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Kapitel 1211 – Kapitel 1220

1325 Kapitel

제1211화

그리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게 아직도 공주님 소리를 듣다니.듣기만 해도 역겨웠다!그래도 요즘 들어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있었다. 경찰이 드디어 오빠 하이준에 대한 감시를 풀었다는 것이었다.그렇다면 자신도 머지않아 경성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온유란이든 송지아든 두고 보라지.자신이 돌아가는 순간, 둘 다 절대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한편 허경빈은 요즘 출근할 때마다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안색도 유난히 좋아 보여 누가 봐도 좋은 일이 있는 사람 같았다.하지만 그의 실상을 아는 사람은 장 비서뿐이었다.대표님은 요즘 출근만 하면 몰래 딴짓을 하고 있었다.그것도 여행 계획을 짜느라!솔직히 장 비서는 허경빈이 무언가에 이토록 진지하게 매달리는 모습을 지금껏 본 적이 없었다.심지어 허진강마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네가 학창 시절에 이것만큼만 열심히 했어도 명문대는 갔겠다.”“아빠, 제가 아무리 열심히 했어도 명문대는 못 갔어요.”“왜?”“머리가 안 좋잖아요. 전 원래부터 공부할 머리는 아니에요. 장사는 그럭저럭 잘하는데, 책만 펴면 졸려서요.”허진강은 말문이 턱 막혔다.대체 어떻게 저런 낯부끄러운 소리를 저토록 태연하게 할 수 있는지 기가 찰 노릇이었다.허경빈과 송지아가 여행을 떠나기 전, 마침 송윤재 가족도 세 식구가 경성을 떠날 예정이었다.출발을 하루 앞둔 저녁, 허경빈은 송씨 집안의 초대를 받아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다.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도착했을 때, 송민정은 빌라 단지를 돌아다니는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허경빈을 발견한 아이는 반갑게 인사를 건네더니 이내 다시 쪼그려 앉아 고양이를 쓰다듬는 데 열중했다.허경빈이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잔뜩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송윤재의 얼굴이었다.송지아가 남몰래 그에게 눈짓을 보냈다.그제야 허경빈은 며칠 전 있었던 일을 전해 들었다.송윤재가 아내와 딸을 데리고 육강민네 네 식구와 함께 봄나들이를 다녀왔다고 했다. 일정은 무려 2박 3일이었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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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2화

송윤재 가족이 떠나고 나자, 허경빈과 송지아의 여행도 본격적으로 일정에 올랐다.목적은 벚꽃 구경. 일정은 3박 4일이었다.두 사람은 고속열차를 타고 경성을 떠났는데, 가는 길에 뜻밖의 충격적인 소식 하나를 전해 들었다.설도윤의 부모가 이혼했다는 것이었다.허경빈에게 이야기를 들은 송지아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예상했던 일이네.”“근데 네가 모르는 게 하나 더 있어. 설조경이 밖에서 여자를 하나 두고 있었대. 듣기로는 대학생이라는데, 임신한 지도 한 달이 넘었고.”송지아의 눈이 커졌다.“그럼 전부터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거잖아?”“그전까진 그냥 바람만 피운 거겠지. 별생각 없이 만났을 수도 있고. 그런데 하나뿐인 아들이 저 지경이 됐으니 그 여자한테도 기회가 생긴 거야. 뱃속 아이가 아들이면 설조경은 분명 그 여자랑 결혼할걸.”허경빈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설도윤 어머니가 친정 식구들을 데리고 가서 그 여자를 두들겨 팼대. 다행인지 불행인지 애는 안 떨어졌는데, 설도윤 어머니는 경찰에 잡혀갔어. 상대가 절대 합의해 줄 생각이 없다니까 며칠은 안에서 지내야 할 것 같더라.”송지아는 잠시 말이 없었다.뭐라고 평해야 할지조차 난감한 일이었다.두 사람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 무렵이었다.마침 현지에서 지내는 허경빈의 친구가 두 사람을 마중 나와 있었다.“경빈이 형!”남자는 멀리서부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다 송지아를 보자마자 넉살 좋게 인사를 건넸다.“형수님, 안녕하세요!”송지아는 난생처음 누군가에게 ‘형수님’이라는 호칭을 들었다.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귓불은 어느새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친구는 직접 운전해 두 사람의 짐부터 호텔에 가져다 놓은 뒤, 곧장 식당으로 향했다.“제가 여기서 일한 지도 몇 년 됐거든요. 어디가 재밌고 어디가 좋은지는 빠삭해요. 제가 가이드까지 해 드릴 테니까 두 분은 그냥 마음 편하게 즐기시면 돼요.”그는 신이 나서 말을 이어 갔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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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3화

