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Bab 71 - Bab 80

100 Bab

제71화

[그럼, 일 봐. 나 때문에 빨리 돌아올 필요 없어.]아연은 목적을 달성하자, 마치 배려 깊은 사람처럼 말했다.[이 정도 상처는 조금 쉬면 괜찮아질 거야.]“알겠어.”중현은 더 붙잡지도, 더 묻지도 않았다.둘은 몇 마디 더 형식적인 안부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시후는 이미 머리가 지끈거렸다.강솔, 아연, 그리고 중현...이 셋 사이 꼬여 있는 관계가 원래부터 정상은 아니었지만, 중현이 지금처럼 미친놈인 줄은 몰랐다.“너... 설마 아연 씨가 거짓말하는 거 모르는 거 아니지?”시후는 한숨을 훅 뱉으며 말했다.“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중현의 검은 눈빛은 깊고 어두워서 속내가 전혀 읽히지 않았다.“쉽게 말해줄게.”시후는 가까이 몸을 숙였다.말을 고르다가 결국 직설로 말해버렸다.“아연 씨 같은 타입은... ‘야망녀’나 ‘내숭녀’에 가까워..”중현은 아주 태연했다.“응.”“...응?”시후는 눈을 크게 떴다.‘아니, 공감하는 거야 무시하는 거야?’“너, 지금 상황이... 강솔 씨가 시비 건 게 아니라 소아연이 먼저 도발한 거잖아.”“그럼 최소한 뭐라고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시후는 마지막 양심을 꺼내 설득하기 시작했다.중현은 시후 말은 무시하듯,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수술실 문을 멍하니 바라보는 강솔이 화면에 잡혀 있었다.“너, 나 오늘 처음 안 거 아니잖아.”중현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편을 들어도 정도가 있죠.”시후는 거의 울먹였다.“아연 씨 행동은... 문제가 크지.”“공정함은 법원이 맡을 일이고...”중현은 가볍게 말했다.“난 내 사람만 지키면 돼.”시후는 더 말할 수가 없었다.그는 예전 일을 떠올렸다.강솔이 작은 억울함이라도 당하면, 중현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강솔 편을 들었다.그때 중현을 존경하기까지 했다.근데 지금은, 딱 반대였다.“솔직히 말해봐.”시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혹시... 내숭떨고 착한 척하는 타입 좋아해? 그게 네 취향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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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중현의 시선이 얼음처럼 차갑게 시후에게 향했다.그 눈빛을 정면으로 마주한 시후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방금 말 한 건 못 들은 걸로 해줘.”중현은 어릴 때부터 뭐든 또래들보다 빨랐고, 누구보다 영리했다.남의 얘기도, 조언도, 논리도 뚫고 들어갈 수 없는 두꺼운 벽 같았다.그로부터 다시 30여 분이 흘렀다.수술실 문이 열렸다.모니터 속 강솔이 가장 먼저 벌떡 일어나 거의 달려가듯 주승현에게 다가갔다.“교수님, 저희 엄마는...”숨도 제대로 못 쉬며 묻는 모습엔 걱정과 초조가 그대로 드러났다.“수술은 아주 순조롭게 끝났습니다.”주승현은 마스크를 벗으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앞으로 매일 와서 말 걸어드리고, 손잡고 얘기해 주세요. 최대 두 달이면 깨어나실 거예요.”“정말요?!”강솔의 눈이 벌써 촉촉하게 빛났다.“네. 정말입니다.”“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강솔은 고개 숙여 의료진 전부에게 깍듯하게 인사했다.말 그대로 온 마음을 담은 감사였다.강정숙은 병실로 옮겨졌고, 강솔은 그제야 숨을 제대로 쉬었다.가슴을 짓누르던 돌덩이가 스르르 굴러떨어지는 느낌이었다.간호사는 간단하게 주의 사항을 설명했다. 그러고는 이어서 주승현이 말했다.“이곳은 간호사 샘들이 맡기고, 제 사무실로 잠깐 오시죠.”강솔은 고마움을 전하고 그를 따라나섰다.주승현의 사무실.그는 의자에 앉아 환자 파일을 펼쳤다.표정은 평소보다 무겁고 조심스러웠다.강솔은 그의 얼굴을 보자 다리가 근질근질 떨릴 정도로 긴장됐다.“혹시... 엄마 상태에 어려운 부분이 아직 있는 건가요?”