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동안, 텅 빈 방을 혼자 지키고 현우 씨 대신 뒷수습을 할 때마다 합의서를 줘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어요. 그때마다 꾹 눌러 참았어요.""그런데 주현우 씨, 사람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어요. 이해하는 데도 한계가 있고 기다려주는 건 더더욱 그래요. 세상에 누구도 언제까지나 당신을 감싸주고 맞춰줄 순 없어요.""내가 원래부터 잘 참는 사람인 줄 알아요? 내가 진짜 감정도 없고 괴롭지도 않고 현우 씨 일들 하나도 신경 안 쓰는 줄 알아요? 현우 씨와 오지은이 같이 다니는 거 정말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아요? 그래요, 지금은 아무렇지 않아요. 주현우 씨를 향한 감정은 3년 동안 주현우 씨의 거듭된 배신으로 이미 다 닳아 사라졌으니까요.""현우 씨는 우리 결혼을 배신한 거예요.""주현우 씨, 우리 오랜 시간 알고 지냈으니 잘 알 거잖아요. 내가 이혼 합의서를 건넨 순간부터 우리 혼인은 더 이상 어떠한 가능성도 없어요. 앞으로 무슨 일이 생겨도 더 이상 주현우 씨 일에 나서서 대신 수습하지 않을 거예요.""물론 주현우 씨가 누구를 만나든 이제 상관없어요. 내 마음속에서 주현우 씨는 이미 오래전부터 남편이 아니었으니까요.""지금 이렇게 합의서에 사인도 안 하고 신청도 안 하고 질질 끄는 게 내가 만만하게 보여서인지, 아니면 이혼만 안 하면 예전처럼 내가 다 받아주고 감싸주고 온갖 거지 같은 뒷수습까지 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는 모르겠네요."허아연이 고개를 저었다."그건 아니에요, 주현우 씨. 난 이제 예전 허아연이 아니에요. 더 이상 주현우 씨만 바라보며 살지 않을 거예요."잠깐 말을 끊었던 허아연이 다시 말을 이었다."절차는 주현우 씨 마음대로 해요. 안 밟아도 그만이고요. 현우 씨가 유부남인 상태로 바람을 피워서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다면 나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그러니까 제발 이성적으로 생각해 줘요. 한 달 후, 두 달 후, 연말까지 이런 말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요."3년을 참고 억눌러왔는데 주현우가 계속 질질 끌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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