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Chapter 391 - Chapter 400

418 Chapters

제391화

임풍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 죽여 뒤를 밟고 있었다.뒤따를수록 뭔가 이상했다.‘쇼핑하러 나온 사람이 왜 공항까지 오는 거지?!’임풍은 핸드폰을 꺼내 동생 임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선은 한 번도 강솔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사모님이 지안 도련님이랑 강정숙 여사님 모시고 공항에 왔어. 이거 보스한테 보고해야 해?”임훈이 되물었다.[뭐라고?]곧이어 목소리가 확 높아졌다.[어디?!]“공항.”임훈은 완전히 허둥댔다.[그걸 말이라고 해? 당연히 전해야지!]“근데 보스가 오늘은 사모님 쪽에 위험한 일만 없으면 보고 안 해도 된다고 했잖아.” 임풍은 융통성 없이 정직하게 말했다. “보스가 사모님 떠나실 거 알면서 일부러 놔둔 걸까?”임훈이 말을 멈췄다.중현이 모든 감시를 접고 철수하라고 한 건 사실이었다.하지만 강솔이 떠나는 건 하찮은 일이 아니었다.[일단 계속 보고 있어. 내가 보스한테 가서 보고하고 올게.]“알았어.”임풍은 전화를 끊었다.이때 강솔은 이미 사람들 사이를 따라 공항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탑승권을 받으러 가려던 때, 핸드폰이 두 번 짧게 울렸다. 강인호에게서 온 메시지였다.[미안하다.]강솔은 화면을 한 번 훑어본 뒤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마음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강솔은 강정숙과 함께 지안의 손을 잡고 비행기에 올랐다.비행기가 이륙했다.강솔의 가슴에 매달려 있던 긴장이 조금 풀렸다....중현은 회사에서 회의 중이었다. 임훈은 회의실 문 앞을 한참 서성인 끝에 겨우 강 비서의 눈에 띄었다. 임훈은 강 비서에게 핸드폰을 보라고 손짓했다.강 비서는 핸드폰을 꺼냈다.화면에 적힌 내용을 확인하자 눈매가 잠시 굳었다.강 비서는 몇 초 고민한 뒤 중현 쪽으로 몸을 숙였다. 낮은 목소리로 일을 알렸다.“대표님, 임풍 씨 말로는 사모님 일행이 공항에 갔다고 합니다. 비행기는 5분 전에 H시로 이륙했습니다.”중현의 짙은 눈동자에 서늘한 기운이 내려앉았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기운마저 자취를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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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아무 일 아니야.”강솔은 핸드폰 화면을 껐다. 지안의 작은 손을 잡고 물었다.“여긴 괜찮아? 적응할 수 있겠어?”지안은 작은 머리를 끄덕였다.“응, 괜찮아.”강솔은 걱정스레 물었다.“불편한 거 있으면 바로 엄마한테 말해. 엄마가 방법 찾아볼게.”“알겠어.”지안은 문득 생각난 게 있는 듯 말했다.“맞다, 엄마.”강솔이 대답했다.“응?”지안은 작은 손목에 찬 시계를 내려다봤다.“나 시계 새로 사 줘. 이거 아빠 핸드폰이랑 연결돼 있어서 전원 켜면 아빠가 내가 어디 있는지 알게 돼.”강솔은 멈칫했다.지안과 중현의 정이 얼마나 깊은지 강솔은 잘 알았다. 지안이 요즘 중현과 자주 티격태격하고, 중현을 아저씨라고 부르기는 했지만, 지안은 마음으로는 사실 중현을 신경 쓰고 있었다.“바꿀 필요 없어.”강솔은 지안의 작은 손을 잡았다.“그거 차고 있어도 돼.”처음부터 끝까지 강솔은 중현을 떠나고 싶었을 뿐이었다. 중현과 같은 도시에 있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같은 도시에만 있지 않으면, 강솔은 중현과 아연의 일을 보지 않아도 됐다. 중현도 계속 강솔 앞에 나타나 강솔을 불쾌하게 만들 수 없었다.강솔은 자유롭게 살면서 자기 일을 하면 됐다.J시와 H시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중현이라고 매일 장거리를 오가지는 못할 터였다.게다가 지안이 이 시계를 차든 말든, 강솔이 J시에 있든 해외로 나가든, 중현에게는 강솔을 찾아낼 방법이 얼마든지 있었다.그럴 바엔 살기 적당한 도시를 골라 지내는 편이 나았다.“아빠가 찾아오면 어떡해?”지안은 강솔과 중현 두 사람 사이에 있었지만, 마음은 줄곧 지안을 사랑하고 곁을 지켜 준 엄마 쪽으로 조금 더 기울어 있었다.