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ício / 로맨스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 Capítulo 1201 - Capítulo 1210

Todos os capítulos de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apítulo 1201 - Capítulo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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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1화

“송지아, 거기 서! 네가 나를 몰라? 어떻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런 거짓말을 해!”설도윤의 어머니가 분을 이기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격앙된 목소리가 길게 뻗은 복도에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이만 나가 주십시오.”앞을 막아선 경호원이 냉담하게 말했다.간신히 사람들의 눈을 피해 안으로 들어온 그녀가 순순히 물러날 리 없었다. 송지아를 쫓아가려 몸을 내밀었으나, 건장한 경호원이 한 치의 틈도 내주지 않고 길을 가로막았다. 결국 그녀는 발을 구르며 경호원에게 삿대질했다.“네가 뭔데 나를 막아? 내가 누군지 알아? 나는 설조경의 아내야!”그러나 경호원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계속 나가지 않으시면 물리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억울하시다면 경찰에 신고하셔도 좋습니다.”“너…!”그녀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입술을 부들부들 떨었다. 얼굴은 순식간에 시뻘겋게 달아올랐다.경호원은 그녀가 끝까지 버티자 어쩔 수 없이 팔을 붙잡았다. 그 순간, 저만치 멀어지던 송지아의 뒷모습이 복도 모퉁이 너머로 사라지려 했다.다급해진 설도윤의 어머니가 목이 터져라 외쳤다.“송지아! 네 추잡한 짓을 모조리 까발려도 괜찮겠어? 너 때문에 내 아들은 이미 인생을 망쳤는데, 내가 왜 너만 편히 살게 내버려 둬야 해! 이판사판이야! 죽더라도 너 하나는 반드시 끌고 갈 거야!”서슬 퍼런 외침이 등 뒤까지 쫓아왔지만, 송지아는 끝내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그녀의 걸음은 잠시도 흔들리지 않은 채 점점 멀어져 갔다.모진 말을 쏟아 낸 설도윤의 어머니는 뜻밖에도 더는 발버둥 치지 않았다. 순순히 물러나는 듯한 모습에 경호원도 비로소 긴장을 조금 풀었다. 그는 그녀의 팔을 붙잡은 채 출구 쪽으로 끌고 갔다.바로 그 순간이었다.설도윤의 어머니가 느닷없이 고개를 숙이더니 경호원의 팔을 힘껏 깨물었다.“윽!”살을 파고드는 통증에 경호원의 손에서 순간적으로 힘이 빠졌다. 그녀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몸을 홱 돌려 연회장을 향해 내달렸다. 급박한 발소리가 매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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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2화

그녀는 곧장 송씨 집안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그러나 육씨 집안 경호원들은 처음부터 그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가 방향을 틀자마자 재빨리 앞으로 나서 빈틈없이 길을 가로막았다.“설 사모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한주미가 미간을 찌푸리며 엄한 목소리로 꾸짖었다.“생신을 축하하러 오셨다기에 자리까지 마련해 드렸는데, 대체 뭘 더 하시려는 거죠?”“박명숙 여사님의 생신 연회라면 가까운 친지와 귀한 벗들만 초대받았겠지요. 저야 당연히 초대받을 복이 없는 사람이고요.”설도윤의 어머니는 입가를 비틀며 송씨 집안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그래도 손님을 고르실 때는 꽤 오랫동안 신중하게 살펴보셨을 줄 알았어요. 초대받은 분들도 하나같이 인품과 덕망을 갖춘 분들일 테고요. 그런데 그런 자리에 어떻게 근본도 모를 잡것들이 섞여 들어왔나 모르겠네요.”말끝마다 날이 서 있었고, 그녀의 시선은 시종일관 송씨 집안을 향하고 있었다.바보가 아닌 이상 그 말이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모를 수 없었다.두 집안 사이에 얽힌 사정을 아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설도윤이 송지아에게 청혼했을 당시 워낙 떠들썩한 소동이 벌어졌던 탓이었다.하지만 그 일에 아직 끝나지 않은 뒷이야기가 있으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설 사모님, 지금 그게 무슨 뜻입니까?”송현근이 싸늘하게 물었다. 굳게 찌푸린 눈가에는 이미 분노가 짙게 서려 있었다.“당신 딸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정말 모르세요?”설도윤의 어머니는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생각했다.어차피 송씨 집안의 심기를 거스른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철저하게 등을 지는 편이 나았다.어떤 수를 써서라도 송지아를 끌어내려야 했다.“말조심하십시오.”송현근이 이를 악문 채 경고했다. 치솟는 분노를 가까스로 억누르고 있다는 것이 굳어진 턱선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그러나 사람들의 시선은 어느새 송지아에게로 쏠리고 있었다. 마치 가만히 서 있는 그녀의 얼굴에서 감춰진 비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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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3화

