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 Chapter 871 - Chapter 880

All Chapters of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Chapter 871 - Chapter 880

882 Chapters

제871화

음식은 금세 나왔다.뚝배기 부대찌개는 냄새만 맡아도 군침이 돌 정도로 좋은 냄새를 풍겼다.고아라는 배가 많이 고팠는지 젓가락을 들고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다.사실 고아라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볶음밥과 닭발은 확실히 유시진이 평소 즐겨 먹는 음식이 아니었고, 특히 닭발은 더욱 그랬다.그리고 지나윤도 예전에 유시진에게 닭발을 해준 적은 없었다.결혼했을 당시 양화영이 끼니마다 색과 향, 맛을 모두 갖추고 영양까지 균형 잡힌 식사를 차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나윤은 닭발 같은 메뉴를 거의 만들지 않았고, 그러한 음식은 더더욱 식탁에 올리지 않았다.사실 지나윤도 유시진이 정말 자신이 추천한 두 가지 메뉴를 주문할 줄은 몰랐다.유시진은 그저 이 가게의 대표 메뉴 중 맵지 않은 음식이 뭐가 있는지 물었을 뿐이다.그리고 닭발의 맵기는 조절이 가능한 터라 지나윤은 사실대로 대답했을 뿐이었다.원래는 입맛에 맞지 않으면 다른 메뉴로 바꿔도 된다고 말해주려 했다.그런데 유시진은 기대에 찬 얼굴로 닭발을 집어 들더니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볶음밥 한 그릇과 닭발 한 접시가 깨끗하게 비워졌다.“더 시켜도 돼요?”유시진이 고개를 돌려 고아라에게 묻자 고아라는 곧바로 좋다는 사인을 날렸다.“닭발은 마음껏 시켜요. 오늘은 제가 쏘는 날이니까요.”결국 유시진은 닭발을 세 접시나 추가로 주문했고, 다 먹고 난 뒤에도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역시 우리 집 셰프가 직접 추천한 메뉴답네요. 정말 맛있어요.”지나윤은 유시진이 말한 '우리 집 셰프'가 자신을 가리킨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자신은 이미 유씨 집안의 며느리가 아니었다.유씨 집안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었고, 셰프라는 표현은 더더욱 어울리지 않았다.“그러면 여기 음식이랑 나윤이 요리랑 비교하면 어때요?”고아라가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전 당연히 나윤이 해준 밥이 더 좋죠. 앞으로 또 먹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말은 담담했지만 어딘가 의미심장했고, 무언가를 에둘러
Read more

제872화

사실 지나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은 유시진이었다.게다가 이번 위장 사망은 백이진이 지나윤을 완전히 포기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그렇게까지 한결같은 마음을 품을 수 있다는 사실에, 고아라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번 일을 계기로 유시진에 대한 호감이 꽤 많이 올라갔다는 것 또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이번 조커의 납치 사건에서 지나윤과 완벽한 호흡을 맞추며 목숨을 걸고 함께 움직인 사람도 유시진이었다.“나윤아, 나는 네 절친이고 가장 친한 친구잖아. 난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술을 마신 상태였지만 고아라의 눈빛만큼은 유난히 맑고 진지했다.“미리 말해두는데 유시진이 이번에 내 목숨을 구해줬다고 편들어주는 건 절대 아니야.”고아라가 진지한 얼굴로 한마디를 덧붙이는 모습에 지나윤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알아. 날 위해서 하는 말이라는 거.”“맞아.”고아라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난 진짜 유시진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해. 무엇보다 유시진은 원래 다른 사람을 사랑한 적도 없잖아.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한 사람은 너 한 명뿐이었고.”“아라야.”“나도 알아. 예전에 유시진이 너한테 정말 못된 짓 많이 했던 거. 나도 몇 번이나 욕했으니까.”“그리고 전에 네가 말해줬잖아. 유시진이 거칠게 굴어서 아이를 잃게 됐다고.”그 말을 꺼내면서도 고아라는 유시진이 정말 용서받기 어려운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근데... 근데 말이야.”고아라는 말을 하려다 멈추기를 반복했다.지나윤은 더 이상 말을 끊지 않았다.조용히 기다리며 고아라가 끝까지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내버려두었다.고아라는 한참 동안 ‘근데’라는 단어만 반복하다가 결국 남아 있던 맥주 반 캔을 단숨에 비워 버렸다.“그래도 난 정말 네가 유시진이랑 다시 결혼했으면 좋겠어. 둘이 함께 겪은 일이 이렇게나 많잖아. 근데 이제 와서 못 넘을 고비가 뭐가 있겠어?”“그리고 그때 유산했던 일도 어쩌면... 어쩌면 무슨 오해가 있었던 건 아닐까? 유시진이랑
Read more