강솔의 마음은 오히려 차분했다.“찾아오면 찾아오는 거지. 아빠가 우리를 묶어서 끌고 갈 수는 없잖아.”지안은 잠시 생각했다.‘아빠라면 그러고도 남아.’“아빠가 진짜 묶는다면?”“그럼 묶인 다음에 생각하자.”강솔은 더는 그런 일들을 떠올리지 않았다.중현이 정말 수단과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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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강솔이 시후에게 돌려준 대답은 끊긴 통화음이었다.시후는 어이가 없다는 듯 핸드폰 화면을 내려다봤다.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강 비서에게 말했다.“강솔 씨가 지금 내 전화를 끊은 거야?”강 비서는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고 대표님이 그런 이상한 요구를 하셨으니...’‘사모님께서 전화를 끊는 것도 당연하지 않습니까?’“다행히 내가 머리를 썼지. 통화 연결되자마자 녹음 버튼 눌렀거든.”시후는 친구 때문에 제 속이 다 타들어 간다고 생각했다. 중현은 자기 같은 친구를 둔 걸 몰래 고마워해야 한다고도 생각했다.시후는 룸 문을 밀고 들어갔다.안쪽의 분위기는 몹시 가라앉아 있었다. 식탁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각 업계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인물들이었다. 그런데도 지금은 중현이 뿜어내는 기운 때문에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하고 있었다.시후가 들어오자, 식탁에 앉아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시후에게 향했다. 하나같이 제발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눈빛이었다.시후는 핸드폰을 들고 중현 곁으로 가 앉았다. 목소리를 낮춰 중현의 귀에 대고 말했다.“나 방금 제수씨랑 통화했어. 제수씨가 분명히 말했어. 지금 J시에 없다고.”중현의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시후가 덧붙였다.“진짜라니까. 못 믿겠으면 녹음 들려줄게.”중현은 얇은 입술을 천천히 열었다. 얼굴에는 다가가기 어려운 거리감이 깔려 있었다.“네가 내 여자한테 뭐가 되는데.”“내가 제수씨한테...”시후는 친구라고 말하려다가 멈칫했다. 그렇게 말하기엔 애매했다.“자기 남편의 절친?”“그런 사이인 사람한테 내 와이프가 왜 자기 행적을 말해?”중현의 말투는 느긋했다.“거긴 내 와이프 자리야. 비켜.”시후는 말문이 막혔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고는 블루투스 이어폰 하나를 집어 중현의 귀에 꽂은 뒤, 빠르게 강솔과의 통화 녹음을 재생했다.“고 대표님.”“제수씨, 혹시... 떠났어요?”“네.”시후가 녹음 파일 재생을 중지했다.“이제 믿겠지?”중현의 검은 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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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시후는 낮게 욕을 내뱉었다.“젠장...”하나같이 믿을 만한 사람이 없었다.전화를 끊은 뒤, 시후는 옆에 서 있는, 그나마 반쯤은 정상인 축에 드는 강 비서에게 물었다.“강 비서, 5시 반 지나면 중현이 정말 나가는 거 맞아?”“맞습니다.”강 비서는 중현 곁에 오래 있었던 사람이었다. 이 정도는 확신할 수 있었다.“좋아!”시후는 손목시계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5시가 거의 다 되어 가는 걸 보고, 치미는 감정을 눌렀다.“그럼 내가 딱 30분만 더 기다리죠. 시간이 됐는데도 중현이가 안 나가면, 그땐 강 비서한테 책임 묻겠네.”강 비서는 말없이 시후를 바라봤다.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기다리는 시간은 유독 더디게 흘렀다.평소 놀 때는 몇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더니, 지금은 한참 동안 기다린 것 같은데도 삼십 분이 채 지나지 않았다.