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들어 주현우를 바라본 허아연은 주현우의 눈동자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아주 선명한 모습이었다.시선을 떨군 채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고개를 옆으로 돌려 주현우의 눈빛을 피했다.좋아해서가 아니고 사랑 때문이 아니라면 대체 무슨 이유가 있을까?주현우에게 다시 시선을 돌리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생각하던 그때, 갑자기 주현우의 어깨 위에 눈길이 멈췄다. 립스틱 자국이었다. 주현우 어깨에 묻은 립스틱 자국을 빤히 쳐다보던 허아연은 알아볼 수 있었다.오지은의 립스틱 색이었다.시선을 거두고 다시 주현우의 눈을 바라본 순간, 과거의 기억들이 떠올랐다.3년 내내 혼자 빈방을 지켰던 일, 주현우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 말, 허아연은 그럴 가치가 없다고 한 말들이 떠올랐다. 주현우의 눈을 빤히 바라보던 허아연은 차분하게 천천히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사랑 때문도 아니고 좋아해서는 더더욱 아니에요. 온갖 수단을 써서 당신과 결혼한 건 주씨 가문의 재산과 권력이 탐나서예요. 부대표 자리가 좋았고 평생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걸 당신한테서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허아연의 진지한 모습은 마침표 하나하나까지 진심이 느껴졌다.주현우는 무표정으로 꼼짝하지도 않고 허아연을 바라보았다.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다가 결국 '픽'하고 비웃었다.얼굴을 옆으로 돌렸던 주현우가 다시 웃으며 허아연을 쳐다보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허아연, 정말 솔직하네.""그런데 왜 나랑 싸우지도 않고 다투지도 않는 거야?"얼굴에 드러난 웃음이 무심할수록 주현우는 속으로 자신을 더 경멸했다.분명 혼인신고 전에 허아연의 일기장을 봤고, 허아연의 마음이 다른 곳에 있다는 걸 알았으면서도 밝히지 않았고 단호하게 혼약을 파기하지 못하고 이런 식으로 서로를 괴롭히는 쪽을 택했다.주현우의 무심한 조롱에 허아연은 주현우의 눈을 보며 여전히 침착하게 말했다."당신은 너무 까다롭고 경계심도 너무 심해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좀 더 나은 상대 찾아보려고요."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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