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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apítulo 1261 - Capítulo 1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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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1화

“밥은 잘 챙겨 먹고 있어요. 다만 외국 음식이 입에 잘 안 맞아서요.”“그럼 돌아오…”박윤희는 말을 잇다 말고 아들을 흘끗 바라보았다.하이준의 낯빛이 싸늘하게 굳어 있는 것을 보자, 딸에게 귀국하라고 하려던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그대로 삼켜졌다.“그럼 한국인 요리사를 한 명 고용해서 네 입맛에 맞는 음식을 해 달라고 해.”하채린은 고개를 끄덕인 뒤, 겁먹은 눈으로 오빠를 살폈다.“서재에서 기다릴게.”하이준은 그 말만 남기고 휠체어를 돌려 서재로 향했다.하채린은 긴장한 채 마른침을 삼켰다.“네 오빠 상태가 심상치 않아 보여. 가서 말조심해.”박윤희가 딸에게 당부했다.두 모녀는 하이준 몰래 허경빈을 함정에 빠뜨린 이후로 줄곧 마음을 졸이며 살아왔다.하채린은 하이준이 즐겨 마시는 차를 우려 서재로 가져갔다.“오빠…”떨리는 목소리로 부르며 찻잔을 그의 앞에 내밀었다.그러나 하이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채린이 뜨거운 찻잔을 두 손으로 받쳐 든 채 서 있도록 내버려 두었다.끓는 물의 열기가 찻잔을 뚫고 전해져 손끝이 타들어 가듯 아팠지만, 하채린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무릎 꿇어.”하이준은 무릎 위에 덮인 얇은 담요를 태연히 매만졌다.하채린은 순간 굳어 버렸다.“같은 말을 두 번 하게 만들지 마.”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음산하리만치 차가웠다.“네가 스스로 무릎 꿇기 싫다면, 사람을 시켜서라도…”결국 하채린은 찻잔을 든 채 천천히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비굴하게 허리를 숙인 모습이 꼭 천한 몸종 같았다.오빠라고?그의 앞에서 자신은 개만도 못한 존재였다.하채린은 때때로 의심했다. 저 남자의 몸에는 피가 아니라 얼음이 흐르는 게 아닐까 하고.그제야 하이준이 손을 뻗어 찻잔을 받아 들었다. 그는 잔 위로 피어오르는 김을 천천히 불어 내며 물었다.“갑자기 왜 귀국했지?”“그, 그냥 오빠랑 엄마가 보고 싶어서…”하이준의 입에서 싸늘한 웃음이 흘러나왔다.“우리가 보고 싶었다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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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2화

하이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하채린을 바라보았다.“지금 당장 떠나. 곧바로 출국해.”“오빠, 저 이제 막 돌아왔는데…”하채린은 더 말해 보려 했지만, 하이준의 얼음장 같은 눈빛에 눌려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박윤희는 이제 막 돌아온 딸을 곧장 떠나보내려니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아들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보낼 거라도 집에서 밥 한 끼는 먹게 해 주지 그랬니.”“집에 붙잡아 두라고요?”하이준이 차갑게 비웃었다.“그러다 밥도 못 먹고 죽을까 봐 그러죠.”*박윤희는 감히 아들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 결국 직접 하채린을 배웅하러 나섰다.공항에서도 두 모녀는 애틋한 작별 인사를 나누며 진한 모녀애를 과시했다.하지만 하채린은 애초부터 경성에 오래 머무를 생각이 없었다. 온유란이 가슴이 찢어지는 듯 괴로워하는 모습과 송지아가 병색이 완연한 얼굴로 힘없이 서 있는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언제까지고 저들만 행복에 겨워 살게 둘 수는 없었다.공주님이라고?웃기고 있네.그나저나 송씨 집안과 허씨 집안의 능력은 대단했다. 그런 일을 이토록 철저하게 숨기다니.허경빈은 송지아에게 정말 한결같았다. 하채린은 당연히 그가 송지아를 버릴 줄 알았다.