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Bab 31 - Bab 40

100 Bab

제31화

강솔은 업계에서 겸손하고 매너 좋다는 평이 자자한 시후가 소문과 다르게 행동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왜 그래?” 그녀는 정말로 납득이 되지 않았다.“내가 없으면 네가 얼마나 나약해지는지 좀 보라고.”중현의 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고, 시선은 마치 벌레 보듯 머물러 있었다.“이것 봐봐, 멍청한 것도 정도가 있지.”“내가 멍청한 건지, 아니면 네가 이렇게 시빗거리를 만드는 건지... 그건 네가 더 잘 알겠지.”강솔은 처음으로 눈을 또렷하게 맞받아쳤다.두 사람 사이의 선을 명확히 긋는 듯한 목소리였다.“네가 내 삶에 끼어들지만 않았으면, 이런 일은 애초에 없었어.”순간, 중현의 주변 공기가 서서히 가라앉았다.얼굴에는 미간이 접힐 정도로 냉기가 드리워졌다.강솔은 중현에게서 자기 핸드폰을 되찾고는, 마지막 말을 던졌다.“앞으로 아연이랑 네 인생이나 잘 살아. 나 귀찮게 하지 말고.”그 말을 끝으로 소담과 함께 손을 잡고 걸어 나갔다.단 1초도 머물지 않았다.욕실에는 중현과 시후만 남았고, 그 공간엔 순식간에 형용할 수 없는 압박감으로 가득 찼다.“네 금쪽같은 부인은 너한테 별로 고마운 줄 모르네.”시후는 헛기침하며 말했다.중현이 날카롭게 눈을 쏘아붙였다.시후는 바로 정신을 차렸다.“알았어, 알았어. 말 안 할게.”강솔이 사라지자, 중현은 본론을 꺼냈다.“지난번에 보낸 CCTV. 내가 알아보라고 시켰던 건 어떻게 됐어?”“그게 좀 이상한 게 말이지.” 시후는 꽤 당당하게 말했다.“그 남자, 분명 어디선가 본 듯 낯이 익은데... 조회가 안 돼. 말이 안 되지.”“웬만한 사람은 벌써 다 털었을 텐데, 이 사람은 성도, 이름도, 집도, 아무 단서도 없어.”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네 장모님.”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중현은 짧게 한마디 했다.“말해.”“장모님 쪽으로 라인을 타고 올라가 보니까, 장인어른이랑 결혼한 지점에서 뚝 끊겨.”“그 이전 기록이 아예 없어. 확실하진 않지만, 장모님 신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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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강솔은 소담을 보았다.소담의 입은 쉴 새 없이 움직였지만, 도로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마지막엔 꼭 의견을 묻듯 말했다.“네가 받아들일 수 있는지 묻는 거잖아.”“그 컬렉터, 너지?”강솔은 망설임도 없이 직설적으로 물었다.‘이런 친구가 있다는 게... 참 다행이야.’마음 한쪽에 아련함이 밀려왔다.소담은 태연하게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뭐래?”강솔은 더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중현이 그러더라. 자기가 허락하지 않으면 아무도 이 반지를 못 산대.”“그 사람한테 밉보이면서 나 도와줄 사람... 너밖에 없잖아.”“바보냐?”소담은 끝까지 부정하는 투였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담의 핸드폰에 문자가 한 통 두 통, 연달아 들어왔다.모두 같은 내용이었다.카드 사용 정지 알림.그리고 마지막 한 통.발신인은 저장된 이름 그대로 ‘아바마마’였다.[카드는 내가 막아놨다. 하 대표 쪽에서 방금 연락이 왔다.][누구든 강솔 일에 끼어들면 SS그룹이 감당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를 거래.][당분간 필요한 거 있으면 전부 나한테 말해. 아빠가 처리한다.]차는 조용히 주차장으로 들어갔다.소담은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듯 말했다.“이거 우리 아빠가 장난친 거라고 하면... 믿어 줄래?”“믿어.”강솔은 대답했다.그리고 아주 담담하게 두 글자를 덧붙였다.“말이 되냐?”소담의 멘털은 거의 무너졌다.강솔이 아까 거짓말을 눈치챈 건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소담은 바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려고 핸드폰을 들었다.