주승현은 물 한 컵을 따라 강솔 앞에 조심스럽게 놓았다.그 행동이 오히려 그녀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어려운 건 없습니다. 이제는 깨어나기만 하면 돼요.”주승현은 다시 자리에 앉았지만, 눈빛엔 여전히 전할 말이 남아 있었다.강솔은 조심스레 물었다.“그럼 왜... 그 표정이세요?”“수술 전에 말씀드렸던 거 기억하시죠.”주승현은 눈을 낮추며 입을 열었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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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그렇게 생각하니, 강솔의 마음은 오랜만에 숨을 쉴 틈을 얻은 것처럼 가벼워졌다.압박도, 부담감도 컸지만, 눈앞에 희망이라는 게 생겼다.“병원 쪽은 제가 자주 들여다볼게요.”주승현은 마음속 복잡한 감정을 꾹 누르고, 의사로서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안정을 전했다.“강솔 씨는 본인 일에 집중하세요.”“정말 감사해요, 교수님.”강솔은 고개 숙여 인사했다.다른 설명이 없음을 확인하고, 강솔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손잡이를 잡았다.바로 그때였다.“강솔 씨.”주승현의 목소리가 뒤에서 조용히 울렸다.강솔이 돌아봤다.“네?”흐트러짐 없는 이목구비, 투명한 눈빛, 며칠 새 훨씬 당당해진 모습은,온순하고 순종적이던 그녀와는 확연히 달랐다.주승현은 말을 잇지 못한 채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세요?”강솔이 손잡이에서 손을 떼며 물었다.“...아니에요.”주승현은 잠시 머무ㅅ머뭇하다가 부드럽게 말을 바꿨다.“혹시 일이 너무 바빠서 못 올 날이 있으면, 미리 한 마디만 해줘요. 제가 대신 들여다볼게요.”“네. 정말 감사합니다.”강솔은 환한 미소를 남기고 문을 열고 나갔다.걸음은 가볍고 정숙했다.강솔의 마음도 그랬다.병실로 돌아온 강솔은 엄마의 손을 잡아 자기 볼에 갖다 댔다.“엄마...”병상에 누운 사람을 바라보는 눈은 사랑과 의지, 그리움으로 가득했다.강솔은 엄마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다.이 며칠간 있었던 일, 앞으로의 계획, 지안이의 이야기,그리고, 엄마에 대한 그리움...그 모든 말이, 모니터 앞에 앉은 중현의 귀에 또렷하게 들렸다.중현이 앉아 있는 공간의 공기가 점차 가라앉고 있었다.서늘함이 아니라 얼음이 가라앉는 듯한 냉기였다.강솔의 미래 계획 속에는 지안이도 있고, 엄마도 있고...자기만 없었다.중현의 손등 위 핏줄이 미세하게 불거졌고, 손가락에 조용히 힘이 들어갔다.시후는 그 기류를 정확히 느꼈다.“장모님 수술 잘 끝났는데, 아래 내려가서 얼굴이라도...”“강인호는?”갑자기 나온 말에 시후는 눈을 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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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강솔은 중현을 흘끗 한 번 보기만 하고, 인사조차 하지 않은 채 지안의 손을 잡고 그대로 돌아섰다.“잠깐.”중현의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뒤에서 울렸다.강솔의 걸음이 천천히 멈췄다.하지만, 돌아보진 않았다.그때, 차 문이 열리며 긴 다리가 먼저 내려왔다.정교하게 재단된 슈트, 태연한 얼굴, 절제된 움직임.중현이 그녀 앞으로 와서 서자, 공기까지 무거워지는 기분이었다.“무슨 일인데?”강솔은 무심하게 말했다.귀찮다는 태도가 한 글자 한 글자에 묻어났다.중현의 시선이 강솔의 손을 잡은 아들에게 스치고는, 강솔에게 말했다.“잠깐 와. 할 말 있어.”강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부르면 가냐고? 내가 왜? 이제 그런 시절은 다 끝났어.’그런 태도를 읽기라도 한 듯 중현은 강솔 가까이 다가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안이 듣게 해도 상관없으면, 여기서 말하고.”귓가 스치는 숨결, 깊고 서늘한 기운.강솔은 빨간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엄마, 왜 그래요?”지안이 고개를 기울여 걱정스레 물었다.“별일 아니야.”