하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허경빈이 그녀를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송지아가 고통받을 때 그 역시 더욱 괴로울 테니까.왜 다른 사람들은 모두 행복한데 자신만 고통을 견뎌야 한단 말인가.하채린은 손을 뻗어 배를 어루만졌다.그들은 자신의 아이까지 없애 버렸다.“가서 몸조심하고, 네 몸 잘 챙겨.”박윤희는 거듭 딸에게 당부했다. 하채린이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뒤에야 몸을 돌려 공항을 떠났다.*묘원 안.휴대전화가 진동하자 허경빈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한적한 곳으로 걸어가 전화를 받았다.“지금 어디 있어?”“같은 비행기에 탔습니다. 곧 이륙할 예정입니다.”“계속 붙어 있어. 어디에 머무는지 알아내고, 가능하면 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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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3화

바로 그 순간, 온유란은 끝내 참아 왔던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갑자기 연우진을 품에 끌어안고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연우진은 깜짝 놀라 군밤 봉지를 손에 꼭 쥔 채 어쩔 줄 몰라 했다.하지만 워낙 일찍 철이 든 아이라 조그만 손을 뻗어 온유란의 등을 가만가만 두드리며 달래 주었다.하이석은 옆에 서 있었지만 지금은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뒤따라 들어온 연위성과 가볍게 눈인사를 나눌 뿐이었다.온유란은 어린아이 앞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것이 못내 부끄러웠다.그때 연우진이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유란 이모, 저 방금 한 가지 사실을 알아냈어요…”“무슨 사실?”“예쁜 사람은 울 때도 예쁘네요. 이게 바로 전설로만 듣던 선녀의 눈물인가요?”하이석과 연위성은 동시에 할 말을 잃었다.저 녀석은 대체 누구에게 저런 능글맞은 말을 배운 걸까.반면 온유란은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선녀의 눈물은 무슨.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어?”“이제 울지 마세요. 제가 군밤 까 드릴게요.”연우진은 군밤 하나를 까서 온유란의 입에 쏙 넣어 주었다. 그러고 나서야 손을 씻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종종걸음으로 화장실을 향해 뛰어갔다.손을 씻고 돌아온 연우진이 배가 조금 고프다고 하자, 현정민도 아이에게 국 한 그릇을 떠 주었다. 연우진은 온유란의 곁에 앉아 함께 음식을 먹었다.“유란 이모, 심심하시면 제가 학교 끝나고 보러 올게요.”온유란은 고개를 끄덕였다.바라볼수록 의젓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다.식사를 마친 연우진은 온유란과 함께 산책까지 했다.연우진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동생이 태어난 뒤로는 제법 듬직한 형의 모습까지 갖추었다.하이석과 연위성은 마당을 거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한참 동안 침묵하던 연위성이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설도윤과 그 어머니, 당신이 데리고 있죠?”“아니요.”“경찰이 그 두 사람을 찾느라 발칵 뒤집혔는데도 흔적조차 못 찾았어요. 경성 전체를 통틀어도 그런 일을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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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4화

