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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4

제731화

유시진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한참 침묵하던 백이천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지금 퇴원은 가능해요?][설마 아직도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는 아니겠죠?]이번에는 유시진이 침묵했다.[몸부터 제대로 회복하고 다시 전화하세요.]그렇게 전화는 백이천 쪽에서 먼저 끊어버렸다.유시진은 힘없이 팔을 떨어뜨렸다.모두가 쉬라고만 하고 아무도 지나윤이 지금 어떻게 됐는지는 말해주지 않았다.유시진은 다시 휴대폰을 들고는 직접 지나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예상했던 대로 지나윤 휴대폰은 연결되지 않았다.그 후 유시진은 병원에 일주일 넘게 더 입원한 뒤에야 겨우 몸을 회복할 수 있었다.그동안 지나윤 소식은 단 하나도 알아낼 수 없었다.퇴원하는 날, 유시진은 다시 백이천에게 연락했다.“몸 회복되면 다시 연락하라고 했잖아요. 이제 다 나았어요.”전화기 너머 백이천은 유시진 목소리를 듣고도 상태가 여전히 좋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그럼 기사 시켜서 회사 앞으로 와요.]“그래요.”유시진은 백이천이 보낸 주소를 그대로 장우영에게 전달했고, 남자는 그곳이 백이천 회사라는 걸 알고 있었다.“대표님...”“쓸데없는 말 하지 마.”유시진 말투는 단호했고 반박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장우영은 한숨을 내쉰 뒤 결국 유시진을 백이천 회사 앞으로 데려다주었다.마침 백이천도 건물 안에서 나오다가 유시진과 마주쳤다.“돌아가.”유시진은 그렇게 장우영에게 명령했다.장우영은 뭔가 말하려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회색 코닉세그를 몰고 자리를 떠났다.계산해 보면 백이천은 거의 두 달 만에 유시진을 다시 보는 셈이었다.두 달은 사람 얼굴조차 못 알아볼 만큼 긴 시간은 아니었으나, 눈앞 유시진의 모습은 백이천조차 순간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유시진은 눈에 띄게 야위어 있었고 심하게 아팠었다는 게 한눈에 보였다.퇴원했다고는 해도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고 핏기 하나 없이 지쳐 보였다.몸 상태 자체는 어느 정도 회복된 것 같았지만 정신적으로는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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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2화

차는 거의 두 시간을 달린 끝에 천천히 속도를 줄이며 멈춰 섰다.백이천이 먼저 차에서 내렸고 유시진도 곧바로 뒤따라 내렸다.그리고 차에서 내린 순간 유시진은 눈앞 높게 솟은 입구 현판에 새겨진 글자를 똑똑히 보게 됐다.청주묘지.유시진 눈이 순식간에 커지더니 곧바로 백이천을 돌아봤다.“왜 날 여기 데려온 거죠?”입을 여는 순간,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떨렸고,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하지만 백이천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갔다.유시진은 바로 따라가지 못했는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어떤 목소리가 계속 속삭이고 있었다.가지 말라고. 따라가면 절대 감당 못 할 걸 보게 될 거라고.그런데도 유시진은 결국 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하늘은 이미 밤처럼 어두워져 있었고, 먹구름 사이에서는 희미한 천둥소리까지 들려오는 듯했다.최근 청주묘지는 차량 출입이 금지된 상태였다.그래서 백이천은 유시진과 함께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긴 돌계단은 마치 천국으로 이어지는 길 같았다.한참 뒤, 백이천이 한 묘비 앞에 걸음을 멈췄다.그리고 그 뒤에 있던 유시진도 그 앞까지 올라왔다.아직 새것처럼 보이는 묘비 위에는 지나윤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그뿐만 아니라 지나윤 사진까지 붙어 있었다.그 순간, 갑자기 벼락을 맞은 듯한 유시진을 덮쳤다.‘나윤이 죽었어.’‘나윤이 죽었다고?’지금 눈앞에 벌여진 상황들 때문에 눈앞이 새까매졌고, 백이천이 급히 붙잡아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쓰러졌을 정도였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나윤이 왜...”유시진은 백이천 손을 거칠게 뿌리쳤고, 충격으로 얼어붙은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감정만 가득했다.사실 백이천이 자신을 묘지로 데려왔을 때부터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이미 불길한 예감이 있었다.하지만 눈을 뜨고 병에서 회복된 사이, 지나윤이 이미 죽어버렸다는 현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말도 안 돼요. 이럴 리가 없잖아요. 설마...”유시진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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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3화

