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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Capítulo 221 - Capítulo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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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1화

“좋아.”채연서는 달콤하게 웃었다.오늘 밤을 위해 일부러 꾸몄는데 헤어스타일부터 메이크업, 옷차림까지 모두 핑크 계열로 맞췄다.스윗하고 청순한 분위기였다.문지혁의 기억 속, 고등학생 시절의 채연서와 꼭 닮은 모습이었다.채연서와 문지혁은 걸어서 술집 안으로 들어갔는데 둘뿐이었다.가능하다면 채연서는 문지혁과 단둘이 있고 싶지 않았다.문지혁은 문제가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고등학생 시절, 문지혁과 유시진은 같은 반에서 극과 극의 존재였다.한 사람은 너무도 뛰어나 감히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고, 일부는 자발적으로 고개를 숙이게 했다.다른 한 사람은 두려울 만큼 위험했고, 그 주위에는 늘 추종자들이 모여 있었다.그 시절 채연서는 이미 유시진의 여자친구였지만, 문지혁은 여전히 쫓아다녔다.한결같이 잘해 주었고, 채연서가 원하면 무엇이든 들어주었다.문지혁 역시 재벌가 출신이었지만 채연서는 딱히 좋아하지 않았다.문지혁이 화가 나 사람을 때려 병원에 실려 보내는 장면을 직접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더군다나 상대는 거의 응급실에서 목숨을 잃을 뻔했다.술집 안은 조명이 어두웠다.채연서와 문지혁은 바에 나란히 붙어 앉아 있었다.굳이 보지 않아도, 문지혁이 줄곧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채연서는 알고 있었다.“표정이 안 좋아 보이네. 무슨 고민 있어. 유시진 때문이야?문지혁은 돌려 말하지 않았기에 채연서로서는 오히려 편했다.채연서는 길게 늘어진 속눈썹을 내리깔았는데 연약하고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모습이었다.문지혁이 가장 좋아하는 표정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조금 힘든 일이 있긴 한데 털어놓을 사람이 없었어.”채연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지혁이 여자의 손을 잡았다.이에 채연서는 놀란 척하며 곧바로 손을 빼냈다.“이러지 마. 나 지금 솔로 아니야.”“하지만 너랑 유시진, 이미 헤어졌다고 들었는데?”“아니야. 그렇다고 할 수는 없어.”채연서는 말을 흐리며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보였다.문지혁은 곧바로 휴지를 꺼내 신사적으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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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그 남자는 성큼성큼 승유재활센터 안으로 들어와 지나윤 앞에 섰고, 고개를 돌려 두 명의 보안 요원에게 말했다.“여성분을 이렇게 거칠게 대해서는 안되죠.”보안 요원들은 반사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그때 남자는 미소를 띤 채 지나윤에게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지나윤 씨. 저는 문지혁이라고 해요.”지나윤은 문지혁의 손을 잡지 않고 경계하며 물었다.“제가 지나윤이라는 건 어떻게 알았죠?”문지혁은 손을 거두어 아무렇지 않게 정장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이름뿐만이 아니죠. 고아라라는 친구가 있고, 미래 양성학원에서 성악 강사로 일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죠.”지나윤의 미간이 점점 더 깊게 찌푸려졌고 이 남자가 선의로 다가온 인물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도대체 누구시고 무슨 목적인 거죠?”문지혁은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지나윤 씨, 저랑 밖에 나가서 잠깐 걸을래요? 이런 재활센터는 싫거든요. 여기 있으면 제가 환자가 된 기분이라서요.”지나윤이 망설이는 사이, 문지혁은 갑자기 여자의 손목을 붙잡았고, 힘은 예상보다 훨씬 세서 손목이 아플 정도였다.