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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Chapter 861 - Chapter 870

882 Chapters

제861화

조커는 정말 시한부였다.폐암, 그것도 이미 말기였다.한때 조커는 자기 평생 소원을 끝내 이루지 못할 줄 알았다.물론 다들 알다시피 소원이 유시진이 자기 눈앞에서 지나윤 죽는 모습을 직접 보게 만드는 것이었다.그런데 다행히도 하늘은 마지막 순간 조커 편을 들어줬다.항암 치료받던 중, 지나윤이 사실 죽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그 순간부터 조커에게 항암 치료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어차피 조커는 평생 칼날 위에서 살아온 사람이라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삶이었으니.그래서 딱히 바라는 것도 없었지만 죽기 전에 단 하나는 직관하고 싶었다.유시진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걸 빼앗겼을 때 처절하게 무너지는 모습 말이다.“우리 번갈아 방아쇠 당기는 거야. 내 운이 없으면 내가 내 머리 날리는 거고.”“네가 운이 없으면...”조커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네 손으로 지나윤 머리를 날려버리는 거지.”조커 말이 끝나자 유시진이 뭔가 말하려 했다.그러자 조커가 먼저 덧붙였다.“물론 기권해도 돼. 그럼 너희 둘은 안 건드릴게.”“대신...”조커는 빈 리볼버 총으로 묶여 있는 고아라를 가리켰다.“고아라는 못 데려가. 바다에 던져서 상어 밥으로 써줄 테니까.”조커 목소리는 너무 담담했지만 지나윤도, 유시진도, 고아라도 저건 협박이 아니라 진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5분 줄게. 게임할지, 아니면 기권할지 선택해.”조커 말이 끝나자마자, 유시진은 곧바로 지나윤 어깨를 붙잡았고 표정은 전례 없이 굳어 있었다.“난 네 목숨 걸고 이런 도박 못 해.”그러자 지나윤 눈이 커졌다.“그 말 무슨 뜻이야? 기권하겠다는 거야?”“난 기권할 수밖에 없어.”“네가 기권하면 아라가 죽어.”“기권 안하면 네가 죽어!”유시진 목소리가 거칠게 터졌다.옆에서 두 사람 실랑이를 구경하던 조커는 완전히 즐기는 표정이었다.사람이 궁지에 몰려 무너지는 모습만큼 재밌는 건 없었다.특히 그 대상이 자기 증오 대상이라면 더더욱.조커는 천천히 카운트다운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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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유시진은 고개를 돌려 조커를 바라봤는데 눈빛은 복잡하게 흔들리고 있었다.이런 상황이 아주 싫었고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았다.그런데도 조커가 만든 룰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 그 모순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다.조커는 그런 유시진 모습이 몹시 마음에 들었다.안색은 병으로 인해 창백해 보였지만 웃음만큼은 유난히 환하게 번졌다.그리고 조커는 마침내 유시진의 입에서 나온 대답을 들었다.“좋아...”그 두 글자에는 짙은 무력감이 담겨 있었다.조커는 참지 못하고 승리를 확신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바로 그 순간, 유시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게임은 해줄 수 있어. 대신 알아야겠어. 너랑 나 사이에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는 건데?”“왜 이렇게까지 날 집요하게 노리는 거야?”조커는 전혀 몰라지 않았다.유시진이 이런 질문을 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으니까.“게임하면서 하나씩 알려줄게.”조커는 손에 든 리볼버를 들어 보였다.먼저 용안파, 흑영파, 악영파를 대표하는 이들에게 약실을 확인시켰고, 그다음 유시진에게도 보여줬다.그리고 단 한 발뿐인 총알을 넣으려던 순간, 유시진이 갑자기 말을 끊었다.“잠깐만.”“왜? 이제 와서 겁나?”조커의 얼굴에 비웃음이 떠올랐다.사실 유시진이 후회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했다.애초에 유시진과 고아라는 특별한 사이도 아니었으니까.