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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951 - チャプター 960

975 チャプター

제951화

그래도 어쩌겠는가. 자기 아내인데. 평생 품에 안고 아껴 줄 수밖에.“요 며칠은 잠드는 것도 무서웠어요. 혹시 눈을 떴는데 오빠가 또 사라져 있을까 봐.”연주의 눈가는 벌써 붉게 물들어 있었다.그녀가 잠든 뒤에야 육남혁은 조용히 방을 나왔다.그런데 거실에 나와 보니 연위성은 아직 잠들지 않은 상태였다.불도 켜지 않은 채 소파에 앉아 있었다.어둠 속에 잠긴 모습은 마치 그림자와 하나가 된 사람 같았다.“처음 당신을 봤을 때였어요.”연위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때 연주는 당신을 교수님이라고 불렀죠. 하지만 알 수 있었어요. 그 애가 당신을 좋아한다는 걸.”그는 희미하게 웃었다.“당신 이야기를 할 때면 눈빛이 달라졌거든요.”“연주도 당신을 많이 그리워했습니다.”육남혁이 조용히 입을 열자, 연위성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이윽고 쉰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흘러나왔다.“내가 미안했어요. 연주에게도, 부모님께도. 내가 아니었다면…”그의 말끝이 흐려졌다. 목이 메인 듯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육남혁은 불을 켜려 했지만 연위성이 막았다.어둠은 침묵과 함께 그대로 남았다.육남혁은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서도 연위성이 짊어진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솔직히 말하면 그는 마약 수사 경찰이라는 존재를 존경했다.하지만 동시에 연위성의 귀환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다.그 누구도 지난 세월 동안 그가 무엇을 겪었는지 알지 못했다.그리고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의 귀환이 과연 좋은 일인지, 아니면 또 다른 불행의 시작인지.더구나 연주의 배는 하루가 다르게 불러오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큰 충격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였다.방주헌은 곧 강씨 가문에 인사를 드리러 갈 예정이었고, 하이석 역시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었다.하필이면 이런 시기에 돌아오다니.시기가 너무 절묘했다.육남혁은 자신이 지나치게 의심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최악의 가능성까지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일주일 뒤.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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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2화

거실에 마주 앉은 육씨 형제는 한동안 이야기를 나눴다.육강민 역시 연위성이라는 사람에 대해 따로 알아본 적이 있었다.몇 년 전 특정 범죄 조직을 수사하는 임무에 투입된 뒤부터 그의 기록과 신상 정보는 모두 봉인된 상태였다. 관련 자료는 전부 기밀이라 더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형은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육강민이 육남혁을 바라보며 물었다.“아직은 모르겠어.”연위성이 돌아온 뒤 가장 기뻐한 사람은 단연 연주였다.만약 자신이 연위성을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분명 마음 아파할 게 뻔했다.“당분간 병원 검사도 받아야 하고 몸조리도 해야 하잖아. 경성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아는 사람도 없고.”육강민이 말을 이었다.“우선 육지성을 붙여 둘 생각이야. 운전기사 역할이라도 하게. 형이랑 형수님이 언제든 달려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곁에서 챙겨 줄 사람이 있으면 훨씬 안심되지 않겠어?”육남혁은 말없이 안경을 벗어 렌즈를 닦았다.그날 밤 방으로 돌아갔을 때, 연우진도 함께 그 방에서 자고 있었다.연주는 요즘 들어 통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오늘만큼은 오랜만에 깊이 잠든 모습이었다.육남혁은 조용히 모자의 이불을 고쳐 덮어 준 뒤, 두 사람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육지성을 연위성 곁에 붙이겠다는 육강민의 제안.그 의도를 모를 리 없었다.보호라는 명목 아래 연위성을 지켜보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육남혁은 반대하지 않았다. 집에는 어린아이도 있고, 임신한 아내도 있으니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다음 날 아침, 육강민의 배려를 전해 들은 연주는 진심으로 고마워했다.반면 서은주는 어딘가 미심쩍은 얼굴이었다.그녀는 두 아이와 놀아 주고 있는 남편을 한참 바라보다가 슬며시 눈을 가늘게 떴다.그날 밤, 방으로 돌아온 육강민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당신 오늘 하루 종일 나만 쳐다봤어.”“왠지 당신이 나한테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아서요.”서은주는 막 샤워를 마친 참이었다.검은색 실크 슬립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긴 머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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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3화