뿌리치려 했지만 오히려 문지혁에게 끌려가게 되었다.보안 요원들이 막으려 했지만 프런트에서 통화 중이던 직원이 손짓으로 신호를 보냈다.지나윤을 내보내도 된다는 의미였다.지나윤은 문지혁에게 이끌려 승유재활센터를 빠져나와 차 안에 태워졌다.문지혁의 차는 눈에 띄는 흰색 람보르기니였는데 점잖은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차량이었다.그러나 곧 지나윤은 깨달았다.그 점잖음은 문지혁의 겉모습일 뿐이라는 사실을.보안 요원들이 거칠다고 말하던 문지혁이야말로 가장 거칠었다.지금도 팔에는 잡아당겨진 듯한 찢어질 것 같은 통증이 남아 있었다.문지혁은 지나윤을 프라이빗 클럽으로 데려갔다.지나윤은 들어가고 싶지 않았지만, 문지혁은 이렇게 말했다.“고아라가 왜 직장을 잃었는지 알고 싶지 않나요?”작은 룸 안은 조명이 어두웠고, 지나윤과 문지혁 두 사람만 마주 보고 있었다.“이제 설명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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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이렇게 말 끊어 놓고 숨 고르는 게 웃기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죠?”지나윤이 되받아쳤고 직감적으로 느껴졌다.문지혁은 준비하고 나타난 사람이었고, 자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며, 함정도 이미 파 놓은 상태라는 것을.이제 그 안으로 자신이 뛰어들기만 기다리고 있는 셈이었다.문지혁은 금테 안경을 밀어 올리며 처음으로 진지하게 그리고 자세히 지나윤의 얼굴을 살폈다.HF그룹.장우영은 대표실로 들어갔다.“유 대표님, 최근 회사 주가 변동은 문씨 집안 쪽에서 손을 쓴 것 같습니다.”“문씨 집안이라.”유시진은 냉소를 지었다.“귀국하자마자 잔꾀를 부리는군. 계속 지켜봐.”“알겠습니다.”장우영이 나간 뒤, 유시진은 채연서에게 전화를 걸었다.“바빠?”[그럭저럭. 아직 LD주얼리 패션위크 샘플 작업 중이거든.]“문지혁이 돌아온 거 알고 있지?”[어.]“동창회에 갔더라?”채연서는 유시진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아차리고 바로 설명했다.[효연이가 부른 거야. 나도 그 자리가 문지혁 환영 자리인 줄은 몰랐어. 시진아, 나 탓하는건 아니지?]유시진은 한동안 말이 없다가 끝내 두 글자만 내뱉었다.“아냐.”채연서는 안도한 듯 숨을 내쉬었다.[걱정 마. 문지혁이 나를 찾아온다고 해도 절대 단둘이 만나지 않을 거야. 네가 걔 싫어하는 거 알잖아.][나도 그래요. 그리고 걔는 아직도 나한테 미련이 남은 것 같거든...]말을 여기까지 하던 채연서는 갑자기 화제를 바꿨다.[다른 얘기할까? 아, 맞다. 부모님이 재활센터 쪽에 자금 조달 도와줘서 고맙다고 하셨어. 식사 한번 대접하고 싶다는데 언제 시간 괜찮아?]“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그럼... 가족끼리 편하게 밥 한번 먹는 거로 하는 건?]채연서가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유시진은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몇 마디 잡담을 더 나눈 뒤 전화를 끊었고 이내 채연서의 얼굴에는 점점 만족스러운 웃음이 번졌다.‘역시 시진은 질투했던거야.’“문지혁이 이 타이밍에 귀국한 건 정말 잘한 선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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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지나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반박했다.“전 남편이 절친보다 못한 거예요.”말은 단호하고 명확했지만, 눈빛 속에 스친 망설임과 죄책감의 흔적까지는 문지혁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문지혁은 냉소를 지으며 얼음을 넣은 위스키를 한 잔 더 따랐다.“지나윤 씨는 유시진에게 어울리지 않아요. 그러니 이혼은 해방일 거고요.”“오늘 처음 본 사람한테 평가받고 싶지는 않아요.”“마음대로 해요.”문지혁은 술을 비운 뒤 차를 몰아 지나윤을 승유재활센터로 데려다주었다.지나윤은 문지혁이 차에서 내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차에서 내려 대문 안까지 직접 따라왔다.“이제 가야겠네요. 작별 인사로 선물 하나 줄게요.”문지혁의 길게 찢어진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졌고, 얼굴에는 온화하고 예의 바른 미소가 걸려 있었다.