카드가 막혔는데, 어떻게 강솔에게 10억을 보내겠는가?!하지만 그 순간, 강솔이 손을 뻗어 통화를 끊어버렸다.“왜 끊어?”소담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너는 이미 나한테 너무 많은 걸 해줬어.”강솔은 문자를 떠올리며 말했다.“중현은 내가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하게 만들고 싶어하는 거야...”“그 의도를 너무도 명확해. 남은 건 내가 알아서 할게.”“네가 뭘 알아서 해? 저 인간이 지금 하는 건 너 돌아오게 하려고 퇴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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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소담은 바로 핸드폰을 꺼내 송금을 시도했다.카드는 막혔지만, 계좌에 남겨둔 금액이 조금 남아 있었다.하지만 강솔이 그 손을 막았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네 돈이 아니라, 내 엄마를 살리는 데 확실한 금액이 필요해.”소담은 지금 어떤 리스크가 있든 상관없었다.차단하든 압박하든, 그딴 건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강솔은 이미 머릿속에 떠오른 해결책을 정리하고 있었다.“나 방법 찾았어.”“뭐?”소담이 즉각적으로 경계했다.그리고 1초도 안 지나 말이 튀어나왔다.“설마... 하중현한테 돌아가는 거냐? 그럴 거면 차라리 내가 하중현이랑 맞짱 뜨는 게 나아!”“그 사람 아니야.”강솔은 고개를 저었다.“그 사람의 형이야.”소담의 얼굴이 한순간 굳었다.강솔은 차분히 설명을 이어갔다.“아까 네가 말했잖아. 중현이랑 사이 안 좋은 사람들을 노리라고...”“하중현 형이라면, 100억이 넘는 물건을 1억 원에 사는 기회를 안 놓칠 거야.”“더군다나 하중현이 ‘반지 거래 금지 경고’까지 남겼다고 하면, 그 형은 성격상 더더욱 반대로 움직일 거야.”“근데... 중현의 형도 쉬운 사람이 아니야.”소담은 소문으로만 들은 하도현의 성향을 떠올렸다.“너 그 사람이랑 거래한다는 거 알면, 하중현... 더 난리 날 텐데?”하 씨 형제의 사이가 최악이라는 건, 이 바닥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강솔이 선택한 건,결국 늑대 굴에서 다른 호랑이 굴로 뛰어드는 것과 다름없었다.하지만 강솔은 선택지가 없었다.친구를 위험에 빠뜨릴 수 없었고, 엄마의 수술을 포기하는 건 더더욱 불가능했다.그날 밤, 강솔은 은밀히 사람을 보내 하도현에게 메시지를 전하도록 했다.사실 이건‘도박’이나 다름이 이었다.중현의 성격과 엄청난 점유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강송른 계산하고 있었다.‘내가 그의 형과 접촉하려 한다는 사실 자체가... 그 인간을 미치게 할 거야.’도박에 성공하면, 엄마 수술비는 해결된다.도박에 실패해도, 반지는 팔린다.하지만, 이 소식은 하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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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차라리 나더러 하늘을 날으라고 하지 그러냐?!’시후는 당장 한 대 갈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돌아오자마자 부려 먹더니 요구 사항도 끝이 없다.“정확히 육천만 원에 딱 맞춰 깎을 거란 보장은 없어.”그는 곧장 말을 꺼내며 이유를 설명했다.“장모님 수술비만 최소 오천만 원이야. 근데 너는 육백만만 주겠다고?”“이러면 이 일이 너랑 관련 있다는 걸 의심 안 하겠어?”“안 해.”중현이 담담히 말했다.중현은 무심하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난 육천만 원까지만 줄 거야. 한 푼도 더 안 줘.”“진짜 네 머릿속엔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겠다.”시후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혀를 찼다.“전에 그렇게 좋아 죽더니, 이제 와서 왜 이러는 건데. 내가 봐도 너 정신 분열 온 거 같다.”“솔이가 나한테 이혼하자고 했어. 그럼 알려줘야지. 나 없는 바깥세상이 얼마나 험한지.”