그리고 조커가 만든 이 러시안 룰렛의 가장 악랄한 부분도 바로 그 점이었다.유시진이 지나윤을 선택하면 고아라는 죽는다.지나윤은 살아남겠지만 평생 고아라의 죽음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했다.지나윤 스스로 말했듯 평생 유시진을 원망하게 될 것이었고, 그렇다면 남자 역시 평생 고통 속에 살게 된다.반대로 유시진이 게임을 받아들이면 이번에는 지나윤이 죽게 된다.조커는 지나윤을 절대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결국 유시진은 자기 손으로 평생 가장 사랑한 여자를 죽이게 되는 것이었다.이 게임은 처음부터 유시진에게 승리라는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았다.그리고 조커는 벌써 유시진이 무너지고 울부짖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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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얼어붙었으나 총성은 들리지 않았다.심지어 리볼버 탄창이 헛도는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이 총 고장 났네?”유시진은 그렇게 말한 뒤 탄환을 꺼내 손에 쥐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고장 난 리볼버를 옆에 있던 직원에게 넘겼다.“다른 걸로 바꾸죠.”직원은 조커 눈치를 살폈다.이에 조커가 고개를 끄덕이자 곧바로 다가와 유시진의 손에서 총을 받아 갔다.그때, 전망대에 앉아 있던 악영파 대표 한 명이 허리춤에서 리볼버를 꺼내고는 아래로 툭 던졌다.“내 걸 써.”조커는 자연스럽게 총을 받아냈고 그대로 유시진 쪽으로 던졌다.유시진은 다시 총 상태를 확인하고는 안에 들어 있던 탄환을 전부 빼냈고 마지막 한 발만 남겼다.“이건 문제없네.”유시진은 악영파 대표가 내준 리볼버와 마지막 한 발을 다시 조커에게 돌려줬다.조커는 냉소 섞인 웃음을 흘렸다.“시간 끌 생각은 하지 마. 여긴 법이 없는 섬이니까.”조커는 말을 이어가며 다시 세 조직 대표와 유시진에게 총알이 들어간 약실 위치를 보여줬다.유시진도, 지나윤도, 조커가 어느 약실에 총알을 넣었는지 똑똑히 확인했다.곧이어 조커는 탄창을 돌렸고,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던 탄창은 순간적으로 멈춰 섰다.VIP 카지노 안은 숨 막힐 만큼 조용했고 모두가 숨을 죽였다.조커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손을 들어 검게 뚫린 총구를 자기 관자놀이에 갖다 댔다.방아쇠를 당기기 직전까지도 조커의 표정에는 단 한 점의 흔들림도 없었다.“어차피 난 죽어가는 사람이야. 죽음 따위는 원래부터 무섭지 않았어.”조커는 그렇게 말하며 리볼버를 유시진에게 넘겼다.이번 차례는 유시진이었다.조커는 똑똑히 유시진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모습을 봤다.안색 역시 병들어 죽어가는 자기 얼굴만큼이나 창백했다.유시진은 이를 악물었다.그리고 천천히 팔을 들어 힘겹게 총구를 지나윤에게 겨눴다.옆에 있던 고아라는 이미 공포에 질려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지나윤 얼굴은 핏기가 전부 빠져 새하얗게 질려 있었음에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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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하씨 라고?”유시진은 조커를 바라보고 조커의 얼굴에서 단서를 찾으려 했다.하씨 성은 딱히 드문 성씨가 아니었다.유시진이 아는 사람 중에도 하씨 성을 가진 사람은 꽤 있었지만 그 사람들과 조커를 연결시키기엔 쉽지 않았다.유시진은 조커를 한두 번 조사한 게 아니었다.하지만 예전에 장우영을 시켜 지나윤을 조사했을 때 이씨 집안의 방해를 받았던 것처럼.조커 개인정보 역시 용안파가 철저히 감추고 있었다.유시진이 조커를 바라보는 동안, 조커 역시 유시진을 보고 있었다.그리고 남자 눈속에 담긴 혼란과 의문이 연기가 아니라는 걸 알아챘다.“설마 네 아버지가 아직도 말 안 해줬나?”조커가 갑자기 유태산 이야기를 꺼내자, 유시진 얼굴에 떠 있던 의문은 곧 경계심으로 바뀌었다.옆에 있던 지나윤 역시 호기심 어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설마 조커와 HF그룹 집안이 관련 있는 건가?’