강솔은 자세를 낮춰 지안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엄마, 아빠랑 잠깐 얘기하고 올게. 잠깐만 기다릴 수 있지.”“응.”작은 얼굴을 톡 건드리듯 강솔은 손가락으로 지안의 코를 살짝 훑으며 일어섰다.엄마가 멀어지자, 지안은 워치를 터치해 조용히 메시지를 보냈다.강솔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말해봐.”거리의 가로등 불빛 사이로 서서 강솔은 완전히 낯선 사람 대하듯 냉담하게 말했다.“뭔데?”중현의 눈빛은 아주 고요했다. 하지만, 이 고요함이 더 서늘했다.“아연이 상처 말이야... 네가 그런 거야?”강솔은 순간 움찔했지만, 곧 표정을 가다듬었다.반박하려던 말도 그의 성향이 떠오르자, 입안에서 사라졌다.‘말해봤자 어차피 다른 사람 편만 들 거면서.’“맞아.”강솔은 인정했다.“복수할 거면 해. 저기 바닥에 돌도 많던데? 하나 주워서 내 머리 찍으면 비슷하겠지?”중현은 강솔을 오래 보아왔다. 며칠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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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도대체 왜 그러는데?”강솔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그녀는 몸을 돌려 중현을 째려보았다.중현은 그런 시선을 받아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내가 뭐 어쨌는데? 난 그냥... 일상 얘기 좀 하려는 거지.”강솔은 천천히, 아주 서서히 주먹을 쥐었다.손바닥에서 난 상처가 그 힘 때문에 다시 벌어져 피가 번졌다.아프다.분명히 아픈데, 고통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그 여자, 내 앞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 해서... 손이 나간 거야.”강솔은 숨을 가다듬으며 덤덤하게 설명했다.‘제발, 제발 이번만큼은 일을 키우지 마.’“내가 예전부터 남들 말 듣고 판단하는 성격이었나?”중현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네 편 들어줄 땐, 잘잘못을 따져가면서 그랬냐고?”단 한 문장이었지만, 강솔이 준비해 온 모든 말이 바람 빠지듯 사라졌다.가로등 불빛이 그녀 얼굴을 밝혔다.그 뒤편에는 강솔의 미래만큼이나 어둡고 무거운 그림자가 서려 있었다.“소아연이 불쌍하면, 병원에서처럼 열 배, 백 배로 나한테 받아내.”강솔은 다시 피가 배어 나오는 손을 꼭 쥐었다.“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강솔의 심장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선택은 네 몫이지.”중현은 이미 계산해 두었다.지금 강솔이 조금만 애교를 부리고, 미안하다고 말하면 그걸로 끝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강솔은 중현의 그런 마을을 알 리 없었다.강솔은 억지로 숨을 가다듬으며, 불필요한 사단을 줄이고자 잠시 타협하기로 했다.“내가 사과하면, 내 주소는 아빠한테 안 넘길 거지? 그리고 면접에도 관여 안 하고?”화인게임즈는 중현과 상관없는 회사지만,그가 마음만 먹으면 그 누구도 감히 강솔을 뽑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그래.”그 한 글자가 날카롭게 꽂혔다.“알겠어.”강솔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내일 가서 사과할게. 그러니까 약속은 꼭 지켜.”중현의 시선이 차갑게 흔들렸다.“다른 볼일 없으면, 나 이제 지안 데리고 집에 갈게.”강솔이 등을 돌렸다.“솔아!”밝고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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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강솔은 지안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괜찮아, 안 아파.”“이렇게 큰 상처가 어떻게 안 아파.”토니는 잔소리를 퍼부었다.“예전에 넘어지기만 해도 울고불고 난리였는데?”두 사람의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만이 가진 거리감 없는 온기.