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Chapter 381 - Chapter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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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화

“그래.”중현은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다. 눈빛도 흔들리지 않았다.“어차피 나한테 제일 넘쳐나는 게 돈이니까.”중현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으려 했다.도현이 한발 먼저 입을 열었다.[잠깐.]중현의 목소리는 담백했다.“왜?”[소아연 쪽에는 더 이상 연락 안 할게.]도현은 중현이 방금 한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래도 혹시 일어날지 모를 일은 막아 두는 편이 나았다. [대신 너도 내 일에 끼어들지 마.]중현은 대꾸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남의 일에 끼어들 생각이 없었다. 방금 한 말도 도현에게 경고하려고 꺼낸 것뿐이었다.이제 보니, 도현은 단아의 거취를 신경 쓰면서도 부모님이 약혼녀를 정해 주는 일을 그대로 두고 있었다. 참 엉망으로 사는 인간이었다.30분 뒤.중현은 워터사이드 리조트에 도착했다.아연은 거실 소파에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아연의 앞에는 중현이 예전에 붙여 준 경호원 두 사람이 서 있었다.중현을 보자 아연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일렀다.“내가 방금 짐 좀 옮겨 달라고 했는데 이 사람들이 싫다고 했어. 입에 담기도 힘든 말까지 했고. 이 일, 어떻게 처리할 건데?”중현의 차가운 시선이 경호원 두 사람을 훑었다.경호원 두 사람의 다리가 떨렸다.“어떻게 처리하고 싶은데?” 중현이 물었다.“자기들 뺨 스스로 때리게 해. 무릎 꿇고 나한테 사과도 시키고.”아연은 이제 더는 꾸미지 않았다. 모든 일을 자기 성격대로 밀어붙이고 있었다.“나는 저 사람들과 고용 관계일 뿐이야.” 중현의 말투는 느릿했다. “저 사람들에게 그런 일을 시킬 권리는 없어.”“하 대표가 말하면 저 사람들은 할 거야.”중현은 짙은 압박감이 담긴 시선으로 아연을 바라보았다.아연은 속으로 움찔했지만, 입으로는 애써 배짱을 부렸다.“아니면 나 잘 돌봐 주겠다는 말도 그냥 말뿐이었던 거야? 기본적으로 내 편 들어주는 일조차 하기 싫다는 거네.”“저 사람들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정말 몰라?”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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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보통의 상황이라면 내가 막을 수 있어.”중현은 아무렇지 않은 척 아연의 손에서 팔을 빼냈다.“하지만 네가 하도현이랑 대화하다가 실수로 네 심장을 자발적으로 주겠다고 말해 버리면, 나도 도와줄 방법이 없어.”아연은 이전에 도현과 나눴던 일을 떠올렸다.대화 내용은 대부분 아주 평범한 것들이었다.하지만 도현이라는 사람 자체가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자, 아연은 자신도 모르게 덫에 걸린 건 아닐지 걱정되기 시작했다.“저 사람들 어떻게 처리할지 정했어?” 중현이 말을 돌렸다.“그냥 바꿔 줘.” 아연은 더는 함부로 굴 엄두가 나지 않았다.중현은 똑바로 서 있는 경호원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들었어?”경호원 두 사람은 아직도 연기하고 있었다.“저희는 잘못한 게 없습니다. 그런데 왜 저희를 바꾸십니까?”“내가 하도현한테 전화해서 직접 너희를 치우라고 해야 해?”중현은 망설임 없이 사실을 까발렸다. 경호원들의 체면을 세워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두 경호원는 질린 듯 눈을 크게 떴다.두 사람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어떻게 우리가 하도현 대표님 사람인 걸 알았지?’의문은 들었지만, 경호원 두 사람은 입 밖으로 묻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알아서 자리를 떴다.“일은 해결됐어.”중현은 아연을 바라보았다.“너도 일찍 쉬어. 나 먼저 갈게.”아연이 물었다.“오늘 여기 안 남을 거야?”중현은 입술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연은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나 조금 무서워. 하도현 사람들이 밤에 와서 내 심장 가져갈까 봐.”“여긴 법치국가야. 하도현이 법 위에 사는 미친 범죄자도 아니고.”중현의 목소리는 몹시 담담했다. 중현은 아연의 겁먹은 표정을 못 본 척했다.“네가 하도현이랑 연락하지 않으면, 그런 일이 생길 가능성은 없어.”아연은 더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중현은 고용인들에게 몇 마디 당부한 뒤 그대로 떠났다.멀어져 가는 중현의 차를 바라보며 아연은 양옆으로 늘어뜨린 손을 조금씩 움켜쥐었다. 