“우리 아버지가 내게 말해준 하씨 사람이라면 딱 한 명 있긴 하지.”유시진 말이 끝나자 조커 얼굴에 순식간에 기괴한 웃음이 번졌다.그 웃음은 소름 끼칠 정도로 비정상적이었다.“하연정. 그 분이 네 친엄마야.”조커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유시진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옆에 있던 지나윤은 충격받은 얼굴이었다.‘하연정이 누구지? 유시진 친엄마는 양화영 아니었나?’지나윤은 놀란 눈으로 조커를 봤다가 다시 유시진을 바라봤다.지나윤 기억 속에서 양화영은 단 한 번도 계모처럼 보인 적 없었다.분명 기억하고 있었다.유시진과 정식으로 이혼하기 전, 한 번 양화영이 입원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유시진은 무척 긴장해 있었다.그리고 양화영 역시 아주 다정한 건 아니었지만 최소한 유시진의 사업만큼은 신경 쓰고 있었다.유시진 눈동자는 밤하늘처럼 깊고 어두웠고, 짙었다 옅어졌다 하며 묘하게 흔들렸다.VIP 카지노 안은 다시 놀랍도록 조용해졌다.유시진은 조커를 마주 본 채 오랫동안 침묵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너와 하연정 관계는...”“난 그 분 아들이고.”조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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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네 말이 사실이라면 너와 나는 형제라는 뜻이겠지.”“이복형제라고 해도 결국 친형제잖아.”마지막 친형제라는 말을 유시진은 일부러 힘줘 말했다.“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도 있지. 네 말처럼 우린 친형제인데 왜 넌 나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는 거야?”“아니, 정확히는 왜 지나윤을 꼭 죽이려는 거야? 설마 친형인 날 짝사랑해서 지나윤을 연적으로 보는 건 아니겠지?”유시진 질문은 너무 황당했고, 조커는 그대로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위쪽 전망대에서도 세 조직 대표들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이 와중에 농담할 여유가 있다니. 역시 유시진답네. 멘탈 하나는 끝내 줘. 큰 판에서 많이 놀아본 사람은 다르긴 하네.”유시진은 전망대 위 구경꾼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쓰지 않았고, 시선은 오직 조커만 향하고 있었다.“대답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자기 친형에게 이런 짓까지 하는 건지?”유시진은 조커를 바라보며 물었는데 총을 쥔 손은 갑자기 방아쇠를 당겼다.철컥하는 소리가 울리자 지나윤의 몸이 움찔 떨렸다.유시진이 갑자기 방아쇠를 당길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총성은 울리지 않았고 또다시 탄창만 헛돌자 지나윤은 가슴을 짚으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그 순간 유시진이 다시 입을 열었고 여전히 조커를 향해 물었다.“하연정이 널 아주 끔찍하게 대했나?”말이 떨어지자마자 유시진은 조커 얼굴에 떠 있던 여유로운 표정이 무너지는 걸 똑똑히 봤다.조커 두 눈은 리볼버 총구처럼 새카맸고, 빛이라곤 전혀 비치지 않았다.그 눈은 분명 남자를 보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유시진 너머 누군가를 바라보는 듯했다.자신과 유시진을 낳은 어머니 하연정을 보는 것 같았다.조커는 너무 깊게 그 기억 속에 빠져들어 있었다.유시진이 언제 리볼버를 자기 앞으로 내밀었는지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정신을 차렸을 때, 유시진은 이미 한참 전부터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네 차례야.”조커는 눈을 내리깔았다.유시진 손바닥 위에 조용히 놓여 있는 리볼버를 바라봤다.‘이제 곧 모든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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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탕 하는 총성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너무도 갑작스럽게 울렸다.