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Chapter 41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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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같은 시각, 엘리베이터 앞.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허아연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김민희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허아연의 무덤덤한 모습은 방금 일에 영향받거나 그런 말들을 들은 사람 같지 않았다. 김민희는 허아연의 감정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아무리 상대가 여자들이 피 터지게 싸워가며 결혼하고 싶어 하는 주현우라 해도 이런 모욕은 참을 수 없었다.3년 동안 허아연은 주현우를 위해 뒷수습을 몇 번이나 하고 얼마나 조롱당했는지 몰랐다. 그런데도 주현우는 전혀 마음 아파하지 않았다.감정이 없다 해도 어쨌든 부부였고 허아연도 주현우와 회사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한 건 사실이었다. 주현우는 허아연의 체면을 조금이라도 신경 쓸 수 없는 걸까? 허아연이 난처하지 않게 해줄 수 없는 걸까?그 생각이 든 김민희가 억울한 듯 허아연을 불렀다."대표님."생각에 잠겨 있던 허아연은 김민희가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렸다. 억울해서 당장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김민희의 얼굴에 허아연은 웃음이 새어나왔다.김민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는 허아연은 웃으며 말했다."나 괜찮아요."허아연의 위로에 김민희는 더욱 억울해졌다. 허아연이 너무 안쓰러웠다. 이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허아연이 웃으며 말했다. "엘리베이터 왔어요, 가요."그제야 김민희는 평소의 업무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었다. "네, 대표님."두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고 김민희는 허아연의 뒤쪽에 서서 계속 허아연을 바라보았다.허아연을 한참 쳐다보던 김민희가 물었다."대표님은 왜 항상 참으세요? 왜 주현우 대표님 단속하지 않으세요?"김민희의 질문에 허아연은 김민희를 보며 웃었다. "나한테 관심 없는 사람을 단속하면 오히려 갈등만 깊어질 뿐이에요. 감정은 강요해서는 안 되는 거예요." 허아연은 3년이 걸려서야 이걸 깨달았다.잠시 멈칫하던 허아연이 이어 말했다."사람은 관용과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어요. 더 이상 참을 수 없으면 참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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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주현우는 시끌벅적한 시간을 보냈고 허아연도 자신만의 시간을 보냈다.밖에서 저녁을 먹은 허아연은 또 야시장에 갔고 주민경에게 선물하려고 노점에서 예쁘고 큰 소라 하나를 샀다.열 시가 넘어 발바닥과 종아리가 시큰거려서야 허아연은 호텔로 돌아갔다.그 시각, 호텔은 떠들썩했다. 밖으로 놀러 나가는 사람도 있었고 돌아오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 이번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사람들이었다.몇몇 낯익은 얼굴이 보였지만 모두 바빠 보였기에 허아연도 따로 인사하지 않고 바로 위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 그제야 귀가 조용해졌다.엘리베이터가 방이 있는 층에 도착하자 긴 복도는 더욱 조용했다. 하이힐이 카펫을 밟아도 전혀 소리가 나지 않았다.방문 앞에 도착해 룸카드를 대자 띡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방 안의 불이 켜져 있었다. 허아연이 나가기 전에 켜둔 것이었다.하이힐을 벗고 호텔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슬리퍼로 갈아 신은 허아연이 소라를 내려놓고 쉬려는데 갑자기 훤칠한 실루엣이 욕실에서 걸어 나왔다.주현우?주현우가 왜 이 방에 있는 거지? 어떻게 들어온 거지?허아연은 놀란 표정으로 주현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떻게 들어왔어요?"통유리창 쪽에서 허아연이 부르는 소리를 들은 주현우가 담담하게 고개를 들었다.전혀 놀라는 기색 없이 태연했다. 허아연을 힐끗 쳐다본 주현우는 계속 머리를 닦으며 대꾸하지 않았다. 대수롭지 않다는 주현우의 태도에 허아연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이 방 현우 씨 방이에요?"주현우가 등을 돌린 채 답하지 않자 허아연은 민망해졌다.또 예전처럼 무시하는 주현우의 태도에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설명했다."룸카드로 문이 열려서 내 방인 줄 알았어요."주현우가 계속 무시하자 허아연이 또 말했다."오후에 왔을 때 직원이 내 짐도 이 방에 갖다 놨어요."이때 주현우가 수건을 던지고 손으로 머리를 정리하며 돌아서서 물었다."오후에 왔어?"