중현은 저도 모르게 사람 숨 막히게 만드는, 아주 태연한 어조로 말했다.시후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이혼?”비록 몇 년을 해외에서 지냈다지만,중현과 강솔이 얼마나 사이가 좋은지는 그도 알고 있었다.가끔 통화할 때마다 둘이 꿀 떨어지는 소리에, 자신의 연애 세포도 꿈틀거릴 정도였다.‘그렇게 깨 볶던 두 사람이 이혼한다고?’“응.”중현은 짧게 대답했다.시후는 벌써 호기심으로 눈이 반짝였다.“왜?”“솔이가 아연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해.”중현은 잔을 들어 단숨에 비웠다.기복 없는 건조한 목소리였다.시후 머릿속엔 물음표가 폭탄처럼 터졌다.‘아연은 또 누구야?’“아연... 여자냐?”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중현은 정말로 바보를 보는 것 같은 시선을 보냈다.잠시 후, 시후는 상황의 전말을 파악했다.그러고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으로,럭셔리한 VIP석에 앉아 압도적 기운을 풍기는 잘생긴 남자를 바라보며,아주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의 질문을 던졌다.“그걸 못 받아들이는 게... 정상아냐?”중현이 매서운 눈초리를 날렸다.“그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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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강솔은 마지막으로 가격을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을지 시도했다.“일억이요.”그러나 시후가 보낸 사람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강솔 씨도 아시겠지만, 이 반지는 우리 보스에게 아무런 실이익이 없습니다.”말투는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사는 것도 그저 이이제이, 이른바 둘째 도련님에게 발목을 한 번 잡아보겠다는 의미일 뿐이죠.”“그게 목적이면, 일억이 오히려 더 효과적일 텐데요?”강솔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마자, 남자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강솔 씨 별로 거래 의지가 없어 보이네요.”“육천만 원이면 돼요.”강솔은 그를 불러 세웠고, 손에 꼭 쥔 반지 상자를 더 세게 움켜쥐었다.“지금 송금하세요.”상대는 지나칠 정도로 시원하게 대답했다.이후의 절차는 빠르고 깔끔했다.입금 확인.그리고 전달.계좌에 금액이 딱 찍히는 순간, 강솔은 손에 든 반지를 그에게 건넸다.바로 그때 확신이 들었다.이 사람들은 절대 하도현 쪽이 아니다.하도현이라면 반지 하나만 사지 않는다.지금 이 자리에서 다른 제안을 던지거나, 앞으로의 협조를 조건으로 붙였을 것이다.하도현의 성향은 분명하다.중현과 대립할 어떤 기회든 절대 놓치지 않는 남자.그러나 그것은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강솔에게 필요한 건 단 하나, 엄마 수술비를 채울 돈이었다.“강솔 씨. 좋은 거래였습니다.”상대방이 반지를 챙기고 악수를 청해 왔다.강솔은 예의상 짧게 손을 맞잡았다.그런데 바로 그때, 시후 쪽에서 화면을 지켜보던 중현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얼어붙었다.잔혹하리만큼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스피커를 울렸다.“내가 반지를 사 오라 했지, 멋대로 여자를 건드리랬나?”“그냥 거래 마무리 후에 하는 기본적인 매너잖아. 악수.”시후는 진작에 영상 통화하지 말아야 했다고 후회했다.“너 설마... 이것도 질투하냐?”“그녀는 아직 내 호적에 올라와 있어.”중현은 차갑게 상기시켰다.한마디로, 내껀 건드리지 마라.“아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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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강솔은 지안의 작은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정말 말하고 싶은 진심은 끝끝내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엄마가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서... 