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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1화

그때, 신고혁 차에서 한 여자가 내렸고, 여자 품에는 아기가 안겨 있었다.아기는 피부가 뽀얗고 눈이 동그란 데다가 짙은 눈썹에 자연스러운 곱슬머리까지 굉장히 귀여웠다.마치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아기처럼 무척이나 사랑스러워 보였다.아직 돌 정도밖에 안 된 듯해, 말은 못 하고 옹알이만 할 수 있어 보였다.“고생하셨어요, 윤아선 아주머니.”지나윤은 여자 품에서 아기를 받아 직접 안았다.“아마...”아기가 아기 목소리로 작게 불렀다.작은 소리였지만 이상할 만큼 또렷하게 들렸다.“응, 엄마 여기 있어.”지나윤은 아기 말랑한 볼에 입을 맞추자, 옆에 서 있던 유시진 얼굴은 순식간에 핏기가 사라지면서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고, 손끝은 얼음처럼 차가워졌다.‘저 아이 지나윤 아이라고? 지나윤이 아이를 낳았다고?’유시진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자기가 착각한 거라고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아이를 안고 있는 지나윤 얼굴에는 유시진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따뜻한 애정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오직 엄마가 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표정, 자기 아이를 바라볼 때만 나오는 진짜 감정이었다.윤아선 아주머니는 옆에서 영업용 미소를 짓고 있었다.유시진 존재는 알아차렸지만 누구인지, 지나윤과 어떤 관계인지는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켈리 씨. 지우가 막 깼는데 엄마 찾으면서 울어서요. 그래서 신고혁 씨한테 부탁해서 데리고 왔어요.”“네. 오늘은 이만 퇴근하세요. 이제부터는 제가 지우 볼게요.”지나윤은 그렇게 말하며 윤아선 아주머니에게 팁까지 건넸다.“고마워요, 켈리 씨.”윤아선 아주머니가 떠난 뒤. 지나윤은 아이를 안은 채 신고혁 차에 올라탔다.신고혁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뒤늦게 운전석으로 돌아갔다.검은 아우디 A6는 유시진 앞을 지나갔다.속도는 점점 빨라졌고, 결국 유시진을 멀리 뒤에 남겨두었다.차는 도로 위를 빠르게 질주했고, 운전하던 신고혁은 백미러로 지나윤을 힐끗 바라봤다.지나윤은 품 안 지우를 달래주고 있었다.누가 봐도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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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2화

지나윤은 잠시 침묵했다.사실 처음 죽음을 위장하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유시진을 평생 속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겨우 2년 만에 유시진에게 들킬 줄은 정말 예상 밖이었다.당시 유태산은 지나윤을 사고사를 위장하려 했고, 그리고 그 대가로 200억을 제시했다.지나윤이 그 제안을 받아들인 대신 금액은 2000억으로 올렸다.유태산이 속으로 지나윤을 어떻게 생각했든 결국 그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사실 지나윤이 죽음을 위장하기로 한 건 본질적으로 유태산 때문만은 아니었다.그때 지나윤은 이미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고, 조용하고 안전한 곳에서 아이를 낳고 싶었다.만약 자신이 죽지 않았다면 유시진이 깨어나는 순간 조커도 다시 움직였을 것이다.그땐 가짜 죽음이 아니라 진짜 죽음이 됐을지도 몰랐다.자기 자신을 위해서든, 뱃속 아이를 위해서든 죽음을 위장하는 건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W섬은 계획을 실행하기 전부터 지나윤이 직접 찾아둔 곳이었다.A국과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다.