“그 정도야?”허경빈이 미간을 찌푸렸다.“못 믿겠으면 직접 알아보세요. 지금 빈방 있는 호텔이 어디 있나. 길가에 있는 작은 여관까지 방이 다 찼어요.”어찌 됐든 오늘 밤 두 사람이 한 방에서 자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피할 수 없게 됐다.이미 한 침대에서 함께 잠든 적도 있었으니 송지아도 괜히 내숭을 떨 생각은 없었다.무엇보다 몸이 너무 피곤했다. 뻐근한 어깨와 목덜미를 주무르던 송지아는 경성보다 훨씬 높은 기온 탓에 몸에 땀이 밴 것을 느끼고 캐리어를 열어 갈아입을 옷을 꺼냈다.“나 먼저 씻을게.”허경빈은 그녀가 욕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잠시 후, 문 너머로 쏴아 하는 물소리가 들려왔다.무심코 그쪽을 바라본 허경빈은 뒤늦게 황당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이 호텔은 욕실과 침실 사이의 벽이 하필 반투명 유리로 되어 있었다.유리 너머로 송지아의 흐릿한 실루엣이 어른거렸다.선명하게 보이지 않기에 오히려 더 묘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에 허경빈은 목이 바싹 타들어 가는 듯했다.그는 황급히 호텔에서 제공한 생수를 따서 들이켰다.차가운 물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달아오른 열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온몸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나 다 씻었어. 너도 가서 씻어.”욕실에서 나온 송지아는 얇은 잠옷 차림이었다.열린 창문 사이로 밤바람이 불어들자 부드러운 천이 몸에 살짝 달라붙으며 가느다란 실루엣을 드러냈다.허경빈은 입안이 바싹 마르는 것도 모자라 눈길까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한참 뒤, 샤워를 마치고 나온 허경빈은 송지아가 테이블 앞에 앉아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여행까지 와서도 업무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었다.“너 진짜 일 중독이다.”허경빈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급한 일 들어온 거 있나 확인만 하려고.”송지아가 웃으며 대답했다.“계속 바쁘게 살다가 갑자기 이렇게 한가해지니까 오히려 적응이 안 되네.”“어깨 뻐근해?”허경빈은 그녀의 뒤로 다가가 양손으로 어깨를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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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4화

두 사람의 숨결은 어느새 거칠게 흐트러져 있었고, 가슴은 빠르게 오르내렸다.송지아는 맞닿은 몸을 통해 허경빈의 체온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지자 그녀 역시 온몸이 달아올랐다.허경빈의 손끝이 몸 위를 천천히 맴돌 때마다 간질간질한 전율이 번졌다. 송지아는 괜히 움직였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것 같아 몸을 꼼짝도 하지 못했다.애초에 단둘이 여행을 오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 봤다.하지만 설마 여행을 떠난 첫날 밤부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빨랐다.“지아야.”허경빈의 나직한 목소리가 뜨거운 숨결과 뒤섞여 귓가를 달궜다.“응…?”송지아가 웅얼거리듯 대답했다.“너 진짜 많이 보고 싶었어. 안아 보고 싶기도 했고.”라비엘 레지던스가 세간에 알려진 뒤로는 매일같이 기자들이 주변에 진을 치고 있었다. 그러니 예전처럼 송지아가 수시로 허경빈을 찾아가는 것도 이제는 불가능했다.“겁먹지 마. 그냥 너한테 입 맞추고 싶은 것뿐이야. 다른 건 안 해.”불과 몇 분 뒤, 송지아는 뼈저리게 깨달았다.남자가 침대에서 하는 말은 토씨 하나까지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걸!더구나 송지아는 유독 허경빈에게 약했다.늘 그에게 한없이 너그러웠고, 이성이 흐려지고 나면 애써 세웠던 방어선도 결국 하나둘 무너져 내렸다.뜨거운 입맞춤이 입가에서 목덜미로, 다시 움푹 팬 목선으로 번져 갔다.그러고는 조금씩 아래로 내려갔다.살갗을 간질이는 뜨거운 숨결에 송지아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두 사람이 소파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서로에게 빠져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한참 뒤 허경빈이 그녀의 입가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물었다.“여기서 할까, 아니면 침대로 갈까…”여기서?송지아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침대로…”대답하고 나서야 무언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분명 조금 전에는 입맞춤만 하겠다지 않았나?게다가 정신을 차릴 틈도 없는 와중에 내민 선택지가 고작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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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5화

