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내 걸 이렇게 많이 샀다는 건 나한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뜻인가?”도현은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손은 솔직했다. 단아가 건넨 옷을 직접 들고 다른 손으로 단아를 잡아 위층으로 데려갔다.“말해 봐. 원하는 게 뭐야?”“당신이 준 반지에 대한 답례야.”단아는 적당한 핑계를 하나 만들었다. 눈앞의 의심만 무사히 넘기면 됐다.말하면서 일부러 중지에 낀 반지가 잘 보이게 손을 들었다.도현은 장난기가 조금 섞인 목소리로 느긋하게 말했다.“내 돈으로 내 선물을 사서 답례한다고?”“그건 내 잘못이 아니지.”단아는 자연스럽게 받아쳤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둘이 정말 평범한 연인이라고 생각할 만큼 대화가 자연스러웠다.“당신이 나 촬영 못 나가게 하니까 내가 번 돈이 없잖아.”단아가 이렇게 반박하자 도현의 눈 깊은 곳에 묘한 감정이 번졌다.잠깐 도현은 이 행동이 단아의 연기인지 정말 속마음을 드러내는 건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단아는 원래 연기를 아주 잘했다. 말투만으로 진심과 거짓을 가려내기는 힘들었다.다만 이렇게 생기 넘치게 대꾸한 건 처음이었다.‘반지를 받고 정말 생각이 달라졌나?’‘아니면 나한테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포기하고 타협하기로 한 건가?’도현은 곧 두 가능성을 모두 지웠다.정말 순순히 도현의 뜻대로 움직이는 사람이었다면 그건 단아가 아니었다.위층에 올라간 도현은 정장 두 벌을 차례로 입어 봤다. 크기도 정확했고 몸에 맞게 떨어지는 재단선이 탄탄한 체형을 더 돋보이게 했다.단아는 옆에서 쉬지 않고 칭찬을 쏟아냈다.도현은 그런 단아를 보다가 한 걸음 다가왔다. 따뜻한 손바닥으로 단아의 뺨을 천천히 쓸었다.“보는 눈은 괜찮네. 정성 들여 선물 골라 준 걸 봐서 내일 영양사 부를게. 임신 준비하는 식단도 하루 세 끼 제대로 짜라고 하고.”“알았어.”단아는 조금도 이상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도현의 거친 손끝이 따뜻한 온기를 머금은 채 뺨을 스쳤다.“정말 괜찮아?”“뭐가?”단아는 여우처럼 길고 매력
방금 단아가 한 말 역시 자신을 속이기 위한 수단이라는 걸 알았다.하지만 도현은 과정이 어떻든 자신이 원하는 결과만 얻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정진에게 핸드폰을 단아에게 바꾸라고 하려던 때, 도현의 핸드폰에 단아의 메시지가 도착했다.[쇼핑할 때 당신 카드 써도 돼?]도현은 잠시 손을 멈췄다.몇 년 동안 단아는 먼저 도현의 카드를 쓰겠다고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도현이 따로 보내 준 돈조차 거의 손대지 않았다.‘정말 마음이 바뀐 건가?’도현은 답장을 보냈다.[마음껏 써. 한도 없는 카드야.]단아가 곧 답했다.[알았어. 고마워.]정진은 한참 기다려도 도현이 아무 지시를 하지 않자 조심스럽게 불렀다.“하 대표님?”[같이 가.]도현은 단아를 막지 않았다. 오늘은 단아가 처음으로 자신의 카드를 쓰겠다고 한 날이었다. 진심인지 연기인지는 몰라도 굳이 기분을 망칠 필요는 없다고 여겼다.[대신 약국 근처는 못 가게 해.]“알겠습니다.”준비를 마친 단아는 집을 나섰다.백화점과 쇼핑몰을 돌며 두 시간 동안 몇억 원어치를 결제했다.결제 알림이 연달아 핸드폰에 뜰 때마다 도현의 기분이 오히려 좋아졌다.점심때가 가까워졌을 무렵 단아는 화장실에 갔다.그 안에서 핸드폰을 꺼낸 단아는 믿을 만한 사람에게 연락해 근처 약국에서 경구피임약 두 상자와 비타민 한 병을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게 화장실 앞에 가져다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정진과 경호원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평범한 옷으로 갈아입고 들어와 달라는 말도 따로 덧붙였다.부탁을 마친 뒤 수고비로 40만 원을 송금했다.15분쯤 뒤, 평범한 손님처럼 들어온 여성이 화장실 안에서 준비한 물건을 단아에게 건넸다.단아는 피임약 포장을 뜯어 물 없이 한 알을 삼켰다. 약이 목을 넘어가자 전날부터 팽팽하게 조여 있던 마음이 조금 풀렸다.비타민 병에 들어 있던 내용물은 전부 버렸다.그 안에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먹을 경구피임약을 대신 넣었다. 복용 방법과 용량도
