 잘 알았다.[네가 나한테 하려는 말, 병원에서 하기에는 좀 그래?]“응.”엄마가 깨어난 뒤로 병실 감시 카메라는 이미 철거됐다. 하지만 병원은 사람들이 오가고, 매일 누군가 병실에 들러 강정숙의 상태를 확인했다.혹시라도 누구 귀에 들어갔다가 중현에게 흘러 들어가면, 일이 곤란해질 수 있었다.[병원 맞은편 2층에 카페 하나 있잖아.]소담은 곧바로 약속 장소를 바꿨다.[병원 근처에 가면 전화할게. 우리 거기서 만나.]강솔은 알겠다고 했다.30분 뒤, 강솔은 소담에게서 온 전화를 받고 난 후 곧장 소담이 말한 카페로 향했다....강솔이 병원을 나선 때부터, 병원 위층 사무실에 있던 중현은 레미에게 주변 CCTV를 확인하게 했다. 소담이 강솔과 만난 뒤, 중현은 레미에게 말했다.“소담 핸드폰으로 소담이랑 솔이 대화 엿들어.”레미는 노트북 키보드 위로 손가락을 움직이며 장난기 섞인 말투로 말했다.“강솔이 그래도 내 스승님 딸인데, 네가 이렇게까지 해?”“내가 확인하라고 한 건 소담의 핸드폰이야.”“차이가 있어?”“내가 엿듣는 건 소담이지, 강솔이 아니야.”레미는 혀를 찼지만 중현과 말싸움을 이어가지는 않았다. 이런 기본적인 일은 중현을 도와줄 수 있었다. 다만 스승님과 강솔이 정말 떠나는 날이 오면, 레미는 핸드폰을 꺼두고 마음 편히 푹 잠이나 잘 생각이었다.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면 됐다.치우치지 않기 위해서라도.중현이 벌인 일 역시 적당한 때를 봐서 스승님에게 살짝 흘려줄 생각이었다.“됐다.”레미는 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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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플랜 B도 있어?”레미가 메시지를 보며 물었다.“우리 장모님은 네 스승님이잖아.”중현은 레미를 한 번 바라본 뒤 자리에서 일어나 통유리창 쪽으로 걸어갔다.“조금 더 생각해 두면 나쁠 거 없지. 대비해서 손해 볼 건 없으니까.”레미는 대꾸할 마음도 들지 않았다....강솔과 소담의 커피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소담은 커피를 가볍게 저은 뒤 입을 열었다.“말해봐. 무슨 일이야.”“지안이랑 엄마 데리고 J시를 떠나고 싶어.”강솔은 결국 말했다. 다만 소담에게 미안한 마음이 마음 한구석에 걸렸다.그 뒤의 말은... 강솔도 어디서부터 꺼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소담은 강솔의 마음을 알아들었다.“근데 네가 떠난 뒤에 우리까지 너 때문에 엮일까 봐 걱정되는 거지?”“응.”소담은 손을 들어 강솔의 이마를 톡 튕겼다.강솔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소담을 바라보았다.“너 바보야?”소담은 그것을 큰일로 여기지 않았다.“하중현의 진짜 목표는 너 하나야. 네가 떠나고 뒤돌아보지 않으면, 하중현도 며칠 난리 치다가 말 거야.”소담과 주변 사람들은 중현과 아무 관련이 없었다. 중현 같은 사람은 본인과 상관없는 사람에게 시간을 오래 낭비하지 않았다.보름도 채 지나지 않아 중현은 분명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다.“물론 전제는 있어. 하중현이 일부러 흘리는 소식 같은 걸 듣고도 네가 흔들리지 않아야 해.”소담이 말을 이어갔다.“네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지금까지 준비한 건 다 헛수고가 돼.”강솔은 소담을 바라보았다.모두가 강솔을 돕고 있었다.그런데 강솔이 어떻게 흔들릴 수 있을까?“떠나서 며칠 동안은 나한테 연락하지 마. 너는 네 계획대로 조용히 움직이면 돼.”소담은 진심으로 강솔이 잘되기를 바랐다.J시를 떠나기만 하면, 강솔의 자유는 첫걸음을 뗀 셈이었다.나중에 중현이 강솔의 거처를 찾아낸다 해도 상관없었다. 중현은 HS그룹 대표였다. 회사를 내팽개치고 매일 밖으로만 돌아다닐 수는 없을 테니까.강솔은 일단 떠나기만 하면 됐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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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소담은 처음으로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기분이었다.‘솔이랑 저렇게 닮은 사람이 어머니의 옛 지인이라고?’“우리 가자.”강솔이 소담에게 말했다.소담은 고개를 끄덕이며 강솔을 따라갔다.강솔과 소담이 병실에 거의 다다랐을 때, 여윤재가 뒤따라왔다. 여윤재의 목소리는 조금 전보다 두 톤쯤 높아져 있었다.“정말 네 엄마한테 딱 두 마디만 할게. 말만 하고 바로 갈 거야. 절대 시간 안 끌어.”강솔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거절의 말을 꺼내기도 전에, 강정숙의 목소리가 병실 안에서 들려왔다.“솔아, 그 사람 들여보내.”소담은 눈을 깜빡였다.‘저 아저씨, 일부러 우리가 꽤 걸어온 뒤에야 따라온 거 아니야?’‘병실 문 앞에서 저 말을 해서 어머니가 듣고 들여보내게 하려고?’