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1170

1325 فصول

제1161화

그래서 허경빈도 낚싯대를 둘러메고 아버지를 따라나섰다.미래의 장인 앞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성실하고 다정하게 행동했다.예전에 함께 식사한 적은 있었지만, 송지아의 아버지는 아직 허경빈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저 어린 시절의 말썽꾸러기가 몰라보게 철이 들어 어른들을 살뜰히 챙기는 청년으로 자랐다고 생각했다.그는 낚싯대를 정리하는 허경빈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칭찬했다.“요즘 젊은 사람들은 주말이면 집에서 늦잠 자기 바쁜데, 경빈이처럼 어른들과 낚시하러 나와 주는 청년은 흔치 않지.”이날 낚시에는 육진국과 하정현도 함께했다.허진강은 송지아의 아버지만 따로 초대하면 서로 어색할 수 있다고 생각해 두 사람까지 불렀다.그러나 육진국과 하정현은 허경빈이 자라는 모습을 어릴 때부터 지켜본 사람들이었다. 평소와 달리 지나치게 싹싹하고 부지런하게 구는 모습을 보고 일찌감치 무언가 수상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세상에 아무런 이유도 없는 친절은 존재하지 않았다.허경빈이 저토록 애써 환심을 사려는 데에는 분명 노리는 바가 있었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답은 뻔했다.허경빈이 노리는 것은 바로 송씨 집안의 딸이었다.두 사람이 혹시라도 송지아의 아버지에게 눈치를 줄까 걱정된 허진강은 입막음용으로 자신이 아끼던 한디 고량주를 꺼냈다.워낙 귀한 술이라 육진국과 하정현은 그 자리에서 마시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한 병씩 품에 소중히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그 모습을 지켜보는 허진강은 속이 쓰려 죽을 지경이었다.만약 아들이 끝내 송지아와 결혼하지 못한다면, 자신만 애지중지하던 술 두 병을 고스란히 잃은 셈이었다.반면 송지아의 아버지는 정작 가까이에 있는 진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는 허경빈이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청년이라고 여겼다.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아내에게 한참 동안 허경빈을 칭찬했다.돌이켜 보면 자신은 아직도 어린 시절의 일을 들먹이며 그를 나무라곤 했다. 어른인 자신이 너무 속이 좁았던 것 같아 은근히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
اقرأ المزيد

제1162화

송지아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쇼핑몰 안에는 사람이 많았다. 밝은 조명 아래로 쇼핑백을 든 사람들이 끊임없이 오갔지만, 특별히 수상해 보이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설마 경호원이 걱정되어 몰래 따라온 걸까? 아니면 자신이 지나치게 예민해진 것일까?전화기 너머의 허경빈은 송지아가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알아차렸다.“너 지금 바빠?”“아니야. 그냥 요즘 좀 예민해졌나 봐. 자꾸 누가 뒤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송지아는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며 낮게 덧붙였다.“아마 너무 피곤해서 그런가 봐.”“누가 널 따라오는 것 같다고?”허경빈의 목소리가 단숨에 진지해졌다.“경호원은 어디 있어?”“호텔에.”허경빈은 당장 경호원에게 연락하라고 하고 싶었지만, 우선 사람이 많은 곳에서 벗어나지 말고 일찍 호텔로 돌아가 쉬라고 거듭 당부했다.통화를 마친 송지아는 쇼핑을 포기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 호텔로 향했다.그녀의 모습이 인파 너머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어두운 곳에 몸을 숨기고 있던 남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설도윤이었다.그는 송지아가 사라진 방향을 음울하게 노려보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또다시 기회를 놓쳤다.설도윤은 한때 송지아처럼 똑똑한 여자라야 자신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그런데 그녀가 선택한 남자는 허경빈이었다.허경빈이 자신보다 나은 것이 대체 무엇인가?고작 자신보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것뿐이었다.결국 아버지와 가문의 배경으로 승부한 것 아닌가.설도윤은 송지아가 화려한 사교계에서도 남들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속물적인 여자에 불과했다.자신이 이 지경으로 망가졌다고 생각하자, 마음속에 남아 있던 애정은 빠르게 증오로 변해 갔다.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송지아를 손에 넣고 싶었다.가능하다면 그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해 허경빈에게 보낼 생각이었다.자신에게 짓밟힌 여자를 보고도 허경빈이 계속 사랑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두 사람의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자신이 직접 시험해
اقرأ المزيد

