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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Chapter 401 - Chapter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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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화

이제 남은 건 결국 사람 됨됨이였다.이때 지나윤은 문득 유시진이 떠올랐다.‘유시진의 사람 됨됨이는 과연 어땠을까?’유시진은 지나윤에게는 최악의 남자였지만 채연서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남자였다.그런데 오늘 밤, 유시진은 채연서와 함께 오지 않았다.만약 유시진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경호원들도 지나윤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며 채연서를 끌어내지는 못했을 것이다.지나윤의 기억 속에서, 예전의 채연서와 유시진은 늘 붙어 다니는 사이였다.마치 한 몸처럼 늘 함께였다.그런데 최근 들어 지나윤이 채연서를 볼 때마다 채연서는 늘 혼자였다.지나윤은 무심코 칵테일 한 잔을 집어 들어, 한 모금 마시며 스스로에게 다짐했다.이제 이런 생각은 하지 말자고.유시진과 채연서의 관계가 좋든 나쁘든, 그건 이제 자기 일이 아니었다.아까 유시진은 지나윤이 자신에게 복수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아니었다.지나윤이 복수하고 싶은 사람은 오직 채연서뿐이었다.비록 불량배들을 사주한 배후가 박시현이라는 사실은 밝혀졌지만, 지나윤은 채연서가 그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는 믿지 않았다.그랬기에 채연서에게 되갚아 주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그리고 유시진은...지나윤은 다시 칵테일을 한 모금 마시다가 이번에는 잔을 통째로 비웠다.자신과 유시진은 차라리 영원히 남처럼 다시는 교집합이 없는 편이 가장 좋았다.파티는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지나윤은 백이천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차가 거의 도착했다는 연락이었다.백이천은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편이었지만, 그래도 정부에서 영입한 인재인 만큼, 정말 하루 종일 아무 일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오늘은 유난히 바쁜 날이라, 지나윤은 파티에 그를 초대했지만, 백이천은 정중히 거절했다.대신, 파티가 끝나면 직접 차를 몰고 와서 지나윤과 고아라를 데려가겠다고 했다.그날 밤, 지나윤과 고아라는 거의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고아라가 내내 고진수와 붙어 다니며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고아라가 자신의 행복을 찾는다면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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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자기 집 아래에서 유시진을 마주친 순간, 지나윤은 조금 놀랐다.주변에는 유시진의 눈에 띄는 고급 외제차도 보이지 않았고, 유시진이 입고 있는 옷도 평소보다 한층 두툼해 보였다.그래서 지나윤은 유시진이 혹시 아예 차를 몰고 오지 않고 걸어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백이천은 차를 세웠는데 차는 공교롭게도 유시진 바로 앞에 멈췄다.차 안에 있는 백이천과 지나윤은 유시진을 똑똑히 볼 수 있었고, 차 밖에 서 있는 유시진 역시 두 사람을 또렷하게 바라보고 있었다.유시진은 미간을 찌푸렸는데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그대로 드러났다.지나윤이 차에서 내리자 백이천도 함께 내렸다.유시진은 백이천이 마치 자신이 지나윤에게 무슨 일이라도 할까 봐 경계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이윽고 남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짧게 웃었다.“나 올라가서 잠깐 앉았다 가면 안 돼?”지나윤은 유시진의 코끝이 새빨갛게 얼어 있는 것을 보았다.자기 집 앞에서 꽤 오랫동안 기다린 것처럼 보였는데 지나윤은 그 사실이 조금 의외였다.이혼하기 전에는 유시진이 이렇게까지 자주 먼저 자신의 앞에 나타났던 기억이 없었다.“할 말 있으면 여기서 해.”지나윤의 대답은 사실 유시진이 이미 예상하고 있던 반응이었다.하지만 머릿속으로 떠올리던 것과, 실제 목소리로 듣는 것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직접 들은 지나윤의 말투는 유시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차가웠다.“여기서 말하면 추워.”유시진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차로 가서 말해.”지나윤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유시진의 차를 찾았다.그때, 유시진이 덤덤하게 말을 덧붙였다.“차 안 가져왔어요. 걸어왔어.”지나윤은 속으로 정말 걸어온 거였네 하고 중얼거렸다.‘도대체 어디서부터 걸어온 걸까? HF그룹에서였을까? 아니면 운정힐즈에서였을까?’어디서 출발했든 거리가 만만치 않은 건 분명했다.