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빈은 차라리 머리를 벽에 박고 싶은 심정이었다.아버지의 사고방식은 언제나 기상천외해서, 다음 순간 무슨 말을 꺼낼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었다.아니나 다를까, 허진강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띤 채 아들을 바라봤다.“경빈아, 넌 어릴 때부터 남들이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 별로 신경 쓰지 않았잖아. 설 전에 송씨 집안에 선물 좀 가져다주라고 했을 때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죽는소리를 하더니.”도살장에 끌려가는 소?허경빈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었다. 아버지와 대화를 나눌수록 두통만 심해지는 기분이었다.허진강은 아들의 표정을 재미있다는 듯 살피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오늘은 송씨 집안에서 밥 한 끼 먹는다고 레드카펫이라도 밟으러 가는 것처럼 차려입었더구나. 게다가 그 사람들이 너를 오해할까 봐 안절부절못하고 있고.”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솔직히 말해 봐. 네가 신경 쓰는 게 송씨 가족 전체의 시선이야, 아니면 그 집안의 누군가가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한 거야?”마침 국수를 먹던 허경빈은 그 말에 그대로 사레가 들렸다.“콜록, 콜록!”한동안 연거푸 기침하느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허진강은 물을 건네기는커녕, 속내를 들켰다는 듯 당황하는 아들을 보며 더욱 즐겁게 웃었다.“왜? 그 집 딸한테 한 번 물리더니, 그때 없던 정도 이제 와서 생긴 거냐? 우리 경빈이가 드디어 여자에게 눈을 떴구나. 늙은 아버지는 아주 감격스럽다.”허경빈은 순식간에 식욕을 잃었다.그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허진강이 곧바로 불러 세웠다.“어디 가?”“자려고요!”“무슨 잠을 자. 국수부터 다 먹어. 음식 버리면 못 써.”허진강은 작게 코웃음을 친 뒤, 축 처진 아들을 달래듯 말했다.“그렇게 풀이 죽어 있지 마. 일단 배부터 채워야 저 인간쓰레기를 어떻게 상대할지 궁리할 힘도 생기지.”허경빈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그 말만큼은 일리가 있었다.그는 다시 자리에 앉아 남은 국수를 깨끗이 먹었다. 따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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