오늘은 같이 못 가.”“그러니까 집에서 얌전히 있어야 해. 심심하거나 필요한 거 있으면 바로 엄마한테 말하고.”지안은 고개를 달그락거리며 끄덕였다.그리고 두 팔을 뻗어 엄마를 꼭 안았다.따뜻한 작은 얼굴이 그녀의 목에 살짝 비벼졌다.“우리 아들, 참 착해.”강솔은 말하고 나서야 아들을 차에 태웠다.그녀도 안다.지안과 함께 집에 간다고 해도, 중현은 아이 앞에서 절대 그녀를 내쫓진 않을 거라는 걸.하지만, 그 집은 이제 단 한 발짝도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지안을 보내고 난 뒤, 강솔은 바로 소담 집으로 향했다.원래는 곧장 병원으로 가 수술비를 낼 생각이었지만, 병원 업무 마감에 맞추기엔 시간이 애매했다.곧장 소담의 집으로 향했지만, 집은 비어 있었다.강솔은 전화를 걸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담이 받았다.“어디야?”강솔이 묻자, 소담은 솔직하게 말했다.[아빠랑 얘기 좀 하려고.][오늘 밤에 내가 못 들어가면, 문단속 잘하고 자.]혹시 자신 때문이냐고 묻기도 전에 소담이 먼저 말을 끊었다.[반지는 팔았어?]“응. 육천만 원.”[겨우 육천?]소담은 그 반지가 백 억대 물건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와... 칼만 안 들었지, 강도 짓이나 다름 없네, 진짜!]“너희 아빠 만나러 간 건 그...”강솔이 조심스럽게 물으려 했지만, 역시나 소담이 먼저 예상하고 끊었다.[운전 중이라 더 얘기 못 해! 들어가면 얘기하자!]강솔은 굳이 들춰내지 않았다.그녀의 바람만 문자로 전했다.[내 일은 해결됐어. 아버지랑 싸우지 마.]그리고 약 삼십 분 뒤에 메시지가 한 통 왔다.[알았어, 걱정 마!]그 뒤로는 아무 소식도 없었다.다음 날 아침.강솔은 새벽같이 일어나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수술비를 병원 계좌로 넣기 전까지는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하지만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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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어때?”아연이 물었다.“그렇게까지 내가 쓰다 버린 게 좋아?”강솔은 반지를 산 사람이 돌려줄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엮일 생각도 없었다.그저 담담하게, 그러나 정곡을 찌르는 대답이었다.아연은 그 말에 숨이 턱 막혔다.그러나 체면인지, 자존심 때문인지 억지로 웃음을 취했다.“이 상황에서도 입은 살았네.”“내가 말 한마디만 하면, 중현 씨가 네 엄마를 이 병원에서 쫓아 버릴 수도 있다는 거 알아?”강솔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아연을 지나쳐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중현의 성격을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안다.‘저딴 협박은 통하지도 않아.’“너 이제 하 대표 사모님도 아니잖아! 뭐가 그렇게 잘났어!”아연이 팔을 잡아끌며 강솔을 억지로 되돌렸다.“중현이 너 집에서 내쫓은 거 잊었어? 그 집에 관한 모든 권한도 다 지웠잖아!”“그래서?”강솔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이미 마음에서 내려놓은 일들이라, 상처받을 이유조차 없었다.아연은 말문이 막혔다.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멈칫했다.“내가 버린 것들을 네가 주워 간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어.”강솔의 말은 칼날처럼 정확했다.“무슨 소리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아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하 대표 사모님이라는 자리도 내가 버렸고, 하중현도 내가 버렸어.”강솔의 시선이 그녀 손에 들려 있는 검은색 블랙카드를 스치듯 훑었다.“네 손에 있는 블랙카드도 내가 버린 거야.”“웃기지 마! 그거 네가 질질 끌며 안 돌려준 거잖아!”