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없는 산에서 왕 노릇 하던 육가희의 기세는 육강민이 등장하자마자 꺾여 버렸다.“경호원은 왜 부른 거지?”육강민이 그녀를 똑바로 내려다봤다.숨 막히는 압박감에 육가희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그, 그게…”말끝을 흐리던 그녀는 서은주를 가리켰다.“저 여자가 저를 욕했어요.”“이유가 뭔데?”육가희는 차마 답하지 못했고, 대신 구경꾼 중 한 명이 불난 집에 기름 붓듯 튀어나왔다.“서은주 씨가 가진 아이를 잡종이라고 했습니다.”순간, 육강민의 눈빛이 서늘하게 번뜩였다.그 살기에 육가희는 하마터면 다리가 풀릴 뻔했다.“우리 가문에서 그렇게 가르쳤냐?”육강민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감히 육가희 편을 들지 못했다.그때, 또 다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밖에 나가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규율을 잊고 저렇게 날뛰는 법이지.”목소리가 워낙 묵직하고 매력적이어서 서은주조차도 무심코 시선을 돌렸다. 단정하면서도 차분한 인상을 풍기는 검은 옷차림의 그 남자는 안경 너머로 눈빛이 깊게 내려앉아 있었다.난폭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냉담한 아우라가 전신을 감쌌다.“육가희, 오늘 정말 재수가 없나 보네. 방주헌도 왔고, 거기다 좀처럼 얼굴 안 비치는 육씨 가문의 장남까지 나타났잖아.”육강민의 친형, 육씨 가문의 장남, 육남혁이었다.“육남혁은 대학교 교수님이라 원래 파티에는 잘 안 나온다던데. 오늘은 정말 이례적이네.”“솔직히 말해서, 이 집안 형제들 너무 잘생긴 거 아니야? 형은 지적이고 둘째는 보통 카리스마가 아니잖아.”육가희는 평소 보기 힘든 육남혁까지 등장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그간 안녕하셨어요?”육남혁은 안경을 살짝 밀어 올리며 웃었다.“나는 안녕하다만...”그는 시선을 돌려 육강민을 힐끗 봤다.“멀쩡한 창립 기념일을 네가 이렇게 만들어놨으니, 네 작은 아빤 아무래도 안녕하지 못할 것 같구나.”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육강민에게로 쏠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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