제1163화

밤바람에는 서늘한 기운이 배어 있었다.송지아는 업무와 사생활을 철저히 구분하는 사람이었다. 고객을 만나거나 접대 자리에 참석할 때는 늘 단정한 정장을 입었지만, 이날은 길게 흘러내리는 원피스 위에 간결하면서도 우아한 모직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아무래도 업무가 아닌 개인적인 일을 보러 나온 듯했다.잔잔하게 굴곡진 긴 머리카락이 바람을 따라 가볍게 흩날렸다.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품격과 반듯한 태도는 평범한 사람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였다.어둠 속에 숨어 있던 설도윤의 시선이 그녀의 움직임을 집요하게 뒤쫓았다.그 눈에는 탐욕과 원망이 뒤엉켜 있었다.하지만 무엇보다 짙게 드러난 감정은 후회였다.진이화와 송지아를 비교할수록 그 후회는 더욱 깊어졌다.송지아는 사람이 붐비는 번화가로 가지 않았다. 길을 따라 자리한 상점 몇 곳을 천천히 둘러보며 무언가 선물을 고르는 듯했다.그러다 마침내 좁고 깊은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현지 거래처 사람이 이곳에 개인 공방이 하나 있다고 추천해 주었다. 나이 지긋한 장인이 직접 구워 내는 다기는 같은 것이 하나도 없어 모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이라고 했다.송지아는 괜찮은 물건을 발견하면 가족들에게 줄 선물로 가져갈 생각으로 일부러 이곳까지 찾아왔다.그녀가 진열된 다기를 하나씩 살펴보고 있을 때 휴대폰이 진동했다.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한 순간 송지아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살짝 올라갔다. 전화를 받은 그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여보세요.”“뭐 하고 있어? 저녁은 먹었어?”허경빈이었다.“아직 안 먹었어. 점심에 고객 접대하면서 술을 조금 마셨더니 별로 배가 안 고파.”“호텔이야?”“아니. 잠깐 나와서 걷고 있어.”“경호원도 같이 갔어?”“나 혼자야.”전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해졌다.“혼자라고? 지금 어디인데?”허경빈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굳었다.“이 근처에 솜씨 좋은 장인이 만든 다기를 파는 곳이 있다고 해서 일부러 구경하러 왔어.”그 말을 듣자 허경빈은 곧바로 화를 냈다.“이렇게 늦
اقرأ المزيد

제1164화

“설도윤 씨, 지금 놓아주면 이번 한 번은 넘어가 줄게요.”송지아는 그의 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몸부림쳤다.“뭐라고?”설도윤은 우스운 농담이라도 들은 듯 비틀린 웃음을 터뜨렸다.“네가 나를 용서해 준다고? 네가 정말 그렇게 자비로운 여자였다면 밸런타인데이에 친척과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나를 그토록 망신주지는 않았겠지!”그의 목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역시 곱게 자란 공주님답네.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위에서 내려다보듯 거만하게 구는군.”설도윤은 송지아를 붙든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지금은 네가 나를 용서하고 말고 할 때가 아니야.”광기에 물든 눈이 음습하게 번뜩였다.“내가 너를 놓아줄지 말지를 결정하는 상황이라고. 송지아, 너 아직 처녀지?”그는 일부러 입술을 그녀의 귓가에 바짝 붙였다.“내가 오늘 널 망가뜨리면…”설도윤은 며칠 동안 차 안에 숨어 송지아를 미행하느라 제대로 씻지도 못했다. 입안에서 풍기는 역한 냄새가 뜨거운 숨결과 함께 귓가에 들러붙자 송지아는 속이 뒤집힐 듯한 구역질을 느꼈다.“나한테 강간당한 여자를 허경빈이 계속 사랑해 줄까?”그는 낮게 웃으며 잔인한 말을 이어 갔다.“너희 둘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잖아. 내가 그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시험해 줄게.”설도윤이 손을 뻗어 송지아의 옷을 잡아 찢으려던 순간이었다.송지아는 갑자기 한쪽 무릎을 구부렸다.그리고 그의 다리 사이를 향해 있는 힘껏 올려쳤다.각도가 조금 빗나가 치명적인 부위를 정확히 가격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허벅지 안쪽에서 퍼진 통증만으로도 설도윤은 비명을 삼키며 반사적으로 팔을 풀었다.수술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부위라 작은 충격에도 견디기 어려울 만큼 예민한 상태였다.그는 두 손으로 다리 사이를 감싸 쥔 채 독기 어린 눈으로 송지아를 노려보았다.“너…”송지아는 급히 그에게서 거리를 벌린 뒤 차갑게 비웃었다.“나를 강간하겠다고요?”그녀의 시선이 그의 아랫도리를 스쳤다.“당신한테 그럴 능력이나 있어요?”그의 남성 기
اقرأ المزيد

