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Chapter 51 -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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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아빠가... 그때 모든 걸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면, 너는 믿을 수 있겠니?]강인호의 목소리는 한순간에 수십 년은 늙어버린 듯했다.[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너랑 너희 엄마 둘 다 위험에 휘말렸을 거야.]강솔의 입가에 비웃음이 스쳤다.“제가 그걸 믿을 것 같아요?”그 말은 마치 누군가 칼로 찌른 뒤, 당신을 위한 ‘결정’이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여기로 좀 와줘. 모든 걸 다 이야기해 줄게.]강인호의 말투는 점점 더 무거워졌다.[다 듣고도 네가 날 원망한다면... 네 엄마 앞에서 내가 직접 무릎 꿇고 용서를 빌겠다.]“좋아요.”강솔은 전화를 끊고, 바로 택시를 잡아 강은호의 위치로 향했다.마음속에서는 아버지의 말이 또 다른 거짓말일 거라고 수없이 경고했다.언젠가 강솔이 스스로에게 했던 거짓 위로처럼.하지만 그 끝자락에는 아주 작고 미세한 기대가 스며 있었다.‘혹시... 정말 사정이 있었던 건 아닐까?’어차피 지금의 강솔은 잃을 것도, 속을 것도 없었다.더 이상 그의 미끼로 이용될 어린애도 아니고, 과거처럼 돈을 빼앗길 일도 없다.설령 아버지가 불러낸 이유가 예전처럼 기만이라 해도, 이제는 상관없었다.하지만, 그의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강솔과 엄마는 분명 아버지란 자의 사과를 받아야 했다.약 30분 후.강은호가 보내준 위치의 고급 라운지 바에 도착 강솔은,전달받은 번호의 룸을 향해 곧장 걸음을 옮겼다.룸 앞에 선 강솔은 단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문을 밀었다.룸 안은 낮은 조도의 조명이 어둑했지만,강솔의 시선은 이미 소파에 앉은 중년 남자에게 향했다.그 남자는 강솔을 보자 천천히 일어섰다.눈빛은 복잡하게 일그러져 있었다.“솔이야.”강솔은 대답하지 않았다.문가에 선 채로 아버지를 가만히 바라봤다.몇 년 사이 강인호는 CEO 시절의 기세도, 자신감도 모두 사라진 채, 지쳐버린 흔적이 얼굴 곳곳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왜 멍하니 서 있어. 이리 와서 앉아.”강인호는 다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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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이게 당신이 말하는 사정이었어요?”“그럼, 지금 당장 나랑 같이 병원에 가서 엄마한테 무릎 꿇고 사과해요.”강솔의 말은 직설적이고 단호했다.강인호는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고 천천히 일어섰다.강솔은 그가 자신을 따라나서려는 줄 알았다.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방금 전의 비루하고 초라한 기색은 사라지고, 그의 얼굴엔 날카롭고 사나운 기색이 드러났다.“나보고 사과하라고? 그 여자가 사과받을 자격은 있고?”강인호가 한 걸음씩 다가오며 본색을 드러냈다.“잊지 마. 내가 아니었다면, 너희 모녀는 J시에 남아 있을 수도 없었어”“너는 평생 우리 하 대표 같은 신분의 사람하고는 인연도 못 맺었을 거야.”그 말을 듣자, 강솔은 강인호가 애초에 사과하려는 마음이 아니라는 걸 단번에 깨달았다.“오히려 감사해야지.”강인호의 말은 점점 더 격해졌다.“그래도 내 덕분에 네가 공주처럼 살았잖아.”“네가 그 잘난 재벌가 사모님 놀이할 수 있었던 것도 다 나 덕분이야.”“정말 모르겠어요. 엄마가 왜 당신 같은 사람이랑 결혼했는지...”강솔은 마지막 남아 있던 아버지에 대한 미련마저 버리고, 차갑게 말한 뒤돌아서 걸어 나갔다.“야, 강솔, 다시 말해봐!”강인호는 완전히 눈이 뒤집혔다.그는 강솔의 팔을 거칠게 낚아채 소파 위로 내팽개쳤다.“누가 널 이렇게 키워줬는지 잊지 마.”