‘한겨울에 차를 두고 굳이 걸어오다니.’지나윤은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렸다.‘설마 일부러 차를 안 가져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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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한층 더 산뜻해졌고 더 따뜻해 보이기도 했다.삼호거리의 이 집과 똑같았다.지나윤이 떠난 뒤에도 운정힐즈의 소프트 인테리어 스타일은 변하지 않았지만, 예전의 따뜻한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지고, 집 안은 넓고 휑하며 쓸쓸해져 있었다.지나윤은 유시진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본론부터 꺼낼 줄 알았다.그런데 유시진은 먼저 자신의 집 안을 한 바퀴 둘러본 뒤, 지나윤의 소파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처음에는 비교적 평온한 시선이었지만 점점 날카로워졌고, 이마에 잡힌 주름도 점점 더 깊어졌다.지나윤은 도무지 유시진이 왜 소파 하나를 두고 저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설마 인터넷으로 산 이 소파가 HF그룹 산하 계열사의 경쟁사 제품이라도 된다는 건가?’지나윤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마침내 유시진은 긴 침묵 끝에 고개를 돌려 지나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커피 한 잔도 안 주는 거야?”지나윤은 어깨를 으쓱했다.유시진이 대체 무슨 시간을 끌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내 집에 1분 더 머무른다고 해서, HF그룹 주가가 상한가를 한 번 더 치기라도 하는 건가?’그래도 예의상 지나윤은 유시진에게 물 한 잔을 따라 주었다.유시진은 고맙다고 말하고 고개를 숙여 컵 안을 들여다봤는데 커피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생수였다.유시진은 한 모금 마셨는데 제법 달게 느껴졌다.커피보다 더 맛있었다.지나윤은 소파에 앉아, 그 자리에 서서 물을 맛있게 마시고 있는 유시진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우리 집 전기포트 물은 어젯밤 물이야.”그 말에 유시진의 물 마시던 동작이 멈췄다.“무슨 일인지 빨리 말해.”지나윤은 자신이 재촉하지 않으면 유시진이 어젯밤 물을 마시면서 밤새도록 버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다음 달이 HF그룹 100주년 기념식이야. 잊지 말고 참석하세요.”지나윤은 잠시 멍해졌다가, 뒤늦게 깨달았다.자신은 아직 HF그룹의 주주이기도 했다.“어, 알았어.”지나윤이 그렇게 말한 뒤에도, 유시진은 계속 어젯밤 물을 마시고 있었다.이에 지나윤은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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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지나윤은 채연서를 겨냥한 말이냐는 듯 유시진을 노려보았다.“내가 채연서를 적대한다고?”지나윤이 유시진을 똑바로 노려보자 유시진은 고개를 살짝 돌렸다.‘유시진은 뭐가 그렇게 찔리는 걸까? 채연서를 두둔해 온 게 하루이틀도 아니지 않나?’“채연서가 먼저 사람을 시켜 내 손을 망가뜨리려 하지 않았다면, 나도 굳이 시간 낭비하면서 걔를 상대하지 않았어.”지나윤의 말을 듣고 유시진은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내려놓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그 일은 박시현이 한 거야.”“채연서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증거는 있어?”“그럼 채연서가 관여했다는 증거는 있어?”거실 안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유시진은 이를 악물었고 눈은 불에 덴 것처럼 따끔거렸다.지나윤이 분노에 찬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오늘 밤, 유시진이 지나윤을 찾아온 이유는 정말로 채연서 때문이 아니었다.채연서는 울면서 유시진에게 달려와, 지나윤이 자신의 초대장을 찢어버리고 자신을 쓰레기처럼 내쫓았다고 했다.또한 지나윤이 자신의 모든 것을 망쳐버리려 한다고도 말했다.유시진도 지나윤이 채연서를 완전히 망가뜨릴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자신이 나서기만 하면 되긴 하지만 유시진은 망설였다.그렇다고 채연서를 외면할 수도 없었다.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지켜주겠다고 채연서에게 약속했기 때문이다.유시진은 평생 약속을 어기는 일은 없을 거라고 믿어 왔다.특히 자신의 이쁜이에 대해서는 더더욱.지나윤의 눈에 맺혀 있던 분노는 점점 사그라들고, 대신 서늘한 냉기가 내려앉았다.‘지금 와서 왜 화를 내고 있는 걸까?’유시진이 채연서를 편애하는 모습은 이미 수도 없이 겪었고, 진작에 무감각해졌어야 했다.“네가 그렇게 채연서 일에 신경이 쓰인다면, 그냥 채연서를 HF그룹 안주인으로 들이면 되잖아.”“굳이 작은 주얼리 디자인 회사 하나 차려 놓고, 나한테 두들겨 맞게 둘 필요가 있어?”지나윤은 무심하게 비꼬았다.