송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체면과 품위를 중히 여겼다. 더구나 이곳은 박명숙의 생일 연회였다. 이런 자리에서 설도윤의 어머니와 고성을 주고받거나 몸싸움이라도 벌였다가는 그들만 손해였다.결국 지금은 체면을 지키려는 쪽이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설도윤의 어머니는 그들이 함부로 나서지 못하는 것을 보고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위선자들 같으니라고.”“설 사모님.”그때 허경빈이 돌연 앞으로 나섰다.“지금 하신 말씀에 무슨 근거라도 있습니까?”뜻밖의 등장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허경빈은 한때 송씨 집안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지금은 겉보기에 화해한 듯했지만, 하필 이 순간 그가 나서자 몇몇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같은 의문이 떠올랐다.설마 허경빈이 이 틈을 타 송씨 집안을 짓밟으려는 건가?“우리 설씨 집안은 평소 남들과 원만하게 지냈어요. 원한을 살 만한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설도윤의 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억울함을 토로했다.“그런데 내 아들이 잡혀가자마자 회사에 문제가 생겼어요. 송씨 집안이 한 짓이 아니라면 대체 누구겠어요?”그녀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나도 내 아들을 감싸려는 건 아닙니다. 송씨 집안이 우리에게 보복하고 싶어 하는 것도 이해해요. 하지만 기왕 일을 벌였으면 떳떳하게 인정해야 할 것 아닙니까?”이어 허경빈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였다.“당신이 말씀해 보세요. 이런 게 위선이 아니면 뭡니까? 겉으로만 고상한 척하는 거잖아요!”“그래요?”허경빈이 한쪽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그래서 증거는요?”“이렇게 뻔한데 무슨 증거가 더 필요해요? 송씨 집안이 아니고서야 누가 이런 일을 벌일 능력이 있겠습니까!”설도윤의 어머니는 송씨 집안의 소행이 틀림없다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그 억지스러운 태도에 송현근은 또다시 속이 뒤집힐 듯 화가 치밀었다.그때 구경거리가 커질수록 신이 나는 방주헌이 기다렸다는 듯 끼어들었다.“설 사모님, 아까 송지아도 무슨 일을 저질렀다고 하셨죠?”그는 호기심을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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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4화

송씨 집안 사람들은 하나같이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송지아를 바라보았다.가족들조차 저토록 놀랐으니, 다른 이들의 반응은 말할 것도 없었다. 어느새 연회장 안의 모든 시선이 송지아에게 집중되어 있었다.평범한 누군가가 남자를 집에 들여놓고 경제적으로 뒷바라지했다면 이토록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상대는 송지아였다.이 사교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귀한 공주님.우아하고, 지적이며, 영리한 여자.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수식어를 늘어놓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그런 송지아가 젊은 남자를 집에 들여놓고 뒷바라지한다니.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다들 믿지 못하시겠죠? 하지만 내게는 증거가 있어요!”설도윤의 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주머니에서 사진 여러 장을 꺼냈다. 마침 허경빈이 가장 가까이에 서 있었기에, 그녀는 사진을 그의 손에 건네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당신이 직접 확인해 보세요. 내가 거짓말을 했는지 아닌지.”사람들은 사진에 대체 무엇이 찍혀 있는지 궁금해하며 허경빈의 반응을 기다렸다. 숨죽인 시선들이 그의 손끝으로 모여들었다.허경빈은 서두르지 않고 사진을 한 장씩 천천히 넘겨 보았다.대부분은 송지아가 라비엘 레지던스를 드나드는 모습이었다. 그와 송지아가 함께 찍힌 사진도 몇 장 섞여 있었다.문제는 그의 모습이었다.대체 어떻게 찍었는지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만큼 뿌옇게 찍혀 있었다.사진을 모두 살펴본 허경빈이 한쪽 눈썹을 비스듬히 치켜올렸다.“설 사모님, 사람을 시켜 송지아를 미행한 겁니까?”설도윤의 어머니는 작게 헛기침했다.남을 몰래 미행하는 행위가 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의 목소리는 자연스레 흐려졌다.“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저 저 여자가 젊은 남자를 집에 들여놓고 뒷바라지한 게 맞는지만 말씀해 주세요.”“아니요, 아주 중요한 문제인데요.”허경빈은 사진을 가볍게 흔들었다.“이 사진은 누가 찍었습니까?”“사설 탐정을 고용했어요.”“돈깨나 쓰셨겠네요.”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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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5화