제873화

알고 보니 고아라가 먼저 유시진을 불러온 것이었다.어젯밤 자신이 했던 말이 결국 고아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정말 이해하고 공감했다면 이런 식으로 자신과 유시진을 이어주려 하지는 않았을 테니까.지나윤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때 코끝으로 매콤한 향이 스며들었다.“뭘 만든 거야?”지나윤이 궁금한 듯 물었다.“뚝배기 부대찌개.”유시진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셰프로 전향하려는 줄 알았네.”지나윤의 말이 끝나자 유시진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난 다른 사람 먹이려고 요리하는 데는 관심 없어.”정말 유시진다운 대답이었다.늦잠을 잔 탓에 지나윤은 이미 배가 몹시 고팠다.자연스럽게 식탁 쪽으로 다가가 보니 식탁 위에는 뚝배기 부대찌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새우 리조또, 토마토와 소고기로 만든 스튜도 있었으며, 볶음밥까지 차려져 있었다.“아침을 이렇게 푸짐하게 차렸어?”“벌써 점심인데? 뚝배기 부대찌개만 먹을 순 없잖아.”지나윤은 자신을 위해 차려진 영양 가득한 한 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유시진이 조금 전 한 말이 끝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유시진은 다른 사람을 위해 요리하는 데 관심이 없었지만 자신만은 예외라는 말에, 지나윤은 손끝을 살짝 움켜쥐었다.“부대찌개 만든 건 어제 그 식당 부대찌개랑 누가 더 맛있는지 비교해달라고 만든 거야?”지나윤은 의자를 끌어당기며 물었다.“아니?”유시진은 고개를 저었다.“어제 보니까 아쉬워하는 것 같아서 만들어 봤어.”유시진의 말을 들은 지나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설마 그걸 눈치챘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사실 어제 양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다.다만 오랜만에 먹은 부대찌개라 괜히 더 먹고 싶었던 것뿐이었고, 한 그릇으로는 조금 아쉬웠다.곧 지나윤의 입꼬리는 저절로 올라가더니, 자리에 앉으며 기대에 찬 얼굴을 했다.“그러면 한번 먹어볼게. 유시진표 부대찌개.”“정말 그 차림으로 내 앞에서 밥 먹을 생각이야?”유시진의 눈빛에 장난기가 번뜩였고, 지나윤은
Read more

제874화

청주묘지.지나윤은 자신이 가짜 죽음을 꾸몄을 당시, 자신의 묘비도 이 묘지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회색 코닉세그의 조수석에 앉은 지나윤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오늘 날씨는 무척 좋았다.눈부신 햇살은 내리쬐고 있었고 하늘은 맑게 개어 있었다.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유시진이 자신에게 청주묘지에 함께 가자고 했을 때, 지나윤은 순간 물어볼 뻔했다.설마 살아 있는 본인을 데리고 가서 빈 무덤에 참배라도 하려는 건가 하고.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런 참배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그래서 지나윤은 유시진이 오늘 자신을 데려가는 이유가 다른 사람을 찾아가기 위해서일 거라고 생각했다.차를 세운 뒤 유시진은 길가에서 꽃바구니 하나를 산 뒤 지나윤과 함께 산길을 올라갔다.“본인 묘비 한번 보러 갈래?”유시진이 웃으며 묻자 지나윤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싫어. 너무 이상하잖아.”“그것도 그렇네.”유시진이 순순히 동의하자 지나윤은 역시 자신을 데려온 목적이 다른 데 있다고 생각했다.‘혹시 HF그룹 집안의 누군가일까? 아니면...’지나윤이 속으로 여러 가지를 추측하고 있을 때, 유시진이 천천히 걸음을 멈췄다.무성한 은행나무 아래 대리석 묘비 하나가 조용히 서 있었다.지나윤은 묘비 앞으로 다가가 새겨진 이름을 내려다보았다.“하시준.”길게 드리운 속눈썹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이 이름을 많이 들어본 것은 아니었지만 기억하고 있었다.이는 조커의 본명이었고 지나윤은 적잖이 놀랐다.유시진이 청주묘지에 조커의 묘비를 세워 두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개를 돌려 유시진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놀라움과 의문이 가득했다.“조커의 시신은 나중에 용안파 사람들이 화장했어. 용안파 두목인 김지용이 유골을 나한테 넘겨줬고.”유시진은 담담하게 말했는데 표정에도 목소리에도 특별한 감정의 흔들림은 없었다.“이건... 고향으로 돌아온 거라고 해야 하나?”지나윤의 말이 끝나자 유시진은 고개를 저었다.“그건 아니지. 조
Read more