허경빈은 송씨 집안 식구들과 한 사람씩 인사를 나누었다.“형.”그가 송윤재를 바라보았다. 송지아에게 일이 생긴 뒤로는 대부분의 시간을 경성에서 보냈지만, 이상하게도 한동안 송윤재와 마주친 적이 없었다.“한참이나 못 본 것 같은데요.”송윤재가 고개를 끄덕였다.“경성을 떠나서 처리할 일이 좀 있었어. 오늘 저녁에 한잔할래?”“저 내일 볼일이 있어서 출국해야 해요. 그래서 많이는 못 마셔요.”“괜찮아. 조금만 마시자.”“경빈 삼촌…”송민정이 품에 안아 달라며 달려왔다.아이는 허경빈을 무척 좋아했다. 그의 품에 매달려 함께 소꿉놀이를 하자고 졸랐다.송지아는 소파에 앉아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식사 전, 송지아는 손을 씻으러 갔다.화장실에서 막 나오려던 순간 허리를 감싸는 힘이 느껴지더니, 누군가 뒤에서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익숙한 품과 따스한 체온이 느껴지자 긴장해 있던 온몸이 저절로 느슨해졌다.“뭐 하는 거야? 누가 보면 어떡하려고.”송지아는 웃으며 허리에 감긴 그의 손을 가볍게 두드렸다.“보면 좀 어때. 우리 연인 사이잖아. 바람피우는 것도 아니고.”“너 정말…”원래도 가느다란 허리가 요즘 들어 더욱 야위어 있었다.허경빈은 고개를 숙여 송지아의 어깨에 턱을 기댄 뒤, 목덜미를 살며시 문질렀다. 코끝에서 흘러나온 뜨거운 숨결이 귓가를 간지럽히자 송지아는 간지러운 듯 목을 움츠렸다.이윽고 뜨거운 입술이 목덜미 위로 내려앉았다.민감한 곳을 건드리는 감촉에 온몸이 저릿해지며 힘이 풀렸다. 송지아의 입술 사이로 나지막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허경빈이 소리 내어 웃었다.“그만 장난쳐.”송지아는 눈을 흘기며 타박했지만, 목소리에는 조금도 나무라는 기색이 없었다.“너 오늘은 좀 다르다?”송지아는 그에게 등을 보이고 있어, 눈동자에 스쳐 간 당황한 기색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흐트러진 호흡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뭐가 다른데?”“예뻐.”허경빈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여 그녀의 귓가에 입을 맞췄다.“원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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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5화

송씨 집안 사람들의 얼굴에는 저마다 다른 표정이 떠올랐다.가장 먼저 감정을 참지 못한 사람은 송지아의 할머니였다. 그녀는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그 모습을 본 송만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당신은 손녀를 시집보내기가 그렇게 서운해? 지아가 결혼한다는 말만 나오면 울잖아. 아이들이 보고 웃겠어.”“지아가 정말 시집간다고 생각하니 섭섭해서 그렇죠.”송지아의 할머니는 눈물을 머금은 채 웃었다.허경빈도 그녀를 향해 미소 지었다.“할머니, 저희도 계속 경성에서 살 거예요. 지아와 자주 찾아뵐게요.”“그래, 안다. 네가 참 좋은 아이라는 걸.”*그날 식사는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다.식사가 끝난 뒤, 허경빈과 송지아는 둘만의 산책을 나갔다.정처 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라비엘 레지던스 앞에 도착해 있었다.허경빈은 한동안 이곳에 머물지 않았다. 그래도 가사도우미가 정기적으로 찾아와 청소한 덕분에 집 안은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요즘 송지아는 유난히 허경빈의 곁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그가 전화를 받는 동안에도 품속에 파고들어 앉은 채, 손목에 달린 커프스단추를 만지작거렸다.통화를 마친 허경빈이 시간을 확인했다.“이제 늦었어.”“나 집에 가기 싫어.”송지아는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응석을 부렸다.결국 허경빈은 송씨 집안에 전화를 걸어 송지아가 오늘 이곳에서 머물겠다고 알렸다. 가족들도 별다른 말 없이 그러라고 했다.나란히 침대에 누운 송지아는 덥다며 계속 몸을 뒤척였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꼼지락거리자 허경빈이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한 번만 더 움직여 봐.”그의 눈매가 짙게 휘었다.“그럼 오늘 밤은 안 재울 거야. 둘이서 인체 구조나 제대로 연구해 보자고.”“그러고 보니 학교 다닐 때 물리 교과서에서 남녀의 신체 구조를 배웠던 거 기억나? 그림까지 있었잖아. 그 나이에는 수업 시간에 그런 걸 배우는 것만으로도 괜히 민망했는데.”송지아가 어이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그건 생물 교과서거든? 물리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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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6화