“아니에요. 그럴 리 없어요. 내 아들이 나를 속일 리 없다고요!”설도윤의 어머니는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당신이 거짓말하는 거죠? 전부 가짜잖아요! 당신이 어떻게 저 여자와 사귈 수 있어요…”그녀는 무너져 내리는 이성을 붙잡으려는 듯 같은 말만 쉴 새 없이 되풀이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눈앞의 현실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아, 그러고 보니 하나 더 알려 드릴 게 있네요.”허경빈이 문득 입꼬리를 올렸다.그는 설도윤의 어머니를 내려다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느긋하게 휘어진 입매에는 어딘가 서늘하고 불온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설씨 집안을 건드린 건 송씨 집안이 아닙니다.”잠시 말을 끊은 허경빈이 또렷이 덧붙였다.“바로 나예요.”연회장 안에 다시 한번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내 여자 친구를 괴롭혔잖아요. 삼촌과 이모는 너그러우셔서 참고 넘어가셨지만, 난 그렇게 착하고 관대한 사람이 아닙니다.”허경빈의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서서히 사라졌다.“그런 일이 벌어진 뒤에도 설씨 집안에서는 사과하러 찾아오기는커녕 설도윤을 용서해 달라고 했죠? 낯짝이 두꺼워도 정도가 있지, 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군요. 송씨 집안에서는 설씨 집안을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꼴을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었어요.”그는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차분한 목소리였으나, 한 마디 한 마디가 얼음처럼 서늘하게 연회장을 가로질렀다.“오늘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해 두죠. 앞으로 누가 내 여자 친구나 그 가족을 건드린다면, 송씨 집안은 마음이 너그러워서 넘어갈지 몰라도 나는 아닙니다.”허경빈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나는 이기적이고 속도 좁은 사람이거든요. 그자를 무너뜨릴 방법쯤은 수백, 수천 가지도 더 찾아낼 수 있습니다.”평소의 허경빈은 늘 웃음을 달고 다녔다. 능청스럽고 붙임성이 좋아 누구와도 쉽게 어울리는 사람처럼 보였다.하지만 아무리 가볍게 행동해도, 그에게는 결코 물러서지 않는 원칙과 선이 있었다.그리고 지금 그는 모든 사람에게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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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6화

생일을 축하하러 온 손님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박명숙의 주변은 인사를 건네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며 연신 웃음꽃이 피었다.하지만 허씨 집안과 송씨 집안이 함께 앉은 테이블만큼은 예외였다. 그곳에 내려앉은 어색한 침묵은 연회장의 경사스러운 분위기와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다.그야말로 살얼음판이나 다름없어, 누구도 선뜻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허경빈은 평소 사교계에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제멋대로 활보하는 인물이었다. 조금 전 설도윤의 어머니를 상대할 때까지만 해도 거침없는 기세로 연회장을 휘어잡지 않았던가.그런데 막상 송씨 집안 사람들과 마주 앉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다.극명하게 달라진 모습에 주변에서는 낮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그중에서도 가장 기가 막힌 사람은 허진강이었다.허경빈이 초등학생이던 시절, 송씨 집안 딸을 괴롭혀 울린 적이 있었다. 당시 허진강은 송씨 부부를 찾아가 낯간지러운 웃음을 지으며 연신 사과해야 했다.그랬던 아들이 이제는 남의 딸이 사는 집에 들어가 함께 밤까지 보냈다.심지어 설씨 집안의 소동 탓에 그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말았다.결국 허진강은 또다시 체면을 내려놓고 송씨 부부 앞에서 웃어 보여야 했다.그는 송지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지만, 제 아들이 어떤 성격인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함께 밤을 보낸 일도 분명 아들 녀석이 먼저 저질렀을 터였다.허진강은 문득 생각했다.이 아들을 낳은 뒤로 자신의 체면은 진작 헐값이 되어 버렸다고.“오늘 육씨 집안에서 준비한 차가 꽤 괜찮네요. 두 분도 한번 드셔 보십시오.”허진강은 송씨 부부를 향해 억지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들어 올렸다. 어색한 분위기를 견디기 힘들었던 그는 목을 축이는 척 차를 한 모금 마셨다.“차에도 조예가 있으십니까?”송현근이 물었다.“조예라고 할 것까지는 없습니다. 두 분만큼 전문적이지도 않고요. 그저 겉핥기식으로 조금 아는 정도죠.”허진강은 애써 화제를 이어 갔다.“경성에 괜찮은 찻집이 몇 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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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7화