하정현 부부는 집에 없었다.다만 서은주는 오늘 하씨 저택에 손님이 와 있을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참지 못하고 또 하품을 하던 순간, 거실에 있는 하이준과 하채린 남매가 눈에 들어왔다.남자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고개를 살짝 돌린 채 하이석과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눈이 마주친 순간, 서은주는 잠시 멈칫했다. 방금 모습이 너무 실례였다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예의를 차려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그 모습은 꼭 놀란 고양이 같았다.평소 밖에서의 서은주는 언제나 온화하고 지적인 분위기였다.특히 잘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이미지에 신경을 쓰는 편이라,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삼, 삼촌!”육수린은 이미 짧은 다리를 바삐 움직이며 하이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품에 안기자마자 그의 목을 끌어안고 얼굴을 부볐다. 말랑말랑하고, 아직 젖내가 날 것처럼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세 아이는 얌전히 어른들에게 인사를 했다.“형수님은요?”서은주가 묻자 하이석이 답했다.“뒤뜰에 있어요.”“그럼 먼저 이야기 나누고 계세요. 저는 아이들 데리고 뒤뜰로 가서 형수님 찾아볼게요.”서은주는 그렇게 말하고 세 아이를 데리고 뒤뜰로 향했다.연우진은 예전에 이번에 외출하면 하이석과 온유란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선물을 받은 온유란은 뜻밖이라는 듯 기뻐했다.연우진은 작게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엄마가 그랬어요. 남자는 한 번 한 말은 지켜야 한다고요. 약속한 일은 꼭 해야 한대요.”온유란은 부드럽게 웃으며 아이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우리 우진이 정말 멋지네.”칭찬을 받은 아이의 귀와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그리고 저랑 엄마 아빠는 이번에 돌아가서 외삼촌도 찾았어요.”“그래?”온유란은 미소를 지었다.연주가 실종됐던 친오빠를 찾았다는 이야기는 그녀도 이미 들은 뒤였다. 다만 자세한 사정까지는 알지 못했다.세 아이는 놀고 떠들다가 어느새 수영장으로 달려가 물장난을 치기 시작했다.아이들은 어린이용 물총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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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4화

서은주는 아이들을 데리고 하씨 저택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그들이 떠난 뒤에야 온유란은 하이석을 바라보며 말했다.“전 그분들이 식사까지 하고 갈 줄 알았어요.”온유란이 말한 것은 당연히 하이준과 하채린 남매였다.“그쪽은 회사 일 때문에 온 거예요. 아직도 제가 돌아가길 바라는 모양이더군요. 요즘 회사 인사 변동이 커서 좀 어수선하다나 봐요.”“돌아가실 거예요?”온유란이 그를 바라보았다.“모처럼 이렇게 긴 휴가를 얻었는데, 그렇게 제가 출근했으면 좋겠어요?”“그런 뜻 아니에요.”하이석이 집에 머물며 곁에 있어 주는 것이 온유란에게는 당연히 기쁜 일이었다.하이석은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그나저나 우진이가 준 건 뭐예요?”“특산품이라던데, 아직 안 열어 봤어요.”온유란은 그 별나게 서툰 아이를 떠올리자 저도 모르게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우진이는 정말 너무 귀여워요.”“어디가 귀여운데요?”하이석이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발 다친 사람 앞에서 족발을 먹으라며 태연하게 말하는 아이를 귀엽다고 할 수 있나?분명 제 아비의 능글맞고 독한 입담을 그대로 물려받은 게 틀림없었다.나중에 커서 아버지보다 더해지면 어쩌란 말인가?온유란은 하이석이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아이 하나를 상대로 저렇게 진지하게 굴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눈치였다.그녀가 연우진이 가져온 특산품 포장을 열자, 안에는 정갈하게 포장된 과자 한 상자가 들어 있었다.겹겹이 얇은 결을 이룬 바삭한 껍질에, 속은 실처럼 고운 결이 살아 있었다.“연꽃과자네요? 그쪽 특산품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하이석은 과자를 한 번 보더니, 이내 온유란의 표정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왜 그래요? 당신 단것 좋아하잖아요.”“너무 예쁘게 만들어져서요. 먹기가 아까워요.”온유란이 옅게 웃었다.“마음에 들면 다 먹고 나서 제가 또 사 줄게요.”온유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 과자 상자를 바라보는 눈빛은 어쩐지 잠시 아득해져 있었다.하이석은 온유란이 연꽃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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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5화

