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Chapter 431 - Chapter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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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1화

강솔은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강정숙은 강솔을 다시 서재로 데리고 가 오늘 대화에서 강솔이 체크해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을 짚어 주었다.“그 20% 지분은 네가 받아야 할 몫이야. 저쪽에서 무슨 말을 하든 신경 쓸 필요 없어.”“네.”강솔은 고개를 끄덕였다.처음에는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당시 가격 그대로 수백 배나 오른 주식을 되사는 게 괜찮은 일인지 고민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지분 매각 협의서에 그런 조항이 들어간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양심에 찔려서 넣어 둔 조항일 리는 없었다.정말 양심이 있었다면, 애초에 강정숙에게 그 지분을 팔라고 몰아붙이지도 않았을 테니까.그 뒤 30분 동안, 강정숙은 예전 JX그룹과 관련된 일을 강솔에게 대략 설명했다. 진씨 집안 사람들이 강정숙을 어떻게 대했는지, 진환식이 얼마나 심했는지는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짧게 넘겼을 뿐, 회사와 관련된 일만 중점적으로 이야기했다.그런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난 강솔은 한참 동안 마음이 아팠다.“중요한 건 대충 이 정도야.”강정숙이 지금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였다.“나중에 다른 세부 내용이 생각나면 또 말해 줄게.”“엄마...”“응?”강솔은 따뜻한 엄마가 그렇게 많은 일을 겪어 왔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강솔은 이번만큼은 단단히 마음먹었다.“제가 반드시 엄마 것을 되찾아올게요.”JX그룹을 살린 사람은 강정숙어었다.중요한 거래처를 직접 찾아가 설득한 사람도 강정숙이었다.지분 역시 강정숙이 자신의 능력으로 얻어 낸 것이었다.그런데 끝내 여자가 회사를 쥐고 있다는 이유로, 세간의 말과 눈총을 핑계 삼아 진씨 집안 사람들은 온갖 수를 써서 강정숙의 지분을 빼앗다시피 내놓게 했다.정말 끝까지 썩어 빠진 사람들이었다.“응, 나도 내 딸을 믿어.”강정숙은 진심으로 강솔을 믿었다....같은 시각, 아래층.중현은 아직도 가지 않고 버티고 있는 여윤재를 바라보며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여 회장님은 아직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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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대표님.”강 비서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약상자를 뒷좌석에 올려놓았다.중현은 입고 있던 짙은 색 캐주얼 상의를 벗었다. 얇게 잡힌 근육 위로 붕대가 감겨 있었고, 상처 부위에서는 이미 피가 조금씩 배어 나오고 있었다.“드레싱 갈 때 좀 아프실 수 있습니다.”강 비서는 구급상자를 열었다. 차 안은 이미 소독해 둔 상태였다.“조금만 참으십시오.”오기에 앞서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강 비서는 의사에게 드레싱 하는 법을 배워 두었다.배워 두길 잘했다.안 그랬으면 병원으로 돌아갈 때쯤 더 심해졌을 것이다.“괜찮아. 대충 해.”중현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강솔과 지안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고 오후 내내 참고 있었다. 이 정도 통증은 견딜 만했다.강 비서가 붕대를 풀기 시작했다.막 손을 움직이려던 때, 누군가 차창을 두드렸다. 중현이 고개를 돌리자 차 밖에 서 있는 사람은 여윤재였다. 