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룸 안에서는 동창들이 술잔을 주고받으며 지난 세월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이 많았지만, 어색함은 금세 사라졌다. 학창 시절에 맺은 인연은 이해관계가 적고 순수했던 만큼, 몇 마디만 나누어도 예전의 친밀함이 자연스럽게 되살아났다.그때 허경빈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아버지에게 걸려 온 전화였다.“네, 아버지.”“내일 출근해야 하니까 술 마시지 마.”“안 마셨어요.”“그리고, 저기…”허진강이 괜히 헛기침한 뒤 조심스럽게 물었다.“너 오늘 밤에는 집에 들어오는 거지?”허경빈은 황당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자신이 집에 안 들어가면 대체 어디에서 잔단 말인가?전화를 끊자 동창들이 기다렸다는 듯 그를 놀려 댔다.“경빈이 형, 설마 여자 친구가 어디냐고 확인하려고 전화한 거예요?”“우리한테 밥 사는 게 아까워서 연애하는 것도 숨기는 것 아니에요?”허경빈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정말 아니야. 아버지한테 온 전화였어. 걱정하지 마. 나한테 여자 친구가 생기면 당연히 한턱낼 테니까. 내가 그 정도 돈을 아낄 사람은 아니잖아.”한턱내겠다는 말을 듣자 사람들은 신이 나서 허경빈의 짝을 찾아 주겠다고 나섰다.“그래서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데?”허경빈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그러자 한 동창이 식탁에 앉은 여자들을 차례로 가리켰다.“쉽게 물어볼게. 이효주처럼 화려하고 시원한 미인이 좋아? 아니면 송지아처럼 분위기 있고 우아한 스타일? 그것도 아니면 손시정처럼 얌전하고 귀여운 스타일?”허경빈은 세 여자를 차례로 바라보았다.모두 눈에 띄는 미인이었다.하지만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곁에 앉은 송지아에게 머물렀다.송지아는 목선이 낮게 파인 밀크티색 니트를 입고 있었다. 길게 늘어뜨렸던 머리카락은 단정하게 올려 묶어, 가늘고 우아한 목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어렴풋이 기억하기로 그녀는 초등학생 때부터 피아노와 발레를 배웠다.그 덕분인지 자세와 몸가짐이 반듯했고, 특유의 기품도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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