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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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아연은 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었다.하지만 아연은 장우와 대놓고 틀어질 수 없었다. 장우를 찾아간 사람이 중현이 보낸 사람인지, 아니면 다른 쪽에서 캐고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시간 좀 주세요. 돈은 제가 마련해 볼게요.”아연은 한참 생각한 뒤 대답했다.“돈을 드린 뒤에는 비밀 지켜 주세요. 그리고 선생님을 찾아왔다는 그 사람 사진도 저한테 보내 주세요.”장우는 선선히 대답했다.[문제없습니다.]아연이 장우에게 경고하듯 말했다.“이 돈은 입막음 대가로 한 번에 끝내는 거예요. 나중에 누가 더 큰돈을 준다고 해도 선생님이 함부로 한마디라도 더 하면 안 돼요.”장우가 말했다.[알겠습니다.]아연은 전화를 끊었다.방 안에 선 아연의 얼굴에는 근심이 짙게 내려앉았다.60억 원.그 돈을 중현에게 직접 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중현이 그 돈의 사용처를 따라가다 보면, 예전 일이 너무 쉽게 드러날 수 있었다.가장 중요한 건 이 돈을 장우에게 준다고 해도, 나중에 누군가 더 높은 금액을 부르면 장우가 아연을 팔아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었다. 예전에도 아연은 이미 장우에게 20억 원의 입막음 돈을 준 적이 있었다.생각하던 중, 아연은 문득 예전에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소담은 더 이상 이 일을 캐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소담이 아연에게 말하기 전에 이미 다른 사람에게 이 일을 흘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장우를 찾아간 사람이 강솔 쪽 사람이라면, 이 비밀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알려져서는 안 됐다.비밀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 존재는 죽은 사람뿐이었다.[주말에 여기로 오세요. 제가 돈 드릴게요.]아연은 장우에게 위치를 보냈다. 덧붙여 이유도 설명했다.[예전에 선생님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전례가 있어서 이번에는 제가 증거를 남겨야겠어요.]장우 쪽 답장은 금방 왔다.[문제없습니다.]아연은 장우와의 대화창을 닫고, 소담에게 문자를 보냈다.[예전에 약속한 거 잊은 거 아니지?]...소담은 그 메시지를 봤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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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필요 없어.”강솔은 거절하면서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당신은 당신 일 해.”중현은 억지로 권하지 않았다. 그 뒤로 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나누지 않았다. 강솔과 지안이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할 때가 되어서야 중현은 한마디를 덧붙였다.“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병원으로 가는 차 안.지안은 강솔 곁에 바짝 기대앉았다.“엄마.”“응?”지안은 작은 고개를 들어 강솔을 올려다보았다.“작은 부탁이 하나 있어.”강솔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말해 봐.”“오늘 밤부터 아빠 옆에서 자도 돼?”지안은 중현이 얄밉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얼마 지나지 않아 지안은 떠나게 될 것이다. 지안은 중현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따뜻한 기억을 남겨 주고 싶었다.“당연히 되지.”강솔은 지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런 건 지안이 자유야. 지안이가 마음대로 선택해도 돼.”하지만 지안이 주고 싶어 한 온기를, 어떤 사람은 조금도 받을 생각이 없었다.지안이 귀여운 잠옷을 입고 중현의 침대 위로 올라갔을 때, 중현은 망설임 없이 지안을 쫓아냈다.지안이 억울하다고 따지자, 중현은 지안의 작은 머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찌르며 말했다.“내 침대에는 내 아내만 잘 수 있어. 관계없는 사람은 저리 가.”지안이 중현에게 남겨 주려던 온기는 그렇게 사라졌다.중현은 아들의 수상한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분명 지안은 강솔과 함께 떠나기로 이야기를 끝냈을 것이다. 그래서 떠나기 전에 중현에게 보상이라도 하려는 것이다.하지만 중현이 원하는 것은 처음부터 그런 보상이 아니었다.중현은 강솔과 지안을 정말로 떠나보낼 생각도 없었다.밖에 나가 이틀쯤 노는 것까지는 봐줄 수 있었다.결국 돌아올 곳은 집이어야 했다.그 뒤 며칠 동안, 강솔은 매일 병원에서 강정숙의 재활 운동을 함께했다. 중현은 회사에 출근하고 야근했다. 