송지아의 눈꼬리에는 아직 붉은 기운이 남아 있었다.허경빈은 뒤에서 그녀를 품에 안고 어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나도 처음이라 서툴렀던 것 같아.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할수록 점점 나아지겠지.”송지아는 진심으로 그의 입을 틀어막아 버리고 싶었다.두 사람은 한동안 쉬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허경빈은 또다시 그녀의 곁을 맴돌며 슬금슬금 달라붙기 시작했다.송지아는 이번엔 절대 안 된다고 단단히 못을 박았지만, 끈질기게 달래고 졸라 대는 이 요망한 인간을 끝내 이기지는 못했다.이런 건 직접 겪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었다.한번 빠져들면 정신을 차리기 힘들 만큼 황홀했다.한번 맛을 알고 나니 자꾸만 생각나고, 쉽게 멈출 수도 없었다.허경빈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아파?”“아파.”보통이라면 여기서 그만하자고 해야 정상일 것이다.하지만 허경빈은 역시 보통 인간이 아니었다.뻔뻔하게도 태연히 말했다.“이번엔 분명 안 아플 거야.”그날 밤 내내 송지아는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했다.온몸이 땀에 젖자 허경빈이 직접 따뜻한 물에 수건을 적셔 와 그녀의 몸을 닦아 주었다.침대 위에 곱게 놓여 있던 장미 꽃잎은 어느새 바닥까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그리고 그 한가운데에서 두 사람의 밤은 불꽃처럼 뜨겁게 타올랐다.*다음 날 아침.허경빈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했다.그는 화면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아예 전원을 꺼 버렸다.그 시각 호텔 아래에서는 두 사람을 데리러 온 친구가 진작부터 차를 세워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오늘 벚꽃 보러 가기로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전화는 꺼져 있지? 설마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걱정이 된 친구는 결국 호텔을 운영하는 지인에게 사정을 알아봤다.그런데 지난밤 당직 직원에게서 돌아온 이야기가 묘했다.새벽 네 시가 넘었을 무렵, 허경빈이 한 차례 룸서비스를 요청해 목욕 수건 두 장과 일반 수건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친구도 바보는 아니었다. 다만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뿐이었다.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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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6화

늦봄 삼월, 꾀꼬리가 날고 초목이 푸르게 우거지는 계절이었다.송지아가 집에 도착한 것은 오후 두 시쯤이었다. 집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쓰러지자, 부모님은 여행하느라 피곤했을 테니 푹 쉬게 두자며 일부러 깨우지 않았다.그런데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를 때까지도 송지아는 좀처럼 일어날 기미가 없었다.결국 어머니가 방문을 두드렸다.“지아야, 이제 그만 자고 일어나서 뭐라도 좀 먹어.”“배 안 고파요.”송지아는 이불 속으로 더욱 파고들어 얼굴만 빼꼼 내밀었다.“너 안색이 별로 안 좋은데?”“밖에서 먹은 음식이 입에 잘 안 맞았나 봐요.”송지아는 찔리는 마음에 시선을 피하며 얼굴을 이불 속에 더욱 깊이 묻었다.“그럼 좀 더 쉬어. 배고프면 그때 나와서 먹고.”어머니는 딸이 안쓰러운지 조용히 방문을 닫아 주었다.거실로 나오자 아버지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아내를 바라봤다.“아지가 왜 저래?”“여행 가서 많이 피곤했나 봐요.”“허페파랑 가서 한 거라곤 꽃구경하고 관광지 돌아다니고 맛있는 거 먹은 것뿐 아니야? 등산을 한 것도 아니고. 벌써 일곱, 여덟 시간이나 잤는데 아직도 저 모양이라고?”아버지가 미간을 찌푸렸다.“꼭 며칠 밤을 꼬박 새운 사람 같잖아.”실제로 송지아는 며칠 밤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원래 그녀는 흐트러지는 법 없이 반듯하게 살아온 사람이었다. 특별한 나쁜 습관도 없었고, 야근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잠들고 일어나는 시간도 늘 일정했다.그런 생활이 허경빈을 만나고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두 사람은 호텔에 틀어박혀 밤낮을 잊고 지냈다. 커튼까지 꼭꼭 닫아 놓은 채 낮인지 밤인지도 모를 정도로 생활 리듬이 완전히 뒤집혀 버렸다.너무 타락했다!허경빈과 사귀기 전의 송지아라면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일이었다.특히 마지막 날 밤의 허경빈은 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분명 이제 그만하고 얌전히 쉬기로 했고, 허경빈도 순순히 동의했다.그러면서도 뻔뻔하게 한마디 덧붙였다.“네 말이 맞아. 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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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7화