“선물은 필요 없어요.”지금의 지나윤은 문지혁의 웃음에 속을 만큼 순진하지 않았다.곧 문지혁은 손가락을 가볍게 흔들었다.“내가 주고 싶으면 지나윤 씨는 받으면 되는 거예요.”그 말이 끝나자마자, 문지혁은 지나윤이 짚고 있던 목발을 발로 차 날려 버렸고, 지나윤은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곧 문지혁은 배를 잡고 웃어댔다.“자세가 참 예쁘네요. 어때요? 이 선물 마음에 들어요? 놀랍죠? 뜻밖이죠?”문지혁은 쪼그려 앉아, 분노로 자신을 노려보는 지나윤의 눈을 들여다보았다.그러다 서서히 웃음을 거두었다.“앞으로 다시는 채연서랑 남자 두고 싸우지 마세요. 자기가 가져서는 안 될 걸 탐내지도 말고요. 다음번엔 지나윤 씨 눈을 파서 선물로 줄 수도 있어요.”그 말을 남기고, 문지혁은 성큼성큼 승유재활센터를 빠져나갔다.등 뒤 모습만 보면 여전히 점잖고 교양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지나윤은 결국 간병인의 부축을 받아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원래는 이 재활센터 자체가 불쾌했지만, 이제는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했다.이곳의 첨단 장비가 다리만 빨리 낫게 해 준다면 어디든 괜찮았다.HF그룹.“죄송합니다. 예약이 없으시면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비서가 최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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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지나윤은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어 유시진이 언제 뒤에 섰는지조차 알지 못했다.담배 냄새가 퍼져 와서야 뒤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유시진은 소리 없이 다가왔고, 지나윤이 몸을 돌려 서로 마주 본 뒤에도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지나윤은 유시진의 한 손에 담배가 들려 있는 걸 보았고 표정은 화가 난 듯 보였다.하지만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화를 내야 할 사람은 오히려 자신이었다.유시진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채연서 부모가 운영하는 재활센터에 자신을 입원시켰다.두 사람은 말없이 마주 서 있었다.그러다가 잠시 후, 유시진이 입을 열었고,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너 다리 후유증 남을까 봐 최고급 재활센터에 들여보냈는데 그게 네가 나한테 하는 보답이야?”종이 한 장이 지나윤의 얼굴로 날아왔다.지나윤이 고개를 숙여 보니, 오늘 직접 쓴 각서였다.그 내용은 유시진과 이혼한 뒤 HF그룹 지분 10%를 무상으로 문지혁에게 양도하겠다는 것이었다.이 각서가 유시진의 손에 들어간 것에 대해 이제는 크게 놀랍지 않았다.처음에는 문지혁이 어떻게 이혼 합의서 내용을 알게 되었는지 몰랐고, 목적이 HF그룹 지분이라고만 생각했다.하지만 문지혁이 목발을 차 날리며 했던 말을 떠올린 뒤, 채연서가 보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지금 자신이 머무는 이 재활센터는 채연서 부모의 소유였고, 다시 말해 채연서의 재산이기도 했다.채연서가 이혼 합의서 내용을 확인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처음부터 이 문서에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나 채연서는 결국 지분 10%를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이다.곧 HF그룹의 새로운 안주인이 될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유시진이 이혼 후에야 넘어갈 지분을 지나윤이 멋대로 넘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반드시 생각을 바꿀 거라고 채연서는 계산했을 것이다.지나윤의 예상은 맞았지만 너무 늦었을 뿐이었다.