한편, 도현의 사무실.“또 밖에 나가서 일할 생각이야?”도현은 느릿하게 물었지만 말속에 깔린 경고는 누구라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단아는 핸드폰을 쥔 채 또박또박 되물었다.[당신이 허락했잖아?]그때 단아는 확실히 깨달았다. 자신은 도현에게 철저히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도현의 뜻에 완벽하게 복종해야 하는 인형과 다름없었다.단아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게 행동하거나 자기 뜻을 거스르면 도현은 여러 방법을 동원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이런 사람을 상대할 방법은 하나뿐이었다.속이는 것.도현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대로 계속 연기하고 거짓말하는 것이다.“뭘?”도현은 바로 알아듣지 못했다.[내가 당신 아이 낳아줄게.]단아는 머릿속 계획을 실행하기 시작했다.[대신 1년에 작품 하나 찍게 해 준다고 했잖아.]그 말이 나오자 수화기 너머가 오래 조용했다.도현은 핸드폰을 눈앞으로 가져와 발신자 이름까지 다시 확인했다.분명 단아였다.회의실에 앉아 있던 비서와 임원들은 도현의 표정이 읽기 어려울 정도로 바뀌자 모두 입을 다물었다. 괜히 한마디 잘못 꺼냈다가 대표의 기분을 건드릴까 봐 숨까지 죽였다.“방금 말 다시 해봐.”도현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설령 단아가 자신을 속이려고 하는 말이라 해도, 동의한다는 말을 단아가 직접 한 것은 사실이었다.단아가 스스로 동의했다면 도현도 더는 몇 가지를 억제할 필요가 없었다.[어젯밤 당신이 한 말 받아들일게.]단아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눈에는 감정이 하나도 없었다. 마치 감정 기능을 꺼 버린 사람 같았다.[당신 아이 하나 낳아줄게. 그 대신 당신은 내가 일 년에 작품 하나씩 찍을 수 있게 해줘.]“네가 원해서 하는 거 맞아?”[응. 내가 원해.]“좋아.”단아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대신 조건 하나 있어.]도현은 기분이 좋아진 듯 너그러웠다.“말해.”[당신한테 딱 두 달만 줄게.]단아는 도현이 받아들일 거라고 확신했다.[두 달 안에 내가 임신하지 않
“지금부터 단아가 약국에 가는 건 막아.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너희 시야에서 벗어나게 하지도 말고.”도현은 오늘 지켜야 할 핵심을 분명히 짚었다.“필요한 게 있으면 너희가 대신 사다 줘.”모두가 함께 대답했다.“알겠습니다.”도현은 그 외에도 몇 가지를 더 지시했다.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나니 정진도 도현이 왜 단아의 위험한 장면을 삭제하려 하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단아가 찍어야 할 장면이 앞으로 몇 개 더 남았어?”도현이 물었다.“이제 없습니다.”정진은 단아의 촬영 분량을 전부 파악하고 있었다.“그 위험한 장면들이 마지막이긴 한데...”뒤의 말은 도현의 시선 때문에 끝내 나오지 못했다.단아는 잠에서 깬 뒤에야 비로소 이 사실을 알았다.씻고 나서 밖에 나가 약을 살 핑계를 만들 생각이었지만 정진과 경호원들이 앞을 막았다.“필요하신 물건이 있으면 저희가 사 오겠습니다.”경호원이 말했다.“내가 직접 가면 돼.”“하 대표님 지시입니다. 오늘부터 필요한 게 있으면 전부 저희에게 말씀해 달라고 하셨습니다.”단아는 정진을 바라봤다. 정진의 눈에도 같은 뜻이 담겨 있었다.단아는 바로 도현이 시킨 일이라는 걸 알아챘다.“됐어.”더 실랑이를 벌이지 않았다. 일단 다른 방법을 찾기로 하고 정진에게 말했다.“대본 좀 가져다줘. 다음 주에 찍을 장면들 다시 한번 볼게.”정진은 그 자리에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 눈에는 미안함이 스쳤다.“왜 그래?”단아가 이상함을 눈치챘다.“하 대표님이 오늘 아침에 사람 시켜서 그 장면들 전부 삭제했어.”정진은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언니 촬영분은 이제 다 끝났어.”단아는 말을 잃었다. 잠시 뒤 핸드폰을 꺼내 도현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이어지는 동안 가슴속에서 화가 점점 치밀었다.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한 것만으로도 모자랐다.이제는 자기 일에까지 함부로 간섭하고 건드렸다.[일어났어?]전화가 연결되자 도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정진이 그러는데, 내 뒤쪽 촬영