송지아의 말투는 담담했다.하지만 목소리는 자꾸만 떨렸고, 얼굴에는 무력감과 절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지아야, 내가 이미 이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의사에게 연락해 뒀어. 몸을 잘 돌보고 치료받으면 아직은…”“오빠, 나 어린애 아니야. 그러니까 달래려고 하지 마.”송윤재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경빈이는 아이를 정말 좋아해. 나랑 아이를 낳아서 미식축구팀 하나를 만들고 싶다고도 했어. 자기는 아이가 없어도 상관없다고 말하겠지만…”송지아는 붉어진 눈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오빠, 난 그렇게 못 해.”“연애라는 건 원래 행복하고 즐거워야 하잖아. 그런데 요즘 경빈이는 늘 내 곁만 지키고 있어. 회사 일까지 전부 삼촌에게 떠넘기고 말이야. 나는 이미 충분히 그 사람의 짐이 됐어. 그런데 이제 와서 아이까지 낳을 수 없다고 어떻게 말해?”“그럼 경빈이는 어쩌라고? 아이를 포기하고 나와 결혼해야 할까? 아니면 나를 버려야 할까?”송지아는 눈물이 고인 채 오빠를 올려다보았다.“그것도 아니면… 우리가 끝까지 숨겨야 할까?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은 채, 아무것도 모르는 경빈이가 행복하게 나와 결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맞을까?”오빠인 송윤재도 동생의 일 앞에서는 이기적이었다.그 역시 진심으로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허경빈에게 모든 사실을 숨기고, 두 사람이 그대로 결혼해 평생 함께 살아가도록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가자.”송윤재는 이제 떠나야 한다는 뜻으로 동생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집으로 돌아가 보니 송지아의 어머니와 형수가 짐을 정리해 주고 있었다.송민정은 짐을 싸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물었다.“고모, 어디 가세요?”“고모가 몸이 안 좋아서 치료받으러 가야 해.”송지아는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병원에 가세요?”“응.”“저 경빈 삼촌네 집에 가서 고양이도 보고 싶고, 민찬이 오빠랑도 놀고 싶은데…”송지아는 잠시 멈칫했다가 웃으며 말했다.“그럼 고모가 고양이도 보여 주고, 민찬이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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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7화

온유란은 막 가족을 잃은 데다 임신 중이라 곁을 떠날 수 없었고, 육남혁의 집에는 태어난 지 몇 달밖에 안 된 아이가 있었다.그렇다고 해서 방주헌을 데려온다면 최악의 결말만 남길 터였다. 만약 허경빈이 미쳐 날뛰기라도 하면, 방주헌은 말리기는커녕 그보다 더 날뛸 인간이었다. 둘을 붙여 놨다가는 누가 더 신났는지 겨루기라도 할 게 뻔했다.“네가 언제부터 그렇게 말을 잘 들었어? 하이석이 오라고 한다고 순순히 따라오게?”“성세그룹과 하씨 그룹의 협력 사업에서 우리 쪽 이익을 일 퍼센트 더 보장해 주겠다고 하더라고.”허경빈은 이를 악물었다.그는 육강민이 형제간의 의리 때문에 따라온 줄 알았다.알고 보니 철저히 이익에 따른 선택이었다.비행기가 이륙한 뒤에야 허경빈은 옆자리에 앉은 육강민을 바라보았다.“난 하채린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나를 막지 마. 그 여자를 갈기갈기 찢어 죽여도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으니까.”육강민은 잡지를 넘기며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허경빈이 문득 감탄하듯 중얼거렸다.