핏물과 함께 뇌수가 튀어 오르는 순간, 유시진은 재빨리 지나윤 눈을 가려버렸다.남자의 손바닥은 따뜻했고 그 온기가 총성으로 인한 지나윤 긴장을 조금이나마 덜어줬다.한 시간 전부터 지나윤은 이 총성이 반드시 울릴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또한 VIP 카지노는 아래층 홀만큼 넓진 않았지만, 충분히 넓은 감이 없지 않았다.공기 속엔 피비린내가 나긴 했지만 진동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갑작스럽게 벌어진 일들에 시간은 마치 멈춰버린 듯했다.지나윤은 움직이지 않았고 유시진 역시 그대로 있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지나윤은 천천히 숨을 내쉬며 낮게 말했다.“끝났네.”그 말과 함께 유시진의 손이 천천히 지나윤 눈앞에서 떨어졌다.핏물 속에 쓰러져 있는 조커를 지나윤은 똑똑히 봤다.조커는 이제 살아 있는 인간이 아니라 한 구의 시체가 되어 있었다.초점 잃은 눈은 감지 못하고 끝내 뜬 채로 있었다.지나윤은 죽은 조커를 더 바라보지 않고 곧바로 고개를 들어 전망대 위, 용안파, 흑영파, 악영파 대표들을 바라봤다.“승부는 승부죠. 이제 조커도 죽었으니 인질은 돌려보내야 하지 않겠어요?”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건, 예전에 채연서가 케이라고 불렀던 문신남이었다.거리가 꽤 있었지만, 지나윤은 상대 눈속 분노와 불만을 선명하게 읽어냈다.“말도 안 돼!”케이가 거칠게 소리쳤다.“조커는 우리 용안파 최고의 킬러야. 러시안룰렛 따위 하다가 자기 머리를 날려버릴 리 없잖아! 분명 너희 둘이 장난친 거야!”케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1층에 있던 용안파 조직원들이 일제히 무기를 꺼내 지나윤과 유시진을 겨눴다.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고아라는 조커가 자기 머리를 쏜 순간, 겨우 살아날 줄 알았는데 순식간에 다시 공포에 휩싸였다.곧 눈물까지 터뜨리며 떨고 있었다.한편 고아라와 달리 지나윤과 유시진은 오히려 차분했다.지나윤 이마엔 식은땀이 가득했지만 표정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유시진이 입을 열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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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내가 언제 우리 용안파가 도박판에서 사기 친다고 했어?”“사기가 아니라면 당연히 질 가능성도 있다는 거겠죠. 그리고 지금 결과는 아주 명확하네요.”“조커가 직접 고른 게임이고 조커가 직접 만든 규칙이며 조커가 스스로 죽었어요.”“그러니까 규칙대로라면 저희는 인질을 데리고 안전하게 여기서 나갈 수 있어야 하고요.”“그게 바로 당신들이 패배를 인정하고 신용을 지키는 거 아닌가요?”지나윤 말은 단단하고 힘이 있었다.케이는 완전히 말문이 막혀버렸다.흑영파와 악영파는 애초부터 구경하러 온 입장이었다.게다가 도박 결과로나 이치로나 지나윤의 주장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여기서 계속 막아봤자 용안파가 패배를 인정 못 하는 찌질한 조직처럼 보일 뿐이었다.케이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화를 풀 곳조차 없었다.“꺼져! 당장 다 꺼지라고! 앞으로 다시는 우리 용안파 눈앞에 나타나지 마!”그 말을 듣는 순간, 지나윤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지더니 곧바로 고아라 쪽으로 달려갔다.유시진 역시 바로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정신없이 고아라 입속 천을 빼주고 몸에 묶인 밧줄도 풀어줬다.“나윤아!”자유를 되찾은 순간, 고아라는 힘껏 정말 세게 지나윤을 끌어안았다.자기 목숨을 구해준 건 지나윤이었다.‘정말 나윤이가 내 목숨을 구해줬어!”고아라는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쏟아냈다.만약 지나윤이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유시진은 절대 조커 게임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지나윤 목숨과 비교하면 자기 목숨 따위 아무것도 아니었다.“나윤아, 고마워. 정말 고마워.”고아라는 울면서 계속 감사 인사를 했고 눈물이 지나윤의 옷자락을 적셨다.“일단 여기서 빨리 나가자.”