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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1화

아니, 지나윤에게서 엄마가 될 권리를 빼앗은 건 유시진이었다.그런데 이미 유시진을 사랑하지 않게 된 지금, 지나윤은 다시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게 됐다.“이게 무슨 엿 같은 상황이지?”지나윤은 작게 중얼거렸고 입안 가득 씁쓸한 맛이 번졌다.“나윤아...”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고아라와 백이천이 차례로 들어왔다.지나윤이 깨어난 뒤, 고아라에게 전화가 왔었다.고아라는 먼저 병실 간호사에게 연락했고, 그제야 지나윤이 의식을 되찾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두 사람은 계속 병원에서 지나윤의 보호자로 남아 있었다.하지만 지나윤이 깨어나기 전, 두 사람 모두 경찰에게 연락받고 경찰서에 다녀와야 했다.지나윤 차량은 조사 결과 브레이크가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났다.그래서 이번 레이싱과 관련된 사람들과 기업들 모두 조사받아야 했다.가장 먼저 조사 대상이 된 사람은 당연히 이안영이었다.하지만 이안영은 C국 국적이었고, 뒤에 얽힌 세력도 워낙 복잡해 경찰 역시 함부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아라와 백이천을 부른 것도 조사에 협조하기 때문이었다.지나윤은 오히려 두 사람이 아까 병원에 없었던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그게 아니었으면 임신 사실을 두 사람에게 들키고 말았을 테니까.이 일은 아직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고, 지나윤 자신도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이 아이를 정말 낳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한때는 그렇게 아이를 갖고 싶어 했고 유시진의 아이를 낳고 싶었다.하지만 지금은...“나윤아? 나윤아!”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지나윤은 정신을 번뜩 차렸다.“어?”지나윤은 멍한 얼굴로 고아라를 바라보았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넋이 완전 나가 있었어.”“아... 아무것도 아니야...”지나윤은 고개를 저었다.고아라는 원래 세세한 부분에 둔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지나윤이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정도는 눈치챘다.게다가 그걸 자신들에게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고아라는 슬쩍 백이천에게 눈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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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2화

병원 밖.고아라는 백이천 손을 힘껏 뿌리쳤다.“도대체 왜 그러는데? 왜 굳이 날 끌고 나온 거야?”백이천은 천천히 걸음을 늦추더니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둘이 있으면 나윤이가 유시진 보러 가기가 불편하잖아.”고아라는 순간 눈을 크게 떴다.“그러니까 지금 나윤이 유시진 보러 가게 해주려고 일부러 날 데리고 나온 거였어?”백이천은 잠시 침묵하다 고개를 끄덕였다.“응...”“근데 유시진 네 라이벌이잖아. 너 원래 엄청 싫어했잖아.”백이천이 유시진에게 품고 있는 적대감이 결코 작지 않다는 걸 고아라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지나윤을 좋아하는 사람 중 백이천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를 꼽자면 당연히 유시진이었다.“싫어하는 건 맞아.”백이천은 굳은 얼굴로 솔직하게 말했다.“근데 유시진이 나윤이를 위해 해준 것도 사실이니까.”고아라 눈이 더 크게 흔들렸다가 이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이번 사고에서 유시진이 자기 몸을 던지지 않았더라면 지나윤은 정말 목숨까지 잃었을 수도 있었다.고아라는 뒤늦게 소름이 돋는 기분에 몸을 움찔 떨었다.원래는 지나윤에게서 유산과 불임 이야기를 듣고 유시진에게 적잖은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이번 일만큼은 정말 다르게 보였다.이에 고아라는 입술을 달싹였고 몇 번이나 말을 꺼내려다 결국 삼켰다.사실 고아라는 백이천을 말리고 싶었다.고진수의 일로 이미 충분히 깨달았기 때문이다.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얼마나 눈이 멀 수 있는지.백이천이 지나윤을 좋아해 온 시간은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그 마음은 자신이 고진수를 좋아했던 감정보다 결코 가볍지 않았다.하지만 고아라는 이제는 지나윤을 포기하라고 정말 말해주고 싶었다.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자신이 지나윤이라면 분명 유시진에게 더 흔들렸을 거라고 느꼈다.그러나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아라는 말하지 않았지만, 백이천은 이미 고아라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유시진 행동에 흔들리지 않을 여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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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3화