손을 들어 창문을 내리려 하자, 강 비서가 걱정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다치신 일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습니다.”“여긴 H시야. 웬만한 소식은 이쪽 4대 가문 눈을 피해 갈 수 없어.”중현은 상황을 정확히 보고 있었다. 크게 개의치도 않았다.“그리고 저분은 이미 알고 있어.”저녁 식사가 그 증거였다.일부러 상처에 좋지 않은 음식만 중현 앞에 올려놓은 걸 보면, 여윤재는 분명 알고 있었다.중현이 강솔 앞에서 여윤재를 바로 들춘 것도, 나름대로 되갚아 준 셈이었다.차창이 내려갔다.강 비서는 계속 중현의 상처를 살피며 약을 갈고 있었다.붕대에 묻은 피를 본 여윤재의 눈에 뜻밖이라는 기색이 스쳤다.“이렇게 좋은 패를 왜 아까 안 써먹었냐? 솔이가 이거 봤으면 마음이 약해져서 널 걱정했을지도 모르는데.”중현은 오후 내내 너무 태연했다. 그래서 여윤재는 소문이 과장된 줄 알았다.그런데 중현은 그냥 참고 있었다.“회장님은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이 회장님 때문에 걱정하는 걸 감수하실 수 있습니까?”중현이 물었다.“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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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회장님, 하도현 도련님 연락처 필요하십니까?”강 비서가 붕대를 다시 감아 준 뒤 물었다. 표정은 더없이 진지했다.“제가 드리겠습니다.”“필요 없다.”여윤재는 아직도 안색이 창백한 중현을 한 번 훑어보았다.“나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 일까지 챙길 만큼 한가하지 않다.”여윤재는 말을 끝내자마자 돌아섰고, 더 머물지 않았다.차에 오른 뒤에야 여윤재는 자신이 중현의 차창을 두드린 이유를 떠올렸다. 애초에 중현이 왜 아직 떠나지 않고 있는지 물으려던 참이었다.여윤재는 몸을 돌려 뒷유리 너머로 중현의 차를 한 번 바라보았지만, 더 생각하지 않았다. 곧바로 기사에게 출발하라고 지시했다.중현은 바로 떠나지 않았다. 강 비서에게 차를 비교적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옮겨 세우게 했다. 밤 10시 반, 불꽃이 터지며 별장 앞 하늘이 환하게 밝아지자 중현은 비로소 그곳을 떠났다.중현은 핸드폰을 꺼내 강솔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생일 축하해.]강솔은 메시지를 보았다. 창밖에서 잇따라 피어나는 불꽃을 바라보았다. 저 불꽃이 중현이 준비한 것이라는 걸 알았다.H시도 J시처럼 특별한 사정이나 허가가 없으면 불꽃놀이가 금지되어 있었다. 예전 생일마다 중현은 관련 부서와 미리 협의했고, 적당한 명분을 만들어 허가받아 당당히 불꽃을 올렸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밤 12시.강솔은 중현과의 대화창을 열고 ‘생일 축하해’라는 한 마디를 입력했다. 손끝이 전송 버튼 위로 움직였고, 누르려던 찰나에 망설임이 찾아왔다.요 며칠 중현은 강솔에게 J시로 돌아가자는 말을 다시 꺼내지 않았다. 감정도 몹시 안정되어 보였다.하지만... 두 사람은 아직 이혼 전이었다.강솔은 한참 고민하다가 입력했던 글자를 모두 지웠다.마침 그때, 중현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내 생일 됐네. 무슨 소원 빌고 싶어? 나랑 상관없는 걸로.]강솔은 잠시 멈췄다.해마다 생일이면 강솔은 소원을 두 개 빌었다. 하나는 자신의 생일 소원이었고, 하나는 자정이 지난 뒤 중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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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진화연을 만난 건 이번이 두 번째였지만, 여전히 강솔의 눈길을 빼앗길 만큼 멋진 사람이었다.“화연 이모.”“내가 늦었다, 기다리게 했네.”진화연은 강솔의 맞은편에 앉았다. 말을 건넬 때 입가에는 다정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두 사람은 가볍게 안부를 주고받았다.강솔은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다시 한번 진화연에게 설명했다. 전화로 이미 말하긴 했지만, 그것도 이미 며칠 전 일이었다.“괜찮아. 네가 가 보면 혹시라도 다른 성과가 있을까 해서였어.”