그 모습을 바라보는 중현의 시야는 묵직한 밤에 잠긴 듯 더 어두워졌다.중현의 몸에서 번져 나오는 냉기가 주변 공기를 서서히 잠식했다.지안도 뭔가를 느꼈는지 작은 몸을 돌려 중현을 올려다봤다.“아빠, 엄마한테 후후 안 해줘요?”아들의 천진한 말에 중현은 잠시 강솔을 보다가 시선을 지안으로 옮겼다.“네가 해주는 걸로 충분해.”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지안에게만 들리도록 낮게 가라앉았다.“와봐. 아빠가 물어볼 게 있어.”지안은 갸웃했지만, 그래도 또박또박 걸어서 중현 곁으로 갔다.둘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섰다.“아빠, 왜요?”지안의 눈은 동그랗고 맑았다.중현은 감정을 정리하듯 숨을 고르고 아이의 키에 맞게 몸을 낮췄다.따뜻한 손이 지안의 작은 어깨에 올려졌다.“토니 삼촌 왜 불렀어?”지안은 모른 척했다.“응...?”“모르는 척하지 말고. 대답해.”결국 들켰다.지안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가 곧 단단히 굳었다.“이젠 아빠가 엄마를 못 지키니까, 엄마를 지킬 수 있는 다른 아빠 찾으려고요...”지안은 진지했다. 너무나도.“토니 삼촌은 착해요. 난 좋아요.”중현은 아이의 말이 장난이라는 걸 알면서도 심장이 묘하게 움찔거렸다.지안은 계속해서 말하기 시작했다.“나는 엄마가 행복하면 돼요. 아빠가 엄마, 포기했잖아요?”“그럼, 나도 이제 아빠 간섭 안 받을 거예요.”“날 일부러 화나게 해야 기분 좋아?”중현은 지안의 볼을 살짝 집었다.“아빠가 먼저 엄마 화나게 했으면서?”지안은 한 치도 물러나지 않았다.“내가 언제?”“아까요.”지안은 또박또박 말했다.“엄마는 아빠 보기 전에는 웃고 있었어. 근데 아빠랑 말한 뒤로... 눈이 슬퍼 보였어요.”중현은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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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휴대폰이 두어 번 진동이 울렸다.지안에게서 온 메시지였다.[아빠, 잘 자요.]중현이 수없이 들어온 말이었지만, 오늘만큼 마음 깊숙이 파고든 적은 없었다.그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몇 번 쓰다듬다가 한참 뒤에야 답장을 보냈다.[잘 자, 아가.]지안은 그 메시지를 보고 작은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차에 타자 토니는 먼저 강솔을 병원으로 데려가 상처부터 치료했다.다시 드레싱하고, 약까지 덧바른 뒤에야 두 사람을 예담아파트로 데려다주었다.엄마와 아들이 단지 안으로 들어가 건물로 향하는 걸 본 토니는그제야 휴대폰을 꺼내 강솔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상처에 물 닿지 않게 해. 푹 쉬고.]지안을 재워놓고서야 강솔은 그 메시지를 확인했다.[응.]거의 즉시 답장이 왔다.[보니까 오늘 기분 별로던데. 중현이 또 뭐 했어?][오늘은 모든 일이 순조로웠어. 내가 왜 기분이 나쁘겠어.]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강솔은 진심을 말하지 않았다.면접도 순조롭고, 엄마 수술도 성공적이었다.저녁 일만 없었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하루였을 것이다.토니가 메시지를 보냈다.[몇 년을 함께한 친구인데, 내가 네 기분을 내가 모를 것 같아?][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근데 기억해. 무슨 일이 있어도 나랑 소담은 네 편이야.]강솔은 짧게 세 글자를 보냈다.[고마워.]그날 밤, 강솔은 오랫동안 잠들지 못했다.이십 년을 넘게 살면서 잘못하지도 않은 일에 고개 숙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결혼 전엔 부모님이, 결혼 후엔 중현이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그런데, 이제 강솔의 뒤엔 아무도 없다.혼자 모든 걸 해야 하는 삶.버겁지만, 그런 현실이 오히려 강솔을 단단하게 만들었다.‘엄마가 깨어나서... 내가 잘못도 하지 않은 일에 사과했다는 걸 알면... 속상해하시려나?’