“알았어?”도현은 단아의 허리를 천천히 쓸었다.단아는 모든 의욕이 사라진 기분으로 대답했다.“알았어.”도현이 결정한 일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지금 가장 급한 건 전날 관계에서 생긴 위험부터 해결하는 것이었다.단아의 매니저와 별장 경호원 모두 도현의 사람이었다. 그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사후피임약을 사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자.”도현은 단아를 끌어안았다. 단단한 가슴이 등 뒤에 닿아 따뜻했지만 단아에게는 오히려 서늘한 감각만 느껴졌다.처음에 도현은 단아를 그저 집에 두고 지내는 예쁜 인형 같은 연인 정도로만 생각했다. 단아가 도현이 원하는 성격을 연기하고 말만 잘 들으면 큰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단아의 신변도, 동생의 안전도 보장받을 수 있었다.그런데 지금은 달랐다.‘아이를 낳으라고?’반지까지 끼워 줬다.‘내 존재를 밖에 알리기 싫어하던 사람이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아까 내 노력이 부족했나 보네.”단아의 몸이 오래도록 굳은 채 풀리지 않는 걸 알아챈 도현이 뜨겁고 낮은 숨을 귓가에 흘렸다.단아의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두려움 때문이었다.“잘게. 지금 잘 거야.”그 뒤 20분 동안 단아는 억지로 몸에 힘을 빼고 잠을 청했다.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다. 긴장을 풀고 잠든 척하는 일 정도는 단아에게 어렵지 않았다.하지만 이번 일을 받아들이는 자신의 한계를 과대평가했다. 몸을 느슨하게 만들고 일정한 호흡까지 흉내 냈지만 머릿속에서는 계속 도망칠 방법과 도현의 생각을 돌릴 방법을 찾고 있었다.그날 단아는 새벽이 깊어서야 겨우 잠들었다.쌓인 피로가 불안보다 무거워진 뒤에야 깊은 잠에 빠졌다....다음 날 아침, 도현은 아직 잠든 단아를 보고 조심스럽게 이불을 걷어 침대에서 내려왔다. 씻고 준비를 마친 뒤 아래층으로 내려가 단아의 매니저와 전담 경호원들을 서재로 불렀다.자신들의 고용주 앞에 선 사람들은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속으로 도현을 두려워하고 있었다.“단아가 맡은 분량의 위험한 장면 촬영
단아는 반지를 돌려주면 도현이 화낼 줄은 알았다. 하지만 그 화가 이런 식으로 번질 줄은 몰랐다.도현 곁에서 머무른 세월이 길었다. 다른 건 몰라도 도현의 기분을 맞추는 법만큼은 익숙했다.“안 돌려줄게. 내가 잘못했어.”“잘못했으면 벌도 같이 받아야지.”도현은 막 갈아입었던 옷이 젖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렇게 이어진 실랑이와 도현의 집요한 행동은 두 시간이나 계속됐다.단아는 사과도 하고 순순히 물러섰지만 도현의 화는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새벽 두 시가 되어서야 방 안이 조용해졌다.이미 지칠 대로 지친 단아에게는 손 하나 들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도현은 손가락으로 단아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콧등에 걸친 안경 때문에 겉모습은 더 반듯해 보였지만, 하는 행동은 정반대였다.“내가 준 물건을 되돌려 받는 경우는 없어. 알아들었어?”“미안해.”단아는 이번에는 얌전히 사과했다.“내가 듣고 싶은 말이 그 말이 아닌 거 너도 알잖아.”단아는 도현을 바라봤다. 깊고 어두운 눈과 시선이 맞부딪쳤다.한참 뒤 도현은 단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여운이 남는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임단아.”단아는 움직이지 않았다.도현이 말했다.“내 아이 낳아 줘.”단아의 몸이 굳었다.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뭐라고 답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그 말을 들은 머릿속이 하얗게 터져 버린 듯했다.‘아이를 낳으라고?’‘내가 어떻게 당신 아이를 낳아.’증거만 충분히 모으고 동생 쪽 준비만 끝내면 단아는 언제든 도현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최악의 경우 도현 때문에 평판과 커리어를 전부 잃을 수는 있어도 자유까지 완전히 잃는 건 아니었다.하지만 아이를 낳으면 두 사람 사이에는 끊을 수 없는 실질적인 연결이 생긴다.출산 과정에서 달라지는 몸과 감정 때문에 단아 자신이 아이를 포기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컸다.‘안 돼.’‘절대로 안 돼.’“중현이도, 상진이도 아이가 있잖아.”도현은 단아가 너무 놀라서 말을 못 하는 거라고만 생각했다.“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