진화연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상대는 어쨌든 중현이었다.“협의가 안 됐으니, 내일 법원에 소장 접수할게. 이후 절차는 내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오면 돼.”강솔은 고개를 끄덕였다.“네.”진화연이 말했다.“다만 한 가지는 미리 알아둬야 해.”강솔이 대답했다.“말씀하세요.”“긴 싸움이 될 수 있어.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해.”진화연은 강솔이 중간에 무너지지 않도록 가능한 상황을 먼저 짚어 주었다.“하 대표가 이혼을 막으려고 여러 방법을 쓸 가능성이 높아.”강솔도 미리 알아본 내용이 있었다.“알고 있어요.”법원 연락을 못 본 척해 서류 송달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고, 결국 공시송달 절차까지 끌고 갈 수도 있었다. 이후에는 관할권 이의신청이나 조정 절차를 꺼낼 수도 있었다.어떤 행동들은 실제로 효과가 크지 않더라도, 시간을 끌기 위해 쓰이곤 했다.그런 과정이 하나씩 이어지면, 실제 재판 절차에 들어가기까지 1년 가까이 걸릴 가능성도 있었다.“그럼 됐어.”진화연은 준비해 온 자료를 강솔에게 건넸다.“이거 확인해 봐. 문제 없으면 내일 바로 진행할게.”강솔은 자료를 받아 훑어보았다.“문제없어요.”진화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두 사람은 이후에도 몇 가지 세부 사항을 더 이야기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났을 때는 이미 오전 11시가 넘어 있었다.강솔은 진화연에게 점심을 대접하려 했지만, 진화연은 다른 약속이 있어 함께 먹지 못했다. 대신 진화연은 강솔에게 돌아가는 길 조심하고,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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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내가 묻잖아. 언제부터 알았냐고!”아연은 발끈한 사람처럼 날카롭게 변했다.강솔은 고개를 돌려 아연을 보았다.시선은 담담했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그런 눈빛 때문에 아연은 강솔이 이미 알고 있다고 느꼈고, 감정은 더 거칠게 튀어 올랐다.“말해!”“네가 그 일을 앞세워 사방에서 중현을 협박하고 다닐 때.”강솔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지어냈다.‘소아연은 누구를 대신한 건가?’‘하중현은 왜 소아연이 가짜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지?’‘소아연은 그 일을 어떻게 알게 된 거야?’강솔은 지금 어느 것 하나 알지 못했다. 그래서 당사자를 떠볼 수밖에 없었다.“말도 안 돼.”아연은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다.“네가 내가 가짜라는 걸 알았다면 왜 까발리지 않았는데?”“내가 알았을 땐 이미 하중현이 너 때문에 나한테 상처를 준 뒤였으니까.”강솔은 이미 벌어진 일을 토대로 그럴듯하게 말을 이어 갔다. 태도만큼은 진지했다.“복수하고 싶었어. 하중현이 진실을 알게 되는 날 어떤 표정을 짓는지 보고 싶었거든.”아연은 강솔의 얼굴에서 거짓말의 흔적을 찾아내려 했다.하지만 강솔의 표정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마치 모든 일을 다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할 말 더 있어?”강솔은 아연과 오래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없으면 내려.”“거짓말이야!”아연은 끝내 인정하지 못했다. 눈은 여전히 강솔을 집요하게 노려보고 있었다.“넌 아무것도 몰라.”“예전엔 몰랐다고 쳐도, 지금은 모를 수가 있나?”강솔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쳤다. 이렇게 무심하게 굴수록 아연의 마음은 더 불안해졌다. 그 뒤로 1분 넘게 아연의 시선은 강솔의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아연은 과거의 기억 속에서 단서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떠오르는 건 강솔과의 다툼뿐이었다. 중현이 했던 말들도 생각났다. 겉으로는 따뜻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냉정하기 이를 데 없던 말들. 