기다리는 사이 시후는 잠시 뒤 중현이 나오면 기분이 좋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레미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바쁜 거 끝나면 꼭 와. 중현이 생각은 안 해도 네 스승님 딸 생각은 해야지!]레미는 답하지 않았다.또 한참이 지나서야 30분이 겨우 채워졌다.강 비서는 시간을 확인한 뒤 룸 안으로 들어갔다. 중현 곁으로 다가가 허리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은 오지 않으셨습니다. 메시지도 답이 없습니다.”중현의 표정은 평온했다. 화가 났다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오히려 그래서 룸 안의 다른 사람들이 더 두려워했다.“집에 일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편히 드십시오.”중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선이 식탁에 앉은 사람들을 차례로 훑고 지나갔다.“먼저 가겠습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일어나 억지웃음을 지었다.“조심히 들어가십시오!”중현이 나가지 않았으면 이 밥은 도저히 못 먹었을 거다.시후는 중현이 밖으로 나오자마자 바로 다가갔다. 입으로는 계속 잔소리를 쏟아 냈다.“내가 진작 제수씨 J시에 없다고 했잖아. 너 그때는 안 믿더니, 이제는 믿겠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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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그게 뭐가 문제야?”시후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줄줄이 떠올랐다.“쌍꺼풀 수술 좀 하고, 이목구비 살짝 손보는 건 흔한 일이잖아.”레미가 되물었다.“그런데 굳이 현금으로 뽑아야 해?”이건 레미가 꽤 오래 파고들어 겨우 찾아낸 일이었다.시후가 물었다.“그 돈이 성형에 쓰였다는 건 어떻게 확인했어?”“그때 CCTV를 확인했어.”레미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숨길 생각도 전혀 없어 보였다.“돈을 뽑은 다음 날 소아연이 병원에 한 번 더 갔어. 들어가서 두세 시간쯤 있다가 나왔고.”“제일 중요한 건, 온라인상에는 소아연의 재진 기록도, 두 번째 외래 기록도 없다는 거야.”CCTV를 찾아내는 데 레미는 정말 애를 먹었다.워낙 오래전 일이라 확인하기 어려운 게 많았다.하지만 외래 진료 기록은 겉으로는 보관 기간이 2년이라고 되어 있어도, 마음먹고 찾으면 확인할 방법이 있었다.시후는 턱을 쓸었다.“확실히 좀 이상하긴 하네.”레미가 물었다.“계속 더 파볼까?”어쨌든 이건 중현의 사적인 일이었다. 진실에 가까워지는 일은 중현이 직접 결정해야 했다.“진료 기록은 이 안에 있어.”중현의 목소리는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차가웠다.“내가 너한테 조사하라고 했어?”레미의 말투는 느슨하고 자연스러웠다. 온몸에서 대충대충 흘러가는 사람 특유의 태도가 묻어났다.“안 했지. 그냥 내가 심심해서 인터넷 좀 뒤적인 거야.”중현은 서류봉투를 강 비서에게 넘겼다.“H시로 가.”강 비서가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레미의 눈꼬리가 가볍게 올라갔다.‘이건... 안 파겠다는 건가?’시후가 중현 쪽으로 다가가 함께 밖으로 걸어가며 물었다.“뭐라도 말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연이 일, 제대로 안 알아볼 거야?”“그럴 필요 없어.”중현이 던진 말은 짧은 한 문장이 전부였다.아연이 뭘 하든 중현과는 상관없었다.성형을 했든 안 했든, 중현은 관심 없었다.아연이 아예 다른 사람처럼 바뀌었다 해도, 아연이 중현의 목숨을 구해 준 사람이라는 사실은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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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강솔은 놀라 잠에서 깼다.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고, 심장은 아직도 세차게 뛰고 있었다.“엄마...”지안이 잠결에 흐릿하게 강솔을 불렀다. 작은 손은 의식 없이 강솔의 팔을 끌어안고 있었다.“나쁜 꿈꿨어?”“아니야.”