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빈이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송지아의 집에 도착했을 때, 어린 송민정은 마당에 쪼그려 앉아 강아지와 놀고 있었다. 저녁 햇살이 낮게 기운 마당에는 따스한 빛이 드리워져 있었고, 작은 포메라니안 유미는 허경빈을 발견하자마자 짧은 다리로 쪼르르 달려와 신이 난 듯 꼬리를 흔들었다.“삼촌, 오셨어요?”송민정도 그를 알아보고는 금세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피웠다.“응. 고모는?”“아직 퇴근 안 했어요. 우리 먼저 들어가요.”송민정은 허경빈의 손을 잡아끌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를 따라 거실에 발을 들인 허경빈은 그제야 오늘 모인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송지아의 부모님뿐 아니라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까지 모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심지어 송윤재 부부도 와 있었다.정작 이 자리에 없는 사람은 단 한 명, 송지아뿐이었다.“어서 앉거라.”송지아의 아버지가 자리를 권하자, 허경빈은 온 가족이 둥글게 모여 앉은 한가운데에 얌전히 자리를 잡았다. 사방에서 은근히 쏟아지는 시선을 받고 있자니, 평소의 여유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홀로 작고 초라해진 기분이었다.탁자 위에서는 찻물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주전자에서 피어오른 흰 김을 따라 구수하면서도 묵직한 차향이 거실 안에 은은히 번졌다.송지아의 할아버지는 별것 아닌 청전차라며 맛이 어떤지 한번 보라고 했다. 허경빈은 송지아네 가족이 자신의 반응을 기다리는 것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찻잔을 들었다.따뜻한 차가 입안으로 흘러들자 깊고 떫은 향이 혀끝을 스쳤다. 허경빈도 차의 좋고 나쁨 정도는 충분히 가려낼 줄 알았지만, 어른들 앞에서 섣불리 품평했다가는 괜히 아는 체하는 꼴이 될 것 같았다.한참 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그는 결국 가장 무난한 감상만 내놓았다.“좋은 차네요!”거실 안에 잠시 묘한 정적이 감돌았다.그 지극히 단순한 품평에 송윤재마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송지아의 어머니는 웃음을 머금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나는 주방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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