그 외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그럼 그 사람이 누군지 말해 봐.”아연은 강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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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강솔은 손끝으로 운전대를 가만히 쓸었다.돈을 조금 주고 순조롭게 이혼할 수 있다면, 강솔에게는 나쁘지 않은 거래였다. 다만 거래 상대가 아연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하중현이 너랑 이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건 너도 알잖아. 소송으로 가면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도 알 테고.”아연은 강솔이 받아들이길 간절히 바랐다.“지금 네 앞에 자유로워질 기회가 놓여 있는데, 안 잡을 거야?”“날 자극할 필요 없어.”강솔이 곧바로 승낙하지 않자, 아연은 더 초조해졌다.그리고 오늘 둘이 나눈 대화를 머릿속으로 다시 짚었다.“그 사람은 어디 있어? H시까지 오는 데 얼마나 걸려?”“길어도 사흘은 안 넘겨.”아연은 나름 머리를 굴렸다. 거짓말도 진실이 섞여야 더 그럴듯해진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 사람이 이 일을 알게 되면 네 이혼을 도와줄 거라고 보장할 수 있어. 못 해내면, 그때 내 행적을 하중현한테 넘겨도 돼.”강솔은 고개를 돌려 아연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 말을 꺼낸다는 건, 아연에게 그만한 확신이 있다는 뜻이었다.‘그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하중현이 결혼할 때 나에게 했던 약속을 내려놓게 할 만큼,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기에?’“나도 괜히 빙빙 돌려 말하진 않을게. 그 사람은 하중현의 은인일 뿐만 아니라, 하중현한테 아주 중요한 사람이야.”아연은 태연하게 거짓을 섞었다.“그 사람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하중현은 다른 사람과 한 약속을 뒤로 미룰 수 있어. 너와 한 약속까지 포함해서.”“생각해 볼게.”강솔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정리되면 알려줄게.”“안 돼.”“그럼 거절할게.”아연은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누르며 계속 강솔을 흔들었다.“이 기회 놓치면 넌 하중현이랑 소송해서 이혼하는 수밖에 없어. 지는 건 안 무서워?”“무섭지.”강솔은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아연을 바라보는 눈빛은 놀라울 만큼 차분했다.“그런데 나보다 더 무서운 건 너잖아.”아연이 굳었다.강솔은 바로 말했다.“네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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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네가 말 안 해도 알아!”임풍은 콧방귀를 뀌듯 대답했다. 말투에는 묘하게 새침한 기색이 섞여 있었다.[사모님한테도 들키면 안 되지만, 여씨 집안이랑 진씨 집안 사람들한테도 들키면 안 돼.]임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임풍이 혼자 움직이다 괜히 허술하게 굴까 봐 걱정됐다.[사모님 안전이 걸린 일이야.]“너 진짜 말 많다.”임훈이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됐어...’말하는 걸 보면 믿음직스럽지 않아도, 임풍은 일 처리만큼은 수준급 경호원이었다.임훈은 몇 가지 안전 수칙을 더 당부한 뒤 전화를 끊었다.강솔은 곧장 집으로 향했다. 소담은 강솔이 이렇게 일찍 돌아온 것을 보고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진화연 변호사님이랑 밥은 안 먹었어?”“다른 약속 있으시대.”강솔은 차 키를 내려놓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우리 엄마는?”“지안이 데리고 나가셨어.”소담은 하품했다.