“내가 언제 널 건드렸다고 그래.”송지아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네가 절제를 못 하는 거잖아.”“너한테는…”허경빈은 그녀의 귓가에 입을 맞추며 나직이 속삭였다.“원래 절제가 안 돼.”“이 시간에 장난치지 마. 나 졸려.”“난 안 졸린데? 너도 안 졸린 거 알아.”“어차피 곧 날도 밝겠다, 아침 운동이나 하자.”새벽 네 시에 침대 위에서 아침 운동이라니?허경빈도 잘 알고 있었다.경성으로 돌아가면 양가 부모님의 눈이 있는 이상 지금처럼 거리낌 없이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는 어려울 터였다.그래서인지 이번 여행 내내 유난히 자제할 줄을 몰랐다.더구나 이런 일에서는 아무래도 남자인 허경빈 쪽이 힘에서 우세했다. 이제는 송지아가 어디에 약한지도 속속들이 알아 버린 뒤였다.어디를 건드리면 그녀가 힘을 잃는지, 어떤 손길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지도 모두 알았다.한번 붙은 불은 산불처럼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좀처럼 사그라들 줄을 몰랐다.나중에 송지아가 있는 힘껏 그만하라고 하지 않았다면 정말 그대로 녹초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두 사람이 호텔을 나설 때까지도 송지아는 잠이 덜 깨 연신 하품을 했다.그 모습을 보던 허경빈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근데 나 진짜 궁금한 게 있는데. 거의 구십 퍼센트는 내가 움직였잖아. 넌 대체 뭐가 그렇게 피곤해?”저런 뻔뻔한 말을 대체 무슨 낯으로 하는 걸까!그러니 송지아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대로 쓰러져 잠든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그녀가 겨우 몸을 일으킨 건 다음 날, 비서에게서 오늘 회사에 출근할 거냐는 전화가 걸려 온 뒤였다.며칠 동안 쌓인 피로가 이제야 한꺼번에 몰려온 듯 허리는 뻐근하고 다리에는 힘이 없었다. 가볍게 화장까지 했지만 얼굴에 밴 피곤한 기색은 좀처럼 가려지지 않았다.그 모습을 본 경호원이 웃으며 물었다.“아가씨, 이번 여행은 즐거우셨습니까?”“그럭저럭.”경호원은 송지아를 위아래로 한번 훑어보더니 장난스럽게 말했다.“지금 아가씨 모습이 꼭 요괴한테 정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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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8화

요즘 허경빈은 좋은 일이 생긴 사람답게 하루 종일 기분이 들떠 있었다.그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송지아와의 관계에 큰 진전이 있었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챌 정도였다. 기분이 어찌나 좋았는지 육강민을 비롯한 친구들에게 술까지 한턱냈다.그런데 여행에서 돌아온 뒤부터 이상한 일이 생겼다.송지아가 자꾸만 자신을 피하는 것 같았다.입만 열면 일이 바쁘다는 핑계를 댔다.물론 허경빈도 그녀가 정말 바쁘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데이트할 시간조차 없을 만큼 바쁜 건 아니지 않은가.특히 저녁을 함께 먹는 날이면 더욱 수상했다.식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송지아는 기다렸다는 듯 자리를 털고 일어나 쏜살같이 사라졌다.마치 조금이라도 늦었다가는 자신에게 잡아먹히기라도 할 것처럼.내가 그렇게 무서운가? 설마 내가 너무 대단해서 겁먹은 건가?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겠지.이 와중에 저런 뻔뻔한 생각이나 하는 사람은 아마 허경빈밖에 없을 터였다.*사실 송지아가 요즘 허경빈을 피하고 있는 건 맞았다.허경빈은 도무지 적당히라는 걸 모르는 인간이었다. 그녀를 아끼고 걱정해 주는 건 분명했지만, 가끔은 정말 너무 격렬해서 감당하기 힘들 때가 있었다.분명 동갑내기인데도 송지아는 도무지 그의 체력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계속 허경빈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뒀다가는 정말 몸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마침 최근 회사가 바쁜 것도 사실이었다.여성의 날을 앞두고 각종 행사 준비가 줄줄이 잡혀 있어 어머니의 선물까지 직접 알아볼 여유가 없었다. 결국 조금 편한 길을 택해 서은주에게 부탁했고, 강씨 집안을 통해 어머니께 드릴 비취 목걸이를 하나 주문했다.고마운 마음에 송지아는 따로 서은주에게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사실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요.”서은주가 웃으며 말했다.“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뭐 먹고 싶어요?”“난 다 괜찮아요.”식당은 송지아가 골랐다.두 사람이 식사를 마쳤을 무렵, 서은주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곧이어 육강민의 전화가 걸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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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9화

