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아의 말투는 담담했다.하지만 목소리는 자꾸만 떨렸고, 얼굴에는 무력감과 절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지아야, 내가 이미 이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의사에게 연락해 뒀어. 몸을 잘 돌보고 치료받으면 아직은…”“오빠, 나 어린애 아니야. 그러니까 달래려고 하지 마.”송윤재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경빈이는 아이를 정말 좋아해. 나랑 아이를 낳아서 미식축구팀 하나를 만들고 싶다고도 했어. 자기는 아이가 없어도 상관없다고 말하겠지만…”송지아는 붉어진 눈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오빠, 난 그렇게 못 해.”“연애라는 건 원래 행복하고 즐거워야 하잖아. 그런데 요즘 경빈이는 늘 내 곁만 지키고 있어. 회사 일까지 전부 삼촌에게 떠넘기고 말이야. 나는 이미 충분히 그 사람의 짐이 됐어. 그런데 이제 와서 아이까지 낳을 수 없다고 어떻게 말해?”“그럼 경빈이는 어쩌라고? 아이를 포기하고 나와 결혼해야 할까? 아니면 나를 버려야 할까?”송지아는 눈물이 고인 채 오빠를 올려다보았다.“그것도 아니면… 우리가 끝까지 숨겨야 할까?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은 채, 아무것도 모르는 경빈이가 행복하게 나와 결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맞을까?”오빠인 송윤재도 동생의 일 앞에서는 이기적이었다.그 역시 진심으로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허경빈에게 모든 사실을 숨기고, 두 사람이 그대로 결혼해 평생 함께 살아가도록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가자.”송윤재는 이제 떠나야 한다는 뜻으로 동생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집으로 돌아가 보니 송지아의 어머니와 형수가 짐을 정리해 주고 있었다.송민정은 짐을 싸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물었다.“고모, 어디 가세요?”“고모가 몸이 안 좋아서 치료받으러 가야 해.”송지아는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병원에 가세요?”“응.”“저 경빈 삼촌네 집에 가서 고양이도 보고 싶고, 민찬이 오빠랑도 놀고 싶은데…”송지아는 잠시 멈칫했다가 웃으며 말했다.“그럼 고모가 고양이도 보여 주고, 민찬이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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