엄청 화려한 곳은 아니었지만, 자급자족하며 조용히 살아가기에는 충분히 좋은 섬이었다.무엇보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에도 적합했다.지나윤은 먼저 보안 회사를 통해 사람을 고용하고 지연순을 재활센터에서 데려와 W섬에 정착시켰다.그 후 가짜 사고 계획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바로 그 시점, D국행 비행기 한 대가 추락했고, 지나윤은 그 순간 아주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유태산에게 자신의 인맥과 힘을 이용해 자기가 그 비행기 사고 희생자 중 한 명인 것처럼 꾸며달라고 부탁했다.그렇게 하면 교통사고 위장보다 훨씬 간단했기 때문이다.유태산은 그대로 처리했고 그렇게 지나윤은 죽은 사람이 되었다.그 후, 지나윤은 몰래 W섬으로 들어와 켈리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기 시작했다.W섬에는 고아원 세 곳이 있었다.처음에는 개인 후원 형식으로 도와주다가 나중에는 아예 자선재단까지 설립했다.신고혁과의 만남은 완전히 우연이었다.신고혁은 원래 사생활이 꽤 복잡한 사람이라 여러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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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3화

“전 진심이에요.”지나윤은 백미러에 비친 신고혁 얼굴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월급 세 배 줄 테니까. 당분간만 지우 아빠인 척 좀 해줘요.”“싫어요.”신고혁은 아주 단호하게 거절했다.“그럼 해고할 거예요. 그러면 바로 실업자 되는 거죠.”이 협박은 신고혁에게 꽤 잘 먹혔다.“대표님. 제발 좀 살려줘요.”“그냥 지우 아빠인 척만 해달라는 거잖아요. 죽으라는 것도 아니고.”“그거랑 그게 뭐가 다른데요?”신고혁은 울상인지 웃는 얼굴인지 모를 표정을 지었다.원래는 W섬 와서 큰 성공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용히 안전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다.그런데 지나윤이 갑자기 자신에게 초대형 폭탄을 던져버렸다.신호등이 바뀌자 차는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근데 대표님.”신고혁은 운전하면서 몰래 지나윤 품 안에 있는 지우를 힐끗 바라봤다.아직 돌 지난 지우는 지나윤을 닮았는지 티가 나지 않았지만 어딘가 유시진 느낌이 은근히 있었다.“지우 친아빠 유시진 맞죠?”사실 이 질문은 예전부터 계속 묻고 싶었지만 이제는 정말 궁금해서 못 참겠다 싶었다.지나윤은 그렇다고도 하지 않았고 아니라고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신고혁은 그 침묵을 사실상 인정으로 받아들였다.“난 이해가 안 돼.”“유시진 아이까지 낳았는데 왜 다시 안 만나요?”신고혁도 자기가 선 넘는 질문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지나윤과 아주 가까운 친구도 아니었고, 두 사람 사이 복잡한 감정 역시 자세히 알지 못했다.하지만 적어도 W섬에서 1년 넘게 함께 지냈다.그러니 지금은 지나윤 주변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신고혁은 모든 걸 다 꿰뚫어 보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유시진은 아직도 지나윤을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 그건 눈만 달려 있다면 누구나 알 수 있었다.하지만 지나윤 역시 유시진을 사랑하는지는 정말 모르겠었다.“안 사랑하니까요. 안 사랑하는데 왜 다시 만나야 해요?”지나윤 말투는 거짓말처럼 들리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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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4화