유시진 말에 고아라는 그제야 지금이 지나윤 붙잡고 울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그런데 막 발을 떼려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며 그대로 지나윤 쪽으로 쓰러졌다.“미안해 나윤아. 내가 너무 쓸모없어서.”“네 잘못 아니야. 오히려 네가 괜히 휘말린 거지.”지나윤은 고아라를 부축하고는 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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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지나윤은 이경성처럼 미신이나 사주를 맹신해 모든 걸 걸 정도는 아니었다.하지만 사람의 일은 사람이 다 하고, 결과는 하늘에 달렸다는 말의 의미 정도는 알고 있었다.하지만 러시안룰렛이라는 목숨을 거는 게임은, 결코 운만으로 하는 게임이 아니었다.그리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말 앞에는 언제나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다는 전제가 먼저 있었다.지나윤은 늘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온다고 믿고 있었다.살아남을 기회 역시 마찬가지였다.조커가 있는 장소가 법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인 도박꾼들의 천국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부터 준비했다.지나윤과 유시진은 조커가 가장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방식을 분석하기 시작했다.장소를 카지노로 정한 이상, 고아라를 납치한 목적은 높은 확률로 자신들과 도박을 하기 위해서였다.도박의 종류는 많지만, 유시진이 보기에 킬러가 가장 쉽게 선택할 게임은 하나, 바로 러시안룰렛이었다.조커는 용안파 최고의 킬러였고 그만큼 권총을 가장 잘 다루는 인간이었다.게다가 지금 조커는 시한부였다.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이상, 겉보기엔 자극적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안전한 방법을 택해 지나윤을 반드시 죽이려 할 거라고 유시진은 판단했다.그리고 그 결과, 유시진은 결론을 내렸다.“조커는 반드시 우리와 러시안룰렛을 할 거야.”그 결론에 지나윤 역시 동의했다.러시안룰렛은 목숨을 거는 게임이다.겉으로 보기엔 운에 맡기는 것 같지만, 사실은 손기술과 계산만으로도 실탄이 언제 발사될지 조절할 수 있었다.유시진은 조커가 미리 탄환의 회전 궤적을 계산해, 자신이 방아쇠를 당길 때 실탄이 나오도록 설계할 거라고 판단했다.그렇다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단 하나였다.실탄이 나가기 직전 차례에서, 자신이 총을 쥐었을 때 탄창을 두 칸 더 돌려놓는 것.그렇게 되면 실탄은 조커 예상보다 한 칸 더 빨리 돌아오게 될 것이었고, 정확히 조커 차례에서 발사될 것이었다.이 계획의 핵심은 바로 그 리볼버였다.유시진은 그 카지노들이 모두 세 조직이 공동으로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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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결국 막대한 이익 앞에서 악영파는 유시진과 지나윤이 내건 조건을 받아들였다.그리고 그 결과는 지나윤과 유시진의 예상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악영파에게 요구한 건 단지 협조와, 개조된 장치가 달린 리볼버 한 자루를 제공하는 일이 전부였다.이는 악영파 입장에서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작 그 정도만 해주면 HF그룹과 LY그룹, 두 거대 가문의 지원을 얻을 수 있었으니, 악영파로서는 손해 볼 게 전혀 없는 거래였다.그러니 당연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모든 준비를 끝낸 뒤에야 지나윤과 유시진은 서둘러 골드 카지노로 향했다.그리고 골드 카지노에 들어선 순간부터, 지나윤과 유시진은 연기를 시작했다.구출된 고아라는 입만 열면 지나윤에게 고맙다고 했지만, 사실 지나윤이 보기엔 진짜로 감사해야 할 사람은 유시진이었다.