“A국… 정말 좋은 곳이야.”두 사람이 향하는 곳은 M국이 아니라 A국이었다.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현지 시각은 새벽이었고, 공항 밖에는 마중 나온 차가 기다리고 있었다.차에 올라탄 허경빈은 가장 먼저 송지아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의 목소리를 들어야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경빈아, 너도 참 어지간히 달라붙는구나.”육강민이 짓궂게 놀렸다.“내가 달라붙는 게 아니라 지아가 나한테 달라붙는 거야. 너는 지아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를걸? 이제는 한시도 나와 떨어져 있으려고 하질 않아.”허경빈은 약이 오를 만큼 우쭐한 미소를 지었다.“여자 친구가 나를 너무 사랑해도 문제라니까. 너는 이런 고민이 뭔지 모르겠지.”육강민은 고개를 돌려 창밖만 바라볼 뿐, 대꾸하지 않았다.“왜 아무 말도 안 해? 부럽고 질투 나서 그래?”“송지아도 참 안됐다. 젊은 나이에 벌써 눈이 멀어서 하필 너 같은 놈을 좋아하게 됐으니.”허경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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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8화

허경빈은 육강민의 손에서 권총을 건네받아 무게를 가늠하듯 손바닥 위에서 몇 번 움직여 보았다.그러고는 육강민을 향해 웃었다.“역시 사격장에서 쓰던 것과는 다르네. 손에 잡히는 느낌부터 완전히 달라. 정말 그 여자를 죽일 생각이야?”육강민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형수님이 지아처럼 됐다면 너는 어떻게 했을 것 같아…?”육강민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난 그저 지아와 평범하게 연애하고 싶었어. 데이트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함께 밥을 먹고 영화도 보면서 다른 연인들처럼 살고 싶었을 뿐이야.”허경빈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난 하채린을 먼저 건드린 적도 없어. 그 여자가 그런 꼴이 된 것도 전부 자업자득이잖아. 그런데 왜 굳이 지아까지 노린 거야?”허경빈도 한때는 그 이유를 두고 오랫동안 고민했다.그러나 이제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는 파렴치한 인간들의 생각을 영원히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허경빈은 손에 든 권총을 천천히 쓸어내렸다.“우린 서로 건드리지 않고 살 수도 있었어. 먼저 손을 댄 건 그 여자야. 이 나라에서는 사람이 죽거나 실종되는 일이 흔하다던데. 워낙 치안이 엉망이니까.”*육강민은 말없이 차창 밖만 바라보았다.차가 도심으로 들어섰을 때, 이 도시의 화려하고 떠들썩한 밤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허경빈은 전혀 서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롭게 휴대전화를 뒤적이더니, 운전사에게 유명한 관광 명소로 데려가 달라고 했다.“배고프지? 우리 먼저 뭐라도 먹자.”“난 안 배고파.”육강민에게는 한가롭게 밥을 먹을 기분이 아니었다.“먹기 싫으면 내가 먹는 거라도 구경해.”육강민은 할 말을 잃었다.허경빈이라면 정말 자신을 옆에 앉혀 놓고 혼자 태연하게 밥을 먹을 인간이었다.그뿐만이 아니었다.허경빈은 육강민에게 자신의 사진까지 몇 장 찍어 달라고 했다. 이후에는 야시장을 몇 바퀴나 돌아다니며 송지아에게 줄 선물을 사겠다고 했다.“송지아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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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9화