그 관 중 일부는 수혈용이었고, 일부는 산소 공급용이었으며, 또 일부는 바이탈을 확인하기 위한 장치였다.그리 긴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니었는데, 유시진은 이미 눈에 띄게 야위어 있었다.기억 속 그 누구보다 자신만만하고 오만했던 재계의 스타는 지금 오장육부가 온전치 않은 상태로 망가져 있었다.도저히 원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망가진 모습에 지나윤은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굵은 눈물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심장은 무딘 칼로 천천히 도려내지는 것처럼 아팠고, 지나윤은 숨 쉬는 것조차 힘겨웠다.더는 유시진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지만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눈을 감아도 머릿속에는 같은 장면만 반복됐다.위기의 순간, 유시진이 자기 차를 가로세워 지나윤 앞을 막아섰던 순간, 그리고 그대로 차째로 강물 아래로 추락해 버린 장면.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계속 되풀이됐다.강물은 분명 차가웠을 것이다.지나윤은 바다에 뛰어든 적이 있었다.그 얼어붙을 듯한 차가움과 숨 막히는 감각이 어떤 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몰아치는 기억 속에 허우적대며 지나윤 몸이 저절로 떨리기 시작했다.무의식중에 손을 뻗어 유시진을 만져보려던 순간, 간호사 목소리가 중환자실의 적막을 깨뜨렸다.“저기, 보호자분, 면회 시간 끝나서 이제 나가주셔야 해요.”그 말에 지나윤은 퍼뜩 눈을 떴으나 눈앞은 이미 눈물로 흐릿해져 있었다.어떻게 중환자실을 나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몸만 나왔지 마음은 아직도 그 안에 남아 있는 듯했다.중환자실 밖, 숨 막힐 만큼 조용한 복도 끝에서 몇 사람이 걸어와 지나윤과 마주쳤다.유태산, 양화영 그리고 유희봉이었다.세 사람은 동시에 걸음을 멈췄고, 지나윤은 본능적으로 시선을 내리깔았다.차마 유씨 집안 사람들과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지금쯤이면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유시진이 이렇게 된 이유가 모두 자신 때문이라는 걸.지나윤은 자신이 사과해야 하는 건지조차 알 수 없었다.미안하다고 말해봤자 자기 마음이 조금 편해질 뿐이었다.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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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4화

“할아버님...”“시진이 사고 소식 듣고 병원 오는 길에 대충 상황은 다 알아봤어.”유희봉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따지고 보면 누군가 처음부터 널 해치려고 한 거야. 이안영은 절대 이 일에서 빠질 수 없어.”이안영의 이름이 나오자 유희봉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고, 이를 악문 얼굴에는 분노가 선명하게 드러났다.“다만 이씨 집안이 워낙 힘이 있다 보니 여기서 아무리 조사해도 이안영까지는 연결이 안 되고 있어.”“아마 다른 세력을 통해 손을 쓴 모양이야. 그래도 걱정하지 마라, 나윤아. 이번 일은 내가 반드시 되갚아줄 테니까.”유희봉의 말에 지나윤 눈가는 다시 뜨겁게 젖어 들었다.지나윤은 유시진이 자기 때문에 중환자실에 누워 생사를 넘나들고 있는데도, 유희봉은 이렇게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한다는 걸 예상하지 못했다.심지어 자신 대신 복수까지 해주겠다고 말하고 있었다.“그리고 시진이 일은...”유희봉은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애써 감추려 해도 늙은 얼굴 깊숙이 자리한 슬픔은 쉽게 숨겨지지 않았다.“그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길이야. 그러니 결과가 어떻게 되든 네 잘못은 아니야, 나윤아.”“할아버님...”지나윤은 입을 열자마자 목이 메었다.머리로는 이게 전부 자기 잘못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마음속 벽은 아무리 해도 넘을 수가 없었다.“됐어, 인제 그만 울어.”유희봉은 부드럽게 웃으며 지나윤 머리를 쓰다듬었다.“계속 그러면 내 마음이 더 아파.”“네...”유희봉 위로를 듣고서야 지나윤은 겨우 눈물을 그치며 희미하게 웃었다.한편 그 시각.C국.이안영은 자기 사무실 통유리창 앞에 서 있었다.화려하게 빛나는 도시 풍경을 내려다보며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생각보다 실력 좋네.”이안영은 입꼬리를 비틀었다.“경찰이 그렇게 오래 조사했는데 나도 못 잡았고, 결국 너도 못 찾아냈잖아?”이어폰 너머로 조커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원래 사람 처리하는 일에는 꽤 전문이라서.]이안영은 냉소적으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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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5화