서은주가 강정한이 앉아 있던 자리로 들어가자, 육강민은 의자를 하나 끌어와 그녀 곁에 바짝 붙어 앉았다.부부는 고개를 맞대고 쉴 새 없이 귓속말을 주고받았다.허경빈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이보세요, 다들. 고작 카드 한 판 치는 건데 꼭 그렇게 가까이 붙어 있어야 하나요? 이건 카드놀이가 아니라 애정 행각 아닌가요?그를 제외하면 전부 둘씩 짝을 이루고 있었다.저 사람들은 분명 카드놀이를 하러 온 게 아니었다. 솔로를 괴롭히러 온 게 틀림없었다.이런 인생, 도저히 못 해 먹겠네!육강민과 서은주는 아이들 교육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무슨 학원이며, 무슨 수업이며 하는 것들이었다.방주헌과 강희진은 다음에 어떤 패를 낼지를 두고 끝없이 다투는 중이었다. 아무도 진지하게 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허경빈은 이를 악물었다.그래, 어디 마음껏 염장질해 봐라. 오늘 내가 판을 싹 쓸어 주마.카드놀이란 본래 약간의 판돈이 있어야 흥이 나는 법이었다. 다만 그들은 큰돈을 걸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재미로 하는 정도였다.허경빈이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오늘 아주 속옷까지 털리게 만들어 주지.“이제 어떻게 해야 해요?”온유란은 카드놀이를 잘 몰라, 고개를 돌려 하이석에게 도움을 청했다.하이석은 팔을 느슨하게 뻗어 그녀 뒤쪽 의자 등받이에 걸치고 있었다. 그 자세가 마치 그녀를 품 안에 가둬 둔 것처럼 보였다.“이기고 싶어요?”“네.”온유란은 카드놀이를 잘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승부욕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미 판에 앉은 이상, 당연히 이기고 싶었다.“그럼 제가 이기게 해 줄게요.”하이석의 목소리에는 다정함과 여유로운 자신감이 함께 묻어 있었다.허경빈은 속으로 발끈했다.너 지금 나를 안중에 두기나 하는 거냐? 네가 이기게 해 주겠다고 하면 정말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이 자리에서 진심으로 패를 보고 있는 사람은 어쩐지 자신뿐인 듯했다.하지만 하이석은 확실히 카드놀이를 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달아 두 판을 이겼다.육강민과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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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6화

남자는 키가 크고 마른 체격에, 이목구비가 반듯하면서도 선이 단단했다. 한여름의 무더위 속에서도 긴소매에 목까지 올라오는 흰 셔츠를 입고 있어 어딘가 눈에 띄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자연스레 그에게 몇 번씩 시선을 주었다.아무리 몸을 단정히 가렸다 해도, 결손된 손가락과 옷깃 아래에서 목덜미까지 번진 몇 줄기의 오래된 흉터는 숨길 수 없었다.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할 만큼 선명한 흔적이었다.연위성은 정중하게 룸 안의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그 익숙한 목소리는 마치 작은 돌멩이 하나가 호수에 떨어지는 것처럼 조용했다.그런데도 온유란의 마음속에는 거센 물결이 일었다.어떻게? 왜 이 사람이...?그토록 익숙한 얼굴이 예고도 없이 눈앞으로 들어온 순간, 온유란은 숨결마저 흐트러졌다.“안녕하세요, 방주헌입니다.”방주헌은 워낙 시원시원한 성격이라 먼저 다가가 그와 악수를 나누었다.“이분이 연주 언니 큰오빠야?”강희진이 어느새 서은주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피부가 조금만 더 하얗고 몇 년만 더 젊었어도, 정말 훤칠한 미소년이었겠네.”서은주가 낮게 웃었다.“지금도 늙은 건 아니잖아요.”“그렇긴 하지. 늙었다기보다는… 풍파를 많이 겪은 사람 같은 느낌이랄까? 사연이 있어보여.”강희진은 웃으며 옆에 있던 온유란을 툭 건드렸다.“그렇지 않아요?”“네?”온유란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했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계속 멍하니 있던데.”“아무것도 아니에요.”“아마 형수님은 속으로 방금 저한테서 얼마나 땄는지 계산하고 있었을 겁니다.”허경빈이 한숨을 내쉬었다.“형수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 허경빈, 이기면 이기는 대로 지면 지는 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입니다. 설령 팬티까지 털리더라도 돈은 절대 안 떼먹습니다.”방주헌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누가 네 팬티를 원한다고 그래. 체면 좀 챙겨.”허경빈은 분해서 얼굴까지 붉어졌다.두 사람이 장난스럽게 주고받자, 룸 안의 분위기는 금세 한결 가볍고 유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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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7화