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허아연이 부드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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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허아연과 영상통화 중 주진우가 옆을 지나가자 주민경이 카메라를 돌렸다."진우 오빠, 아연이한테 인사해."주진우는 주민경의 카메라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아연아, 거기서 재밌게 놀아."허아연도 주진우를 향해 손을 흔들고 웃으며 대답했다."네, 진우 오빠."침실 쪽에서 주현우는 서재에서 들리는 허아연의 인기척에 두 손을 키보드 위에 멈춘 채 서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전에 가끔 단둘이 있을 때 허아연은 늘 주현우 앞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려 하며 먼저 화제를 찾아 말을 걸곤 했다.그러나 지금 허아연은 말이 아주 적었다. 거의 먼저 말을 거는 일이 없었다. 허아연이 서재에서 주민경과 영상통화를 마치는 소리를 들은 주현우는 일하던 것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 문 앞으로 가서 문을 두드리고 말했다. "오늘 밤 안 잘 생각이야?"갑작스러운 주현우의 등장에 허아연은 급히 몸을 바로 세우고 미안한 듯 말했다."업무 방해했어요? 미안해요."그리고 해명했다."현우 씨도 여기 있다는 걸 깜빡했어요."해명하지 않았으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해명한 순간 주현우의 표정이 조금 복잡해졌다. 정말 솔직하네.하지만 허아연과 따지지는 않고 그저 몸을 돌려 침실로 돌아갔다.주현우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허아연은 메신저를 끄고 컴퓨터도 끄고 나갔다.방금 침실로 돌아온 순간 주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낸 주현우는 발신자를 확인하고 통유리창 쪽으로 걸어가 전화를 받았다.전화기 너머로 오지은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현우야, 다들 아래층 바에 가려는데 같이 갈래?"주현우는 호텔 밖 야경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난 안 갈게. 즐겁게 놀아."그 말에 오지은은 애교 부리듯 다시 확인했다."정말 안 내려올 거야?""안 가.""알았어. 내가 너한테 갈게 ." 주현우가 바로 거절했다."불편해."주현우가 말을 마치자 오지은은 침묵했다. 한참 동안 침묵하던 오지은이 웃으며 말했다."그럼 내일 봐. 잘 자.""응."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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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허아연은 그 모습을 보고 침대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씻으러 갈게요."말을 마치고 주현우를 쳐다보지도 않고 슬리퍼를 신고 욕실로 갔다.방문이 닫히는 소리에 주현우는 웃음을 터뜨리며 스스로 빠르게 넥타이를 맸다.잠시 후 허아연이 준비를 마치고 나오자 주현우는 몸을 숙여 소파 위의 정장 재킷을 들고 걸치며 아무 일도 없는 듯 허아연에게 말했다."밑에 가서 아침 먹자."허아연은 짧게 답하고 주현우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원래 허아연도 나가려던 참이었다.오늘 통근룩 차림인 허아연은 단정하면서도 부드러운 분위기가 어우러져 한층 더 기품 있어 보였다. 주현우는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허아연 앞에서 성큼성큼 걸어갔다. 허아연의 걸음도 따라서 빨라졌다.그때 주현우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주현우가 재촉하는 거라 생각한 허아연은 걸음을 재촉하며 주현우에게 다가갔다.허아연은 주현우가 너무 빨리 걷는다고 불평하지 않았다. 오지은과 함께 걸을 때는 배려하여 천천히 걸으며 오지은을 기다려주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주현우는 못 하는 게 아니라 그저 허아연을 신경 쓰지 않을 뿐이었다.허아연이 종종걸음으로 다가오자 주현우는 자연스럽게 주머니에서 오른손을 꺼내 허아연의 손을 잡았다.고개를 들어 주현우를 힐끗 쳐다본 허아연은 손을 빼내려 하다가 그저 연기일 뿐이고 기자들에게 사진 찍히기 위해서라고 생각해 손을 빼지 않았다.엘리베이터에 들어가서도 주현우는 여전히 허아연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조용히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4층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 밖이 떠들썩했다."주현우 대표님.""주현우 대표님."모두가 예의 바르게 주현우에게 인사했다. 주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현우 씨, 와서 밥 먹어. 호텔 조식 꽤 괜찮아."맞은편에서 걸어오며 주현우에게 인사하던 남자는 허아연도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급히 웃으며 인사했다."허아연 부대표님."