이씨 집안 시가총액이 증발하고 주가가 폭락한 건, 결국 이안영이 눈앞 성과에만 집착한 탓이었다.주얼리 업계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으면서도 정작 협력 상대에 대해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않았고. 오히려 지나윤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되갚음을 당한 셈이었다.그리고 레이싱 사건 역시 먼저 수작을 부린 건 이안영 쪽이었다.“...이채영이 그렇게 질투 나요?”오현준 말에 이안영 눈이 사납게 치켜 떠졌다.“뭐라고 했어요?”“아무 말 안 했어요.”오현준은 시선을 내린 채 담담하게 말했다.“전 그냥 주주총회 늦지 말라고 말씀드리러 온 거예요.”그 말을 끝으로 오현준은 몸을 돌렸다.“변호사님.”등 뒤에서 이안영의 거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변호사님도 저랑 같은 배 탄 거 잊지 마세요.”오현준 걸음이 잠시 멈췄으나 아무 말없이 그대로 사무실을 나갔다.A시.어느새 밤이 깊어졌고, 병원은 숨 막힐 정도로 조용했다.중환자실은 이미 면회가 금지된 상태였지만. 깨끗한 유리창 너머로 안에 누워 있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예를 들면 유시진처럼 말이다.그 시각, 흰 가운을 입은 한 의사가 유리창 앞에 서 있었다.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그저 조용히 서서 수많은 관이 연결된 채 누워 있는 유시진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입원 병동.지나윤 상태 자체는 크게 위험하지 않았다.다만 유산 조짐이 있었기 때문에 산부인과에서는 입원 후 안정을 취하라고 권하고 있었다.물론 백이천과 고아라에게 임신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의사와 간호사들에게도 비밀로 해달라고 미리 부탁해 둔 상태였다.그래서 백이천과 고아라는 지나윤이 단순히 교통사고 후유증 때문에 입원 중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창밖은 점점 더 짙은 어둠으로 물들어 갔고, 지나윤은 혼자 병실 안에 남아 있었다.병실이 조용할수록 자기 심장 뛰는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렸다.지나윤 손은 계속 배 위에 올려져 있었다.아직 한 달밖에 되지 않아 아무 느낌도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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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6화

사람의 본능은 위기의 순간일수록 소름 끼칠 만큼 정확했다.지나윤은 순간적으로 몸을 돌렸다.그리고 아무 기척도 없이 시야에 나타난 사람을 본 순간 얼굴빛이 확 변했다.“고진수?”고아라도 조커를 발견하자 몸을 크게 떨었고, 조커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웃었다.동안 같은 얼굴 위에 떠오른 웃음은 여전히 천진난만해 보였다.고아라는 즉시 두 팔을 벌려 지나윤을 자기 뒤로 감쌌다.조커는 눈썹을 치켜올렸다.곧 입가의 미소는 어느새 비웃음으로 변해 있었다.“왜? 이제 와서 우정 놀이야?”“예전에 내 말 듣고 지나윤 컴퓨터에 바이러스 심을 때는 그렇게까지 의리 있어 보이진 않았는데?”조커 비꼬는 말에 고아라는 얼굴이 붉어졌다.“난 나한테 속은 거였어!”“하.”조커는 비웃듯 짧게 웃었다.“속았다고 바로 걸려드는 건 네가 멍청하단 뜻이지.”“고진수!”고아라는 이를 악물었다가 이내 고개를 세게 저었다.“아니지. 진짜 고진수는 이미 네 손에 죽었잖아. 넌 그냥 조직의 조커일 뿐이야!”고아라가 조커와 대치하는 사이, 그 뒤에 있던 지나윤은 몰래 휴대폰으로 경찰 신고를 시도했다.그때, 탕하는 소리와 함께 휴대폰이 산산조각이 났고 총알이 지나윤 손바닥을 스쳐 지나갔다.곧 지나윤 눈이 크게 흔들렸고, 고아라 역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두 사람은 동시에 조커를 바라봤다.조커 손에는 소음기가 달린 권총이 들려 있었다.새까만 총구는 정확히 지나윤과 고아라를 향하고 있었다.고아라는 온몸을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떨기 시작했다.그 순간 지나윤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나윤아...”고아라가 다급히 지나윤 팔을 붙잡자 여자는 조용히 고아라 등을 토닥였다.“괜찮아.”목소리는 침착했지만 사실 심장은 이미 목 끝까지 치솟아 있었다.원래 조커가 노리는 건 자신 하나일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조커는 킬러였고, 입막음을 위해 고아라까지 함께 죽일 가능성도 충분했다.총구 앞에서 고아라가 이렇게 겁먹는 건 당연했다.지나윤 역시 무서웠지만 겁먹은 모습을 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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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7화