“예뻐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데, 은근히 포인트도 살아 있네요.”연주도 궁금한 눈치였다. 그러자 서은주는 휴대전화를 그녀에게 건넸다.유란 이모의 웨딩드레스?원래 외삼촌 옆에 붙어 앉아 있던 연우진도 슬쩍 보고 싶어 몸을 내밀었다.휴대전화가 그의 손으로 넘어오자, 연위성도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웨딩드레스 도안을 바라봤다.“외삼촌, 예쁘죠?”아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연위성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예쁘네.”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이어 갔고, 음식과 술도 하나둘씩 상 위에 올랐다.하지만 하이석은 온유란의 표정이 평소보다 밝지 않다는 걸 알아챘다.그는 몸을 살짝 기울여 조용히 물었다.“왜 그래요? 어디 불편해요?”온유란은 옅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원래도 온순하고 말수가 적은 성격이었다.사람들이 떠들고 웃는 동안에도 그녀는 조용히 이야기를 들을 뿐이었다.식사 도중, 온유란은 잠시 화장실로 향했다.찬물로 얼굴을 한 번 씻어 낸 뒤에도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연위성을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예전에 연주가 만든 탕수갈비를 처음 맛봤을 때 알아챘어야 했다.그 익숙한 손맛.연우진이 선물했던 연꽃과자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세상에 이런 우연이 정말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오랫동안 행방을 감췄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나타날 줄이야.연주에게 실종됐던 오빠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그녀는 진심으로 기뻐해 줬다.이름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인지 따로 묻지는 않았다.자신과는 아무런 인연도 없는 사람일 테니 굳이 자세히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손가락 두 개를 잃은 그의 오른손을 보는 순간, 예전의 연위성이 떠올랐다. 늘 기세가 넘치고 빛나는 청춘 속에서 살아가던 사람.그는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기에 이렇게까지 변한 걸까.화장실에서 나오던 온유란은 복도에서 연위성과 마주쳤다. 시선이 허공에서 맞닿았다.연위성의 눈빛은 잔잔했다.두 사람 사이에는 화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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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8화

하정현은 집 안을 슬쩍 들여다봤다.현정민과 며느리는 다정하게 붙어 앉아 한창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무슨 얘기가 그리 재미있는지 두 사람 모두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그는 다시 아들을 돌아봤다.“왜 그러냐? 유란이랑 싸웠어? 생각해 봐. 원래 남남으로 살던 사람들이잖아.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생활 습관도 다른데 갑자기 한집에서 지내다 보면 부딪힐 수도 있는 거지. 말다툼 정도야 흔한 일이지만, 절대 손찌검은 안 된다. 그건 정말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일이야. 나랑 네 엄마도 싸울 땐 절대 손 안 대.”하이석은 미간을 꾹 눌렀다. 괜히 머리가 지끈거렸다.“저희 안 싸웠어요.”“안 싸웠으면 여기 혼자 서서 왜 이렇게 심각한 척하고 있냐?”“너 말이야. 다친 뒤로 집에만 있어서 그런 거야. 일도 안 하고 한가하게만 지내니까 잡생각이 많아진 거잖아. 내일부터 아침마다 내가 깨울 테니까 같이 운동하자. 낚시도 다니고, 바람도 쐬며 몸 좀 움직여봐. 사람이 너무 가만히 있으면 별생각만 많아지는 법이야.”방으로 돌아온 온유란은 샤워를 마친 뒤 화장대 앞에 앉아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하이석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아 손에 경제 관련 서적 한 권을 들고 있었지만, 좀처럼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그의 시선은 내내 온유란의 뒷모습에 머물러 있었다.잠시 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머리를 말려 주었다.드라이어에서 흘러나오는 낮은 바람 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하이석의 마음도 덩달아 어지러워졌다.정말, 뭔가 할 일을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쓸데없는 생각만 자꾸 늘어나니 말이다.*그날 이후로도 일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흘러갔다.온유란은 인터넷 의류 쇼핑몰 몇 곳의 디자인 의뢰를 받아 작업했고, 결혼식 준비를 하는 틈틈이 집에서 도안을 그리거나 유주만과 함께 식사를 했다.하이석 역시 아버지와 함께 새벽 운동을 하는 것은 물론, 낚시도 곧잘 따라다녔다.아직도 보온병을 끼고 다니는 그는 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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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9화