지나윤은 유시진이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빠르게 자기 W섬 주소를 찾아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신고혁은 지나윤 옆에 서 있었고 유시진과 잠깐 눈이 마주쳤다.딱 한 번 마주친 것뿐인데, 신고혁은 뒷목으로 서늘한 기운이 훅 지나가는 느낌을 받았다.“크흠... 일단 애 먼저 줘.”신고혁은 지나윤 품에서 지우를 받아 안았다.지우는 졸린지 신고혁 품에 안기자마자 금세 잠들었다.유시진 시선은 먼저 지우에게 향하더니 다시 지나윤에게 옮겨갔다.“재혼했어?”지나윤은 순간 심장이 크게 뛰는 걸 느꼈다.유시진이 죽음을 위장한 이야기를 묻지 않는 이상 굳이 자기도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아니?”지나윤은 고개를 저었다.“아직은 싱글이야. 대신 날 좋아하는 사람은 있지.”2년 만에 다시 본 유시진 얼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여전히 잘생겼지만 많이, 아주 심하게 야위어 있었다.예전보다 훨씬 지쳐 보였고 세월의 풍파를 맞은 것으로 보였다.그중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눈이었다.예전 유시진 눈빛은 매 같았다.차갑고 날카로웠으며 사람 숨 막히게 할 만큼 강렬했다.하지만 지금은 빛을 잃은 눈 같았고, 어딘가 먼지가 내려앉은 것처럼 흐려져 있었다.그 변화가 자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자. 지나윤 마음속에도 죄책감이 아주 조금 스며들었다.밤바람이 천천히 불어왔는데 차갑지는 않았다.유시진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가 지나윤 옆 신고혁을 힐끗 바라봤다.“저 사람이야?”지나윤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신고혁과 눈을 마주치고는 작게 웃었다.“어.”신고혁도 웃긴 웃었지만 꽤 어색했다.그러나 유시진은 도저히 웃을 수 없었다.지난 2년 동안 자신은 지나윤 죽음 때문에 미칠 듯 괴로워했다.그런데 지나윤은 이미 외국에서 아이까지 낳은 채 새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그 사실은 유시진에게 있어서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이었따.하지만 유시진은 지나윤을 원망할 수 없었다.지나윤은 한때 정말 자신을 사랑했고, 그걸 소중히 여기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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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5화

지나윤도 자기가 왜 이렇게 급하게 반응했는지 몰랐지만 그 말이 거의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곧 유시진은 잠시 멍해졌다.“하지만 그 아이는 네 아이잖아.”“이런 건 집에 이미 다 있어서 필요 없어.”“안 받으면 내가 직접 집까지 가져다줄 거야. 그리고 난 안 갈 거야. 지금 협박하는 거야?”“내가 어떻게 감히...”유시진 얼굴에 씁쓸한 웃음 같은 게 스쳤고 지나윤은 입술을 삐죽였다.‘못할 게 뭐가 있다고.’신고혁은 곤히 잠든 지우를 안은 채 서 있었는데 자기 혼자만 아주 화려한 배경판이 된 기분이었다.두 사람이 계속 팽팽하게 대치하자 결국 신고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마침 이유식도 다 떨어졌고 그냥 받아. 대표님 성의잖아.”신고혁이 좋게 말해준 거였지만, 유시진 속은 전혀 편하지 않았다.아무리 봐도 신고혁은 지나윤 현재 남편처럼 보였다.그런 사람 앞에 서 있는 자기 자신은 거머리가 몸에 붙은 것처럼 불쾌했다.신고혁은 분위기 좀 풀어보려고 한 말이었다.지나윤과 유시진 사이 살벌한 공기를 누그러뜨리려 했던 건데, 오히려 남자의 아주 차가운 눈빛만 돌아왔다.‘월급 3배, 벌기 쉬운 돈은 아니네.’신고혁은 속으로 깊게 한숨 쉬었다.결국 지나윤은 유시진이 사 온 아기용품을 받아들였다.자기 거라고 하긴 했지만 사실 전부 지우를 위한 물건이었다.“지우 대신 고맙다고 할게. 근데 다음부터는 사 오지 마.”지나윤은 그렇게 말한 뒤 신고혁과 함께 단지 안쪽으로 걸어갔다.그때, 뒤에서 다시 유시진 목소리가 들려왔다.“신고혁은 너랑 같이 안 살아?”지나윤은 고개를 돌려 유시진을 바라보더니 옅게 웃었다.그 미소는 아름다웠지만 유시진 가슴은 더 아파졌다.지나윤과 신고혁 관계가 어디까지 갔든 두 사람 사이에는 이미 아이라는 연결고리가 존재했다.‘아이...’유시진은 자기 가슴께를 세게 움켜쥐자, 구겨진 양복과 셔츠가 손안에서 엉망이 되었다.사실 지나윤과 자신 사이에도, 한때 아이가 있었다.‘만약 그 아이를 잃지 않았더라면...’‘정말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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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6화