부대표라는 호칭은 듣는 사람에게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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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오지은의 열정적인 부름에 허아연이 미소지으며 답했다. "지은 언니."오지은이 허아연에게 인사하자 사람들은 그제야 허아연의 존재를 인식했다. 사람들은 허아연을 보면서도 인사는 커녕 머리를 맞대고 수군거렸다.사실 일부는 방금 허아연을 이미 봤지만 주현우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지은과 대화하고 있어서 그들도 허아연을 무시한 것이었다.어쨌든 주현우는 한 번도 허아연을 인정한 적 없었다. 두 사람의 결혼을 인정한 적도 없었고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다.허아연에 대한 주현우의 태도가 곧 허아연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였다.허아연이 예의 바르게 인사하자 오지은은 열정적으로 허아연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아연아, 우리 아침 먹으러 가려는데 같이 가자."그 말에 허아연은 웃으며 말했다."먼저 식사하러 가요. 비서한테 서류 가져오라고 해서 기다려야 해요."오지은이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다."그렇구나. 그럼 우리 먼저 들어갈게. 나중에 우리한테 와."허아연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나중에 찾아갈게요."사실 허아연도 아침 먹으러 가려던 길이었다. 하지만 오지은의 말은 뭔가를 귀띔하는 듯했다. 허아연도 사람들과 동행하고 싶지 않았다.비서를 기다린다는 허아연의 말에 주현우는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 주현우의 시선에 허아연이 웃으며 말했다."민희 씨한테 자료 가져오라고 했어요. 기다릴 테니 먼저 들어가요."주현우는 사람들 중간에 서 있었고 옆에는 모두 주현우와 오지은 커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큰 벽이 있는 듯했다.허아연의 해명에도 주현우는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그 모습을 본 오지은은 주현우의 팔짱을 끼고 허아연에게 말했다. "아연아, 그럼 우리 안에서 기다릴게.""네." 허아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사람들은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사람들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허아연은 마음이 홀가분해졌다.김민희에게 가져오라고 한 건 없었다. 그저 저런 떠들썩함이 허아연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더욱이 주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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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회의장에 도착해 주현우 옆자리에 배정된 것을 본 허아연은 고민할 것도 없이 좌석 이름표를 들고 사람이 없는 구석 자리를 찾아갔다. 주현우가 절차 밟는 것을 끌지 않았다면 이 포럼에는 참석하지 않았어도 되었다. 다만 아직 이혼하지 않았으니 연기는 계속되어야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참석자들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주현우, 전서진 같은 젊은 사람들도 왔고 원로 기업가들도 왔다.거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현우, 왔구나.""현우야, 2번 프로젝트 건은 회의 끝나고 잘 얘기해 보자.""문제없어요, 영수 삼촌.""오씨 가문 딸이지? 귀국했어?""네, 삼촌. 앞으로 많이 부탁드려요."주현우가 사람들과 안부를 나누고 오지은은 마치 주현우의 아내인 것처럼 웃는 얼굴로 옆을 지키고 있었다. 다만 원로 기업가들은 오지은에게 그렇게 열정적이지 않았다. 예의상 인사만 할 뿐 젊은이들처럼 오지은을 대하지 않았다.어쨌든 주현우는 지금 결혼했고 한 여자의 법적인 남편이었다. 두 사람이 예전에 어떤 관계였든 상관없었다.모두가 인사를 마치자 개회식도 곧 시작될 예정이었다.사람들이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주현우 오른쪽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본 오지은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좌석 이름표를 들고 가서 앉았다.전서진은 주현우의 왼쪽에 앉았다.주현우의 주위를 둘러보던 전서진은 허아연이 자리에 없는 것을 확인하고옆으로 다가가 낮은 소리로 물었다."현우야, 아연이는? 아직 안 왔어?"주현우는 허아연을 찾지도 않고 무심하게 답했다."왔어. 회의장에 있을 거야."주현우의 말에 전서진은 다시 고개를 돌려 뒤쪽을 확인했다. 마침내 뒤에서 두 번째 줄에 있는 허아연을 발견했다. 허아연은 뭔가를 진지하게 보고 있었다.허아연이 혼자 뒤에 앉아 있는 것을 본 전서진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다시 시끌벅적한 주위를 돌아보니 오지은은 의기양양하게 환히 웃으며 주현우 옆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주현우는 오지은의 모든 것을 묵인하고 있었다. 