강솔은 흔들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지안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자.”처음에는 지안이 낯선 환경 때문에 잠을 설칠까 봐 곁에 누운 것이었다.그런데 정작 잠을 이루지 못한 사람은 강솔이었다.새벽 내내 강솔은 다시 잠들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꿈속에서 중현이 했던 말만 가득했다. 꿈속의 중현이 강솔을 바라보던 눈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 한쪽이 저절로 조여 들었다.잠을 편히 이루지 못한 건 중현도 마찬가지였다.중현은 밤새도록 강솔과의 메시지 창만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이미 마음속으로 정해 두었다. 강솔이 지금 어디 있는지 메시지로만 알려 준다면, 어제의 모든 일을 문제 삼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수도 있었다.하지만 날이 밝을 때까지 메시지 창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강솔은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강솔은 일부러 중현의 세계에서 사라졌다.“대표님.”아침 7시가 조금 지나 강 비서가 나타났다.“아침 식사입니다.”중현은 아침 식사 쪽으로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차갑고 무심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10시 전까지 지안 엄마 데려와.”중현이 이어 말했다.“지안이 행방 알아보는 건 레미한테 맡겨. 걱정하지 않게 해.”강솔이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면, 중현이 직접 찾으면 그만이었다.“사모님께서 원하지 않으시면...”강 비서는 쉽게 판단할 수 없었다.중현의 서늘한 눈에는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그것까지 내가 알려 줘야 해?”강 비서가 고개를 숙였다.“알겠습니다.”...8시가 조금 지난 후.강정숙은 아침을 먹고 외출했다.강정숙이 나간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강 비서는 사람을 시켜 택배 기사처럼 꾸미게 한 뒤 강솔에게 전화를 걸었다. 밖으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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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왜.”중현의 목소리에는 서늘함이 배어 있었다.“당신이 만든 그 새장 같은 집이 싫으니까.”강솔은 중현을 보자 이상하게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가슴속에는 그동안 눌러 둔 불만만 가득 차올랐다.“집안에서는 아내 자리에 머물게 하고, 밖에서는 다른 여자 챙기는 당신 취향 맞춰 주고 싶지 않아.”“소아연에게는 갚아야 할 마음의 빚이 있어.”중현은 다시 설명했다.강솔이 받아쳤다.“세상에 다른 사람 도움받는 사람이 한둘이야? 누가 당신처럼 그걸 빚으로 여기고 갚아?”중현이 말했다.“내가 소아연한테 약속했어.”“약속이라고 핑계 대지 마.”강솔은 그런 말에 넘어가지 않았다. 연락도 없이 강제로 자신을 이곳까지 데려온 일이 마음에 깊이 걸려 있었다.“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당신 같은 짓은 못 해.”중현에게서 풍기는 기운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 그러나 눈은 오히려 더 고요해졌다.강솔은 알았다.지금 중현은 분노의 끝에 서 있었다.하지만 이 일은 분명 중현의 잘못이었다. 강솔은 기회를 줬고, 중현은 그 기회를 붙잡지 않았다. 아무리 큰 결과가 이어져도 중현이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너한테 다시 말할 기회를 줄게. 네가 지안이랑 장모님 모시고 잠깐 바람 쐬러 나온 거라면, 난 이 일 전부 문제 삼지 않을 수 있어.”중현은 강솔과 감정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몇 번이고 강솔에게 기회를 주고 있었다.“그게 아니라면, 네가 서명한 그 협의서 잊지 마.”“하중현.”