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hapter 321 - Chapter 330

644 Chapters

제321화

서은주는 그저 미소 지으며, 딸의 부드러운 얼굴을 쓰다듬었다.눈은 볼 수 없지만, 손끝으로 느끼며 머릿속에 아이의 모습을 그려보고, 손으로 몸을 가늠하며 중얼거렸다.“수린이, 또 조금 자란 것 같네요.”황금자가 웃으며 말했다.“그럼요. 아기들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요. 눈 깜짝할 사이에 쑥쑥 크죠.”“그런가요?”서은주는 씁쓸하게 웃었다.안타깝게도, 그녀는 볼 수 없었다.*한편, 경성으로 돌아온 육강민을 육지성이 직접 공항에 마중 나갔다. 육지성은 그가 입고 있는 옷차림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우리 친애하는 대표님 꼴이 왜 이래? 요즘 코스프레에라도 빠진 건가?’공항 휴게실에서 정장으로 갈아입고 난 뒤, 육강민은 그대로 성세 그룹으로 향했다.여전히 위압적인 기세로, 주변을 압도하는 육강민이 맞았다.육지성은 멍하니 바라볼 뿐, 도대체 뭘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육지성은 머릿속에 물음표는 많았지만, 함부로 묻지도 못했다.회사 일을 마친 육강민은 그길로 육민찬 데리러 유치원으로 향했다.녀석은 오랜만에 보는 육강민에 눈가가 붉어졌다.“아빠!”녀석은 너무나 신난 나머지 달려오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고 말았다. “으아!”육민찬은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육강민이 다가가 녀석을 품에 안고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었다.“민찬이 남자잖아. 넘어졌을 뿐인데 우는 거야?”“아빠 없는 동안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를 거예요! 큰 아빠는 진짜 사람이 아니에요.”“큰 아빠가 널 어떻게 했는데?”“공부만 시키고, 겨우 쉬는 날인데도, 대학교로 데려가 수업 듣게 하고, 대학 분위기도 느껴보라고, 인격을 단련시킨다나 뭐라나…”녀석은 서러움이 폭발하며, 육강민을 붙잡고 마음껏 울었다.육강민은 가볍게 헛기침하며 녀석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하지만 집에 돌아와 육남혁을 보자, 육민찬은 더 이상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린 것이다.“아빠, 이제 안 떠날 거죠?”육민찬의 얼굴에 기대감이 가득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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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마을은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는 평온한 곳이었기에 이 시간에는 개 짖는 소리나 가끔 들리는 벌레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침대에 누운 서은주는 곧 잠에 빠져들었다.아이를 낳고 난 후, 서은주는 좀처럼 깊이 잠들지 못했고 조금만 소리에도 금방 눈을 떴다. 그녀는 몽롱한 정신으로 누군가 문을 여는 소리를 들었다.“이모?”서은주는 앞을 볼 수 없었기에 황금자가 밤마다 아기 상태를 확인하러 오는 건 들어오곤 했다.하지만 서은주가 하는 말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방으로 들어온 사람은 서은주 앞에서 손전등을 흔들었고, 그녀가 반응이 없자, 놈은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놈은 급히 달려들어 서은주의 입을 틀어막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옷을 잡아 찢었다.거친 호흡이 그녀의 피부에 닿자, 서은주는 공포에 눈을 크게 뜨고 몸을 떨었다.눈앞은 끝없는 어둠뿐이었다.남자는 귀에 대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내뱉었고, 서은주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그러다 그녀의 손이 베개 밑에 숨겨두었던 호신용 스프레이를 찾았다.이건 이복만이 준 것으로, 외출할 때마다 챙겼고, 잠잘 때는 베개 밑에 두었다.그저 안심용이었는데, 오늘처럼 실제로 사용할 날이 올 줄은 몰랐다.허둥지둥 스프레이를 열고, 이복만이 가르쳐 준 대로 놈에게 마구 뿌렸다.그러자 놈은 비명을 질렀고, 서은주의 입을 막고 있던 손도 바로 풀렸다.서은주는 침대 옆에 있던 접이식 지팡이를 잡고, 소리가 난 쪽으로 가차 없이 휘둘렀다.놈은 방심한 틈에 두 대나 맞았다.통증에 비명을 질렀고, 마을의 고요함은 한순간 깨졌다.개들도 사방에서 짖기 시작했다.육수린도 잠에서 깨어 울음을 터뜨렸다.옆 방에 있던 황금자가 놀라 급히 방으로 뛰어왔다.