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강솔은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른 채 알람 소리에 흐릿한 정신으로 눈을 떴다.그녀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아침 식사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중현의 집을 떠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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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아연은 반사적으로 중현의 옷자락을 붙잡았다.“그냥... 그만하면 안 돼? 나도 별일 없었어. 허리 숙여서 사과까지 할 필요는 없어...”“어제는 솔이가 어머니 건강이 너무 걱정돼서 예민해서 그랬던 걸 거야.”“의도였든 아니든, 상처 난 건 맞잖아.”중현의 태도는 단단하고 차가웠다.흔들림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아연의 온몸에서 피가 순간적으로 식어 내렸다.중현이 강솔을 다섯 해 동안 얼마나 아꼈는지, 이 남자의 절대적인 사랑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 이렇게 며칠 만에, 이 정도까지 무정해질 수 있다니.‘나중에... 나중에라도 내가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알게 되면, 그땐... 난 어떻게 되는 거지?’그 결말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강솔의 표정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이미 올 때부터 망설임도, 기대도, 자존심도 다 내려놓고 온 몸짓이었다.그가 어떻게 나오든 겪어낼 준비까지.강솔은 다시 고개를 들어 아연을 바라봤다.그리고 아주 정석적이고 단정한 자세로 아연에게 허리를 숙였다.“죄송합니다, 아연 씨.”호칭, 목소리, 자세까지 그 어떤 흠도 찾기 어려운 완벽한 사과였다.누가 봐도 강솔은 정말 ‘진심으로’ 사과하고 있었다.하지만...사실은 강요로 한 행동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강솔이 허리 숙이는 모습을 직접 보니,중현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불길이 치솟았다.다음 순간.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속도로 중현은 강솔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고 끌어당겼다.“야!”강솔의 몸이 휘청이었다.중현은 그대로 발걸음 한 번 흐트러뜨리지 않고, 강솔을 차고로 끌고 갔다.그리고 뒷좌석 문을 열어 그녀를 억지로 밀어 넣었다.아연이 놀라 한 걸음 내디뎠다.“중현 씨!”“강솔이랑 할 얘기 있어. 먼저 들어가.”중현은 뒤돌아보지도 않았다.아연은 그를 붙잡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다.최근 며칠의 시간 동안 중현이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붙잡는 순간, 중현의 기분을 건드리는 거다.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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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네 뜻대로 안 움직이면 다 고집이야?”강솔은 중현의 얼음 같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네 마음에 안 들면, 네 기분 거스르면 전부 네가 화낼 이유가 되는 거지?”강솔을 붙잡은 손에 힘이 점점 더 강해졌다.아팠다. 꽤 많이.하지만 강솔은 단 한 번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하중현, 제발 좀... 유치하게 굴지 말아 줄래?”강솔은 정말로 아이를 달래듯 말했다.요 며칠 그가 보인 모습은... 도저히 성인 남자의 처신이 아니었다.“너, 내가 이 며칠 동안, 널 위해 얼마나 많은 문제를 처리했는지 알기나 해?”중현은 놓아주지 않았다.“강인호나 룸 안에 있던 놈들이 왜 다시 나타나지 않았을 것 같아?”강솔의 눈이 흔들렸다.