“엄마.”강솔은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어머니.”소담은 웃으며 인사했다.강정숙의 눈에는 다정함이 어려 있었다.“우리 담이 왔구나.”소담은 침대 곁으로 다가가 강정숙의 안부를 물었다. 깨어난 뒤 몸은 어떤지, 불편한 곳은 없는지 차근차근 물었다.강정숙은 하나하나 대답해 주었고, 소담의 요즘 생활도 챙겨 물었다.어릴 때 소담은 부모님이 집에 없는 날이 많아 토니를 데리고 강솔을 찾아와 놀곤 했다. 그렇게 오가다 보니, 강정숙 역시 아이들과 꽤 친하게 지냈다.두 사람의 대화가 끝난 것은 오 분쯤 지난 뒤였다. 그동안 여윤재는 강정숙의 병상에서 다섯 걸음쯤 떨어진 곳에 서서 강정숙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정숙과 소담이 사소한 안부를 주고받는 동안에도 여윤재는 재촉하지 못하고 조용히 기다렸다.마침내.“두 마디라며.”강정숙은 대화를 마치고 여윤재를 바라보았다.“무슨 두 마디.”여윤재는 잠깐 멈췄다. 강정숙이 자신에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뒤, 여윤재는 입을 열었다.“솔이는... 우리 아이야?”소담은 충격에 휩싸인 눈으로 강솔을 바라보았다.‘이게 무슨 일이야!’“솔이는 내 아이야.”강정숙은 한마디로 여윤재의 모든 생각을 끊어냈다.“나도 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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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괜찮아. 내가 나가면 돼.”여윤재는 마음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눌러 삼키며, 강솔과 강정숙의 얼굴을 차례로 바라보았다.“네 상태가 좀 나아지면, 그때 다시 천천히 이야기하자.”말을 마친 여윤재는 더 머무르지 않고 병실을 나갔다.병실 안은 잠시 조용해졌다. 소담은 강솔을 한 번 바라보았다.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고 생각했던 소담조차도 이 분위기를 어떻게 깨야 할지 알 수 없었다.“솔이 일은 강인호 대표도 알고 있어.”강정숙은 소담이 오해하지 않기를 바랐다. 소담은 강솔의 가장 친한 친구였으니까.“그러니까 너무 어려워하지 마.”“어쩐지 지난번에 마주쳤을 때 솔이랑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어요.”강정숙이 그렇게 말하자, 소담도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혈연관계가 있어서 그랬던 거네요.”강정숙이 잠깐 멈췄다.“여윤재와 솔이가 그렇게 닮았어?”두 사람을 너무 잘 알고 있으면, 오히려 닮은 점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때가 있다.강정숙은 여윤재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래도 함께 보냈던 세월은 여윤재의 얼굴을 기억 깊숙한 곳에 새겨두었다. 강솔은 더 말할 것도 없이 늘 강정숙 곁에 있었다.강정숙은 지금까지 그 점을 미처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많이 닮았어요. 한 80% 정도요.”소담은 예전에 여윤재를 본 적이 없었기에, 여윤재를 보자마자 바로 강솔을 떠올렸다.강정숙의 미간에 깊은 생각이 내려앉았다.강솔은 강정숙의 기색이 달라진 것을 알아차렸다.“왜 그러세요?”강정숙의 시선이 강솔에게 머물렀다.“여윤재랑 친자 확인하고 싶니?”강솔이 멈칫했다.소담도 똑같이 굳었다.“아니다. 그건 됐다.”강정숙은 강솔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먼저 말을 바꿨다.“그 집안은 죄다 제정신이 아니야. 네가 그쪽에 들어가면 좋든 싫든 영향받을 수밖에 없어. 네 몸이랑 마음 생각해서, 이 문제는 일단 생각하지 말자.”“어머니.”소담은 말하려다 잠시 망설였다.“응?”“제가 이런 말씀 드리는 게 좀 예의 없을 수도 있는데요.”강정숙은 소담의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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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중현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레미는 중현의 곁으로 다가가 어깨를 두드렸다.“아직 돌이킬 여지가 있을 때, 일 너무 꼬이게 만들지 마. 할 말 있으면 강솔이랑 제대로 이야기해. 맨날 네 뜻대로만 밀어붙이지 말고.”“너도 네 뜻대로만 움직이잖아.”중현이 되물었다.레미가 눈을 치켜떴다.중현은 레미를 잠시 바라보다가, 끝내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켰다.“아무것도 아니야.”“혼자 잘 생각해 봐.”레미는 중현의 말속에 숨은 뜻까지 파고들 생각은 없었다. 그저 중현이 강솔과 제대로 이야기하기를 바랐다.“난 스승님 만나러 간다.”중현이 낮게 경고했다.“하지 말아야 할 말은 하지 마.”