강솔이 반격하려고 하자, 그의 다음 말이 날아왔다.“듣자 하니, 너 우리 하 서방하고 이혼했다며.”강솔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어떻게 알았지?’“나도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강인호는 처음의 비루한 가면을 벗어던지고 결국 본색을 드러냈다.“오늘 널 찾은 건 네가 받은 위자료때문이야. 전부 달라는 것도 아니고, 칠 할만 주면 돼.”“그럼 실망하셔야겠네요.”강솔은 소파에서 일어나며, 예전보다 훨씬 차갑고 비웃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그 사람, 나한테 단돈 10원도 안 줬거든요.”“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시간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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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중현의 눈빛은 깊고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손끝이 책상 위를 천천히 두드리고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화면 너머의 시후는 중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를 생생히 느꼈다.[명단 보내.]중현이 낮게 입을 열었다. “오케이.” “근데 네 금쪽같은 마누라는...?”시후가 대답을 기다리기도 전에, 자신의 핸드폰이 갑자기 먹통이 되더니 후면 카메라가 자동으로 켜졌다.곧이어 들려온 건 감정 하나 묻히지 않은 중현의 목소리였다.[카메라 안으로 향하게 해. 내가 들어가라고 할 때 들어가.]‘영상통화 하자고 하면 될 걸, 굳이 내 핸드폰을 해킹해야 속이 시원한 거냐...’그 사이, 룸 안은 더 시끄러워지고 있었다.강솔이 강인호에게 끌려 들어오자,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강솔에게 꽂혔다.“이쪽으로 와!”강인호는 딸을 거칠게 옆으로 잡아당겼다.“가서 여기 계신 사장님들한테 술 한 잔씩 올려.”“강 대표님, 이 아가씨는?”말을 건 남자는 강솔을 위아래로 노골적으로 훑어보며 음흉하게 웃었다.“제 딸 강솔입니다.”강인호는 아부하는 얼굴로 활짝 웃으며 말했다.평소의 그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오늘은 우리 솔이가 여러분과 함께 마실 겁니다.”“앞으로 협력 건에 대해서 많이 도와주시면 감사하고요.”“하하, 그러지요.”여러 사람이 능글맞게 웃었다.강솔은 그의 손아귀를 필사적으로 뿌리쳤다. 그녀는 처음으로 아버지라는 사람을 향해 깊고 진한 증오를 드러냈다.“당신... 미친 거 아니야?”강솔은 온갖 경우의 수를 상상했지만,단 하나, 아버지가 딸을 이런 곳에 끌고 와 팔아넘기려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강솔은 강인호의 딸이었다. 분명히 자기 딸인데.찰싹!강인호의 손바닥이 그녀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눈동자엔 잔인함이 가득했다.“여기 계신 사장님들한테 술 따르는 것도 너한테는 과분해.”“네가 아직도 하 대표 사모님인 줄 아나 보네? 정신 차려, 이것아!”‘이혼 후 위자료를 단 한 푼도 못 받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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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생각보다 강솔 씨, 아주 독한 성격이네.”룸 안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면서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마치 이런 상황을 수도 없이 봐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하 대표가 좋아했던 것도 이런 성깔 때문이 아니겠어?”“하중현 대표 사모님, 한 잔 받으시죠?”누군가가 앞의 세 단어를 유난히 강조하며 말했다.강인호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았다.