두 사람의 생활은 보이지 않는 사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듯했다.다툼도 없었다.언쟁도 없었다.갈등도 없었다.강솔이 중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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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네 엄마 여기 없어?”강솔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강인호는 결국 다시 물었다.“계세요.”강솔은 마음속 의문을 눌러 두었다.“따라오세요.”강인호는 더 말하지 않았다.강인호는 강솔의 태도를 나무라지도 않았고, 모진 말을 던지지도 않았다.강인호는 마치 예전의 그 온화한 아버지로 돌아간 듯했다. 강솔에게 다정했던 그때의 강인호. 나중에 날카롭게 이익만 따지던 강인호가 아니었다.재활센터에 도착했을 때, 강정숙은 마침 오늘의 재활 운동을 끝낸 뒤였다. 지금의 강정숙은 짧은 거리를 평소처럼 걸을 수는 있었지만, 오래 걷는 것은 아직 무리였다.“왔네.”강정숙은 강인호를 보고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강인호는 감정을 잘 다스린 채 대답했다.“응.”“병실로 가서 얘기하지.”“그래.”얌전한 메추라기처럼 구는 강인호를 보며, 강솔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줄줄이 떠올랐다.‘저 사람이 정말 얼마 전까지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굴던 강인호가 맞나?’병실에 도착한 뒤.강인호는 의자에 반듯하게 앉았다.“날 부른 건 이혼 얘기하려는 거지.”“응.”강정숙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강인호는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그동안 솔이를 돌봐 주고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솔이가 어린 시절부터 청소년기까지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으니까.”강정숙은 객관적으로 말했다.“그건 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어.”강인호의 부정적인 감정은 깨끗이 가라앉아 있었다.“당신도 내가 KS그룹을 세울 수 있게 도와줬고, 나한테 명예와 이익을 줬어. 내가 솔이한테 아버지 역할을 조금 해 주는 건 당연한 일이었지.”그건 결혼 전부터 정해 둔 약속이었다.서로 필요한 것을 얻은 것뿐이었다. 고맙다는 말과는 별개의 일이었다.“그때 당신이 한 말을 계속 들었더라면, 내 고집만 앞세우지 않았더라면 KS그룹이 그렇게 무너지진 않았을 텐데.”강인호는 지금 후회하고 있었다. 그때의 오만함과 쓸모없는 자존심을 후회했다.사람들이 여자 힘으로 성공했다고 말할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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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나도 돈 많은 남편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그렇게 회사 생활 체험하듯 살아 보고 싶어.”“돈 많으면 좋긴 좋네.”“...”백지연은 강솔의 감정이 달라진 것을 알아차렸다.“그런 말 신경 쓰지 마. 저 사람들은 네가 아니잖아. 네가 어떤 문제와 어려움 앞에 있는지 몰라.”“네.”강솔이 대답했다.화인게임즈에 와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아마 백지연과 설현 같은 사람들을 알게 된 일이었다. 다만 강솔은 그 인연이 길 끝까지 이어지지는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지연 언니.”강솔은 결국 참지 못했다.지연이 돌아보았다.“응?”강솔은 복잡한 눈으로 백지연을 바라보았다.“저 원망 안 하세요?”지연은 강솔을 친동생처럼 대했다.“내가 널 왜 원망해.”“지난 시간 동안 언니가 정말 열심히 저를 데리고 다니면서 가르쳐 주셨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렇게 일을 엉망으로 남기고 가요.”강솔은 지연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다만 어떤 일은 아무리 애를 써도 양쪽을 모두 지킬 수 없었다.“너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야.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런 선택 안 했을 거라고 생각해.”지연은 진심으로 말했다. 강솔은 백지연이 맡았던 사람들 중 일을 잘 해서 가장 손이 덜 가는 사람이었다.“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강솔은 고맙다고 말했다.떠나기 전, 강솔은 지연을 한 번 안아 주었다.모든 절차를 마친 뒤에야 강솔은 중현의 사무실로 갔다. 강솔은 그 종이를 중현에게 내밀어 서명받았다.중현은 망설임 없이 서명했다. 서류를 다시 내밀 때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말했다.“여기서 잠깐 기다려. 일 끝나면 나도 같이 병원 갈게.”강솔이 물었다.“위약금은?”“안 내도 돼.”“뭐?”