아연은 목소리를 높였다.강솔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너 그거 아니? 그 사모님 자리도, 블랙카드도...내가 원하면 지금 당장 내 손으로 돌아오는 거?”한순간, 아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반박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중현이 강솔을 얼마나 감싸고, 얼마나 미친 듯이 집착하는지.강솔이 정말 입만 떼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게 단숨에 뒤집힐 수 있다는 걸.그렇게 되면 자신은 다시 원래 자리로 떨어진다.사람들의 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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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중현이 도착했을 때, 강솔은 주승현과 수술 관련한 세부 사항을 상담 중이었다.그는 값비싼 맞춤 정장 차림 그대로, 표정엔 평소처럼 별다른 감정의 기복이 없었다.아연은 그가 들어오는 순간, 다리를 떼기 힘들 만큼 아팠을 텐데도 억지로 일어났다.그리고 상처받은 사람처럼 축 처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중현 씨...”주승현은 급히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하 대표님.”“무슨 일이야?”중현은 아연 앞에 서서, 갓 소독해 붙인 거즈 위로 스치는 시선을 내렸다.“솔이가... 솔이 엄마 수술비 때문에 요즘 많이 힘들어한다길래...”“혹시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있을까 해서 얘기 좀 하려고 했어.”아연은 일부러 고개를 강솔 쪽으로 돌렸다.그 눈 속엔 온갖 감정이 얽혔다.“그래도 예전에 친구였으니까.”중현은 반응 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입을 여는 걸 기다리듯.“근데... 솔이가 나 보자마자 화부터 내면서 나보고 ‘불륜녀’라고 욕하고...”그다음 말이 입 안에서 걸린 듯,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너무 상처받은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그리고 또...”끝내 말을 잇지 못한 척, 얼굴을 가리고 울기 시작했다.중현은 부드럽게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뭐라고 했는데?”“자신이 버린 헌신짝을 주워 사는 사람이라고...”“대표 사모님 자리도, 내가 가진 블랙카드도, 그리고... 자기까지.”아연은 울먹임을 숨기지 않았다.“나한테 뭐라고 하는 건 참겠는데... 왜 당신을 그런 식으로 말하는지...”중현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강솔을 바라보았다.입 하나 열지 않았는데, 얼음장 같은 시선이 던져졌다.‘또 시작이네.’강솔은 속으로 숨을 삼켰다.주승현은 순식간에 방의 공기가 묵직하게 가라앉은 걸 느꼈다.숨 쉬는 것조차 버거울 만큼 압박이 들이쳤다.“내가 그래서 몇 마디 따졌는데...”“그랬더니 강솔이, 자기 말 한마디면 내가 가진 걸 전부 되찾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아연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근데 난 그런 것 다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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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강솔은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더 이상 쳐다보지 않았다.딱히 감정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었다.그저, 이 둘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등 뒤에 느껴지는 그 날카로운 시선들을 억지로 무시하며 그녀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선생님, 우리 계속 얘기해요.”강솔은 감정을 정리한 듯 담담하게 말했다.