딸의 반항 따위는 아예 관심도 없다는 듯, 가볍고 무심하게 내뱉었다.“안 가고 뭐 해?”강솔의 손은 깨진 병을 쥐고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하지만 발끝은 아주 조금, 밖으로 물러서고 있었다.그 작은 움직임을 룸 안의 모든 사람이 잽싸게 알아챘다.“보아하니 우리 강 대표님은 회사 재건에 별로 의지가 없으신가 보군.”한 대표가 손에 들린 술잔을 탁 하고 내려놓으며 말했다.얼굴엔 불쾌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그렇다면 이 술, 굳이 마실 필요도 없겠네.”묵직한 소리와 함께 술잔이 테이블에 내려앉자, 강인호의 얼굴에도 잔혹한 기색이 번졌다.간신히 다시 네트워크를 구축해 보려고, 기어서 만든 자리다.강솔이 이렇게 행동하면, 망칠 수도 있다.‘이번엔 절대 이 애 때문에 망할 수 없다.’강인호는 마음속으로 이를 갈았다.강솔이 중현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 강인호는 그 관계를 이용해 회사를 살려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 ‘망할 년’은 중현에게 ‘아버지를 모른다’고 했다.그 때문에 놓친 기회가 얼마였는지?이제야 조금씩 재기할 준비하고 있는데, 딸 때문에 또다시 모든 게 무너질 위기였다.“마지막으로 기회 줄게.”강인호는 강솔이 쥔 병을 힐끗 보며 경고하듯 말했다.“더 이상은, 니가 내 딸이라고 봐주긴 힘들어.”강솔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강인호와 자신 사이에 남아 있는 ‘부녀간의 정’같은 건 이제에 끝났다.윤슬이 꿈쩍하지 않자, 강인호는 더는 아버지 흉내조차 내지 않았다.틈을 보며, 윤슬 손에 들고 있는 병을 거칠게 낚아챘다.강솔은 거의 광기에 가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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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강솔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강인호를 차단했다.그가 말하는 ‘대가’가 무엇이든, 오든지 말든지,지금의 강솔은 더는 잃을 것도, 두려워할 것도 없었다.하지만 정작 메시지를 보낸 쪽은 차단 표시를 보자마자 얼굴이 일그러졌다.강인호는 씩씩대며 계속 협박 문자를 쓰고 있었다.그제야 깨달았다.딸에게 자신이 쥐고 흔들 수 있는 카드가... 아무것도 없다는 걸.지안?그는 하중현의 아들이다.건드리는 순간 끝장이 날 일이다.강정숙?그 여자의 정체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건드렸다간, 자신이 먼저 죽을 수도 있다.바로 그때, 시후가 문 앞에 다시 나타났다.그의 얼굴에는 이미 ‘이 모든 게 존X 귀찮다’는 표정이 가득했다.문틈 사이로 안을 한번 보고는, 자신의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투덜거렸다.“너 아까, 네 금쪽같은 사모님 성격이 되게 얌전하고 순하다면서...”“그럼, 방금 내가 본 건 뭐냐? 완전 사람 무는 호랑이인데?”영상통화 속에서 들리던 그 여린 음성, 중현 앞에서만 보이던 착한 눈빛...그런 건 온데간데없었다.시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중현의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다.[강인호 데려와.]말투는 평온했지만, 등골을 차갑게 만드는 어떤 냉기가 있었다.시후가 잠깐 멈춰 섰다.“너 지금 여기 있냐?”대답 대신 불쾌한 기계음이 들렸다.클릭하는 소리였다.그리고 다음, 시후의 폰은 강제로 원격지원이 해제되어 카메라가 깜빡이며 꺼졌다.고시후, GS그룹의 대표.자기의 폰조차 이렇게 뚫리는 걸 보며,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투덜거리며 욕하면서도, 결국 시후는 말 잘 듣는 부하처럼 룸 안으로 들어갔다.시후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음침한 얼굴의 강인호는 하던 동작을 멈췄다.그가 소리 지르기도 전에, 시후가 웃으며 말했다.“강 대표님, 위로 잠깐 올라가시죠. 강대표님을 보고싶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잠시 후.