레미는 밖으로 걸어가며 중현에게 대충 손을 흔들었다.“그때 내 기분 봐서.”레미가 병실에 도착했을 때, 강솔과 소담은 강정숙과 함께 지안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안쪽의 떠들썩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보던 레미는 손을 들어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들어가도 방해 아니죠?”병실 안의 사람들이 레미를 바라보았다.가장 먼저 알아본 건 강솔이었다.“레미?”레미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들어가도 돼?”“당연하지.”강솔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미를 바라보는 강솔의 눈에는 부드러운 빛이 어려 있었다.“들어와서 앉아.”레미는 살짝 고개를 끄덕인 뒤 안으로 들어갔다.이날 레미는 아주 심플한 흰 티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목에는 목걸이 하나가 걸려 있었고, 짧게 자른 머리카락 몇 가닥이 눈가로 내려와 있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시원하게 잘생긴 분위기였다.레미는 병상 앞으로 다가갔다. 시선이 침대에 앉아 있는 강정숙에게 닿았다.레미는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살짝 긁었다.‘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지?’‘바로 스승님이라고 부를까? 아니면 천천히 아는 척을 해야 하나?’“네가 레미니?”강정숙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말투에는 약간의 확인하는 기색이 담겨 있었다.레미의 눈매가 살짝 올라갔다. 곧 레미는 당당하게 다가가며 눈꼬리에 웃음을 걸었다.“역시 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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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나 하중현이랑 결혼할 때 레미도 왔었어.”강솔은 소담이 떠올릴 수 있게 말해주었다.“그때는 지금보다 머리가 조금 더 길었고.”소담은 기억을 더듬어보았다.전혀 떠오르지 않았다.그때 소담의 눈과 머릿속에는 강솔 한 사람뿐이었다.가장 친한 친구가 결혼하는 날이니 당연히 기뻐해야 맞았다. 그런데 강솔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중현과 손을 잡은 채 식을 올리는 모습을 보자, 소담은 한심하게도 울고 말았다.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때 소담이 운 건 강솔이 행복하지 못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인지도 몰랐다.“솔아.”소담의 마음이 갑자기 무거워졌다.“응?”강솔은 소담의 기분이 바뀐 것을 알아차렸다.“왜 그래?”“차라리 혈연상 아버지라는 그분... 인정하는 게 낫지 않을까?”소담은 여윤재를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 당연히 여윤재가 LS그룹 회장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여 회장이 도와주면, 너도 하중현 상대하기 훨씬 쉬워질 거야.”“안 해.”강솔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다.“하중현이 어떤 사람인지는 네가 나보다 더 잘 알잖아.”소담은 강솔이 고집이 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차근차근 설명했다.“하중현은 쓸 수 있는 수단도 많고...”“내가 여 회장을 인정하면, 엄마가 여 회장한테 당한 일은 어떻게 되는 건데?”강솔은 한 번 마음먹으면 쉽게 꺾이지 않는 사람이었다.“엄마랑 여 회장 사이에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 하지만 엄마가 H시를 떠나 J시로 와서 강인호와 결혼했다는 건, 여 회장이 엄마에게 준 상처가 하중현이 나한테 준 상처보다 훨씬 컸다는 뜻이야.”강솔은 그저 중현을 떠나고 싶었다. 중현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하지만 강정숙은 고향을 떠났고, 지난 일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그만한 상처라면...강솔은 엄마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과거의 인연으로 서로 알아본 것뿐이야. 가까워질 필요는 없어. 그냥 여 회장을 이용해서 하중현 상대하게 만들면 되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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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스승님이랑 여 회장 사이에 갈등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건 알아요.”