주승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병실 안에 내리는 묵직한 압박감이 이젠 숨조차 쉬기 어려울 정도로 짙어져 있었다.그는 잠시 고민했다.이 분위기에서 진료 상담을 이어가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일단 나중에 다시 모시라고 해야 하나...’그때였다.“주 교수님.”중현이 입을 열었다.“하... 하 대표님.”주승현은 반사적으로 허리를 곧게 세웠다.“지금부터 강솔 어머니 관련된 일은 당신이 맡지 않아도 됩니다.”말은 주승현에게 했지만, 그의 시선은 오롯이 강솔에게 꽂혀 있었다.“다른 사람에게 넘겨요.”“예...?”주승현은 얼떨떨하며 강솔을 바라봤다.강솔의 심장이 순간적으로 덜컥 내려앉았다.“주승현 교수가 엄마를 계속 담당해 왔어. 왜 갑자기 바꾸는 건데?”말은 순식간에 튀어나왔다.몇 년 전 엄마가 사고로 쓰러진 이후부터 지금까지 매일의 수치, 예후, 급성 악화, 모든 걸 곁에서 관리해 온 게 바로 주승현이었다.지금 주치의가 바뀌면, 수술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었다.“네가 내게 했던 말 기억 안 나나?”중현의 목소리는 살얼음 위에 떨어지는 쇳조각 같았다.“널 더 이상 ‘관대’하게 대하지 말라고 했지.”그의 눈빛이 더욱 깊게 가라앉았다.“그래서 네게 주고 있던 모든 특권 그리고 네 어머니에게 주고 있던 모든 배려도 그대로 거둬들이는 거야.”그 말은 칼날보다 서늘했다.주승현은 미간을 찌푸렸다.“하 대표님, 그건 좀...”“만약 계속 강솔 어머니를 맡겠다면, 나는 지금 당장 당신을 해고할 수 있어요.”중현은 받는 사람의 감정 따위에 관심이 없었다.“대신 퇴직금은 곧바로 계좌로 넣어 줄게요.”그 말에 주승현은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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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중현 씨...”아연이 다시 시작했다.“아까는 그냥 사고였어. 솔이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야.”“고의든 아니든.”중현의 시선은 단 한 번도 강솔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자기가 강솔 때문에 다친 건 사실이야. 그러니까 책임을 져야지.”그 말의 의도를, 강솔은 정확히 읽었다.그는 해결을 하러 온 게 아니다.아연 편을 들러 온 것이다.예전처럼 누가 잘못했든 상관없이 강솔 만을 보호하던 그 시절처럼.그리고 지금 그는 그 ‘편애’를 아무렇지 않게 다른 여자를 향해 쏟고 있었다.‘내가 일부이처제를 거부하면, 언젠가 그 애정을 다른 사람에게 줄 거라고 경고하는 거구나.’그런 대체 가능한 사랑 따위, 강솔은 단 한 톨도 필요 없었다.“말 바꾸지 마.”강솔이 말했다.“말한 건 꼭 지켜.”“남아일언중천금.”중현은 단호했다.그 말이 떨어지자, 강솔은 옆에 있던 응급 키트에서 의사용 메스를 그대로 집어 들었다.그리고 망설임 하나 없이 자기 손바닥을 깊게 그었다.스윽.피부가 단번에 벌어지고, 붉은 피가 바로 솟구쳐 손바닥을 적셨다.눈 깜짝할 새에 피가 손바닥을 흥건히 채웠다.“강솔 씨!!”주승현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중현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흔들렸다.한밤중처럼 깊고 까만 동공이 그녀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피에 고정되었다.‘예전엔 손톱만 긁혀도 울먹이던 사람이었는데...’‘어떻게 이렇게 큰 상처를 내면서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을 수 있지?’‘나한테 빌기 싫어서? 그렇게까지 나를 이기고 싶어서?’“이 정도면 되겠어?”강솔은 흐르는 피를 전혀 닦지 않았다.손끝에서 뚝, 뚝, 붉은 방울이 바닥에 떨어졌다.“부족하면, 더 할게. 네가 만족할 때까지.”“하 대표님, 아연 씨의 부상은 심각한 게 아니라 그냥 피부가 조금 까진 정도입니다.”주승현이 급히 말렸다.“강솔 씨는... 이 정도면 충분해요!”열 배는커녕, 오십 배도 넘었다.중현의 얼굴은 차갑게 식어가며 어둠이 더 짙어졌다.아연은 갑자기 말을 바꿨다.“아, 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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