설령 조금 더 일찍 알아챘다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고아라가 자신을 돌보다가 직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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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지나윤은 이전에 HF그룹 시가총액이 증발하면서 투신한 한 직원이 떠올랐다.HF그룹이 지분 변동에 직면하게 되면, 그 영향은 유가나 회사 임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셀 수 없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들까지 함께 휘말리게 된다.지나윤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고아라는 내 친구야. 근데 HF그룹은 네 회사잖아. 나랑은 상관없고.”이 말을 하는 동안, 지나윤은 유시진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고개를 들어 유시진과 마주 보며, 눈빛은 단단했고 말투 또한 단호했다.지나윤은 똑똑히 유시진의 눈에 가득한 실망감을 보았다.이는 확실히 자신을 향한 실망감이었다.방 안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공기는 차갑고 굳어, 마치 흐르지 않는 시멘트 같았다.그리고 먼저 침묵을 깬 사람은 유시진이었다.“네 냉담함과 이기심을 내가 너무 늦게 알아봤네.”지나윤은 이 말이 오히려 유시진 자신을 설명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나도 마찬가지야.”지나윤이 받아치자 유시진의 냉랭한 얼굴에 순간 비웃음이 스쳤고, 곧 담배를 비벼 껐다.“네가 뒤에서 내 뒤통수를 치고도 그냥 넘어갈 거라고 생각해?”지나윤의 얼굴빛이 미세하게 변했고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몸이 유시진에게 밀려 침대 위로 넘어졌다.손바닥만 한 얼굴에 놀람과 공포가 뒤섞여, 종잇장처럼 창백해진 모습을 보자 유시진의 기분은 오히려 좋아졌다.“어차피 다리도 성하지 않아서 도망도 못 치잖아? 차라리 나랑 제대로 놀아보는 건 어때? 장소를 바꾸면 더 자극적일지도 모르지.”“유시진.”지나윤은 침대 옆 협탁에 놓인 도구를 집어 들어 유시진에게 던졌다.그러나 유시진은 너무도 쉽게 지나윤의 두 손을 제압했다.지나윤은 꼼짝도 할 수 없었고 거대한 공포가 바닷물처럼 덮쳐 와 숨이 막혔다.“장애인은 처음이라 힘 조절이 안 될 수도 있어. 그러니까 너무 탓하지는 말고.”유시진은 한 손으로 지나윤의 두 손을 붙잡고 있었다.다른 한 손이 비어 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옷을 찢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였다.눈앞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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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우원재는 분위기를 풀 만한 말을 꺼내려 했지만, 끝내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유시진이었다.“우원재.”이름이 불리자 우원재는 반사적으로 허리를 곧게 폈다.마치 초등학생이 교실에서 선생님에게 지목당한 반응이었다.“지나윤이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해?”“어?”우원재는 유시진의 질문에 순간 멍해졌다.아무런 예고도 없이 이렇게 민감한 화제로 넘어올 줄은 몰랐다.우원재는 속으로 신중하게 생각했다.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지나윤은 유시진을 너무도 사랑해 보였다.돈도, 외모도, 능력도, 성격도 모두 갖춘 사람이 유시진이었다.그런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해 보일 정도였다.예전 같았으면, 우원재는 지나윤을 두고 주제 파악 못 한다며 가차 없이 욕했을 것이다.아마 분수도 모르고, 착각에 빠졌다고 말했을지도 몰랐다.“이제는 안 사랑하지 않을까?”우원재는 거짓말을 했는데 그 이유는 본인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하지만, 지나윤이 아직 유시진을 사랑한다는 생각도, 유시진 본인 또한 그렇게 믿지 않았으면 했다.“형한테는 이제 연서도 있잖아. 그러니 지나윤도 그 정도는 알고 마음 접었을 거야. 게다가 계속 이혼을 원해 왔잖아?”“이혼하면 좋은 거지. 이혼하면 지나윤, 아, 아니, 형이 자유로워질 테니까.”우원재는 제법 말을 잘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순간, 유시진의 기운은 빙산처럼 차갑던 상태에서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심지어 우원재가 탄 말조차 본능적으로 거리를 두려는 듯 보였다.