제1165화

깊숙한 골목 안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큰길의 불빛조차 안쪽까지 닿지 못했다.라이터의 불꽃이 꺼지자 허경빈의 몸은 희미한 달빛 속에서 다시 짙은 어둠에 휩싸였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살짝 치켜 올라간 눈꼬리와 눈동자 깊은 곳에는 언뜻 웃음기마저 감도는 듯했다.그러나 설도윤과 시선이 맞닿는 순간, 그 눈에서 터져 나온 날카로운 공격성이 골목을 집어삼킬 듯 사방을 압도했다.설도윤은 두 다리에 힘이 풀릴 만큼 두려움을 느꼈다.허경빈은 손안의 라이터를 느슨하게 만지작거리며 멀찍이 서 있는 송지아를 바라보았다.“괜찮아?”“응, 괜찮아.”송지아는 이곳에 허경빈이 나타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믿기지 않는 듯 한동안 멍하니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너, 네가 어떻게 여기에…”“네가 나 보고 싶다고 했잖아. 그래서 왔지.”송지아를 바라보는 순간, 허경빈의 얼굴에서는 조금 전의 살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는 평소처럼 환하게 웃었다.“왜? 내가 오면 싫어?”“아니, 그런 건 아니야.”두 사람이 서로에게만 시선을 둔 채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설도윤은 몰래 도망치려 했다.그가 허경빈의 어깨를 스쳐 지나가려던 순간이었다.허경빈이 갑자기 손을 뻗어 설도윤의 뒷덜미와 옷깃을 움켜잡았다.설도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강한 힘이 몸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다음 순간, 그는 골목 한쪽의 벽에 처박혔다.퍽!얼굴이 단단한 벽에 부딪치며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허경빈의 움직임은 망설임 없이 빨랐고, 손에는 조금의 자비도 없었다.충격을 받은 설도윤은 몸을 웅크린 채 거칠게 기침했다. 오장육부가 흔들려 피라도 토할 것처럼 속이 뒤집혔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놔! 당장 놓으라고!”허경빈은 순순히 손을 놓았다.그러나 설도윤이 풀려나자마자 다시 달아나려던 순간, 등 한가운데에 묵직한 발길질이 꽂혔다.설도윤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 바닥에 처박혔다. 얼굴이 딱딱한 바닥에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코뼈가 부러지는 듯한 통증이 번졌다.“아직도
اقرأ المزيد

제1166화

허경빈은 송지아가 위험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고 여겨 속이 답답했다.송지아는 잔뜩 화가 난 그의 옷자락을 살며시 잡아당겼다.“화났어?”“엄청 화났어.”허경빈은 굳은 얼굴로 잘라 말했다.“나 지금 진짜 많이 화났고, 쉽게 안 풀릴 거야. 이러다 너 남자 친구 잃게 생겼어.”송지아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골목 너머를 향해 큰 소리로 불렀다.“나오세요!”그 목소리가 울리고 십여 초쯤 지났을 때였다.줄곧 송지아를 따라다니던 경호원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허경빈과 설도윤은 동시에 굳어 버렸다.송지아가 허경빈을 바라보며 웃었다.“봤지? 처음부터 계속 근처에 있었어.”그녀는 손에 든 전기충격기를 가볍게 흔들었다.“나도 위험할 줄 뻔히 알면서 혼자 돌아다닐 만큼 바보는 아니야.”허경빈은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반면 바닥에 쓰러져 있던 설도윤은 몸에서 힘이 완전히 빠졌다.지면 아래에서 스며 나온 듯한 싸늘한 냉기가 뼛속 깊이 파고들었다. 차가운 기운은 사지를 타고 퍼지며 온몸을 얼어붙게 만들었다.송지아가 일부러 자신을 유인한 건가?처음부터 독 안에 가둬 놓고 잡을 생각이었던 것이다.그리고 자신은 그것도 모른 채 덫 안으로 기어들어 온 먹잇감이었다.이제야 송지아가 했던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지금 그만두면 이번 한 번은 넘어가 주겠다는 말.그때는 자신을 얕보는 소리라고만 생각해 그 속뜻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오늘 밤 허경빈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도 설도윤의 계획은 성공할 수 없었다.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송지아는 그가 지금까지 만나 온 여자들과 전혀 달랐다. 애초에 설도윤 따위가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이런 여자에게 억지로 굴복을 받아 내는 것은 불가능했다.그녀가 스스로 진심을 내어 주지 않는 이상, 어떤 수단을 써도 마음까지 가질 수는 없었다.“아가씨…”경호원은 곤란한 표정으로 무언가 말하려 했다.그러나 송지아가 먼저 그의 말을 끊었다.“우선 경찰에 신고해요. 설도윤
اقرأ المزيد