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했다.“누구 좀 만나고 온다면서, 기다리지 말고 밥 먼저 먹으라고 하시던데.”강솔은 자리에 앉아 물 한 잔을 따랐다.소담은 강솔의 표정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두어 번 더 살폈다.“이거 잘 풀린 얼굴이야, 안 풀린 얼굴이야?”강솔은 잠시 말을 고른 뒤 대답했다.“그럭저럭 잘 풀렸어.”“그런데 왜 큰일 앞둔 사람처럼 있어?”“네가 전에 했던 추측이 맞았어.”강솔은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핵심을 꺼냈다.“소아연이 하중현의 은인이라는 신분, 문제가 있어. 소아연은 가짜야.”소담은 그 자리에서 완전히 잠이 깼다.“확실해?”강솔은 물컵을 내려놓았다.“소아연이 직접 말했어.”강솔은 차 안에서 아연과 나눴던 대화를 소담에게 설명했다. 마지막에는 자기 생각도 덧붙였다.“지금 확실하지 않은 건 그 사람이 아연과 어떤 관계인지, 소아연이 어떻게 그 일을 알게 됐는지야.”가장 중요한 건 중현 쪽이었다.아연은 대체 어떻게 중현을 속인 걸까?중현에게 자신이 생명의 은인이라고 믿게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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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원래대로라면 지금 바로 줄 수 있어. 그걸로 우리는 완전히 선을 긋는 거고.”중현의 얇은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다. 맑게 가라앉은 검은 눈에는 묵직한 기세가 어려 있었다.“그럼 지금 나한테 보내.”아연도 완전히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었다.“돈 출처가 합법이라는 계약서도 만들어 줘. 내가 H시를 떠나면 우리 사이는 그걸로 끝이야.”중현은 아연을 바라보았다. 가만히 있어도 사람을 누르는 분위기가 있었다.“내가 말한 건, 원래대로라면 그렇다는 거야.”아연의 미간이 좁아졌다.뭔가 잘못됐다는 직감이 들었다.“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장우, 알아?”중현이 물었다.아연의 등이 굳었다. 아연은 빠르게 부정했다.“몰라.”중현은 곧바로 아연의 말을 깼다.“모르는 사람을 산 정상으로 불러내?”“너 나 뒷조사했어?”아연은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HS그룹 대표이자 국내 부자 순위 1위인 중현에게 600억 원의 유동자금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 싶었다.결국 돈을 마련한다는 핑계로 시간을 벌어 자신을 조사한 것이었다.아연은 정말로 중현이 돈을 투자에 묶어 둔 줄 알았다.“이상한 일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야.”중현은 서두르지 않았다.“위험을 피하는 건 사업가의 본능이고.”아연은 양옆으로 내린 손을 꽉 쥐었다.‘하중현...!!’“네가 내 은인이라는 점을 봐서 경찰에 넘기진 않을게. 네가 직접 자수하든, 장우가 깨어난 뒤 고소당하든 선택은 네 몫이야.”중현의 담담한 말은 아연에게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아연의 숨이 거칠게 오르내렸다. 중현을 향한 반감이 극에 달했다.중현은 덧붙였다.“하지만 내가 공범이 될 수는 없어.”“장우랑 산에서 만나기로 한 건 맞아. 그런데 중간에 일이 생겨서 못 갔어.”아연은 감정을 억눌렀다. 괜히 꼬투리를 잡히고 싶지 않았다.“장우가 그렇게 된 건 나랑 아무 상관 없는 일이야.”어차피 아연은 미리 준비를 해 두었다.경찰이 조사한다 해도, 제대로 밝혀내긴 어려울 것이다.“장우가 추락해서 의식불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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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그건 내 사생활이야.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아연의 심장은 제멋대로 거칠게 뛰었다.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흥건했다.“날 잘 챙겨 주겠다고 했지. 이게 네가 말한 챙겨주는 방식이야?”“뒤에서 사람 캐고, 내 사생활 파헤치고. 너무하다는 생각 안 들어?”중현은 아직 아연의 신분이 가짜라는 사실까지는 알지 못했다.