강지택은 육수린을 품에 꼭 안은 채 좀처럼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서은주는 웃으며 외숙모에게 인사를 건넨 뒤에야 낯선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외할아버지가 새로 들였다는 제자가 여자였어?강지택은 전통 방식을 고집하는 장인이었다. 요즘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의 손으로 만드는 보석이 점점 귀해지고 있었다. 그런 기술을 제대로 익히려면 고생도 적잖이 감수해야 했다.서은주는 그녀에게 자리를 권하면서 손에 굳은살이 가득 박혀 있는 것을 눈여겨보았다.말수는 적었고, 맑고 서늘한 목소리에서는 쉽게 다가가기 힘든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와 대조적으로 얼굴은 눈에 띄게 아름다웠다.차갑고도 화려한 미인이었다.수다스럽기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방주헌은 장차 장인이 될 강지택을 보자마자 얼른 곁에 달라붙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허경빈을 두고 아첨꾼이라며 놀려 대더니, 정작 자신도 이제는 차를 따르고 물을 챙기며 시중을 들기에 바빴다.강지택은 박명숙이 앉은 테이블로 안내받았다. 자리를 옮기기 전, 그는 강정한에게 단단히 당부했다.“내 제자 잘 챙겨라.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상했다가는 네가 책임져야 할 게야!”강정한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제 옆에 앉은 여자를 힐끗 바라보며 남몰래 골머리를 앓았다.그도 성격이 무뚝뚝하고 말수가 적은 편인데, 이 여자는 자신보다도 말이 없어 보였다.강정한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가볍게 목을 가다듬었다.“할아버지는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골동품 시장에서 만났어요.”강정한은 작게 웃었다. 집안 어르신이 골동품 시장을 돌아다니며 진귀한 물건을 찾아다니는 것을 워낙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어쩌다 제자가 되신 겁니까?”“어르신께서 기어이 저를 제자로 삼겠다며 따라다니셨어요.”그녀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무덤덤하게 덧붙였다.“경찰에 신고하고 나서야 사기꾼이 아니라는 걸 알았고요.”강정한은 하마터면 마시던 차에 사레가 들릴 뻔했다.“그래서 제자가 되신 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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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8화

강정한은 골치가 아픈 듯 미간을 꾹 눌렀다. 다행히 모두의 관심이 허경빈에게 쏠려 있어 그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없었다.이윽고 생일 연회가 시작되자 장내에는 다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마치 설도윤의 어머니가 일으킨 소동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하지만 허경빈과 송지아가 교제한다는 소식은 사교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양쪽 집안의 배경도 걸맞고, 두 사람 모두 빠지는 데 없는 최고의 결합이라고.한편으로는 허경빈이 송지아 덕을 보게 생겼다며 농담을 주고받으면서도, 설씨 집안을 대하는 태도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심지어 설씨 집안과 사업적으로 얽혀 있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불똥이 튈까 두려워 밤새 서둘러 관계를 끊었다.설도윤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자초지종을 따지려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 병실에는 뜻밖에도 남편이 와 있었다.“당, 당신이 병원엔 어떻게…….”그녀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병상에 앉아 있던 설도윤 역시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감히 입도 열지 못했다.“당신이 전화를 받지 않으니 여기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지.”설조경이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오늘 아주 대단한 일을 벌였더군. 육씨 집안의 생일 연회를 난장판으로 만들다니, 당신 제정신이야?”그는 성큼 다가가 아내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거센 손찌검을 견디지 못한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었다.“이미 송씨 집안의 원한을 산 것도 모자라 육씨 집안과 허씨 집안까지 건드렸어. 이제 우리 집안은 끝이야. 완전히 망했다고!”설조경의 이마에서는 굵은 핏줄이 불거졌고, 얼굴은 분노로 시커멓게 굳어 있었다.“그걸 어떻게 나만 탓해요? 그 계집애가 허경빈과 그런 사이일 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요? 나는…”“입 닥쳐!”설조경은 머리가 터질 듯 화가 치밀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병상에 누운 아들을 노려보았다.“넌 진작 알고 있었으면서 왜 말하지 않았어?”설도윤은 아버지의 호통에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설조경도 바보가 아닌 이상 아들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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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9화