솔직히 말하면, 그저 질투가 났던 것이다.하채린 역시 하씨 집안의 아가씨였다. 원래라면 자신도 모두에게 공주처럼 떠받들리며 허경빈 같은 남자와 결혼했어야 했다.송지아쯤은 만만하게 상대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정작 건드려 보니 생각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하채린의 얼굴이 희미하게 굳었다.그녀는 곁눈질로 제 오빠를 바라봤다. 당연히 자신을 두둔해 줄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하이준의 시선은 줄곧 서은주에게 머물러 있었다.서은주는 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살짝 붉어진 상태였다.그 모습이 유난히 아름다웠다.하채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문득 예전에 있었던 일들이 하나둘 떠올랐다.하씨 집안에서 서은주가 아이와 물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고 품위가 없다며 비꼬았다가 오빠에게 호되게 꾸지람을 들었던 일도 있었다.설마 오빠가 서은주를…?“은주야.”낮고 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하채린의 생각을 끊었다.육강민이었다.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그는 평소처럼 서늘하고 빈틈없는 분위기를 풍기며 다가왔다. 자연스럽게 서은주의 어깨를 감싸 안은 뒤, 하이준에게 시선을 돌렸다.“오랜만입니다.”하이준은 이미 서은주에게 향했던 시선을 거둔 뒤였다.그 역시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네요. 꽤 오랜만입니다.”“몸은 좀 어떻습니까?”“괜찮습니다.”과거 육강민은 하이석과 손잡고 하이준을 함정에 빠뜨린 적이 있었다.서로 철천지원수나 다름없는 사이면서도 얼굴을 마주하면 아무렇지 않게 안부를 주고받는 모습이라니.차에 올라탄 서은주는 새삼 감탄하듯 중얼거렸다.“어른들끼리 하는 가식적인 인사란…”육강민이 웃으며 그녀를 바라봤다.“사업하는 사람들이 전부 친구일 것 같아? 오늘은 칼을 겨누다가도 내일이면 형님, 아우 하면서 웃는 일이 흔해. 그래도 하이준은 조심해. 되도록 가까이하지 말고.”“알아요. 오늘은 정말 우연히 마주친 거예요.”서은주는 잠시 생각하다 말을 이었다.“그런데 경찰이 정말 감시를 풀어 줬나 봐요. 하이준 씨가 저렇게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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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0화

식당 안.은빛 포크가 새하얀 도자기 접시 위를 긁으며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냈다.하채린은 조심스레 오빠를 바라봤다.하이준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온화하고 무해해 보이는 웃음이었지만, 이상하리만치 섬뜩한 기운이 감돌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졌다.“이제 막 귀국했으니 얌전히 지내.”하이준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천천히 스테이크를 썰었다.“특히 서은주는 건드리지 말고.”“아, 알겠어요…”하채린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연신 마른침을 삼켰다.오빠가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던 순간을 그녀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자신이 키우던 토끼가 하이준의 옷을 더럽힌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화를 내기는커녕 별다른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그런데 바로 다음 날.그 토끼가 요리가 되어 식탁 위에 올라왔다.제 오빠는 정말이지 소름 끼치는 인간이었다.대체 서은주가 뭘 했기에 이런 사람의 관심을 끌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친어머니인 박윤희조차 하이준 앞에서는 함부로 말 한마디 하지 못할 정도였다.룸 안에는 시종일관 기묘하고 숨 막히는 분위기가 감돌았다.그러나 식당을 나서는 순간, 하이준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전혀 다른 얼굴을 꺼내 들었다. 세 사람은 남들 앞에서 화목한 가족처럼 행동했고, 하이준 역시 누구에게나 예의 바르고 친절했다.그러다 세 사람이 차에 오르려던 순간이었다.갑자기 한 여자가 옆에서 뛰쳐나와 앞을 가로막았다.휠체어에 앉아 있는 하이준은 재빨리 피할 수도 없었다. 결국 여자는 그대로 달려들어 그의 다리를 끌어안았다.“제,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우리 아들 좀 살려 주세요…”다름 아닌 설도윤의 어머니였다.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이 있다.설도윤의 어머니는 이미 송씨 가문과 허씨 가문, 육씨 가문까지 모조리 적으로 돌린 상태였다. 이제 경성에서 그녀에게 손을 내밀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하이준밖에 없었다.“제 아들만 구해 주시면 뭐든 하겠습니다. 정말 뭐든 시키는 대로 할게요.”그녀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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