강인호는 불안에 질린 얼굴로 시후를 따라 위층으로 향했다.문이 열리자마자 가장 먼저 보인 건, 어둠처럼 깊은 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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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못 마시겠으면 억지로 시킬 생각은 없어요.” 시후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이런 건 어디까지나 서로 좋자고 하는 거니까요.”강인호는 쥐고 있던 잔을 무의식적으로 더 꽉 잡았다. 시선을 탁자 위로 한번 내리깔고, 온갖 계산이 뒤엉킨 머리로 단번에 결정을 내렸다.“마시겠습니다!”방금 전 그 대표 놈들은 이미 강솔 그 죽일 년 때문에 기분이 단단히 상해 있는 상황이다. 지금 그들에게 다시 부탁하려면, 이 정도 술로 끝날 리가 없다. 원하는 건 결국 ‘기회’ 하나. 그렇다면 차라리 중현에게 줄 서는 게 낫다.중현이 기회를 주기만 한다면, 평생 먹고사는 걱정은 없을 테니까.결심이 선 순간, 강인호는 잔을 들이키기 시작했다. 한 잔, 또 한 잔.시후는 빈 병이 줄줄이 바닥에 나뒹구는 걸 보고 옆에 앉은 남자를 힐긋 바라봤다.‘이건... 너무 무자비한데?’쾅!마지막 병이 완전히 비워지자, 강인호는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 발은 헛디디고 말은 꼬였지만, 목적만큼은 잊지 않았다.“다... 마셨습니다.”“그래요.” 중현의 짧고 건조한 대답.강인호가 뭔가 말을 잇기 위해 입을 열려는데, 중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걸어 나가버렸다. 강인호는 황급히 앞을 막아섰다.“하 대표님! 기회가 뭔지는 아직 말씀 안 하셨잖아요.”“원래는 당신 회사 재건을 도와주려 했지요.” 중현의 짙은 눈동자가 강인호를 스쳐 지나갔다. 그 차가움은 마치 깊은 심연의 어둠 같았다. “하지만 방금 강솔한테 손댔으니까, 그 기회는 없던 걸로 하죠.”강인호의 머리는 이미 술로 질척했지만, 이 말만큼은 몇 초 만에 이해했다.그리고 곧, 수치와 분노가 뒤엉킨 얼굴로 소리쳤다.“날 가지고 논 거야?!”중현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차갑고 단단한 걸음으로 밖을 향해 걸었다.강인호는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강솔에게서 받은 모욕감, 방금 전의 굴욕감, 그리고 술기운이 합쳐져 분노는 정점을 찍었다.옆에 있던 병을 움켜쥐고, 중현의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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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중현이 옆으로 눈길을 던졌다.방금... 마음속에만 있어야 할 말을 입 밖으로 꺼낸 거 같은데?“내 말은 그게 아니라, 네가 주는 건 다 특별하잖아.”“나 같은, 아무것도 못 하고 도움도 안 되는 사람이니 가질 자격은 없지.”시후는 황급히 말투를 바꾸며, 늦게 말했다가 맞아 죽을까 봐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중현은 천천히 말했다.“왜 그렇게 생각해. 고 대표라면, 열 개도 받을 자격 있어.”시후는 변명하려 입을 열었다가, 중현의 잔잔한 눈빛과 마주치자, 바로 항복했다.“내가... 미안하구만. 그냥 못 들은 걸로 하지.”강 비서가 가볍게 헛기침했다.“뭘 웃어?”시후는 바로 공격 대상을 바꿨다.“보여? 내가 너희 대표한테 부탁하면 선물 백 개도 줄 걸?”“저희 대표님은 항상 공정하십니다. 외부의 영향으로 판단이 흔들리는 분이 아니에요.”강 비서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혹시 고 대표님은 저희 대표님이 그런 말에 흔들릴 거라고 생각하십니까?”“아부쟁이.”시후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중현이 시후를 스치듯 바라봤다.“내 사람 괴롭히지 마.”‘아... 진짜. 안 들은 걸로 할 걸.’‘팝콘각’만 아니었어도, 이 지옥 같은 차엔 한순간도 타고 싶지 않았다.차가 한참을 더 달리고 나서야 강 비서가 조심스레 물었다.“대표님, 강솔 씨 차가 작은 도련님 도장 쪽으로 갑니다.”