지나윤 묘비 앞에 선 유시진은 가슴이 찢겨 나가는 듯한 고통에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아직 다 아물지 않은 상처가 다시 벌어지는 느낌이었다.“원하던 대로 데려와 줬어요.”백이천은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지만 목소리는 끝내 떨리고 있었다.“난 이제 갈게요.”몸을 돌리려는 순간 유시진이 갑자기 백이천 멱살을 거칠게 움켜잡았다.“백이천 씨, 도대체 지나윤을 어떻게 지킨 거죠?”유시진 손등 위로 핏줄이 잔뜩 돋아났다.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고 거의 폭발 직전이었다.마치 지나윤을 죽게 만든 사람이 백이천인 것처럼.“내가 의식 잃고 있는 동안 지나윤 곁에 남은 사람은 당신밖에 없었잖아요.”“근데 왜 퇴원하자마자 출장을 가게 둔 거예요? 왜 비행기 타는 걸 막지 않았는데요!”유시진 분노 섞인 추궁에도 백이천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 역시 지금 유시진 분노는 단순한 화풀이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당장 눈앞에 있는 사람이 자기뿐이니, 유시진 안에 쌓인 절망과 슬픔도 결국 자신에게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머리 위 하늘은 검은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었고 천둥이 크게 울렸다.그리고 백이천이 묘지를 떠나자 끝내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유시진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체이호 별장 침대 위에 누워 있었고 침대 옆에는 낯선 남자 한 명이 서 있었다.“누구세요?”입을 열고서야 유시진은 자기 목소리가 거의 갈라져 있다는 걸 깨달았다.허스키한 목소리는 원래 자기 목소리처럼 들리지도 않았다.“안녕하세요, 대표님. 전 새로 배정된 비서 채원빈이에요.”“새 비서요?”유시진 얼굴에 혼란이 스쳤다.“장우영은?”“내가 해고했어.”유태산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고 유시진은 그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유태산이 지금 자기 행동에 얼마나 화가 나 있고 또 얼마나 실망했는지.“장 비서 잘못 아니에요. 내가 혼자 가겠다고 한 거예요.”“시진아.”유태산 목소리가 날카롭게 내려앉았다.“넌 이제 막 퇴원한 몸으로 묘지 가서 비까지 맞고 쓰러졌어. 우리가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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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4화

청주묘지.오늘은 날씨가 꽤 좋은 데다가 높고 맑은 가을 하늘 아래 공기까지 선선했다.장우영은 차를 산 아래에 세워두었다.적어도 오늘만큼은 유시진이 지난번처럼 묘비 앞에서 비를 맞다가 쓰러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래도 혹시 몰라 함께 올라가려 했지만 유시진은 그걸 막았다.물론 장우영 역시 어느 정도 예상했다.유시진은 혼자 계단을 따라 천천히 산을 올랐다.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긴 계단이었고, 발에는 천근짜리 쇳덩이라도 매달린 것처럼 걸음이 무거웠다.그리고 마침내 유시진은 목적지 앞에 도착했다.지나윤 묘비였지만 예전과는 달라져 있었다.묘비에 새겨진 글자가 몇 자 더 늘어나 있었다.[유시진의 아내]유시진은 천천히 몸을 숙이고는 손끝으로 그 글자를 아주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여보, 나 왔어.”목소리는 아주 낮고 부드러웠고, 그 안에는 허스키한 느낌까지 섞여 있었다.지나윤 묘비는 새롭게 변해 있었다.글자가 추가됐을 뿐 아니라 받침대 아래에는 서랍식 추모함까지 만들어져 있었다.유시진은 서랍을 열어 안에 있던 향을 꺼냈고 향 세 개에 불을 붙였다.이후. 양복 안주머니에서 빨간 벨벳 상자를 하나 꺼냈다.“이건 너한테 주려고 했던 거야.”상자를 열자 안에는 붉은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 있었다.지나윤이 직접 디자인했던 비매품 반지였다.언젠가 지나윤이 다시 자신을 받아주게 되면 그때 건네주려고 했던 반지였다.“근데 너무 늦어버렸네.”씁쓸한 목소리가 끝에 가늘게 떨렸다.유시진은 반지 위 강렬하게 빛나는 붉은 다이아몬드를 바라봤다.희귀한 선명한 붉은빛이 햇살 아래 눈부시게 반짝였다.하지만 유시진 눈에는 그 붉은 다이아몬드가 마치 자기 심장에서 흘러내린 피처럼 보였다.유시진은 천천히 상자를 닫고는 그대로 묘비 아래 서랍 안에 넣어두었다.이후, 지나윤 묘비 앞에 무릎을 꿇었다.바닥은 차갑고 축축했지만 유시진은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원래는 자신이 이곳을 아주 싫어하게 될 줄 알았다.자기 인생에서 유일하게 사랑했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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