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목소리는 무척 나직했다. 귓가를 스쳐 지나갈 만큼 가벼운 한마디였지만, 이상하리만치 또렷하게 온유란의 귀를 파고들어 그대로 마음 깊숙한 곳까지 번져 갔다.'자기.'그 한마디에 온유란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점점 가까워지는 하이석의 얼굴이 시야를 가득 채웠고, 둘 사이를 가르고 있던 마지막 거리마저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조금 전 차갑게 식힌 여지를 먹은 탓인지 그의 입안은 은은하게 서늘했지만, 맞닿은 입술은 놀랄 만큼 따뜻했다.그는 서두르지 않은 채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감쌌다.가볍게 머금었다가 살며시 깨물고, 다시 천천히 입술을 빨아들이며 차근차근 그녀를 녹여 갔다.도대체 어디서 그런 키스를 배운 걸까.달콤하고도 촉촉한 감각이 쉼 없이 밀려와 사람을 속절없이 빠져들게 했다.허리를 감싸던 손에 힘이 들어가더니 어느새 온유란은 그의 무릎 위에 앉아 있었다.계속 이어지는 입맞춤에 몸은 붕 떠오른 듯 힘을 잃었고, 그녀는 그의 품에 기댄 채 겨우 숨을 골랐다.“여기 거실이에요.”“걱정 마요. 선은 지킬 테니까.”하이석은 낮게 웃으며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부드러운 살결 위에 입술을 가볍게 눌렀다가, 이내 살짝 이를 세웠다. 따끔한 감각이 스쳤지만, 그보다 더 먼저 묘한 전율이 온몸을 타고 번져 나갔다.“당신 왜 이래요?”온유란은 어딘가 평소와 다른 그의 모습이 낯설었다. 조금 전의 '자기'라는 호칭도, 그다운 말투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이유를 묻기도 전에 입술이 다시 포개졌다.이번 키스는 아까와는 달랐다. 더 깊고, 더 거침없었다. 숨을 돌릴 틈조차 없을 정도였다.에어컨 바람은 차갑게 불어오는데도 그의 입맞춤은 뜨겁게 달아올랐고, 허리를 감싼 손끝에도 조금씩 힘이 실렸다. 얽혀 드는 숨결은 어느새 서로를 가득 물들이고 있었다.입술 끝을 가볍게 쓸어 내리던 하이석이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유란 씨.”그녀는 그의 눈을 바라봤다.“저 좋아해요?”온유란은 잠시 숨을 멈췄다.“좋아하냐고요?”그가 다시 한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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