레미는 계속 말했다.“그래도 여 회장을 인정하면, 강솔 씨의 미래에 유리한 최대한의 자유를 확보할 수 있잖아요.”“여윤재가 할 수 있는 건, 나도 할 수 있어.”강정숙은 한마디로 답했다.레미가 잠시 말을 멈췄다.강정숙은 지난 일에 더는 매달리지 않았다. 하지만 매달리지 않는 것과 완전히 내려놓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 관계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건 우리보다 여윤재 쪽이야. 우리가 먼저 나설 필요 없어. 인정하고 싶다면 여윤재가 우리에게 성의를 보이고 빌어야지.”결정권도 강정숙과 강솔에게 있어야 했다.처음에 씨앗만 뿌려놓고, 싹이 돋아난 뒤에는 오히려 밟아 죽이려 했던 사람이었다. 강정숙이 힘들게 키워낸 아이를 여윤재가 무슨 자격으로 아버지가 되려 한단 말인가?“그것도 맞네요.”레미는 강정숙의 말에 수긍했다.“그래도 조심은 하세요. 하중현은 감정이 끝까지 몰리면 집착이 심해져요. 그런 상태의 하중현은 누구도 못 말려요. 보통 사람은 이해 못 할 일을 벌일 가능성도 꽤 크고요.”강정숙의 눈이 살짝 올라갔다.예의 바르고 겸손해 보이던 사람이 그런 면까지 갖고 있을 줄은 몰랐다. 강정숙은 끝내 모든 말을 한마디로 정리했다.“알았어.”레미는 강정숙에게 몇 가지를 더 말했고, 강정숙은 전부 기억해 두었다.두 사람의 이야기가 끝난 것은 십 분쯤 지나서였다. 사실상 중현이 레미에게 보낸 메시지가 대화를 강제로 끝낸 셈이었다.[거기에서 언제까지 있을 건데?]레미는 핸드폰을 집어넣고 자리에서 일어나 강정숙에게 인사를 했다. 강정숙도 레미에게 일이 있는 것 같아 더 붙잡지 않았다.이번 대화에 대해서는 강솔도 강정숙도 서로에게 말하지 않았다....그 뒤 며칠 동안 강솔은 평소처럼 집과 병원을 오갔다.집에 돌아간 이유는 하나는 갈아입을 옷을 챙기기 위해서였고, 다른 하나는 중현이 의심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며칠 전 중현과 이야기를 나눈 지 얼마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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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의사한테 확인했어. 오늘 재활 운동은 네가 돌아오기 전에 이미 끝났대.”중현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강솔의 말을 끊어냈다.“재활 일정표에 있는 건 끝났지. 그런데 주승현이 따로 당부한 건 아직 안 했어.”“뭔데?”강솔은 당당하게 말했다.“엄마랑 대화하기. 엄마 뇌를 자극해 줘야 한대.”중현은 강솔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강솔이 표정 하나 바꾸지 않자, 중현은 말을 바꿨다.“가자.”“뭐?”“나랑 같이 가.”“괜찮아.”강솔은 빠르게 거절했다.“당신은 당신 일 해. 병원 쪽은 나 혼자면 충분해.”“나는 네 남편이야. 너랑 같이 가서 장모님 곁에 있는 게 당연하지.”중현의 말은 강솔이 반박하기 어렵게 만들었다.“아니면 며칠 전에 네가 했던 말들이 전부 나 달래려고 한 소리였어? 아직도 마음속으로는 나랑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당연히 하고 있었다.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꺼낼 수는 없었다.지금 이 시기에 강솔은 중현이 몰고 올 어떤 파문도 감당할 수 없었다.“당신 일에 방해될까 봐 그런 거야.”강솔은 비교적 그럴듯한 이유를 골라 말했다.중현의 눈이 조금씩 어두워졌다.강솔은 중현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방해 안 돼.”중현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채, 방금 했던 말을 다시 반복했다.“가자.”이렇게 된 이상 강솔이 더 거절해도 소용없었다. 강솔은 결국 중현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가 집을 나섰다.별장 대문을 막 나섰을 때였다. 아직 차에 오르기도 전, 곁에 있던 중현이 낮은 목소리로 강솔을 불렀다.“여보.”강솔은 고개를 돌렸다.“왜.”“오늘 7월 10일이야.”중현의 시선이 강솔에게 머물렀다.강솔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갑자기 날짜 얘기는 왜 하는 거지.’“구청 담당자가 말했잖아. 12일이 이혼신고 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고.”중현의 시선은 한 번도 강솔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너는 왜 그 얘기를 안 해?”강솔은 아무 흔들림 없는 눈으로 중현을 마주 보았다.“당신 생각엔 왜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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