신고혁은 고개를 갸웃했다.사탕 하나가 뭐라고 저렇게 소중하게 여기는지 잘 이해되지 않았다.하지만 지나윤은 그 사탕을 정말 꽉 쥐고 있었다.한 시간 뒤, 신고혁은 지나윤 집에서 돌아갔다.단지 밖 빽빽한 바나나 나뭇잎 사이가 살짝 흔들렸고 그 사이로 유시진 얼굴이 드러났다.신고혁이 떠난 걸 확인한 유시진은 아주 조금 안도했다.멀리 시선을 옮기자 지나윤 집 창문이 보였고, 밝게 켜져 있던 불이 갑자기 꺼졌다.‘지나윤은 아마 잠들었겠지.’유시진은 어두워진 창문만 가만히 바라봤다.창 안에서는 지우가 곤히 잠들어 있었지만 지나윤은 잠들지 못했다.아기 침대는 바로 자기 침대 옆에 붙어 있었고, 손만 뻗으면 지우를 만질 수 있을 정도였다.평소라면 지나윤은 몰래 지우 통통하고 말랑한 볼을 꼭 한 번씩 찔러보곤 했다.하지만 오늘 밤은 그러지 않았다.지나윤의 손안에는 유시진이 준 사탕이 쥐어져 있었다.손바닥이 포장지에 눌려 빨개질 정도였지만 끝까지 놓지 않았다.어둠 속, 지나윤 씁쓸한 목소리가 조용히 흘러나왔다.“유시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그 말을 하며 지나윤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다음 날, 지우의 울음소리에 잠에서 깬 지나윤은 아기 침대에서 지우를 안아 올렸다.그리고 부드럽게 이마에 입을 맞췄다.“마... 마마...”그러자 지우는 금세 울음을 그쳤다.원래부터 순한 아이였다.지나윤이 안아주고 뽀뽀해주면 안정감을 느끼고 금방 웃었다.“배고팠어? 우리 지우 먼저 의자에 앉아 있어. 엄마가 이유식 만들어줄게.”지나윤은 지우를 작은 아기 의자에 앉혀두고 주방으로 향했다.사실 집에 남은 이유식이 거의 없었다.어젯밤 유시진이 사다 준 게 아니었다면 오늘 아침은 정말 먹일 게 마땅치 않았을지도 몰랐다.이유식을 만든 뒤 지나윤은 지우에게 몇 숟갈 먹이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지나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 쪽으로 가 도어뷰로 밖을 확인하자 모자를 쓴 남자가 서 있었다.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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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7화

지나윤은 사탕을 손에 쥔 채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사실 유시진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있었다.인제 그만 헛수고하라고.지금의 삶은 충분히 행복했고, 지우와 단둘이 사는 생활도 자유롭고 평온했다.그래서 더 이상 누구도 자기 삶 속으로 다시 비집고 들어오는 걸 원하지 않았다.설령 그 사람이 지우 친아빠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게다가 유태산이 예전에 했던 말도 아직 마음속 깊이 남아 있었다.어쩌면 자기와 유시진은 정말 서로 상극인지도 몰랐다.유시진을 위해서라도 자기 곁에서 멀어지는 게 맞았다.분명 흔들리지 않으려고 확고하게 마음을 먹었지만서도 유시진에게 나가달라는 말만큼은 도저히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그때 유시진이 이유식 그릇을 집어 들고 작은 면발을 젓가락으로 집어 지우 입 앞으로 가져갔다.“내가 할게.”“괜찮아...”“너 밥 먹어. 지우는 내가 먹일게.”“너...”“걱정하지 마. 애 밥 먹이는 정도는 할 줄 알아.”유시진은 그렇게 말하며 작은 숟가락으로 시금치 퓌레를 떠 올렸다.지나윤은 원래 지우는 채소를 정말 싫어한다고 말하려 했다.특히 시금치는 더더욱, 그래도 편식하게 둘 수 없어서 지나윤은 늘 억지로 몇 입씩 먹였다.그럴 때마다 지우는 화를 냈다.심하면 먹은 시금치까지 다시 뱉어버리곤 했다.