제1167화

밤은 숨을 죽인 듯 고요했다. 골목 사이를 파고든 바람 소리마저 이리저리 부서져 흩어지고, 무거운 침묵만이 점점 짙어졌다.허경빈은 어둠 속에 서 있는 송현근의 얼굴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다. 다만 그늘에 가려진 두 눈이 자신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히 느껴졌다.게다가 혼자 온 것도 아니었다.송현근의 뒤에는 여러 사람이 서 있었다.“삼, 삼촌.”그제야 정신을 차린 설도윤은 바닥을 기듯 다급하게 송현근에게 다가갔다. 그의 바짓자락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매달렸다.“저 좀 살려 주세요. 제발요! 제가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습니다.”송현근은 오랫동안 사업가로 살아왔지만, 외모만 보면 학자처럼 차분하고 온화한 인상이었다.그는 자신의 바짓자락을 붙잡은 설도윤을 무심하게 내려다보았다. 평소 온화하던 눈에는 먹구름이 드리운 듯 짙은 그늘이 깔려 있었다.“일단 일어나.”설도윤은 이전에도 송씨 가족과 여러 차례 만난 적이 있었다. 송지아의 부모님은 줄곧 그를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아직 자신에게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 그는 벽을 짚고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송 대표님, 오늘 일은 제가 설명드릴게요. 그러니까…”“잠깐.”송현근은 설도윤의 말을 잘랐다. 그러고는 오히려 딸을 향해 손짓했다.송지아는 입술을 꼭 다문 채 머뭇머뭇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걸음을 옮기는 내내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아빠…”“나머지는 아빠가 처리할 테니까 넌 먼저 가.”“하지만 오늘 일은…”“말 들어.”송현근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송지아는 허경빈을 한 번 돌아본 뒤 다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말하고 싶어 입술을 달싹였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며 아쉬운 걸음으로 골목을 떠났다.허경빈은 여자 친구에게 뜻밖의 기쁨을 안겨 주려고 먼 길을 달려왔다.올 때만 해도 몸을 스치는 밤바람마저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지금은 등줄기를 따라 서늘한 기운이 흐르고,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 가는 듯했다.송씨 집안에서 송지아에
اقرأ المزيد

제1168화

허경빈은 이제야 방주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방주헌이 강씨 집안에 인사하러 갈 때마다 왜 그토록 긴장하고 안절부절못했는지 비로소 알 것 같았다.지금의 허경빈도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다.송현근이 무서워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긴장감이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왜 계속 서 있어? 앉아.”송현근이 옆자리를 가리켰다.허경빈은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다만 두 사람 사이에 좌석 하나를 비워 둔 채였다.관자놀이를 천천히 문지르던 송현근이 눈썹을 치켜올렸다.“내가 그렇게 무섭나?”“아닙니다.”허경빈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가까이 앉아.”허경빈은 군말 없이 송현근의 옆자리로 슬그머니 옮겨 앉았다.두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양손은 무릎 위에 얌전히 올렸다. 허리까지 꼿꼿하게 편 모습이 선생님 앞에 불려 온 모범생이나 다름없었다.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송씨 집안 경호원들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필사적으로 참았다.허경빈은 경성에서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이렇게 고분고분하고 얌전한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잠시 침묵하던 송현근이 입을 열었다.“우리 아지는 어릴 때는 내가 퇴근할 때마다 달려와서 안기고 뺨에 입을 맞춰 줬어.”그는 어린 딸을 떠올리며 눈빛을 잠시 누그러뜨렸다.“그 애가 한 번 안아 주면 하루 종일 쌓인 피로가 전부 사라지는 기분이었지.”“아지는 어릴 때부터 똑똑하고 속도 깊은 아이라 늘 내 자랑이었지. 학교에 다닐 때는 학기마다 상장을 받아 왔고, 외국에 나간 뒤에도 해마다 장학금을 받았어.”허경빈은 송현근이 왜 갑자기 딸 자랑을 늘어놓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진지하게 들었다.한동안 송지아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던 송현근은 문득 쓸쓸한 듯 탄식했다.“그런데 아이가 다 크고 나니까 예전과는 달라지더군.”“아들이 크면 어머니와 거리를 두고, 딸이 크면 아버지와 거리를 둔다더니… 이제는 어릴 때처럼 내 목을 끌어안
اقرأ المزيد