이 점은 지나윤 자신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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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백이천은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남자가 차에서 내려 달려오는 모습을 보았다.그 남자는 유시진 곁으로 달려갔는데 아무래도 유시진의 비서인 듯했다.유시진이 블루 벤틀리에 올라타 떠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백이천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러고는 휴대폰를 꺼내 지나윤에게 ‘잘 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차를 몰고 떠났다.지나윤은 고아라가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는 확인을 막 마친 뒤, 백이천에게서 온 메시지를 받았다.단 두 글자, ‘잘 자’였지만, 그 말은 오늘 밤 유시진 때문에 엉망이 되었던 지나윤의 기분을 이상할 만큼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했다.지나윤은 백이천에게 답장을 보낸 뒤, 침대에 올라가 협탁의 조명을 껐다.침실은 온통 어둠에 잠겼지만 지나윤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머릿속에는 자꾸만 유시진이 떠나기 전 했던 말이 떠올랐다.“네가 믿든 말든 오늘 밤 내가 너를 찾아온 건... 그냥, 너를 보고 싶어서였어.”지나윤은 몸을 뒤척이며 억지로 잠을 청했다.유시진이 자신을 보고 싶었다는 말이 사실일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그 사람을 보고 싶지 않다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이후 보름 남짓한 시간 동안, 지나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냈고 성과 역시 뚜렷했다.채연서의 투자자들 가운데 HF그룹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철수했다.불과 열흘 남짓한 시간 만에 채연서의 회사 규모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자산은 하루가 다르게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었다.또한 지나윤은 유시진이 채연서를 버릴 리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HF그룹이 이런 실적상의 짐을 계속 안고 가겠다면, 지나윤으로서는 오히려 반가울 따름이었다.오늘은 HF그룹 창립 100주년 기념식이 있는 날이었다.시간은 이미 밤 7시를 넘겼지만, 지나윤은 여전히 사무실에 틀어박혀 디자인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FY와 협업해 출시할 신규 라인은 아직 확정되지 못한 상태였고 디자인에서 정체기를 맞았기 때문이다.과거 피아노 시리즈가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백이천의 교통사고에서 얻은 영감 덕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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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지나윤은 이 메시지를 보며 어이가 없었다.장우영이 유시진 곁에서 일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겠다고 느꼈다.‘나중에 우리 회사가 좀 더 커지면, 장우영을 스카우트해서 비서로 데려올까?’지나윤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유시진이 장우영에게 주는 월급을 떠올리자, 지금의 자신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렵겠다고 느꼈다.사실 HF그룹 창립 100주년 기념식에, 지나윤은 애초부터 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유시진이 미리 말을 해 두었음에도 말이다.이것이 바로 이혼 전에 어떤 이유로든 HF그룹 주식을 받기 싫었던 이유이기도 했다.HF그룹의 주주가 되는 순간,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결국 HF그룹과 얽히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장우영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지나윤은 결국 짐을 챙겨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래에는 블루 벤틀리가, 깊은 밤 속에서도 마치 별빛이 담긴 사파이어처럼 눈에 띄고 있었다.이때 지나윤은 잠시 멍해졌다.하지만 곧 장우영이 유시진의 차를 몰고 오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했다.평소에도 장우영은 종종 유시진의 운전기사를 맡곤 했기 때문이다.“미안해요 장 비서님, 일부러 여기까지 오게 해서...”지나윤은 조수석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가, 고개를 돌려 운전석에 앉아 있는 자신의 ‘기사’를 보고 말았다.“유시진?”지나윤은 크게 놀랐다.유시진은 무심한 눈길로 지나윤을 한 번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안전벨트 매.”“아...응...”지나윤은 안전벨트를 매면서 속으로 의아해했다.‘분명히 문자로는 장우영을 보내서 데리러 오게 했다고 말했잖아. 그런데 왜 유시진이 직접 온 걸까?’오늘 밤은 HF그룹 창립 100주년 기념식이었다.‘왜 유시진이 현장에서 자리를 지키지 않고, 굳이 직접 내 운전기사가 되려 한 거지?’