“두 바퀴만 더 돌자.”“아니, 형.”우원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시진은 말의 옆구리를 차며 다시 질주했다.한적한 외곽의 작은 바.채연서와 문지혁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이번 일은 정말 고마워. 네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거야.”채연서는 고개를 숙였다.얼굴에는 약간의 수줍음과 조심스러운 부끄러움이 묻어 나 있었다.채연서는 문지혁이 이런 표정을 좋아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나한테는 그런 말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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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지나윤은 다리 부상을 완전히 회복한 뒤, 차를 몰아 먼저 주경요양병원으로 향했다.지연순은 창가에 놓인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는데 지나윤이 들어오는 걸 보자, 유난히 환하게 웃었다.“나윤아, 이것 좀 봐. 우리 집 장미가 얼마나 잘 피었는지.”지나윤은 어색하게 입꼬리를 당기며 씁쓸하게 웃었다.“그러게요. 엄마가 잘 키워서 그래요.”그 화분의 꽃은 사실 가짜였고 플라스틱 장미였다.지나윤은 지연순이 때로는 정신이 또렷하고, 때로는 흐릿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지연순이 먼저 유시진의 이름을 꺼냈다.“유 서방은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 지난번에 내가 길을 잃었을 때, 유 서방이 안 찾아줬으면 길바닥에서 굶어 죽을 뻔했어.”“뭐라고요?”지나윤은 순간 멍해졌다.지연순의 얼굴은, 아까 가짜 꽃에 물을 줄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엄마, 기억이 잘못됐어요. 그때는 경찰이 엄마를 찾아서 데려다줬어요.”그때 지나윤은 병원에 입원해 있었기에, 세부적인 상황을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하지만 경찰이 지연순을 찾았다는 얘기는 들었지, 유시진이 직접 찾았다는 말은 누구에게서도 듣지 못했다.유시진 역시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었다.“아니야. 내가 왜 기억을 틀리게 하겠니? 분명히 유 서방이였어.”꽤 단호하게 말하는 지연순에 지나윤은 더 이상 이에 대해 논쟁하려 하지 않았다.지연순은 환자였다.또렷할 때도 있고, 혼란스러울 때도 있었고, 기억 속에서 서로 다른 일을 뒤섞기도 했다.그뿐만 아니라 상상한 일을 현실로 믿기도 했다.그래서 지연순의 말을 전부 믿을 수는 없었고, 적어도 이 일만큼은 지나윤은 믿지 않았다.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지연순은 유시진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다.입만 열면 유시진이 얼마나 효심이 깊은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였다.그리고 유시진 이야기를 할 때에만, 지연순의 눈에 빛이 돌았다.“나윤아, 나 유 서방 보고 싶어. 그러니까 좀 불러주면 안 돼? 그런데 왜 오늘은 같이 안 왔어?”“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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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채연서는 들뜬 얼굴로 보석함을 열어 유시진에게 보여 주었다.그 안에는 반지가 들어 있었다.메인 스톤은 채연서가 가장 좋아하는 핑크 다이아몬드였다.핑크 다이아몬드는 하트 모양으로 컷팅되어, 멜레 다이아몬드가 둘러싼 링에 세팅되어 있었다.링의 디자인은 네잎클로버 형태였는데, 나머지 세 잎에는 하트 컷의 투명한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었다.그리고 오직 한 잎에만 최상급 품질의 하트 컷 핑크 다이아몬드가 세팅되어 있었다.이 디자인은 채연서가 머리를 쥐어짜 내놓은 결과였다.유시진이 자신이 가진 뛰어난 능력을 좋아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채연서 스스로도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믿고 있었다.