흰 가운을 입은 조커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지나윤은 겨우 어깨에 힘을 풀었다.지나윤과 고아라는 복도 바닥에 주저앉은 채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두 사람 모두 온몸의 힘이 빠져버린 상태였다.“진짜 방금 너무 무서웠어. 진짜 총 쏘는 줄 알았어.”고아라 얼굴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지나윤은 휴지를 꺼내 고아라 땀을 닦아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계속 조커가 했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아라야, 너 혼자 있어도 괜찮겠어?”고아라는 의아한 눈으로 지나윤을 바라봤다.“괜찮긴 한데, 왜?”“유시진 좀 보러 가고 싶어.”“그럼 나도 같이 갈게.”고아라가 자신을 혼자 보내기 불안해한다는 걸 느낀 지나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응.”두 사람은 다시 중환자실 앞으로 향했다.이미 면회 시간이 끝난 뒤라 유리창 너머로 안을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유시진은 여전히 병상 위에 누워 있었고, 몸에 연결된 수많은 관은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힐 정도였다.곧 고아라는 슬쩍 지나윤 얼굴을 훔쳐봤다.지나윤이 왜 갑자기 유시진을 보러 오자고 했는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 유시진 모습은 특별한 정조차 없던 고아라가 보기에도 마음이 답답할 정도로 처참했다.지나윤은 말없이 유리창 너머 유시진을 바라봤다.한참 뒤, 두 사람은 함께 당직 간호사를 찾아갔다.“저기 죄송한데요. 방금 혹시 유시진 씨 면회 온 사람 있었나요?”간호사는 고개를 저었다.“아마 없었을 거예요. 시간이 너무 늦어서요.”“그렇군요.”그러나 병동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지나윤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왜 그래? 나윤아? 무슨 생각해?”고아라가 궁금한 듯 물었다.“아까 조커가 했던 말 있잖아. 자기는 병문안 온 거라고 했던 거.”고아라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눈을 크게 떴다.“설마 조커가 말한 환자가 유시진이라는 거야?”“응.”지나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조커는 분명 유시진이 깨어나면 다시 와서 자신을 죽이겠다고 말했다.즉. 조커는 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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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8화

“짐은 다 챙겼지?”퇴원 수속을 마친 지나윤이 백이천에게 물었다.“응, 다 챙겼어. 아라도 두 번이나 다시 확인했고.”“그래.”지나윤은 간호사가 건네준 영수증을 정리해 가방에 넣었다.하지만 백이천을 따라 바로 움직이지는 않았다.“왜 그래?”백이천이 몸을 돌려 지나윤을 바라봤는데 여자는 세 걸음 정도 거리를 두고 서 있었다.“나 아직 볼일이 조금 남았어.”지나윤은 그렇게 말하며 집 열쇠를 꺼내 백이천에게 건넸다.“혹시 아라랑 같이 내 짐 집에 좀 가져다줄 수 있을까?”백이천은 순간 멈칫했으나 이내 천천히 손을 뻗어 열쇠를 받아 들었다.“너...”유시진 보러 가는 거냐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는 못했다.“혼자 가도 괜찮겠어?”지나윤은 백이천이 조커 일을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괜찮아.”지나윤은 옅게 웃었다.“조커는 아직 날 죽이지 않을 거야.”“그 말을 진짜 믿는 거야?”백이천은 지나윤 얼굴에 떠오른 씁쓸한 미소를 보았다.“정말 죽일 생각이었으면 그날 밤 이미 죽였겠지.”지나윤은 일부러 밝은 척 말했다.“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볼일 끝나면 바로 집에 갈게.”지나윤은 몇 걸음 다가가 백이천 등을 가볍게 밀었다.백이천 또한 결국 자신이 지나윤 마음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몇 번이고 조심하라고 당부한 뒤 고아라와 함께 병원을 떠났다.지나윤은 다시 중환자실 앞으로 향했다.비록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는 것뿐이었지만 입원해 있는 동안 지나윤은 매일 중환자실에 들렀다.다만 오래 머무르지는 않았는데, 감정 기복이 심해지면 뱃속 아이에게 영향을 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지나윤.”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지나윤이 고개를 돌리자 유태산이 서 있었다.한낮이었지만 유태산 얼굴은 몹시 어두웠고, 마치 얼굴 위에 검은 재를 뒤집어쓴 듯 음울했다.온몸에서 풍기는 기운 역시 지나윤을 향한 적대감으로 가득했다.곧 지나윤은 조용히 시선을 내렸다.유희봉은 자신을 원망하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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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9화