신발도 신지 않은 채 불을 켠 순간, 방 안에 낯선 남자가 있는 것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는 마을의 늙은 총각이었다. 40대 중반으로 피부는 거칠고 까무잡잡했다.밝은 불빛에 모든 게 드러나자, 놈은 순간 도망치듯 문밖으로 뛰쳐나갔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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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마을 사람들은 소란을 듣고 달려왔지만, 그 상황을 보고는 감히 나서서 말리지 못했다.그러다 막 도착한 마을 이장이 서투른 표준어로 다가와 중재하려 했다.이장의 나이는 거의 예순이었다.그런 그가 육강민의 팔을 잡은 탓에 어르신을 밀쳐낼 수도 없어 결국 잠시 멈췄지만, 다시 놈의 하복부를 걷어찼다.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마을 전체에 울려 퍼졌다.놈은 웅크린 채 바닥을 뒹굴며 몸부림쳤다.마을 사람들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소리쳤지만, 황금자가 곧바로 나서며 말했다.“이 늙은 것이 한밤중에 우리 집에 아가씨에게 못된 짓을 하려 했어요. 천 번을 토막 내도 모자랄 판인데 이 정도는 약과죠!”황금자는 화가 치밀어, 담장 밖에 놓여 있던 빗자루를 집어 들고, 놈을 향해 몇 번이나 내리쳤고, 발길질도 몇 번 가했다.마을 아낙네들이 붙잡지 않았다면 정말로 때려죽일 기세였다. “이 썩을 놈아! 천벌을 받아도 모자랄 인간아!”“이 나이 먹도록 그런 짓을 하고도 사람이냐? 여자에 환장을 했냐!”황금자의 호통에, 마을 사람들도 대략 사태의 전말을 짐작할 수 있었다.*혼란의 틈을 타 육강민은 이미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공포를 곱씹을 틈조차 없었던 서은주는 손에 들었던 지팡이를 던져버리고 아기 침대가 있는 방향으로 더듬었다.육수린의 울음이 그녀의 마음을 더 조급하게 만들었다.초조해진 서은주는 자신이 볼 수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급히 침대에서 내려오던 중, 미끄러지듯 무릎이 바닥에 쾅 부딪혀 둔탁한 통증이 전해졌지만 아픔을 느낄 겨를도 없이 겨우 침대 가장자리를 더듬어 육수린을 찾아냈고, 급히 아이를 품에 안았다. “괜찮아, 우리 아기, 엄마가 여기 있어.”“무서워하지 마.”서은주는 자신을 다잡으려는 듯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지만 여전한 떨림은 감출 수 없었다.“수린아, 네가 울면 엄마 마음이 아파.”“착하지, 우리 아가.”“제발, 그만 울어줄래? 엄마가 부탁할게.”어느새 서은주의 목소리에도 울음이 잔뜩 배어 있었다.아이는 이미 큰 충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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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육강민은 조심스레 서은주를 침대 위에 눕혔다.황금자는 따뜻한 물로 그녀의 손과 발을 닦아주다가 무릎에 멍이 든 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하지만 서은주는 괜찮다며 웃었다.“경찰서에서 그놈을 잡아갔다고 합니다.” 황금자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그동안 함께 지내온 시간이 길어, 황금자는 진심으로 서은주를 친딸처럼 아끼고 있었다.서은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일, 오빠한테는 말하지 마세요. 괜히 걱정하세요.”“걱정하지 마세요.”마을은 이번 사건 때문에 한밤중까지 시끄러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조용해졌다.서은주는 침대에 앉아 육수린 곁을 지켰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육강민도 마당에 앉아, 잠을 이루지 못했다.새벽 세 시쯤, 육수린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서은주는 급히 달래보았지만, 몸이 유난히 뜨거워 급히 황금자를 불렀다.마당에 있던 육강민이 먼저 문을 열고 들어와 아이를 안아 급히 몸을 식혀 주며, 당장 할 수 있는 응급조치를 했다.뒤이어 달려온 황금자는 아이가 놀라서 갑자기 열이 오른 것 같다고 했다.하지만 열은 내리지 않았고, 해열 패치를 붙여도 소용이 없자, 결국 세 사람은 차를 타고 시내에 있는 소아전문병원으로 향했다.한밤의 소동 끝에, 아기의 열은 점차 내렸다.의사는 며칠간 입원하며 관찰할 것을 권했고, 큰 손 육강민이 바로 VIP 병실을 잡았다.하룻밤 동안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 서은주도 지쳐 있었다.모녀는 한 침대에 나란히 누워,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사람도 적고 주변도 고요해서 쉬기엔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서은주는 출산 후 수술을 받고 한동안 혼수 상태에 빠져 계속 약을 써야 했다. 