그는 조카에게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연우진은 하이석이 까다롭다고 투덜대곤 했다. 그러면서도 몰래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이석과 온유란이 입을 맞추는 걸 본 적이 있다고. 아이는 잔뜩 비밀스러운 표정으로, 두 사람 사이가 아주 좋다고 덧붙였다.남의 입으로 듣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또 달랐다.지난번 식사 자리에서 그는 직접 보았다.하이석은 신사적이고 세심했으며, 온몸에서 귀한 분위기가 배어 나오는 남자였다.그런 남자가 그녀에게 국을 떠 주고, 새우 껍질을 까 주고, 차와 물을 챙겨 주며 그녀에게 빈틈없는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었다.같은 남자로서 모를 수 없었다. 하이석은 그녀를 무척 사랑하고 있었다.온유란의 통화가 아직 끝나기도 전에 유주만이 돌아왔다.그는 그녀의 표정만 보고도 전화 너머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그러고는 휴대전화를 자신에게 달라는 듯 손짓했다.“여보세요, 하이석이냐.”“네, 선생님.”하이석이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너희는 매일 같이 살잖아. 나는 겨우 손녀랑 밥 한 끼 먹으려고 약속을 잡은 건데, 만나자마자 이렇게 전화를 하는구나. 그렇게까지 붙어 있어야 직성이 풀리냐? 이 늙은이 앞에서 아주 대놓고 애정 자랑을 해야 속이 시원하지?”“그런 거 아닙니다. 병원에 안전하게 도착했는지만 확인하려고 한 겁니다.”“내가 말해 두마. 오늘 밤 유란이는 우리 집에서 자고 갈 거다. 집에 안 보낼 거야.”유주만은 일부러 그를 약 올리듯 말했다.그러다 곁눈질로 연위성이 손에 담배를 끼고 있는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자네, 왜 담배를 피우고 있나? 내가 담배랑 술은 다 끊으라고 하지 않았나?”“죄송합니다. 참지 못했습니다.”연위성은 그렇게 말하며 담배를 껐다.“나한테 미안하다고 할 일이 아니야. 몸은 자네 것이잖아. 스스로 아끼지 않으면 누구도 어쩔 수 없어. 내가 몸을 조리하는 건 도와줄 수 있지만, 식사와 생활 습관은 자네가 직접 신경 써야 해.”“알겠습니다.”하이석은 휴대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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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0화

육지성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차라리 연위성이 살인이나 방화라도 저지른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그런데 하필 감정 문제였다. 게다가 얽힌 사람도 한둘이 아니었다. 정말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더구나 지금은 모든 게 그의 추측일 뿐이었다. 이런 걸 어떻게 육강민에게 보고한단 말인가.그렇다고 ‘제 직감입니다’라고 할 수도 없지 않은가.그랬다가는 당장 꺼지라고 할 게 뻔했다.*한편, 온유란은 유주만과 저녁을 먹고 있었다. 식사 도중 유주만이 문득 당부했다.“오늘 그 녀석이 담배 피우는 걸 본 일은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마. 특히 연주한테는. 사실 그 녀석이 치료에 그리 협조적인 편이 아니야. 병원에 오는 것도 연주 눈치 보느라 마지못해 오는 거지. 몸속 장기 상태가 예순 넘은 노인이나 다름없어. 제대로 조리하지 않으면…”유주만은 씁쓸하게 웃었다.“마흔이나 쉰까지 산다고 해도 대단한 거야.”온유란은 젓가락을 쥔 손끝을 멈췄다.“이런 말도 너한테나 하는 거다. 연주는 겨우 친오빠를 찾은 데다 지금 임신까지 했잖니. 나도 차마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겠어. 그 아이가 감당하지 못할까 봐.”유주만은 깊이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나도 웬만한 풍파는 다 겪어 봤다고 생각했는데, 그 녀석 몸에 남은 상처들을 보면 나조차도 견디기 힘들더구나. 그 아이가 살아남은 것 자체가 기적이야.”온유란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주만은 그제야 얼른 손을 내저었다.“이런... 내가 일 얘기만 나오면 끝도 없이 말이 길어지는구나. 너 웨딩드레스 피팅은 언제 가니?”“곧 갈 예정이에요.”“그때 나한테도 꼭 말해라. 내 손녀가 웨딩드레스를 입으면 어떤 모습일지 나도 보고 싶구나.”온유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유주만이 무심코 흘린 말들은 온유란의 마음속에 잔잔하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다.하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 시부모님은 거실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이혼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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