“네가 끝까지 시진이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더라도 시진이만큼은 진심이었어.”유태산은 그렇게 말하며 지나윤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나는 시진의 아버지야. 더 이상 저 아이를 저렇게 망가지는 걸 두고 볼 수 없어.”“의사 말로는 회복 상태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고 하더라.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깨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했어.”그 말을 듣는 순간 지나윤 눈빛이 확 밝아졌다.원래 지나윤은 퇴원하기 전에 직접 의사를 찾아가 유시진 상태를 물어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전에 유태산에게 이곳으로 끌려온 상태였다.“정말 그렇게 말했어요? 유시진이 깨어날 수 있다고요?”유태산은 지나윤 얼굴 위로 떠오른 안도와 기쁨을 바라보다가 비웃듯 웃었다.“이제 와서 그렇게 걱정하는 척하면 뭐가 달라져?”“저는...”“지나윤.”유태산 목소리가 갑자기 무거워졌다.“부탁이니까 시진이 좀 놔줘라.”그 말에 지나윤은 그대로 굳어버렸다.“네가 시진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었다면, 아니, 최소한 자기 목숨 걸고 널 살려준 걸 생각해서라도 제발 시진이 좀 놔줘.”유태산 말투는 점점 빨라졌다.처음의 부탁은 어느새 원망 섞인 질책으로 변해 있었다.지나윤은 천천히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고, 무의식적으로 손은 배 위에 올라갔다.“부회장님.”다시 눈을 떴을 때 지나윤 얼굴과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하고 싶은 말씀 있으면 그냥 직접 하세요.”지나윤은 이미 알고 있었다.앞에 했던 모든 말은 결국 본론을 꺼내기 위한 밑밥이었다는 걸.더 이상 유태산과 감정 소모를 하고 싶지 않았다.유태산은 헛기침을 한 번 한 뒤 천천히 말했다.“나는 원래 운명 같은 거 안 믿던 사람이야. 근데 지금은 진심으로 믿어. 너랑 시진이는 서로 상극인 것 같아.”지나윤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네가 재수 없는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야.”“하지만 시진이가 너랑 얽히기 시작한 뒤부터 계속 사고만 났어. 입원하고 다치고 지금은 생사조차 장담 못 하는 상황이 됐지.”“어쩌면 너희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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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0화

유시진이 침대에서 내려오려 하자 의사와 간호사들이 급히 달려와 막아섰다.하지만 유시진은 그대로 사람들을 밀쳐냈다.“대표님, 지금 움직이시면 안 돼요. 아직 몸 상태가 회복되지 않으셨어요.”의사와 간호사 만류는 유시진 귀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막 의식을 되찾은 몸은 아직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침대에서 내려오자마자, 쿵하는 소리와 함께 유시진 몸이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의사와 간호사들은 황급히 유시진을 부축해 다시 침대로 옮겼고, 곧 일반 병실로 이동시켰다.병실 안에는 유태산과 양화영, 그리고 장우영이 와 있었는데 유희봉은 보이지 않았다.유시진은 창백한 얼굴로 병상에 누워 있었고, 의식은 맑아졌다 흐려졌다를 반복했다.“시진아, 네가 얼마나 위험했는지 아냐?”유태산 목소리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이번 목숨은 정말 겨우 건진거야.”“그래, 시진아.”양화영도 옆에서 거들었다.“이제 더 이상 무리하면 안 돼. 몸부터 제대로 회복해야지.”두 사람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수록 유시진은 이유 모를 초조함에 휩싸였다.“아버지... 어머니...”유시진은 힘겹게 숨을 골랐다.“지나윤은요? 그 사람은 어떻게 됐어요?”의사 말로는 자신이 한 달 가까이 의식을 잃고 있었다고 했다.‘그 긴 시간 동안 지나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유시진 기억 속 마지막 장면에서 지나윤은 냉천강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적어도 자신만큼 크게 다치지는 않았을 것이다.“말씀해 주세요.”유시진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지나윤 지금 어디 있어요?”유태산은 힘겹게 손을 들어 올리는 유시진을 바라봤고 눈빛은 서서히 차갑게 굳어갔다.“넌 지금 안정이 필요해. 남 일은 신경 쓰지 말고 몸부터 회복해.”“아버지...”“내 아들이 언제부터 사랑에 정신 못 차리는 사람이 된 거지?”유태산 목소리는 날카롭게 내려앉았다.“쉬라면 쉬어.”그 말을 남긴 채 유태산은 몸을 돌려 병실 밖으로 나갔고 양화영 역시 뒤따라 나갔다.그렇게 병실에는 유시진과 장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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