지나윤은 이번에도 유시진이 시금치 범벅 당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지우는 입을 크게 벌리더니 한 번에 시금치를 꿀꺽 먹어버렸다.“우리 지우 착하네. 편식도 안 하고.’유시진은 큰 손으로 지우 작은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아...”지우는 다시 입을 벌렸고 유시진은 또 한 숟갈 시금치를 먹였다.옆에서 보던 지나윤은 완전히 얼떨떨해졌다.‘설마 자기 한 살짜리 아들이 벌써 사람 봐가면서 행동하는 건 아니겠지.’지우 입장에서 유시진은 사실상 처음 보는 사람이나 다름없었다.그런데도 시금치를 안 뱉는 이유가 유시진이 무서워서인지 아니면 얼굴에 홀린 건지. 지나윤은 이해할 수 없었다.그래서 더 유심히 지우를 바라봤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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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8화

유시진은 눈을 크게 뜬 채 지우를 바라봤다.그러다 문득 지우가 자기와 조금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빠바... 아바바바... 빠바바...”지우는 분명 ‘빠’ 발음을 또렷하게 냈다.하지만 꼭 아빠라고 부르는 것 같지는 않았다.“한 살 정도 아이들은 이제 막 언어 배우기 시작하는 시기야. 아빠 발음이 가장 쉬운 편이라 자주 하게 되거든.”지나윤은 차분하게 설명했다.즉, 지우가 유시진을 아빠라고 부른 건 아니라는 뜻이었다.“그렇구나...”유시진은 고개를 숙였다.순간 마음속이 괜히 허전해졌다.육아 경험이 없는 유시진 입장에서는 지나윤 설명이 꽤 그럴듯하게 들렸다.지우는 여전히 아바아바 소리를 내고 있었다.밥이 맛있는지 신이 나서 팔다리까지 흔들자 유시진은 작게 웃으며 지우 볼을 한 번 만졌다.“나중에 네가 원하면 나도 아빠라고 불러도 돼.”“아빠...”지우는 아주 자연스럽게 한 번 더 따라 불렀다.맑고 또렷한 목소리에 유시진 눈가가 순간 뜨거워졌다.자기가 언젠가 아빠라는 한마디에 이렇게 흔들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게다가 이 아이는 자기 아이도 아니었다.유시진은 손에 있던 딸랑이를 흔들어 보이자 지우는 까르르 웃었다.비록 자기 아이는 아니지만 지나윤 아이였다.그래서 유시진은 지우가 자기 아이가 되어도 꼭 안 될 건 없다고 생각했다.지나윤은 그런 두 사람 모습을 바라봤는데 꽤 다정한 부자 같았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묘하게 복잡해졌다.“이제 그만해. 곧 윤아선 아주머니 오실 시간이야.”지나윤은 작은 식탁 위 그릇들을 정리하며 두 사람 사이를 끊어놓았다.아직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지우였지만 표정만큼은 아주 싫다는 얼굴이었다.“지우가 나랑 조금 더 놀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유시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적어도 지우가 자길 싫어하지 않는다는 건 분명 좋은 신호 같았다.“윤아선 아주머니가 와서 놀아주실 거야.”“윤아선 아주머니는 누군데?”“내가 고용한 육아 도우미.”마침 지나윤 말이 끝나자마자 윤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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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9화

“내가 언제 사업 가지고 농담한 적 있었어?”“하지만 자선재단이랑 협력해 봐야 돈도 안 되잖아.”“애초에 내 목적은 돈 버는 게 아니니까.”“그럼 목적이 뭔데?”눈이 마주치자, 지나윤은 유시진 눈동자 속에서 자기 모습을 봤다.“나는 매일 지우랑 조금이라도 같이 놀고 싶어.”유시진 말에 지나윤은 순간 말을 잃었다.눈을 크게 뜬 모습은 정말 진심이냐고 묻는 듯한 표정이었다.“내 조건은 그거 하나뿐이야. 그것만 허락해 주면 세그닉스바이오 컴퍼니 자원은 마음껏 써도 돼.”지나윤이 유시진을 바라보는 동안, 남자 역시 여자만 바라보고 있었다.그 눈빛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지했고 다정했다.지나윤은 힘이 빠진 듯 어깨를 축 처지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허락은 해줄게.”