강솔은 예전에 중현이 화인게임즈로 부임한 것을 보고 퇴사하려 했을 때, 반드시 내야 한다고 들었던 위약금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위약금은 조항일 뿐이야. 집행할지 말지는 회사가 정하는 거고.”중현은 조금도 찔리는 기색 없이 말했다.“그때는 널 붙잡으려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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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하 대표.”강정숙이 중현을 불렀다. 강정숙은 중현이 강솔을 바라보는 눈빛을 보았다.그는 고개를 돌렸다.“장모님.”“이리 와서 얘기 좀 하지.”중현은 강정숙 쪽으로 걸어와 앉았다.강정숙은 중현에게 꽤 예의를 갖췄지만,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제법 날카로웠다.“전에 자네랑 얘기한 일은 생각해 봤어?”“제 대답은 그대로입니다.” 중현이 말했다. “솔이는 제 아내입니다. 저는 솔이와 이혼하지 않을 겁니다.”강정숙이 물었다.“솔이가 자네랑 있어도 행복하지 않다면?”“제가 노력해서 행복하게 해주겠습니다.”강정숙은 중현의 눈을 바라보았다.“노력해도 솔이가 행복하지 않으면?”“그때 가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중현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중현은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지금 더 중요한 건 장모님께서 솔이가 여윤재 회장님과 친자 관계를 확인하는 걸 원하시는지입니다. 제가 알기로 여윤재 회장님은 H시로 돌아간 뒤부터 친자 확인과 관련한 일을 준비하고 계십니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솔이는 여윤재 회장님의 딸입니다.”강정숙의 눈은 담담했다.“증거는?”중현은 잠시 말을 멈췄다.“사적으로 한 친자 검사는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아. 여윤재도 그걸 가지고 소송을 걸어도 최종 결과는 패소뿐이야.”강정숙은 곧장 말했다.“이 일에서 여윤재에게 승산은 없어.”중현은 입을 열지 않았다.그 질문은 어디까지나 떠보기였다. 강솔이 그 아버지를 인정할지 판단하고, 이후 일을 준비하기 위한 말이었다.강정숙은 중현의 생각을 알아차렸지만 굳이 들추지는 않았다. 대신 한마디를 덧붙였다.“다만 누군가 솔이를 힘들게 만들 생각이라면, 나도 여윤재를 이용해서 솔이 앞을 막아 주는 방패로 세울 생각은 있어.”중현이 눈을 들었다.‘장모님도 이 판을 정확히 보고 있군.’“뭘 이용해요?”주승현과 이야기를 끝낸 강솔이 다가오다가 그 말을 들었다. 강솔의 눈에 작은 의문이 스쳤다.“아무것도 아니야.”강정숙은 강솔을 이런 일에 끌어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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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강정숙이 퇴원하던 날, 강솔만큼이나 기뻐한 사람은 주승현이었다. 주승현은 강정숙이 마침내 회복한 것이 기뻤고, 강솔의 끈질긴 노력과 버팀이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기뻤다.시간은 빠르게 흘러 월말이 되었다.그날 저녁 식사를 마친 뒤, 강정숙과 강솔은 저택 정원을 천천히 걸었다.매일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속으로는 생각이 많은 딸을 보며, 강정숙이 물었다.“엄마 이제 거의 다 회복했어. 너는 요즘 바로 떠나고 싶어, 아니면 조금 더 있다가 떠나고 싶어?”강솔은 아주 천천히 걸었다.“우리 정말 H시로 가요?”“응.”강솔의 표정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그곳... 엄마가 싫어하셨잖아요.”“예전에는 싫었지.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강정숙은 솔직하게 말했다. H시로 가는 일은 강정숙이 오래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교육, 의료, 창업과 취업.H시는 J시를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강솔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왜요?”만약 강정숙이 강솔과 지안을 위해 억지로 마음속 거부감을 누르는 것이라면, 강솔은 다른 곳을 다시 고를 생각이었다. 강솔은 엄마가 자신을 위해 지나치게 희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아직 다 아물지도 않은 상처를 다시 건드리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예전에는 내가 너무 고집이 셌어. 그곳에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만 생각했거든.”강정숙은 숨기지 않고 털어놓았다.“그런데 이제는 알겠더라. 잘못한 건 그 사람들인데, 내가 떠날 이유가 없더라고. 오히려 그 사람들이 날 보면 미안해해야지.”젊었을 때의 강정숙은 지나치게 자존심이 강했다.그 마음은 중년이 될 때까지 이어졌다.하지만 강솔이 겪은 여러 일을 보고, 여윤재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는 모습까지 본 뒤, 강정숙은 생각을 바꾸었다. 