중현은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내가 사전에 다 처리했거든. 네가 내 말 안 듣고, 고집부려도...”“난 네가 이런 하찮은 일로, 일상 망치지 않게 하고 싶었어...”중현은 화가 났다.강솔이 말 안 듣고, 본인의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그럼에도, 그런 강솔을 보호하고 싶었다.벽에 몇 번 부딪히면 결국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었다.하지만 강솔은 조용히 반격했다.“하중현, 너 그거 알아?”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네가 해결해준 ‘문제’보다 네가 만든 ‘문제’가 훨씬 많다는 거.”하중현의 눈빛이 깊어졌다.“네가 끼어들지만 않았으면, 그 반지도 더 비싸게 팔 수 있었고, 난 이미 일을 찾았을 거고...”“우리 아빠가 찾아와도 소담이가 도왔을 거야.”강솔은 담담히 이어갔다.“그러면 지금보단 훨씬 나았을걸.”“그리고... 네 눈치 보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네 복수 걱정도 안 해도 되고.”“그게 네 진심이야?”중현의 손등 위로 굵은 힘줄이 드러났다.그러나 힘은 더 세지지 않았다.“응. 진심이야.”강솔은 단호했다.“내가 더 이상 널 보호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올지 생각은 해 봤어?”중현의 목소리는 낮고 깊었다.“생각해 본 적 없어.”강솔은 솔직했다.“근데... 확실한 건 지금보단 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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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나 지금 너한테 의견을 물어보는 게 아니야.”중현의 태도는 흔들림 하나 없이 단단했다.“지안이가 너랑 가서 산다고, 그 아이 삶이 안정적일 거란 확신은 어디서 나와?”강솔은 중현의 기세에 눌리지 않으려, 속으로 피어오르는 두려움을 억눌러 담담히 말했다.“당신 요즘 회사 아니면 거의 소아연이랑 같이 있잖아.”“그 아이한테 당신들이 둘이 붙어 다니는 거, 알콩달콩한 거... 그 꼴 보게 하고 싶어?”중현의 시선이 움직였다.그녀가 말한 ‘알콩달콩’, ‘붙어 다닌다’ 같은 단어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으나...대꾸하려다,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네가 원하면 사람 붙여서 지안을 지킬 수는 있어. 하지만, 아이는 내 쪽에서 키울 거야.”강솔이 절대 타협하지 않을 걸 아는 중현은 결국, 짧게 말만 툭 던졌다.“그럼, 맘대로 해.”그 한마디에 강솔의 긴장이 눈에 띄게 풀렸다.솔직히 말해, 중현과 싸워 이길 자신은 없었다.지금은 이혼 서류만 제출했을 뿐, 법적 절차도 끝나지 않았다.지안의 양육권 역시 양쪽 모두에게 있는 상황.중현이 진심으로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마음먹으면, 강솔이 막을 방법은 거의 없었다.워터사이드 리조트를 빠져나오자마자, 강솔은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중현은 리조트 바깥 정원에서 강솔이 떠나는 모습을 끝까지 바라봤다.그리고 그림자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시후에게 전화를 걸었다.“강솔 관련해서... 강인호한테 말하지 마.”[진짜... 비 구름 보다 변덕 심하다.]시후는 건조하게 투덜거렸다.“그리고 강인호 감시 붙여둔 사람들 다 빼. 그냥 술집 직원이라고 생각하면 돼.”시후는 잠깐 멍해졌다.뭔가... 흐름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붙여준 사람들 빼면, 강인호가 분명 강솔 씨 찾아가서 난리 칠 텐데?][주소 찾는 건 시간 문제고.]“그렇게 해.”중현의 목소리는 여전히 침착했다.자신의 도움이 필요 없다고 했으니, 강솔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지켜볼 생각이었다.‘그래. 어디까지 버티는지...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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