그 순간, 전서진은 허아연이 정말 이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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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허아연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남자가 웃으며 자기소개했다."유건희입니다."남자의 인사에 허아연은 급히 손을 내밀어 인사했다."유건희 대표님, 안녕하세요."이어서 또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죄송해요, 대표님. 아직 정식으로 면접 보러 간 게 아니어서 방금 알아보지 못했어요."학교 다닐 때 허아연은 유건희의 명성을 들은 적 있었다. 하지만 유건희는 학부생을 가르치지 않고 박사와 석사만 가르치며 자신의 과제 연구에 몰두했다.공개 강의가 두 번 있었지만 허아연이 소식을 듣고 강의를 들으러 갔을 때는 이미 문 앞까지 사람이 꽉 차 있었다. 그렇게 유건희를 정식으로 만날 기회가 줄곧 없었던 것이다.유건희가 개의치 않는 듯 허아연의 손을 가볍게 맞잡고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손을 거둔 유건희가 허아연 주변을 둘러보고 물었다."혼자예요?"허아연이 웃었다."비서는 다른 일 하고 있어요.""그럼 같이 식당 가요.""좋아요."모처럼 유건희를 만나 전공 계열의 대가와 대화할 수 있는 기회에 허아연은 유건희와 함께 레스토랑으로 갔다.게다가 경주 그룹을 떠나면 스타라이트 테크에 입사할 예정이었다.점심은 중식이었다. 모두 지인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한 테이블에 앉았다. 허아연은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유건희도 별로 없었다. 사람들이 인사하러 와도 유건희는 전부 무시하고 쫓아버렸다.연구 계열에 있는 유건희는 시끄러운 걸 좋아하지 않았다. 유건희와 대화가 통하는 사람, 유건희가 대화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더욱 드물었다.유건희의 회사는 다른 사람들이 제발 기술을 공유해 달라거나 협력하자고 애원하는 곳이었다.큰 식탁에 유건희와 허아연 두 사람만 앉아 있었다.유건희가 떠준 불도장을 받아 든 허아연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입을 열었다. "대표님, 경주 그룹에서 퇴사하는 데 보름 정도 더 필요할 것 같아서 스타라이트 테크에 입사하는 시간을 좀 미뤄야 할 것 같아요."유건희가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일 다 보고 오세요."허아연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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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멀지 않은 메인 테이블 쪽에서 오지은은 벌써 한참 동안 허아연과 유건희를 쳐다보고 있었다. 허아연과 유건희가 커다란 테이블에 둘만 앉아 즐겁게 대화하는 것을 본 오지은은 주현우를 톡톡 치고 두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현우야, 저기 아연이 맞지?""아연이랑 같이 밥 먹는 사람이 스타라이트 테크 유건희 대표 아냐? 그 사람도 포럼에 참석했어? 아연이랑 어떻게 아는 사이야?" 오지은의 연이은 질문에 주현우는 오지은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허아연은 눈을 반짝이며 진지하게 유건희의 말을 듣고 있었다. 주현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허아연이 유건희와 아는 사이일 줄은 몰랐다. 더욱이 허아연과 유건희가 이렇게 대화가 잘 통할 줄은 몰랐다.차갑게 허아연과 유건희를 한참 쳐다보던 주현우는 담담하게 시선을 거두고 심유환과 대화를 이어갔다. 유건희와 허아연은 여전히 즐겁게 대화하고 있었다. 오후 회의 때도 유건희와 허아연은 함께 뒤에 앉아 있었다. 비즈니스 포럼에 관심이 없는 유건희는 거물들이 발표하고 계획을 논할 때 졸고 있었다.옆에 있던 허아연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인맥을 넓히고 돈 버는 얘기를 하는 자리에서 자고 있는 유건희를 보며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연구하는 사람은 역시 좀 특이했다. 회의가 끝난 뒤에도 유건희는 주최 측 만찬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런 자리는 너무 상업적이고 이익이 오가며 어차피 과학기술을 이해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 유건희는 허아연에게 같이 밖에 가서 식사하자고 했다.두 사람은 줄곧 전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유건희는 당시 허아연의 특허가 가치가 아주 높아 심도 있게 연구해 볼 수 있다고 했고 허아연 역시 그런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유건희의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의 구분이 없었다. 과학기술을 이해하는 사람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과 일할 수 없는 사람만 있을 뿐이었다.유건희의 세계에는 일과 연구밖에 없었다. ……같은 시각, 리조트.