이 모든 계획 자체를 처음 구상한 사람이 유시진이었고, 목적 역시 고아라를 구하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처음부터 유시진은 고아라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유시진은 조커를 너무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조커가 러시안룰렛을 제안한 이상, 반드시 자신에게 지나윤을 향해 총을 겨누게 만들 거라고 예상했다.오직 자기 손으로 지나윤을 죽여야만, 자신을 가장 처절하게 무너뜨릴 수 있으니까.그래서 유시진과 지나윤은 인생에서 가장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놀람, 공포, 갈등, 망설임까지, 조커 앞에서 그런 감정을 전부 진짜처럼 보여줘야 했다.그래야만 조커가 의심하지 않고, 러시안룰렛이라는 목숨 건 게임을 계속 이어갈 테니까.총을 검사하겠다고 한 절차 역시 유시진의 의도였고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러시안룰렛에서 흔히 하는 절차인 총기 확인 과정을 거쳐야만, 유시진은 자연스럽게 첫 번째 리볼버에 손을 대 고장 나게 만들 수 있었다.그 직후, 악영파 측 내통자가 미리 장치를 설치해 둔 리볼버를 조커에게 던져줬고, 다시 두 번째 총기 검사가 이어졌다.그리고 그 두 번째 총이야말로, 두 사람이 살아남기 위한 핵심이었다.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유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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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A시로 돌아온 뒤, 지나윤과 유시진은 먼저 고아라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 정밀 검사받게 했다.고아라는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나윤은 끝까지 고집했다.비록 고아라는 조커에게 납치된 뒤 인질이자 미끼로 이용됐을 뿐이었다.하지만 납치라는 사건 자체가 사람의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고 지나윤은 생각했다.그래서라도 검사받아야 자신의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검사 결과는 금방 나왔고, 고아라는 놀란 충격과 묶여 있던 탓에 생긴 가벼운 찰과상 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그제야 지나윤도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점심은 고아라가 사겠다고 했다고아라는 자기 돈 정도로는 지나윤이나 유시진 앞에서 티도 안 난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식사는 반드시 자신이 대접해야 했다.지나윤과 유시진은 자기 생명의 은인이었으니까.두 사람이 없었다면 자신은 이미 어디선가 시체로 발견됐을 거라고 고아라는 생각했다.지나윤이 자신에게 어떻게 대해줬는지, 또 자기가 지나윤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를 떠올릴수록 고아라는 다시 자기 뺨을 때리고 싶은 심정이 됐다.사실 지나윤은 돈을 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 마음은 이해했지만 지나윤의 눈에는 오히려 고아라야말로 괜히 휘말린 피해자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유시진이 슬쩍 눈짓으로 거절하지 말라며 말렸다.지나윤도 유시진 뜻을 알아차렸는지, 결국 두 사람은 고아라의 식사 대접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아라는 뭐가 먹고 싶은지 물으면서 고급 레스토랑, 5성급 호텔 뷔페 같은 곳들을 잔뜩 검색했다.그런데 지나윤이 고른 곳은 길가의 작은 식당이었다.“나한테 괜히 미안해서 사양하는 거 절대 안 돼.”고아라는 진지하게 말했다.오늘 밥 한 끼 제대로 사려고 정기예금을 깨 보통예금으로 돌려놨을 정도로, 정말 단단히 각오하고 나온 것이다.그러자 지나윤은 피식 웃었다.“괜히 사양하는 게 아니야. 오히려 네 앞이라 편하니까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거 먹으려는 거야. 둘한테도 추천해 주고 싶고.”지나윤의 표정을 보니 거짓말 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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