어디에 살든, 곁에 있어 줄 사람은 곁에 있을 것이고, 피하고 싶은 사람도 결국 찾아오게 되어 있었다.그러니 차라리 좋은 곳을 골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쓸데없는 생각을 내려놓고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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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강솔의 가슴이 조여들었다. 그래도 표정만큼은 차분하게 유지하며 대답했다.“자꾸 그 얘기 꺼내는 건, 내가 떠나길 바란다는 뜻이야?”“아니.”중현의 새까만 눈에는 진심이 가득했다.“그냥 겁나서 그래.”“나 그날 시간이 될지 아직 몰라.”강솔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을 하면서도 중현의 눈을 차마 보지 못했다.“엄마 모시고 이혼 절차 마친 다음에 살 것도 좀 있어. 다 끝나고 시간 되면 말할게.”중현이 대답했다.“그래.”강솔은 짧게 응답하고 돌아서려 했다.“여보.”중현이 뒤에서 강솔을 끌어안았다. 중현은 턱을 강솔의 목덜미에 묻었다.“나 속이지 마. 나한테서 떠나지도 말고.”강솔의 옅은 입술이 살짝 다물렸다.‘이 사람... 알아챈 건가?’“화가 나면 나도 내가 어떻게 변할지 몰라.”중현의 따뜻한 숨결이 강솔의 귓가에 닿았다. 강솔의 몸에 작은 떨림이 번졌다.“우리 여보도 소담이랑 안토니가 당신 때문에 다치는 건 원하지 않잖아.”“그게 무슨 뜻이야?”강솔은 몸을 돌려 중현을 바라보았다.“어젯밤에 꿈꿨어. 당신이 인사도 없이 떠나는 꿈.”중현의 말은 반은 진심이었고, 반은 거짓이었다.“나 많이 화났어.”강솔은 속을 짐작할 수 없어, 거의 감추지 못할 감정을 분노로 덮어 버렸다.“당신이 꿈에서 본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인데? 그럼 내가 당신이 소아연이랑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는 꿈을 꾸면, 나도 당신한테 따져야 해?”“소아연이랑 결혼하지 않아. 소아연이랑 감정적으로 얽힐 일도 없어.”중현은 그 말을 하며 강솔의 눈을 바라보았다.“너는? 너는 나한테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어?”강솔의 양손에 식은땀이 조금 맺혔다.‘거짓말해야 하나?’‘거짓말하지 않으면 분명 의심할 거야.’‘거짓말하면 나중에 무슨 식으로 되돌아올지 몰라.’“왜 말이 없어?”중현은 강솔의 침묵에 상처받은 듯했다.“정말 떠날 생각이야?”“아니야.”강솔은 속이기로 했다. 첫걸음조차 내딛지 못하면, 이후의 일은 말할 수도 없었다.“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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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네가 정말 원하지 않으면, 핑계 대고 해외 출장이라도 가면 되잖아.”레미는 상황을 또렷하게 보고 있었다.“해외 지사 일도 꽤 많을 텐데.”시후는 말문이 막혔다.시후는 진짜 중현의 친구였다.“내가 가 버리면 중현이는 어떡해?”레미는 장난기 어린 얼굴로 놀렸다.“이래 놓고 중현이 짝사랑하는 거 아니라며.”“이건 순수한 친구로서의 의리거든!”시후는 괜한 오해를 뒤집어쓰고 싶지 않았다.“내가 떠났는데 중현이한테 진짜 일 생기면 어떡하냐고. 혼자 조용히 삭히게 둘 수는 없잖아.”예전에도 시후는 중현과 강솔의 관계가 안정되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마음 놓고 해외로 갔다.이제 중현이 강솔과 완전히 틀어지게 된다면, 중현의 세상이 다시 한번 무너질지도 몰랐다.“너 없으면 중현이가 못 살기라도 해?”레미는 이런 일에 있어 누구보다 냉정했다.“중현이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약하지 않아. 지금 중현이는 중현이 자신이기도 하지만, 남편이고 아빠이기도 해.”시후는 이해하지 못했다.‘그래서 어쩌라는 건데?’레미가 시후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너는?”시후는 갑자기 힘이 들어갔다.“나는 당연히 아니지!”레미는 짧게 대답했다.“응.”시후는 더 헷갈렸다.시후가 무슨 뜻이냐고 묻기도 전에 레미는 축객령을 내렸다.시후는 뻔뻔하게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며칠 동안 레미의 집에 눌러앉을 생각이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시후는 곧바로 레미를 데려가 중현의 싸늘한 분위기를 함께 막아 볼 수 있었다.레미는 시후를 신경 쓰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 푹 자기로 했다....19일.강솔은 지안과 함께 강정숙을 모시고 이혼 절차를 마치러 갔다. 강인호는 매우 협조적이었다. 10분도 되지 않아 강정숙과 강인호는 이혼 확인 절차를 끝냈다.강인호는 손에 든 서류를 내려다보며 입가에 쓴웃음을 떠올렸다. 그는 강정숙을 바라보며 말했다.“하나만 물어봐도 돼?”강정숙은 지안의 손을 잡고 있었다.“말해.”강인호는 강솔을 한 번 바라본 뒤에야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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