“하 대표님과 고 대표님은 집으로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작은 도련님 보러 가시겠습니까?”“그걸 뭘 물어봐? 당연히 지안이 보러 가야지.”시후가 먼저 대답했다.“돌아온 뒤로 아직 제대로 놀지도 못했잖아.”강 비서는 백미러로 자신의 보스를 흘끔 확인했다.표정이 평소와 같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시후의 말대로 차를 틀었다.강솔은 아직 차 안에 있었다.뒷좌석에 앉아 창밖을 보던 강솔은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마치 방학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앉아 있는 듯한 이상한 착각이 스쳤다.폰이 두 번 진동했다.소담의 메시지가 도착했다.[어제 못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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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얼굴 못 본지 4년이나 되었다.하지만 셋이서 만든 단톡방에서 늘 수다를 떨었기에, 어제 본 듯 아주 자연스러웠다.“세상이 어떻게 변해도, 본좌님은 안 변하지.”토니는 말끝을 단단히 놀렸다.강솔은 가볍게 웃었다.토니는 고개를 돌려 무술 도장을 한번 훑어보고, 바로 물었다.“지안 데리러 온 거야?”“보러 왔어. 근데 이 시간엔 밥 먹고 낮잠 잘 시간이거든.”“여섯 시 넘어서 다시 데리러 오면 돼.”강솔은 시간을 확인한 뒤, 토니의 발치에 놓인 캐리어를 바라봤다.“너, 밥도 못 먹었지?”“비행기 내리자마자 서프라이즈 해주려고 뛰어다녔는데, 밥 먹을 시간이 어딨겠어?”토니는 늘 그렇듯 강솔에게만은 거리낌 없이 말했다.강솔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그럼 내가 맛있는 거 사 줄게.”여기 들른 것도 사실 즉흥적이었다.강인호에게 당한 온갖 일로 속이 뒤틀려서, 지안 얼굴이나 보면 나아질까 싶어 잠깐 들렀을 뿐.불편한 일만 생기면, 지안만 보면 금방 괜찮아졌으니까.하지만 지금, 멀리서 날아온 친구를 만났고, 엉망진창이던 마음도 많이 좋아졌다.“아니, 됐어.”토니는 캐리어를 끌어오며 손을 내저었다.“소마녀가 알면 내가 너한테 밥 얻어먹었다고 난리 칠걸? 나 잡으러 우주 끝까지 쫓아오겠지.”친숙하고 진심 어린 장난 속에서, 강솔은 며칠 동안 눌러져 있던 마음이 한순간에 풀리는 느낌이었다.“가자. 본좌님이 밥 살게.”토니는 자연스럽게 강솔을 자기 차 쪽으로 이끌었다.강솔과 재회하기 위해, 토니는 비행기 타기 전 미리 차를 공항으로 보내놓고,도착하자마자 강솔의 위치를 여기저기 수소문하며 뛰어다녔다.그 덕에 이렇게 정확한 타이밍으로 마주칠 수 있었다.하지만 두 사람은 몰랐다.그들의 모든 행동이 멀지 않은 곳, 검은색 마이바흐 안에서 낱낱이 목격되고 있다는 사실을.차 안의 공기는 거의 얼어붙어 있었다.시후는 옆자리에서 칼처럼 굳은 얼굴의 중현을 힐끔 보며 숨도 크게 못 쉬었다.‘아, 강 비서... 진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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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좋은 구경거리를 보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하지만 오늘 같은, 살짝만 건드려도 바로 폭발하는 초고위험 ‘핵폭탄급’ 구경이라면,사양이다. 제대로 빠져나오는 것조차 어렵다.“내가 보기엔 말이지, 방금 그건 그냥 오래된 친구끼리 반가워서 한 아주 순수한 포옹일 뿐이야.”“너무 마음에 두지 않는 게...”숨 좀 편하게 쉬어보려고 시후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강 비서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제발... 제발 그냥 입 좀 다무사지!’그러나 시후는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중현의 눈동자가 점점 더 불타고 있다는 사실을.“그리고 말이지, 하 대표랑 강솔 씨가 결혼한 지가 몇 년인데...”“지안이까지 있잖아, 강솔 씨에 대한 안토니 마음 같은 것도 이미 사라졌겠지.”“고 대표님.”