연회장의 만찬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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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열 시 반, 주현우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룸카드로 방문을 열었을 때 주현우가 하반신에 흰색 샤워 타월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반신은 잘생기고 섹시했다.순간 멍하니 쳐다보던 허아연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주현우가 쳐다보는 것을 발견한 허아연은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돌린 뒤 태연한 척 물었다."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어요?"주현우가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느긋하게 말했다."난 일찍 돌아왔는데 넌 어디 가서 놀다 왔어?"가방을 내려놓고 다시 고개를 돌린 허아연은 주현우의 탄탄한 가슴에 시선이 닿았다. 허아연이 민망해하며 시선을 피했다."먼저 옷 입어요."주현우는 웃음을 터뜨렸다.한바탕 웃고 난 주현우는 허아연 앞에서 샤워 타월을 풀더니 침대 위 회색 잠옷을 집어 들고 아무렇지 않게 갈아입었다.옷을 갈아입으면서도 주현우의 시선은 한순간도 허아연에게서 떠나지 않았다.유건희는 성격이 괴팍해 업계 사람들과 거의 교류가 없는데 허아연은 참 재주가 좋았다. 잠옷 허리띠를 묶은 주현우는 다리를 척 벌리고 당당하게 소파에 앉더니 손을 뻗어 옆에 놓인 의자를 앞으로 끌어당겼다. 이어 턱으로 의자를 가리키며 허아연에게 말했다."앉아."위압감 느껴지는 기세에 허아연은 주현우가 이혼 얘기를 하려는 줄 알았다.며칠 전 사람들에게 잔치 국수도 먹여준다고 했으니 이제 얘기할 때도 됐다. 시선을 떨군 채 꼼짝 않고 주현우를 한참 바라보던 허아연이 의자로 걸어가 앉았다.주현우는 담담한 눈빛으로 허아연을 바라보았다. 화장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다.이혼 얘기를 하려는 줄 알았던 주현우가 갑자기 물었다."어디 갔다가 이렇게 늦게 돌아왔어?"주현우가 빤히 쳐다보자 허아연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어디 간 건 아니고 친구랑 밖에서 밥 먹고 호텔 뒤 바닷가에서 산책 좀 했어요.""산책까지 했어?" 주현우가 웃음을 터뜨리더니 피식 웃었다. 이어 손을 뻗어 테이블 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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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주현우를 한참 바라보던 허아연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분수를 몰라요? 내가 선을 넘었어요? 난 유건희 대표와 밥 두 끼 먹고 전공에 관해 얘기 조금 나눴을 뿐인데 현우 씨는 체면이 구겨지고 불편하다고 느낀 거예요?"주현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허아연이 또 따지듯 말했다."주현우 씨, 그럼 3년 동안 현우 씨는 분수를 지켰어요? 선 지켰어요? 매번 나한테 현우 씨의 바람 뒷수습이나 하라고 할 때 내 체면 생각했어요? 내가 불편할 거라는 생각 해봤어요?""오지은을 아내처럼 데리고 들락날락할 때 내 기분은 생각해 본 적 있어요?"주현우를 똑바로 쳐다보며 와르르 쏘아붙이던 허아연의 하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결국 감정이 북받친 것이다.잠시 멈칫하던 허아연이 다시 말을 이었다."분수는 좋은 거긴 하죠. 하지만 주현우 씨 당신은 그런 게 없잖아요. 당신도 없는 걸 나한테 요구할 자격 없어요."3년 동안 양보했다. 주현우가 밖에서 바람피우며 즐기는 걸 3년 동안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해조차 하지 않았다.주현우가 며칠 동안 오지은과 함께 다니는 것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런데 주현우가 도리어 주객을 전도하며 탓하니 허아연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허아연은 단지 주현우를 좋아했고 말을 잘 들었을 뿐이지 바보가 아니었다.허아연의 갑작스러운 폭발과 반격에 주현우는 멍해졌다. 허아연을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결혼한 지도 3년인데 주현우에게 큰소리친 건 처음이었다. 이렇게 성질부리는 것도 처음이었다. 허아연에게도 성질이 있을 줄은 몰랐다.주현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라보자 허아연은 서서히 진정되었다. 시선을 내리깔고 침을 삼키며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주현우 씨, 전에 당신이……" 그때 주현우가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처음부터 주현우를 너무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허아연은 주현우와 결혼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계속 주현우를 관용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다만 허아연은 말끝을 흐리고 화제를 돌렸다. "난 이미 이혼 협의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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