“정말?”유시진 눈빛이 순식간에 밝아졌다.“하지만 하나는 분명히 말해둘게요.”“지우는 신고혁 아이야.”지나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시진의 눈빛 속 빛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지나윤도 자기가 잔인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야 유시진이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이라도 생긴다.유시진은 잠시 침묵했다가 다시 웃었다.이번에는 쓴웃음이었다.“알아. 잊은 적 없어.”지나윤은 그런 유시진 표정을 보며 괜히 마음이 불편해졌다.“사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난 아직 신고혁을 받아들인 건 아니지만 지우가 그 사람 아이인 건 사실이고...”“어쩌면 곧 신고혁이랑 재혼할지도 몰라.”지나윤은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하지만 그 말이 떨어질수록 유시진은 양복바지 주머니 속 손을 점점 더 세게 움켜쥐었다.그런 가능성쯤 유시진도 이미 알고 있었다.“그래도 네가 직접 말했잖아. 아직은 싱글이라고.”지나윤은 잠시 멈칫했다.그 순간, 유시진 얼굴에 다시 웃음이 번졌다.“네가 아직 재혼 안 했으면, 난 남의 여자 뺏는 사람은 아니잖아.”“다른 남자들이 널 좋아할 수 있는 것처럼, 나도 널 좋아할 수 있는 거 아니야?”유시진은 그렇게 말하며 자기 차 쪽으로 걸어갔다.그리고 직접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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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0화

윤아선 아주머니는 지우를 안고 있다가 지나윤이 유시진과 함께 돌아오는 모습을 봤다.유시진이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두 사람이 서로 아주 잘 아는 사이라는 건 단번에 느껴졌다.겉으로는 다소 차갑고 어색해 보여도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묘한 익숙함이 있었다.윤아선 아주머니는 현실에서 이렇게 잘 어울리는 남녀를 처음 봤다.정말 하늘이 맺어준 한 쌍 같았다.두 사람은 그냥 나란히 서 있기만 해도 그림 같았다.물론 둘이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는 육아 도우미 입장에서 함부로 물을 수 없었다.“빠... 빠빠... 빠빠빠...”지우는 유시진을 보자마자 윤아선 아주머니 품 안에서 짧고 통통한 손을 뻗었다.원래는 지나윤이 퇴근하고 돌아오면, 늘 엄마를 먼저 부르며 안아달라고 손을 내밀었다.그런데 오늘은 달랐고, 지우는 먼저 ‘아빠’를 찾았다.그리고 대놓고 유시진 쪽으로 손을 뻗고 있었다.이에 윤아선 아주머니는 순간 난처해졌다.갑자기 나타난 이 남자가 정말 지우 아빠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때 지나윤과 윤아선 아주머니 시선이 잠시 마주쳤다.“윤아선 아주머니. 아이 이 사람한테 안겨주세요. 그리고 오늘은 퇴근하셔도 돼요.”“아, 네... 네.”윤아선 아주머니는 조심스럽게 지우를 유시진 품에 안겨줬다.“지우야...”유시진은 지우를 안고 내려다보자 아이는 까르르 웃고 있었다.통통한 볼살 때문에 눈까지 반쯤 사라질 정도였다.“빠빠빠빠...”지우는 누가 봐도 유시진을 무척 좋아하고 있었다.작은 입으로 계속 재잘거렸지만 또렷하게 들리는 건 ‘아빠’뿐이었다.지우가 정말 자기를 아빠라고 부르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말을 배우는 단계인지 몰랐다.그러나 그게 무엇이든 유시진 마음 한구석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따뜻해졌다.“네가 나랑 지나윤 아이였으면 좋았을 텐데...”유시진은 지우 귓가에 작게 중얼거렸다.하지만 지우가 지나윤과 신고혁 아이여도 괜찮았다.지우가 자기에게 아빠라고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거실에서는 유시진이 지우와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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