아연은 그 점만 잘 이용하면 여전히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중현에게서 돈을 받아 내지 못하더라도, 강솔 쪽에서는 얼마든지 챙길 수 있을 터였다.게다가 중현이 예전에 준 물건들과 집도 있었다. 정 안 되면 전부 팔아 버리면 그만이었다.어차피 지금은 아연의 진심까지 의심받는 상황이었다.중현의 먹빛 눈동자가 조금 더 깊어졌다.강 비서가 자기 대표를 대신해 입을 열었다.“그건 레미 씨와 고 대표님께서 저희 대표님 몰래 알아보신 일입니다. 대표님 지시는 아니었습니다.”“그럼 전에 돈 없다고 해 놓고, 뒤로는 날 조사한 건?”아연은 최대한 감정을 터뜨렸다.“그것도 중현이 시킨 게 아니야?”강 비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이상한 점이 있으면 확인해 보는 게 맞습니다.”“지금부터 너랑 네 친구들이 나에 대해 하는 모든 조사를 멈추라고 해.”아연이 단호하게 말했다.“내 사생활 지켜줘. 그거 못 할 거면, 약속 운운하지 마.”강 비서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 요구가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중현을 바라보았다. 말은 늘 중현 쪽에 서 있었다.“대표님, 이건 들어주시면 안 됩니다.”“시후랑 레미에게 조사 멈추라고 해.”중현의 새까만 눈 위로 옅은 안개 같은 기운이 내려앉았다.“대표님!”강 비서의 목소리에 걱정이 묻어났다.겨우 아연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아냈다. 겨우 중현이 아연에게서 벗어날 기회가 생겼다. 여기서 멈추면 지금까지 알아낸 것들이 전부 허사가 될 수도 있었다.중현이 다시 눈을 들었을 때, 눈동자는 이미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시키는 대로 해.”강 비서는 말을 꺼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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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아연은 그 말만 남기고 병실을 나갔다. 더는 머물지 않았다.강 비서는 병실 문을 닫았다.다시 침대 앞으로 돌아온 강 비서는 마음속 의문을 꺼냈다.“대표님, 소아연 씨 요구를 받아들이신 건 고 대표님 쪽에서 대표님 말씀을 듣지 않을 걸 아셔서 그렇게 대답하셨습니까?”“응.”중현은 약속대로 아연을 돌봐야 했다. 하지만 친구들이 자기 말을 따르지 않는 것까지 강요할 수는 없었다.예전에는 아연에게 특별히 대해 주고, 어느 정도 제멋대로 구는 것도 받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동안 벌어진 일들로 그런 마음은 거의 사라지고 없었다. 약속에 남은 건 아연을 잘 챙기고, 평생 지켜 주겠다는 말뿐이었다. 그 외의 것까지 더해 줄 필요는 없었다.“돈은 정말 주실 겁니까?”강 비서가 물었다.“줘.”중현의 말투는 담담했다....아연은 병원을 나서자마자 강솔에게 전화를 걸었다.중현 쪽 돈은 일주일 뒤에나 받을 수 있었다. 그 일주일 안에 강솔을 설득해야 했다.강솔이 받아들이기만 하면, 강솔이 도와주기만 하면, 아직은 빠져나갈 길이 있었다.강솔과 소담은 식사 중이었다. 화면에 전화번호가 뜨자, 강솔은 망설이지 않고 통화 버튼을 밀었다.[방금 왜 전화했어?]아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생각 끝났어?]“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사람을 시켜 네 행적을 숨겨 줄게.”강솔은 소담이 알려 준 말대로 말했다.“대신 너는 떠나는 날, 그 사람의 신분을 나한테 넘겨야 해.”아연은 거절했다.[안 돼.]이 대답은 강솔이 좀 의외였다.‘소아연은 생각이 꽤 많았네.’[그때 알려 줬는데 네가 마음 바꿔서 내 행적을 안 숨겨 주면 어떡해.]“그럼 거래 안 해.”강솔은 아연의 생각대로 상황에 끌려갈 마음이 없었다. 한 번 끌려가면 두 번째도 생길 것이 뻔했다.“거래는 없던 걸로 해.”[잠깐!]아연이 급히 소리쳤다. 강솔이 정말 전화를 끊을까 봐 겁이 난 듯했다.강솔은 내려놓았던 젓가락을 다시 식탁 위에 두고, 아연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소담도 숨죽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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