제875화

유태산 역시 하연정을 쫓아다녔지만 자신의 매력으로 승부한 것이 아니었다.유태산이 믿은 것은 유씨 집안의 막대한 재력이었다.당시 하씨 집안과 유씨 집안은 여러 사업으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었다.하연정의 아버지는 수많은 구혼자들 가운데 집안과 회사에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상대를 선택했고, 그게 바로 유태산이었다.하지만 하연정 본인은 동의하지 않았다.하씨 집안과 유씨 집안이 공동으로 연 약혼식에서 하연정은 하객들 앞에서 유태산을 깎아내렸다.그 일로 유씨 집안은 체면을 완전히 구겼고 분노한 유태산은 하연정을 찾아가 말했다.자신은 하연정이라는 사람을 좋아한 것이 아니라, 뛰어난 유전자에 관심이 있었을 뿐이라고.결국 하연정은 유태산과 결혼했다.아버지의 뜻을 끝내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결혼식 당일, 하연정은 유태산에게 분명히 말했다.자신은 유태산을 사랑하지 않는다고.사실 유태산은 하연정을 사랑했으나 여자의 거부감은 너무도 노골적이었다.그런 두 사람이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리 없었다.결혼 후 하연정은 점점 더 예민해지고 우울해진 데다가 정신 상태도 점점 불안정해졌다.결국 유태산은 한발 물러섰다.하연정이 아이 하나만 낳아 준다면 이혼해 주겠다고 제안했다.하지만 하연정은 그마저도 거부했다.오랜 실랑이 끝에 두 사람이 선택한 방법은 대리모 출산이었다.그리고 그 대리모가 바로 양화영이었다.이후 하연정과 유태산은 무사히 이혼했다.하지만 하씨 집안은 하연정의 제멋대로인 행동에 크게 실망해, 결국 연을 끊어 버렸다.그렇게 하연정은 홀로 타국으로 떠났고 목적지는 M국이었다.그리고 그 뒤로는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친어머니는 M국에서 혼자 사셨던 거야?”지나윤은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을 느꼈고 조심스럽게 유시진을 바라보았다.혹시라도 상처를 건드릴까 봐 신경이 쓰였다.곧 유시진은 고개를 돌려 지나윤과 눈을 마주치고는 옅게 웃었다.“걱정해 주는 건 알겠어. 근데 솔직히 말하면, 그 사람에 대
Read more

제876화

“내 아들은 HF그룹의 후계자야.”“태어날 때부터 모든 걸 가진 아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나고 가장 훌륭한 사람이야.”하연정은 정작 유시진이 태어나는 순간도, 성장하는 과정도 본 적이 없었다.그럼에도 유시진의 현재와 미래를 상상하며 자신을 위로했다.“아니야, 엄마. 엄마 아들은 나잖아.”하시준이 그렇게 말할 때마다 하연정은 마치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사람처럼 변했다.“넌 내 아들이 아니야... 내 아들이 아니야.”“넌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괴물이야. 악마 같은 애라고.”하연정은 현실을 마주해야 할 때마다 증오와 고통을 모두 하시준에게 쏟아냈다.어린 하시준을 향해 주먹질과 발길질을 퍼부었다.하시준은 거의 매일 얼굴과 몸에 멍이 가득한 채 살아야 했다.처음에는 하시준도 어머니가 미쳐버린 줄 알았다.자신에게 아버지가 없다는 것도, 그리고 앞으로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 역시 알고 있었다.또한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도, 자신과 어머니가 살아가는 환경이 감옥보다 더 끔찍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하시준은 살아남고 싶었다.하시준은 타고난 체격도 좋고 체력도 뛰어났다.어린 나이였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기에 조직 간부들 역시 하시준을 꽤 마음에 들어 했다.하지만 간부들이 하시준을 좋아할수록 하연정은 더욱 못마땅하게 여겼고 폭력은 점점 더 심해졌다.하시준에게 반항할 힘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그저 그러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하연정은 자신의 친어머니였으니까.하시준은 한때 어머니에게 의지할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믿었다.하연정이 자신을 때리며 끊임없이 형보다 못하다고 말했어도, 자신에게 정말 형이 있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그러다 하연정이 마약 중독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 하시준이 킬러 양성소에 들어가 뛰어난 성적으로 수료한 뒤에야 비로소 여자의 과거를 조사하게 되었다.그리고 진실을 알게 되었다.하연정과 유태산은 과거 양화영의 대리모 출산을 통해 실제로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그리고 그 아이는
Read more

