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아는 그 말을 듣자 다급히 해명했다.“오빠, 설령 그 사람이 아니었어도 똑같이 도왔을 거야. 누군가 억울하게 누명을 썼고, 마침 내가 도울 수 있었다면 모른 척하지 않았을 거라고.”“그 사람이 허경빈이라서 도와준 건 아니고?”송요가 재차 묻자 송지아는 단호하게 대답했다.“아니야. 난 사람을 보고 판단한 게 아니라, 옳고 그름을 따졌을 뿐이야.”송윤재는 피식 웃었다.“사실 너희 사이에 있었던 일도 전부 초등학생 때 일이잖아. 이제 와서 계속 마음에 담아 둘 필요는 없어. 아버지도 나이가 드시니 잔소리가 많아지신 것뿐이고.”그는 잠시 송지아를 바라보다 흐뭇한 목소리로 덧붙였다.“네가 이런 말을 할 수 있게 된 걸 보니, 정말 다 컸구나. 우리와 허씨 집안이 아주 가까워질 수는 없겠지만, 저쪽에서 먼저 호의를 보인다면 우리도 겉으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무슨 뜻인지 알겠지?”송지아는 옅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송씨 남매가 육씨 집안의 만월연에 모습을 드러내자, 수많은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그들에게 쏠렸다.송윤재는 깊고 뚜렷한 이목구비에 단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차림을 하고 있었다. 눈에 띄게 화려한 외모는 아니었지만, 빼어난 골격과 특유의 기세가 있어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존재감이 느껴졌다.다만 그의 손에 들린 분홍색 어린이용 보온병만큼은 그런 분위기와 영 어울리지 않았다.아내는 오지 않았지만, 딸은 함께였다.오늘 송민정은 파란색 솜옷을 입고 송지아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모자를 쓴 앙증맞은 얼굴은 인형처럼 사랑스러웠고, 몸에는 복슬복슬한 작은 가방을 비스듬히 메고 있었다.“송윤재, 오랜만이네.”육남혁이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송윤재의 딸을 본 그의 눈에는 자신도 모르게 부러운 기색이 스쳤다.우리 집에는 왜 아들만 둘인 거야!“오랜만이야. 축하해.”송윤재는 육남혁과 악수했다. 오랜 지인인 하이석도 다가와 자연스럽게 대화에 합류했다.“송지아가 손잡고 있는 저 꼬마는 누구야?”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방주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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