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맞춤을 나눈 뒤로 허경빈은 하루 종일 기분이 들떠 있었다.혼자 있을 때도 실실 웃었고, 이따금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넋 나간 사람처럼 웃음을 흘리기도 했다.허진강은 아들이 송지아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요 며칠 눈에 띄게 들뜬 모습을 보니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 진전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그는 지나가는 말처럼 슬쩍 물었다.“송씨 집안 아가씨와는 잘되어 가고 있냐?”“나쁘지 않아요.”“네 성격이라면 여자 친구가 생기는 순간 온 세상에 떠들고 다닐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의외로 조용하구나.”허경빈은 순간 멈칫하더니 아버지를 바라보았다.“아빠, 지아는 아직 제 여자 친구가 되겠다고 대답하지 않았어요.”“관계를 확실히 정하고 공개까지 했다가 헤어지면 서로 귀찮아질 수 있으니까, 일단 너를 좀 더 지켜보려는 거겠지.”허진강은 지극히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했다.“그러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널 차 버릴 수도 있고.”“너무 걱정하지 마라. 그 아가씨가 널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도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니까.”허경빈은 어이가 없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빠, 정말 제 친아버지 맞아요? 저 이제 아빠 아들 안 할래요.”“솔직히 나도 너 같은 아들은 낳고 싶지 않았다.”허진강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받아쳤다.“내 아들이 남혁이나 강민이, 아니면 이석이 같은 녀석이었다면 내가 이렇게 걱정할 일도 없었을 텐데.”그는 세상 모든 근심을 홀로 짊어진 사람처럼 길게 탄식했다.“어떤 자식은 부모에게 은혜를 갚으러 태어난다는데, 너는 빚 받으러 온 게 분명해.”허경빈은 더 이상 집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방주헌은 지난번 일을 계기로 일방적으로 그와 ‘절교’를 선언한 상태였다. 육씨 집안은 아이들이 여럿이라 언제나 시끌벅적할 것 같았다.결국 별다른 목적도 없이 하씨 집안으로 향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집에는 온유란만 있었다.온유란은 방 안에서 전문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요가를 하는 중이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는 은은한 아로마 향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