강솔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중현이 눈을 들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병원이나 한번 가봐.”강솔은 중현을 욕하려는 게 아니었다. 진심으로 권하는 말이었다.“당신 정신 상태, 정상 아니야.”결혼한 5년 동안 중현은 강솔 앞에서 말도 안 될 정도로 감정이 안정된 사람이었다. 강솔이 괜히 투정을 부려도, 가끔 장난을 쳐도 중현은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았다. 심한 말은커녕 강솔을 나무란 적조차 없었다.중현은 강솔을 도자기 인형처럼 받들고 지켜 줬다.예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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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그 말이 나오자, 중현의 눈은 더 짙고 어두워졌다.“그런데 당신이 정말 피해자라고 생각해?”강솔은 중현 같은 사람이 무섭다고 생각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지금의 중현을 본다면, 중현의 마음이 강솔만 바라보는 지극한 순애보라고 여길지도 몰랐다. 그저 은혜를 갚으려 했을 뿐인데, 강솔이 이렇게까지 격하게 반응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사실은 달랐다.근본적인 문제는 단 한 번도 해결된 적이 없었다.“다 했어?”중현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눈은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가라앉아 있었다.강솔은 낮게 비웃었다.또 이랬다.강솔이 아무리 말을 쏟아 내도, 마치 주먹으로 솜을 치는 것 같았다. 어디에도 힘이 실리지 않았다.“다 했으면 준비해. J시로 돌아가자.”중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강솔 앞까지 걸어왔다. 얇은 입술이 느릿하게 열렸다.“네가 스스로 돌아가겠다고 하면, 덜 힘들 거야.”“안 돌아가.”강솔의 배짱은 분명 전보다 커져 있었다.“너랑 상의하는 거 아니야.”중현의 시선이 강솔의 고집스러운 표정을 스쳤다.“내가 소담이나 안토니를 이용해서 너를 압박하지 않고 직접 데리러 온 것만으로도, 이미 내 기준을 많이 낮춘 거야.”강솔은 중현의 가스라이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당신도 압박이라는 건 아네?”중현이 말했다.“여보, 나를 몰아붙이지 마.”강솔도 물러서지 않았다.“당신도 나 몰아붙이지 마.”공기가 그대로 굳었다.고집 센 두 사람은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은 채 마주 봤다. 말없이 상대가 먼저 꺾이고, 제 말을 듣기를 바라는 것처럼.하지만 강솔은 이름만 부드러울 뿐, 성격은 누구보다 단단했다. 이번 일만큼은 중현조차 강솔을 이길 수 없었다.“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을 시켜 강제로 데려갈 수밖에 없어.”중현이 입을 열었다.“돌아간 뒤에는 네가 때리든 욕하든, 죽이겠다고 달려들든 마음대로 해.”“강제로 하겠다는 거야?”강솔은 여기까지 와서도 중현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중현이 말했다.“네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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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내가 그걸 받아들이길 바라?”중현의 표정은 다시 평온해졌다.강솔은 입을 열려 했다.하지만 강솔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중현의 다음 말이 먼저 떨어졌다.“내가 죽기 전엔 안 돼.”강솔의 정신이 크게 흔들렸다. 어젯밤 꿨던 꿈속의 중현이, 지금 눈앞의 중현과 겹쳤다.다음 순간.중현이 갑자기 강솔 쪽으로 다가왔다.강솔은 과도를 든 손에 힘을 주며 경고했다.“움직이지 마!”중현은 듣지 않았다. 강솔이 칼날을 제 목에 가져다 댔을 때, 중현은 가장 빠른 속도로 강솔의 손목을 움켜쥐고 칼을 자기 쪽으로 당겼다.그런데도 지나치게 날카로운 칼날은 강솔의 하얀 목에 얕은 상처를 남겼다.그 붉은 자국을 본 중현의 가슴이 거칠게 오르내렸다.