제1169화

“그때는 그 녀석이 우리 귀한 딸을 채갈 생각인지 몰랐으니까!”사윗감으로 바라보는 눈과 그저 아는 집안의 청년을 평가하는 기준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었다.괜찮은 청년이라고 생각했다고 해서 자신의 딸을 평생 맡길 사윗감으로도 합격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허경빈을 바라보는 송현근의 시선이 전보다 훨씬 까다롭고 엄격해진 것도 당연했다.솔직히 말하면 허경빈은 그가 생각해 온 이상적인 사위의 조건에 하나도 들어맞지 않았다.송현근은 관자놀이를 천천히 문지르며 대체 딸이 허경빈의 어떤 면을 보고 선택했는지 고민했다.그때 허경빈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삼촌,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물어봐.”“왜 삼촌만 지아를 ‘아지’라고 부르세요?”송씨 집안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지아라고 불렀다. 유독 송현근만 ‘아지’라는 애칭을 사용했다.“내게는 하나뿐인 귀한 딸이니까.”송현근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나만 부를 수 있는 특별한 애칭이 하나쯤 있었으면 했어.”허경빈은 그 말을 듣고 진심으로 말했다.“삼촌은 지아를 정말 많이 사랑하시네요.”“너, 앞으로 그 애를 또 울리거나 괴롭혔다가는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앞으로요?”허경빈의 눈이 순식간에 반짝였다.“그럼 저와 지아에게 앞으로가 있다는 뜻인가요?”“그게 무슨 소리야? 사귀기 시작하자마자 헤어질 생각이야?”송현근은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요즘 젊은 사람들은 연애와 결혼을 대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그런 뜻이 아닙니다. 삼촌이 저희 교제를 반대하실까 봐 그랬습니다.”“내가 두 사람을 억지로 갈라놓기라도 할 것 같아?”송현근이 코웃음을 쳤다.허경빈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물었다.“그럼 저희가 만나는 걸 허락하시는 건가요?”송현근은 입을 다물었다.사업가로 살아온 세월이 얼마인데, 자신이 저런 녀석의 말에 휘말려 대답을 유도당하다니.아무래도 오늘 여러 일이 한꺼번에 벌어지는 바람에 정신이 흐려진 모양이었다.“이제 그만 말해. 머리가 아프니까.”“
اقرأ المزيد

제1170화

아무도 저녁을 먹지 못한 터라, 세 사람은 파출소를 나온 뒤 새벽까지 영업하는 식당을 찾아 뜨끈한 샤브샤브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늦은 시각이라 가게 안은 한산했고, 보글보글 끓는 육수에서 피어오른 김이 테이블 위를 따뜻하게 감쌌다.식사를 하던 중, 송지아가 그제야 아버지에게 물었다.“그런데 아빠는 어떻게 갑자기 오신 거예요?”“내가 안 왔으면 너희 둘, 내 눈앞에서 계속 눈빛이나 주고받으면서 몰래 만날 생각이었어?”“아빠.”송지아는 식탁 아래로 아버지의 발을 살짝 걷어찼다. 허경빈도 함께 있는 자리이니 말조심 좀 하고, 딸 체면도 조금은 세워 달라는 뜻이었다.“아지야, 이번 일은 네가 너무 겁 없이 굴었어.”송현근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딸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경호원이 나한테 알리지 않았으면, 너 혼자서 다 해결할 생각이었니?”송현근이 말한 경호원은 송지아가 범호 오빠라고 부르는 사람으로, 줄곧 그녀의 곁을 지켜 온 보디가드였다.송지아는 시선을 내리깐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에 든 젓가락 끝으로 앞에 놓인 소스만 가만히 뒤적였다.허경빈이 궁금한 듯 물었다.“설도윤이 너한테 나쁜 짓을 하려 한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진이화 씨한테 전화가 왔어.”송지아는 소스 그릇 가장자리를 천천히 휘저으며 말을 이었다.“설도윤과 혼인 신고를 했고 곧 결혼식도 올릴 거라면서, 나한테도 참석해 달라고 하더라. 그런데 나중에는 설도윤이 얼마 전부터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 돌아오더니, 최근에는 아예 경성을 떠났다고 했어.”“진이화 씨는 그가 결혼식 전에 달아날까 봐 차량 운행 기록을 확인했대. 그러다 한동안 우리 집 근처를 계속 맴돈 흔적을 발견했고, 내가 출장 온 곳까지 따라간 것 같다고 의심한 거야.”송지아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이미 모든 가능성을 헤아린 사람 특유의 냉정함이 배어 있었다.“설도윤 같은 사람이 날 미행했다면 좋은 의도일 리 없잖아. 독사가 어둠 속에 웅크린 채 언제 달려들어 물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내
اقرأ المزيد
السابق
1
...
115116117118119
...
133
امسح الكود للقراءة على التطبيق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