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현이라는 걸 확인한 지안의 눈에 겉으로 보기에 알아채기 어려울 만큼 작은 반가움이 스쳤다. 하지만 지안은 곧 그 감정을 감추고, 새침한 표정으로 말했다.“아저씨, 엄마한테 허락받고 온 거야?”“선물 줬더니 들여보내 주던데.”중현은 지안의 의자에 느긋하게 앉았다. 놀리듯 지안을 바라보았다.“아...”“너는?”지안은 이해가 안 됐다.‘뭐가?’“네 그 아빠 열 명은 엄마한테 뭐 줬는데?”중현이 일부러 물었다.“아빠들 일은 아저씨가 물어볼 일이 아니야.”지안은 어린 얼굴로 제법 진지하게 말했다. 동그란 눈까지 꽤 엄숙했다.“아저씨, 아빠들한테서 몰래 배워 갈 생각도 하지 마.”중현의 맑고 짙은 눈동자에 웃음이 스쳤다. 지안에게 손을 내밀었다.“이리 와. 아빠가 좀 안아 보자.”지안은 그 손을 바라보다가 몇 번이나 마음이 흔들린 끝에 거절했다.“싫어.”중현은 긴 팔을 뻗어 지안을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목소리는 평소처럼 낮고 안정적이었다.“어린 게 왜 이렇게 새침해?”지안은 두어 번 버둥거렸다.중현은 지안을 놓지 않고 꼭 끌어안았다.그 사이 지안의 몸이 중현의 가슴팍에 두 번 부딪혔다. 통증이 올라왔는지 중현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이제 장난 그만하고, 아빠가 진지한 얘기 좀 할게.”중현은 여전히 지안을 안은 채, 달래듯 낮게 말했다.“아빠 아니고 아저씨야.”지안이 바로잡았다.중현은 지안 말에 맞춰 주었다.“그래, 아저씨.”그 뒤로 30분 넘게 두 사람은 방 안에 함께 있었다. 그 사이 강정숙이 지나가다 중현을 보고 잠시 걸음을 멈췄지만, 더는 관여하지 않았다. 중현이 위층까지 올라왔다는 건 아마 강솔이 허락했다는 뜻일 터였다.엄마로서 강정숙이 해 줄 수 있는 건, 딸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흔들리지 않게 버틸 힘을 주는 것뿐이었다.강솔이 어떤 선택을 하든.강정숙은 간섭하지 않을 생각이었다.강솔이 아래층에서 소담과 근황을 주고받는 동안, 홍일이 커다란 종이 상자를 안고 위층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눈에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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