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았다.게다가 지나윤은 지금 HF그룹의 주주이기는 했지만, HF그룹 전체로 보자면 그렇게까지 중요한 인물도 아니었다.지나윤은 아무리 생각해도 유시진이 직접 자신을 데리러 온 이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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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시진이는 어떻게 된 거야?”유희봉이 유태산에게 물었지만, 유태산 역시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두 사람은 장우영을 불렀는데 장우영은 유희봉과 유태산에게 사실을 숨길 수 없었다.유시진이 지나윤을 데리러 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유시진은 원래 장우영에게 지나윤을 데리러 가라고 지시했지만, 왜 갑자기 본인이 직접 나섰는지는 장우영 역시 정확히 알지 못했다.“시진이가 직접 지나윤을 데리러 갔다고?”유태산의 목소리가 달라졌고 도무지 믿기 힘든 일이었다.게다가 결코 좋은 징조로 보이지도 않았다.하지만 유희봉의 반응은 정반대였다.유시진이 직접 운전해서 지나윤을 데리러 갔다는 말을 듣자, 유희봉의 눈이 오랜만에 환하게 빛났다.“그럼 시진이가 나간 지 얼마나 됐어?”“그게...”장우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얼굴에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시간을 따져 보면 유시진은 이미 지나윤을 데리고 돌아와야 했다.“큰일입니다, 회장님!”유희봉의 비서가 허둥지둥 달려왔다.그러나 유희봉의 눈빛을 마주하자, 곧바로 억지로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무슨 일이 생기든, 설령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이렇게 많은 고객 앞에서 H먼저 흔들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비서는 유희봉의 귀에 바짝 붙어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빠르게 전했고, 유희봉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변했다.병원에서 유시진은 마침내 눈을 떴다.눈을 뜨자마자 보인 사람들은 유희봉, 유태산, 양화영, 그리고 우원재와 채연서였다.모두가 걱정과 안도의 감정이 뒤섞인 눈빛으로 유시진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번에는 기억이 크게 끊기지 않았다.유시진은 지나윤을 데리러 차를 몰고 나갔다가, 일부러 자신의 차에 들이받은 사람을 만났다는 것을 기억했다.또한 상대가 다가오자마자 자신을 칼로 한번 찔렀다는 것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유시진은 눈을 깜빡이며 힘없이 입을 열었다.“지나윤은요?”“왜 눈 뜨자마자 그 재수 없는 사람부터 찾는 거야? 걔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크게 다치지 않았을 거 아니야.”양화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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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그때는 유시진이 교통사고를 당한 이유가 지나윤 때문은 아니었다.그러나 이번에는...지나윤은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고 미간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시진이가 깨어났어. 너를 보고 싶어 해.”병실에서 몸을 내민 유태산의 말을 듣자 지나윤은 벌떡 일어섰다.그리고 병실로 들어가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리를 비웠다.채연서와 스쳐 지나갈 때, 지나윤은 채연서가 자신을 노려보는 눈빛을 똑똑히 보았다.이 순간 병실 안에는 지나윤과 유시진, 단 두 사람만 남았고 복도보다도 더 조용했다.병상에 누워 몹시 쇠약해 보이는 유시진을 바라보며, 감사 인사를 하려던 순간, 남자가 담담하게 말했다.“고마워.”그 말에 지나윤은 잠시 멈칫했다.‘왜 유시진이 자신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걸까? 나를 대신해 칼을 맞은 사람은 본인인데,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내가 아닌가?’그런데도 자신을 바라보는 유시진의 눈빛은 무척 진지했기에 지나윤은 더 이해할 수 없었다.“아니, 내 목숨을 구해 준 건 너야. 내가 고마워해야 해.”지나윤은 진지하게 말했다.당시 유시진이 왜 자신을 대신해 그 칼을 맞았는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중상을 입은 사람은 유시진이었고 자신은 무사했다.도리상 그리고 상황상, 지나윤은 반드시 감사해야 했다.“아니, 그 사람과 원래 원한이 있던 쪽은 나였어.”유시진의 말은 지나윤의 예상 밖이었다.“그 사람은 신월 팰리스에서 해고된 임원이야.”유시진은 말을 더 잇지 않았다.그러나 지나윤의 머릿속은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졌다.‘신월 팰리스...’기억이 맞다면 박시현 집안의 계열사였다.‘만약 해고 때문에 누군가를 원망해야 한다면 미워해야 할 사람은 박시현의 집안이 아닌가? 그런데 왜 유시진은 자신과 원한이 있다고 말하는 걸까?’지나윤은 입을 열려다 결국 묻지 않았다.유시진과 관련된 일은... 