그랬기에 순전히 실력으로만 승부해도, 지나윤에게 질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원래 채연서는 문지혁이 귀국하면 유시진이 질투를 느껴 먼저 자신을 찾아오고, 그림자처럼 곁을 지킬 거라 여겼다.고등학교 시절의 유시진은 실제로 그랬다.하지만 며칠을 기다려도, 유시진은 먼저 연락 한 통 하지 않았다.이에 채연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지금 채연서 곁에는 문지혁이라는 뚜렷한 구애자가 있었고, 유시진과 지나윤은 곧 이혼할 예정이었다.이번 이혼에서는 유시진이 더 이상 HF그룹 지분을 지나윤에게 나눠 줄 일도 없을 터였다.모든 일이 자신이 예상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야 했는데, 유시진은 최근 들어 오히려 자신에게 조금 냉담해진 것처럼 느껴졌다.그 이유가 자신이 몰래 동창회에 참석했고 그 자리가 문지혁을 위한 환영 자리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마침 오늘, 첫사랑 시리즈의 메인 전시품이 완성되었다.채연서는 그 작품을 핑계로, 먼저 유시진을 찾아왔다.한편으로는 유시진의 속내를 떠보고 싶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고 싶었다.이번 디자인에 대해 채연서는 확신이 있었다.지난번 신인 주얼리 디자인 대회에서처럼, 다시 지나윤에게 패해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길 일은 없을 거라 믿었다.예상대로 유시진은 채연서의 디자인을 극찬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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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채연서의 두 눈이 순식간에 크게 떠졌다.심장이 터져 나올것만 같았지만, 채연서는 흔들리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시진아, 그 말이 무슨 뜻이야?”억울함이 북받쳐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졌고 채연서는 비를 맞은 고양이마냥 울었다.“내가 몰래 문지혁을 매수해서, 지나윤 친구를 빌미로 협박해 지분을 넘기게 했다는 말이야?”채연서는 쉰 목소리로 유시진을 몰아붙였다.유시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 침묵은 곧 인정과 다름없었다.채연서는 두 손을 꽉 쥐자 날카로운 손톱이 손바닥 살을 파고들었다.유시진이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고등학생 시절의 유시진이라면, 누군가가 뒤에서 이렇게 채연서를 모함했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을 것이다.그저 험담을 퍼뜨린 사람을 학교에서 사라지게 했을 뿐이었다.유시진은 그만큼 채연서를 사랑했다.채연서는 유시진의 첫사랑이었고, 평생 지키겠다고 맹세했던 사람이었으니까.채연서는 유시진의 마음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적어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그랬다.그래서 유시진을 떠나 해외로 나갈 수 있었다.유시진이 자신을 놓지 못하고, 모든 걸 버리고라도 자신을 찾아올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현실은 달랐고, 굵은 눈물이 끊어진 구슬처럼 떨어졌다.‘누가 유시진을 이렇게 바꿔 놓았을까? 지나윤인가?’채연서는 믿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유시진은 바로 지나윤의 말 한마디 때문에 자신을 의심하고 있었다.“시진아,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 그렇게 음흉하고 이기적이면서 비열하게 계산만 하는 나쁜 여자처럼 보여?”채연서는 흐느끼며 말을 이었고 목소리는 떨렸다.“우리가 어떤 사이였는지 기억 안 나? 열몇 살에 소년원에서 함께 보낸 그 어두운 시간을 기억해? 서로를 지켜 줬고, 첫사랑부터 시작해 생사를 함께했잖아.”“설령 운명이 우리를 갈라놓았어도 피아노로 다시 만났고, 나중에 헤어졌어도 나는 결국 네 곁으로 다시 돌아왔.”“시진아, 나는 변한 적이 없어. 그리고 너도 변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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