제877화

유시진의 말이 끝나자 잘생긴 얼굴 위로 짙은 자책과 죄책감이 드리워졌다.“나 때문에 네가 휘말린 거야.”“처음부터 끝까지 하시준의 목표는 나였어. 과거의 모든 악연도 결국 나 때문에 생긴 거고.”“나도 몇 번이나 하시준을 조사했어. 근데 용안파가 정보를 너무 철저하게 숨겼고.”“솔직히 나도 우리 사이에 이런 인연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근데 결국 그 일 때문에 네가 그렇게 불안에 떨고,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잖아.”“미안해.”유시진의 사과는 무겁고 진심이 담겨 있었다.유시진은 지나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는데 눈빛 속 죄책감은 금방이라도 넘쳐흐를 듯했다.결과적으로는 하시준이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 과정은 너무도 위험했다.특히 마지막 러시안룰렛은 사전에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했더라도, 단 한 번의 실수라도 있었대도 죽는 사람은 지나윤이었다.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도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지나윤의 목숨이었다.그 순간 유시진은 뒤늦게 두려움을 느꼈다.지나윤은 유시진의 안색이 눈에 띄게 나빠진 것을 보고 남자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아차렸다.“지금 우리는 여기 서 있고.”지나윤은 하시준의 묘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하시준은 저 안에 잠들어 있어. 그게 결과야.”단호한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려퍼지자 유시진은 옅게 웃었다.“넌 정말 용감하네.”문득 유시진의 머릿속에 소년원 시절의 지나윤이 떠올랐다.소년원에 들어가자마자 교관에게 대들던 사람, 독방에 갇혔다가 나와서도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던 사람이 바로 지나윤이었다.사실 어쩌면 그때부터 알아야 했다.연약해 보이는 몸속에 누구보다 강한 마음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그래도...”유시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아무리 용감해도 내 잘못이 없어지는 건 아니야. 내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그런 위험한 일들을 겪을 필요도 없었잖아.”“응, 맞아.”지나윤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유시진을 바라보았다.“그러니까 나한테 미안하다면 이제는 진실을 말해줄 수
Read more

제878화

유시진은 태어난 뒤 오랫동안 자신의 친어머니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자랐다.당시 양화영은 줄곧 유태산을 짝사랑하고 있었다.젊은 시절의 유태산은 잘생겼고 남성적인 매력이 넘쳤고 게다가 재벌가 출신이었다.솔직히 돈만 보고서라도 양화영은 유태산과 결혼하고 싶었다.하지만 유태산은 양화영에게 관심이 없었다.처음부터 끝까지 유태산이 사랑한 사람은 하연정뿐이었지만, 문제는 하연정이 유태산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결국 두 사람은 이혼이라는 결말을 맞이했다.그리고 양화영은 여자에게 있어서 사랑은 별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점점 더 확실하게 깨달았다.유태산의 사랑을 얻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 돈을 얻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라는 것을.그래서 양화영은 유태산과 하연정이 이혼하는 조건이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얻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스스로 대리모가 되겠다고 나섰다.훗날 자신이 낳게 될 아이는 엄밀히 말하면 유태산과 하연정의 아이였지만, HF그룹의 핏줄을 품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었다.그리고 HF그룹의 핏줄을 낳는 사람 역시 자신이었다.양화영의 예상대로, 유시진을 낳은 뒤 유희봉은 유태산에게 양화영과 결혼하라고 했다.그리고 유태산도 반대하지 않았다.하연정에게 버림받은 유태산은 이미 아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게 된 상태라는 것을 양화영은 느낄 수 있었다.마찬가지로 양화영도 유태산이 자신을 사랑하는지 아닌지에는 관심이 없었다.양화영이 원한 것은 단 하나, HF그룹 안주인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것이었다.그리고 HF그룹이 계속 성장하는 한, 평생 다 써도 남을 돈을 쓸 수 있다는 것이었다.그런 부부 관계 속에서 유시진은 태어났다.HF그룹에는 돈이 넘쳐났고 당연히 사람도 부족하지 않았다.“다들 내가 금수저 물고 태어나서 부족한 것 없이 자랐다고 생각하지.”거대한 폭포를 바라보며 유시진은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나지막하게 말했다.“사실 틀린 말은 아니야. 이 세상에는 밥조차 제대로 못 먹는 아이들도 많으니까.”“그 아이들에 비하면 나
Read more