굳이 자신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나는 그냥 너를 병원까지 데려왔을 뿐이야. 네 목숨을 구한 건 의사야.”지나윤은 분명히 말했다.“응, 나도 그렇게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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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왜?”유시진이 너무 진지하게 묻는 바람에 지나윤은 웃음이 나왔다.결국 유시진이 자신을 대신해 칼을 맞아 준 일을 떠올리며, 지나윤은 병상 옆에 앉아 휴대폰으로 유시진에게 자장가를 틀어 주었다.곡은 잔잔했고 병실 안의 분위기는 한결 더 따뜻해졌다.“전에 내가 위가 아파서 입원했을 때...”자장가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유시진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갑게 들리지 않았다.“우원재가 너한테 말해 줬다고 하던데, 너는 안 왔다더라...”“응.”이에 지나윤은 대충 대답했다.사실 우원재가 말해 주지 않아도, 유시진이 위 통증으로 입원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왜?”유시진의 질문에 지나윤은 미간을 찌푸렸다.“이미 우리는 이혼했으니까.”이 단호한 대답은 지나윤과 유시진 사이에 선을 그어 버리는 칼처럼 느껴졌다.“그럼 만약...”유시진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지나윤은 고개를 돌려 보았는데 유시진은 눈을 감은 채 마치 잠든 것처럼 보였다.지나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을 나섰다.유시진에게는 원래부터 간병해 줄 사람이 부족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지나윤이 나오자마자 채연서가 곧바로 병실로 들어갔다.지나윤은 우원재도 함께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다. 우원재는 유시진의 절친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우원재는 오히려 흥미로운 표정으로 지나윤 곁으로 다가와, 굳이 할 말도 없으면서 몇 마디라도 더 붙잡고 이야기를 하려 했다.이에 지나윤은 우원재가 채연서와 유시진의 둘만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고 짐작했다.마침 지나윤도 우원재에게 물어볼 일이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병동 밖을 잠시 함께 걸었다.우원재의 말에 따르면, 최근 신월 팰리스의 주가가 폭락했고 시가총액이 증발했으며, 검찰의 입건 조사까지 이루어졌다고 했다.박씨 집안과 관련된 모든 기업 역시 모두 풍전등화의 상황이라고 했다.부채를 줄이기 위해 신월 팰리스 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많은 사람이 영향받았다고 했다.그리고 신월 팰리스 이 이렇게 갑자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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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박시현 씨, 이게 무슨 뜻이죠?”박시현은 고개를 들어 기세등등하게 자기 사무실로 들이닥친 채연서를 보고는 조용히 비서에게 손짓했다.비서는 나가면서 사무실 문을 닫았고 박시현과 채연서만 안에 남게 되었다.“당신이 나한테 따질 자격이 있어요? 내가 전에 도와주지 않았으면, 내가 유시진한테 찍힐 일이 있었겠어요?”잔뜩 화가 나 있던 채연서는 박시현의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썩 좋지 않아졌다.“그럼...박씨 집안을 망가뜨린 게... 정말 유시진이에요?”“그 사람 말고 또 누가 있어요?”박시현은 참지 못하고 눈을 흘겼다.처음에는 채연서가 지나윤을 상대하기에 좋은 조력자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지나윤은 아무 일도 없었을 뿐 아니라 사업은 오히려 날로 잘되어 갔다.반면 자신은 유시진에게 제대로 찍혀 거의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잘나가던 재벌가 아가씨였던 자신은 이제는 빚만 한가득 떠안은 처지가 되었다.박시현은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졌다.“채연서 씨, 정말로 유시진 대표님의 첫사랑 맞아요? 그 사람이 우리 박씨 집안을 이렇게까지 무너뜨린 건, 누가 봐도 지나윤 대신 복수해 주려고 그런 거잖아요.”“유시진 대표님, 이미 지나윤을 사랑하게 된 거 아니에요?”“말도 안 돼요!”채연서는 단호하게 부정했다.그러나 채연서가 이렇게 격하게 반응할수록, 박시현의 눈에는 더 우스워 보일 뿐이었다.아픈 곳을 찔렸을 때 나오는 반응 같았기 때문이다.박시현이 자신을 비웃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채연서는 팔짱을 끼고 비꼬듯 되받아쳤다.“남자 하나도 제대로 못 붙잡는 건 박시현 씨도 똑같잖아요.”“지금 박씨 집안이 이렇게 휘청거리는데 원래부터 결혼할 생각도 없던 이준혁 씨에게 지금은 오히려 더 좋은 핑계가 생긴 셈 아닌가요?”“채연서 씨!”박시현이 손을 들어 올렸지만, 손목은 채연서에게 붙잡혔다.“그만해요. 우리 둘이서 싸워 봤자 지나윤만 좋은 일 시켜 주는 거예요.”채연서의 말을 들은 박시현은 냉소를 흘리며 손을 거두었다.확실히 채연서의 말이 맞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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