‘내가 조금만 늦었으면, 이 여자... 정말 내 앞에서 자기 목을 그었을까?’“당신이 한 번 빼앗을 수는 있어도 두 번, 세 번까지는 못 빼앗아.”강솔의 손목은 중현에게 꽉 붙잡혀 빠져나오지 못했다.“당신이 끝까지 나를 강제로 데려가겠다면, 나는 죽어서라도 떠날 거야.”이번에는 중현이 입을 열지 않았다.중현이 강솔의 손목을 쥔 힘은 무척 강했다. 몸 옆으로 내려간 다른 손은 아주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중현은 자신을 향한 강솔의 혐오 어린 눈을 보며, 가슴 한가운데를 찔린 것 같았다.한참 뒤에야 중현이 물었다.“그렇게 나랑 돌아가기 싫어?”강솔의 눈은 어느 때보다 단단했다.“응.”중현의 물음은 평온했다.“그렇게 내가 싫어?”강솔이 대답했다.“응.”중현이 다시 물었다.“내가 죽어도 아무렇지 않을 만큼?”강솔은 멈칫했다. 자신은 중현이 싫었다.하지만 죽을 만큼은 아니었다.그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중현이 붙잡고 있던 강솔의 손이 갑자기 앞으로 끌려갔다.푹!칼끝이 중현의 흰 셔츠를 뚫고 살 안으로 박혔다. 선명한 피가 곧바로 셔츠를 붉게 적셨다.강솔의 동공이 거칠게 흔들렸다. 손끝에서 힘이 빠져나갔다.“말했잖아. 내가 너를 보내 주려면, 내가 죽는 수밖에 없다고.”중현은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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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주변은 정신없이 바빠졌다.누군가는 지혈했고, 누군가는 혈압과 심박수를 확인했다.강솔은 귓가에 들리는 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만 같았다. 시야 속에서 중현을 제외한 사람들의 모습은 흐릿하게 번져 갔다.“사모님.”“사모님?”강 비서가 강솔을 몇 번이나 불렀다.강솔은 그제야 정신을 붙잡았다. 언제부터였는지 손발은 차갑게 식어 있었고, 두 손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대표님 상태가 심각해서 바로 병원으로 모셔야 합니다.”강 비서가 상황을 설명했다.“임풍 씨에게 사모님을 모시고 돌아가라고 하겠습니다. 보스 상태가 조금 안정되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강솔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다.“네...”강 비서는 강솔의 안색이 창백한 걸 보고 물었다.“괜찮으십니까?”강솔은 마른 입술을 겨우 열었다. 시선은 의료진에게 둘러싸인 중현에게 고정돼 있었다.힘겹게 나온 말은 희미하게 떨렸다.“하 대표... 죽어요?”“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칼이 꽤 깊이 들어갔습니다.”강 비서는 의료진이 중현을 들것에 실어 방 밖으로 옮기는 걸 보며 말을 이었다.“그래도 너무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대표님은 쉽게 무너질 분이 아닙니다.”강솔은 자신이 어떻게 호텔을 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기억나는 건 중현이 들것에 실려 강솔 옆을 지나갈 때뿐이었다. 중현의 낯은 너무도 창백했다. 중현은 강솔을 보자 입술을 움직였다.하지만 그 목소리는 강솔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하지만 중현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아볼 수 있었다.중현은 말했다.“겁내지 마.”강솔은 중현의 방식이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극단적일 줄은 몰랐다.“제수씨!”시후가 크게 강솔을 불렀다.강솔은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멈췄다.강솔이 돌아보기도 전에, 오늘 아침 J시에서 온 임풍이 먼저 강솔 앞을 막아서며 시후를 제지했다.“보스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관계없는 사람은 사모님께 접근하지 못하게 하라고 하셨습니다.”“비켜요. 나는 제수씨한테 할 말이 있어.”시후는 막 잠에서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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