“뭐, 뭐라고요?”허경빈은 두 사람을 따라 옥상으로 올라오면서 추궁을 당하거나 호되게 꾸지람을 들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그런데 이야기는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지아가 누구에게나 깍듯하고 상냥해서 웬만한 일은 다 좋게 넘어갈 것 같지만, 사실은 자기 원칙이 아주 뚜렷한 애야. 한번 마음먹은 일은 쉽게 굽히지도 않고. 설도윤을 대하는 태도만 봐도 알 수 있잖아…”그 말에 담긴 뜻은 분명했다.송지아가 허경빈의 집에 남아 하룻밤을 보낸 것은, 그녀 역시 마음속으로 그와 가까워지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뜻이었다.송지아가 거듭 허경빈의 행동을 받아 주고 눈감아 준 것만으로도 두 사람의 관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송씨 부자는 두 사람의 관계가 이토록 빠르게 진전됐다는 사실에도 놀랐지만, 그보다 송지아가 허경빈에게 보이는 태도가 더욱 뜻밖이었다.허경빈도 바보가 아니었다. 두 사람의 뜻을 알아차리자 얼른 다짐하듯 말했다.“삼촌, 형님. 걱정하지 마세요. 지아는 제가 반드시 책임질게요. 평생 아끼고 잘해 줄 겁니다. 정말 맹세해요!”그는 기다렸다는 듯 충성 맹세를 늘어놓았다.송씨 부자도 오늘 밤 허경빈이 보여 준 모습을 모두 지켜봤다. 그가 송지아를 진심으로 아끼고 보호하려 한다는 사실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그래도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허전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그토록 오랫동안 애지중지 키운 꽃을 웬 돼지 한 마리가 홀랑 채 가 버렸으니 말이다.세 사람이 연회장으로 돌아오자 내내 마음을 졸이던 허씨 부부와 송지아도 그들 사이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것을 보고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민정이는?”송윤재는 딸이 보이지 않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아내가 대답했다.“민찬이가 데리고 갔어. 또 어디서 둘이 놀고 있겠지.”“쟤는 왜 그렇게 민찬이랑 노는 걸 좋아해?”송윤재가 못마땅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민정이는 원래 또래 친구가 별로 없잖아. 게다가 민찬이는 맛있는 것도 사 주고 재미있는 장난감도 선물해 주니까,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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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0화

생일 연회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온 송지아는 부모님과 오빠 부부에게 둘러싸여 한바탕 취조 아닌 취조를 받아야 했다.다들 사고가 꽉 막힌 사람들은 아니었다. 요즘 세상에야 오늘 만나 연애를 시작하고 내일 당장 혼인 신고를 하는 커플도 있는 법이었다.다만 아무리 그래도 귀한 딸이 혹여 상처라도 입을까 걱정되는 부모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이런저런 당부가 한참이나 이어졌다.아버지는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딸 키워 봐야 소용없다더니. 어느새 이렇게 다 커서는 내 눈앞에서 허페파랑 몰래 정분까지 나고.”라비엘 레지던스는 송씨 가족이 사는 빌라 단지와 그리 멀지 않았다.“아빠…”송지아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경빈이한테 자꾸 페파라고 하지 마세요.”“그럼 저팔계라고 부를까?”저팔계?그럴 바엔 차라리 페파가 나았다.송지아는 말없이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슬쩍 화제를 돌렸다.“저 며칠 뒤에 휴가 좀 내려고요.”“연휴 끝나고 계속 바빴잖니. 며칠 쉬는 것도 좋지.”어머니는 쉴 새 없이 일만 해 온 딸이 안쓰러운 모양이었다.“경빈이가 같이 여행 가자고 했어요.”그 말을 듣자 송윤재가 곧장 끼어들었다.“그 자식, 분명 흑심이 있어.”“오빠, 경빈이를 그렇게 나쁘게만 보지 마.”“나도 남자야. 남자 속은 남자가 안다고.”송윤재가 자신만만하게 말하자, 곁에 있던 아내가 태연하게 한마디 던졌다.“그래서 대학 다닐 때 그렇게 나랑 여행 가려고 했구나?”졸지에 과거가 탈탈 털린 송윤재는 할 말을 잃었다.아니, 나도 체면이란 게 있는데!송지아는 슬쩍 형수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치자 은근한 눈빛이 오갔다.처음부터 끝까지 형수는 한결같이 송지아의 편이었다.송윤재는 그런 아내를 보며 기가 막힌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아주 오냐오냐 끼고 살아라.방으로 돌아온 송지아는 휴대폰부터 확인했다.허경빈은 벌써 여행지 몇 곳을 추려 관련 정보를 잔뜩 보내 놓고는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보라고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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