설도윤의 어머니도 나이를 속일 수는 없었다.한동안 하채린의 뺨을 후려치던 그녀는 금세 숨이 차올랐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머리카락을 몇 번이나 사납게 잡아당겼다.하채린은 머리를 감싸 쥐고 아프다며 비명을 질렀다.“미쳤어요?”마침내 반격에 나선 하채린이 그녀를 힘껏 밀쳐 냈다.“네가 아니었으면 내가 이 꼴이 됐겠어?”설도윤의 어머니는 이를 갈며 소리쳤다.“미친 여자 같으니라고!”하채린은 맞은 뺨을 만졌다가 아픔에 연신 신음을 흘렸다.“네가 송지아를 해쳤고, 나를 협박해서 온유란까지 죽이려 했잖아! 전부 네가 시킨 일이야. 아니라고 잡아뗄 셈이야?”설도윤의 어머니는 두 눈이 핏발로 붉게 물든 채 등을 잔뜩 구부리고 있었다.마치 지옥에서 기어 나온 악귀 같았다.얼굴은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한번 상대를 물면 죽을 때까지 놓지 않을 짐승처럼 보였다.하채린이 차갑게 비웃었다.“증거는 있어요?”“없어.”“그럼 함부로 지껄이지 마세요.”하채린은 몸을 일으켰다.그제야 정신을 가다듬고 주변을 자세히 살펴볼 여유가 생겼다.새하얀 벽과 창문 하나, 침대 하나가 놓인 단출한 방이었다. 한쪽에는 의료용 기구를 실은 이동식 카트도 있었다.아무리 보아도 병원 같았다.“나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너는 외국에 숨어서 호의호식해?”설도윤의 어머니는 눈이 찢어질 듯 부릅뜨며 분노했다.“잘 들어요. 우리 오빠는 힘 있는 사람이에요. 또 감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어내면, 오빠에게 말해서 당신을 바다에 던져 물고기 밥으로 만들어 버릴 거예요.”하채린은 코웃음을 치며 그녀를 밀어냈다.방문을 열고 나가려던 하채린은 미처 보지 못했다.뒤에 남겨진 설도윤의 어머니가 의료용 카트 위에 놓인 봉합사 제거용 가위를 움켜쥐었다는 것을.“여기는 대체 어디야? 왜 아무도 없는 거야?”하채린이 낮은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었다.그때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기척을 느낀 하채린이 반사적으로 돌아보는 순간, 설도윤의 어머니가 가위를 치켜든 채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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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0화

그는 정말 소년 같은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몸에 잘 맞는 얇은 흰색 셔츠를 입고, 단추를 몇 개 풀어 둔 모습은 더없이 깨끗하고 산뜻해 보였다.그러나 창백한 조명이 새카만 눈동자에 스며드는 순간, 그 빛은 사람을 베어 낼 듯 날카롭고 서늘한 칼날로 변했다.“허, 허…”하채린의 입안에는 비릿하고 달착지근한 피 맛이 가득했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피 때문에 허경빈의 이름조차 제대로 부르지 못했다.“왜 그래?”허경빈이 눈부시게 웃었다.그러나 눈에는 조금도 웃음기가 없었다.“며칠 전 장례식장에서는 먼저 아는 척까지 하더니, 벌써 내가 누군지 잊었어? 아직 젊은데 기억력이 왜 이렇게 나빠?”사악하고도 위태로운 미소였다.하채린은 이런 모습의 허경빈을 본 적이 없었다.분명 웃고 있는데도 지독하게 위험해 보였다.“나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하채린은 아직도 피가 흐르는 다리를 붙잡았다.허경빈은 쓰레기라도 내려다보듯 그녀를 싸늘하게 훑어보았다.“네가 한번 맞혀 봐.”그가 웃으며 말했다.하채린의 심장이 불안하게 요동쳤다.설도윤의 어머니가 이곳에 나타난 것도 전부 허경빈 때문이었다.그가 자신을 쫓아 외국까지 온 것이다.뒤에서는 설도윤 어머니의 처절하고 기괴한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하채린은 달아날 틈을 찾으며 허경빈과 함께 온 사람들을 빠르게 살펴보았다.현지 폭력 조직에 속한 자들처럼 보였다. 돈만 받으면 살인이나 강도질도 서슴지 않을 부류였다.그들 가운데에는 하채린도 아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육강민이었다.“육, 육 대표님.”육강민이 무심하게 그녀를 흘겨보았다.본래도 사람을 압도하는 기세가 강한 남자였다. 그가 그저 눈길 한 번 주었을 뿐인데도 숨 막히는 압박감이 덮쳐 왔다.하채린은 간이 떨릴 만큼 두려웠다.그 순간, 설도윤의 어머니가 다가왔다.하채린은 도망치려 했지만 허경빈의 뒤에 서 있던 건장한 남자가 앞을 가로막았다.설도윤의 어머니는 하채린의 팔을 붙잡고 또다시 몸싸움을 벌였다.젊은 하채린이라면 본래 나이 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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