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일일지 차갑게 외면하는 허아연은 주현우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전에는 이러지 않았었다. 주현우를 볼 수만 있으면, 주현우가 아레아 베이에 돌아가기만 해도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곤 했다. 복도에 한참 앉아 있던 주현우는 다시 병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병실 문을 한참 바라보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 앞에 도착해 안을 들여다보니 허아연은 여전히 침대 옆에 앉아 지키고 있었다. 주현우는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가 아까 그 의자에 다시 앉았다. 그 뒤로 며칠 동안, 허민수는 입원하여 경과를 지켜보았다. 허아연도 일을 잠시 내려놓고 병원에 머물며 허민수를 돌봤다. 주현우도 며칠 동안 자주 찾아왔다. 허민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바둑도 두며 즐겁게 했다. 다만 허아연은 여전히 지나치게 깍듯했다. 허민수를 챙기듯 안부를 물었지만 지나치게 공손하고 거리감이 느껴졌다. 예전 같지 않았다. 그날 오후, 허아연과 허민수 둘이 병실에 있을 때였다. 허민수가 침대에 반쯤 기대어 앉아 허아연을 보며 물었다. "아연아, 며칠 동안 현우를 잘 챙기지도 않고 지나치게 깍듯하게 대하던데 무슨 일 있어?" 허아연은 껍질 깎은 사과를 잘라서 건네며 말했다. "아무 일도 없어요, 할아버지. 다른 생각하지 마세요. 저 현우 씨한테 항상 예의 지켜왔어요." 허민수는 믿지 않았다. "네 행동을 보고도 내가 모를 줄 알아?" 허아연은 난감하게 웃으며 허민수 손에 사과를 쥐여주었다. "뭐가 있겠어요. 그리고 곧 이혼할 텐데 너무 가까이 지내서 뭐 해요?" 허민수는 허아연이 건넨 사과를 침대 협탁 위 그릇에 고스란히 내려놓고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허민수의 시선에 괜히 뜨끔해진 허아연은 눈을 피하며 말했다. "할아버지, 그만 물어요. 제 일을 제가 알아서 할 수 있어요." 허민수가 속상해할까 봐 너무 많은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허민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허아연을 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아연아, 네 부모도 떠나고 가족은 나 하나밖에 없잖아.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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