제879화

양화영은 자신을 이용하려고 했을 뿐이었다.HF그룹의 유일한 후계자인 자신을 통해 유태산에게서 더 많은 지분을 빼앗아내려고 했던 것이다.돈, 그것이야말로 양화영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었다.반면 유태산은 자신에게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관심이 있었던 건 성적뿐이었다.부모에게 자신은 그저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는 사실을 점점 더 또렷하게 깨닫게 되면서, 유시진은 반항의 길로 들어섰다.원래도 차갑고 멀기만 했던 가족 관계는 점점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유태산은 양화영을 탓했고 양화영은 유태산을 탓했다.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유시진을 탓했다.결국 유시진이 중학생이 되었을 무렵,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두 사람은 유시진을 소년원에 보내 버렸다.“소년원에서 있었던 일은 굳이 설명 안 해도 되겠지.”유시진의 흐려진 눈빛은 지나윤을 바라보는 순간에만 보석처럼 빛났다.지나윤은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내가 너보다 더 잘 기억하고 있다는 게 무슨 말이야?”“그 말은 넌 나한테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 난 너한테 별로 기억도 안 난다는 뜻 아니야?”지나윤이 일부러 놀리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던 유시진도 웃었다.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그 뜻이 아니야. 소년원에서 나온 뒤 휴대폰도 압수당했고 여기에 갇혔거든.”유시진은 말하며 걸음을 옮겨 이곳에 있는 유일한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사방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옆으로는 거대한 폭포가 쏟아지고 있었다.풍경만 보면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었지만 너무 외진 곳이었다.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공간,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라기보다는 누군가를 가둬두기 좋은 곳에 가까웠다.지나윤은 오래된 별장 문 앞에 다가서더니 호기심 어린 눈으로 유시진을 바라보았다.“여기에 가뒀다고? 왜?”그러자 유시진은 피식 웃었다.“소년원에서 나와도 얌전해지기는커녕 여자친구 만나겠다고 난리를 쳤거든.”웃음을 머금은 유시진의 시선과 마주친 순간, 지나윤은 얼른 시선을 돌리고 헛기침했다.유시진이 말하는 여자친구가
Read more

제880화

“안면인식장애?”지나윤에게는 다소 낯선 의학 용어였다.유시진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고, 미간은 깊게 찌푸려져 있었고 표정은 괴로움으로 뒤엉켜 있었다.“나도 내 머리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지 모르겠어. 그 기억은 내 목숨보다도 소중했어.”“근데 이상하게도 기억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기억이 안 났어.”“분명 기억 속의 이쁜이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고 있는 것 같았는데, 그걸 현실의 얼굴로 연결할 수가 없었어.”유시진이 극심한 압박 속에서 모든 학업 과정을 마쳤을 무렵, 남자는 더 이상 이쁜이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머릿속의 얼굴과 현실의 사람을 연결할 수 없었다.결국 기억 속 얼굴조차 점점 흐릿해졌다.“여기를 나간 뒤에야 병원을 찾아갔어. 그제야 내가 안면인식장애라는 걸 알게 됐지.”“의사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생긴 정신 심리적 질환이라고 했어.”유시진은 잠시 말을 멈췄다.“그때는 정말 평생 널 찾지 못할 줄 알았어.”“그러다 네 피아노 소리를 들었고.”여기까지 말한 유시진의 입가에는 자조적인 웃음이 번졌다.“근데 결국 또 틀렸지. 그것도 꽤 오랫동안 아주 크게 틀렸어.”유시진이 몸을 돌리자 지나윤도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두 사람은 폭포 앞에 놓인 넓고 평평한 바위 위에 나란히 앉았다.“이런 얘기를 하는 게 변명하려는 건 아니야.”유시진은 말하다 지나윤과 눈이 마주치자 쓴웃음을 지었다.“아니, 솔직히 말하면 변명 맞아. 적어도 조금은 동정받고 싶었던 것 같거든.”유시진은 머리를 긁적였다.입가에는 머쓱한 웃음이 떠 있었고, 눈빛에는 짙은 죄책감과 후회가 담겨 있었다.“그때 난 네가 이쁜이라는 걸 몰랐어. 그리고 이쁜이 말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될 거라고도 생각해 본 적 없었어.”“근데 해외로 떠난 채연서에 대해서도 이미 사랑 같은 감정은 남아 있지 않았어.”“채연서가 돌아온 뒤 내가 편들고 챙겨준 건, 예전에 이쁜이에게 했던 약속 때문이었어.”유시진은 시선을 폭포 쪽으로 돌렸다.“예전에 이런 말
Read more
PREV
1
...
848586878889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