강 비서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끼어들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음을 느끼며 급히 말했다.“갈증 나지 않으세요?”“안 목마른데.”시후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강 비서는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있었지만, 손바닥은 이미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제가 보기엔... 목마르신 것 같습니다.”“대체 뭐가 문제야?”시후는 옆자리의 저기압이 조금 약해졌음을 감지하고 작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아까는 내리는 것도 못 내려가게 하더니, 이제는 억지로 물 마시래.”중현이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나도 네가 목마른 것 같은데.”“나...”시후는 말끝을 잇기도 전에,칠흑 같은 숲처럼 깊고 위협적인 중현의 눈빛이 자신을 훑는 걸 보며 완전히 굳어버렸다.‘아까 대체 왜... 이 사람이 내 말에 넘어갔다고 착각한 거지?’“네가 목마르다니까.”시후는 조심스레 물병을 집어 들며, 심장이 움켜잡힌 것처럼 식은땀을 흘렸다.“그럼 목마른 걸로 할게.”중현의 눈빛은 더욱 깊어졌다.안토니, 그를 잊고 있었다.차는 조용히 달려 어느새 고급 레스토랑 앞에 도착했다.토니와 강솔이 다정하게 이야기하며 나란히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중현의 입술은 더 단단하게 굳었다.시후와 강 비서는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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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독하다.독해.“너, 혹시 강솔 씨가 꾸민 걸 눈치 챌까봐 걱정은 안 돼?”시후는 이미 겁이 반쯤 났으면서도, ‘대형 불구경’이 너무 재미난 듯 용감하게도 계속 떠들었다.“강솔 씨랑 안토니 사이도 꽤 가까워 보이던데.”중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강솔의 성격을 중현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그녀는 누군가에게 고백받으면,그 감정에 화답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고, 그래서 관계 자체를 끊어버리는 사람이다.‘희망 고문’이라고 생각될 가능성은 처음부터 제거하는 타입이었다.당연히,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토니도 그걸 안다.그래서 단 한 번도 고백한 적이 없다.“그럼 나 먼저 위에 올라가서 매니저한테 얘기하고 올게.”시후는 갑자기 기세등등해졌다.방금 차 안에서 스스로 세웠던 결심은 이미 기억 속에서 삭제됐다.“끝나면 안의 상황 바로 전달해 줄게.”“필요 없어.”중현이 낮게 말했다.“어?”시후는 멍해졌다.중현은 차 문을 열고 내리며 말했다.“같이 가.”“어.”시후는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다는 얼굴로 따라나섰다.그리고 떠나기 전, 차에 남아 있는 강 비서에게 은근히 자랑했다.“난 가서 현장에서 직접 구경 좀 하고 올게. 강 비서는 차 잘 지키고 있어.”강 비서는 예의 바른 미소를 지었지만, 속으로는 생각했다.‘이건... 구경거리보다 냉기 맞을 확률이 더 높은데...’하지만 시후는 그런 촉이 있을 리가 없었다.올라가자마자, 레스토랑 측에 상황을 설명했다.그리고 중현이 옆에 있다는 이유로,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정교하게 계획을 덧붙였다.“만약 꽃을 가져다줬는데 강솔 씨가 거절하면, 그냥 ‘카드 확인 좀 할게요’ 하고 ...”“꽃다발에 꽂힌 걸 슬쩍 보고는 ‘아, 죄송합니다. 사람을 잘못 찾았네요’ 이렇게 말해요.”중현이 무의식적으로 시후를 보았다.“그리고 방을 나서면서 일부러 낮게 말하세요.”“‘안 대표님 진짜 똑똑하시네. 이렇게 하면 어찌 됐든 본인 체면은 살잖아.’”“이런 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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