그 때문에 모유가 거의 나오지 않아 의사도 수유를 권하지 않았다. 육수린은 분유에 의지해야만 했기에, 늘 아이에게 미안함을 느꼈던 서은주는 꿈속에서 또다시 육수린을 낳던 순간이 펼쳐졌다.작고 약했던 육수린은 마치 새끼 고양이 같았다.서은주의 눈가에 이슬이 맺히고, 속눈썹이 가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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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강정한은 한눈에 봐도 힘이 있고 집안도 탄탄했기에 이 정도 일쯤은 분명 깔끔하게 수습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갔기 때문이다. *전화를 받은 강정한은 사색이 되어버렸다.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그는 곧장 강씨 마을 관할 경찰서로 향했고 먼저 사건을 담당한 경찰을 만나 상황을 파악했다.알고 보니, 맞은 늙은 총각이 너무 심하게 다쳐서 보상을 요구하며 소동을 피운 것이었다. 이렇게 뻔뻔하고 염치없는 인간은 처음 본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놈은 난동을 부렸고, 결국 경찰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육강민을 불러 사건을 정리하려 했다.특히, 어젯밤 몰래 담을 넘어 여인을 희롱하려 한 건 어떤 경우든 정식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놈은 경찰이 옆에 있다는 것 때문인지, 오히려 서은주가 너무나 예쁘게 차려 입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유혹했기 때문이라며 큰소리를 쳤다.그 말에 육강민은 그 자리에서 발차기를 날렸다.놈은 바닥에 드러누워 소리를 질렀다. “경찰관님들도 보셨죠? 또 때렸어요. 그것도 경찰관님 앞에서! 이게 말이 됩니까!”“그래서 도대체 어쩌란 말입니까?” 경찰들도 머리를 감싸 쥐었다.“치료비로 삼백만 원 주세요. 안 그러면 절대 그냥 못 넘어갑니다.”육강민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그럼 내가 삼천으로 당신의 그 손모가지를 살게요.”그 눈빛은 싸늘했고, 전혀 농담은 아니었다. 놈은 그제야 기가 꺾였다.강정한이 도착했을 때, 상황은 아직도 팽팽했다.“용의자를 볼 수 있을까요?” 강정한이 말한 ‘용의자’는 당연히 늙은 총각이었다.회성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회성은 강씨가 다스린다.’그가 바로 강정한이다.강정한이 나타나자, 경찰들도 놀라며 용의자가 있는 방으로 안내했다.늙은 총각은 이미 얼굴이 피투성이였다.놈도 강정한을 알아보았다.강정한이 그 저택에 드나들던 모습을 여러 번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놈의 입은 더러웠다.서은주가 자신의 애인이라느니, 자신을 위해 시골에서 아이를 낳아주는 여자라는 말을 아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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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차는 시골길을 따라 쏜살같이 달렸다. 강정한은 운전대를 가볍게 두드리며 낮게 웃었다.“조금만 풀어줬더니 기어오르고, 한 번 봐줬더니 넌 아예 선을 넘어버리네?”처음엔 그저 멀리서 얼굴만 보겠다고 했었다.그런데 눌러앉았고 이젠 사람을 데려가겠다는 말까지 한다. “마을이 안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육강민은 비슷한 일이 다시 일어날까 봐, 걱정이 되었다.“그놈은 너한테 맞아 거의 반신불수가 됐으니, 지금 마을 사람들은 널 거의 깡패 보듯 해서 너만 보면 슬금슬금 피해 다닐 거야.”강정한은 말 돌리며 동의하지 않았다.사실, 늙은 총각은 두 사람에게 얻어맞고 나서도 경찰서에서 소리 지르며 고의 상해로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그러다 강정한 측 변호사가 도착하자, 놈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어떤 강정한 말입니까?”변호사가 웃으며 되물었다.“회성에 강정한이 몇이나 있겠습니까?”늙은 총각은 완전히 얼어버렸다.주거침입에 성추행은 끽해야 1~2년 정도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강정한 측 변호사는 어디서 찾아냈는지 놈의 과거 행적을 죄다 끌어모았다. 평소 마을에서 어린 여자아이들과 여성들에게 입에 담기 힘든 성희롱을 했고, 도박에 성매매까지 모두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여러 죄가 한꺼번에 적용되면 남은 인생은 아마도 철창 안에서 흘러가게 될 판이었다. *소아전문병원.서은주가 눈을 떴을 때, 본능적으로 옆을 더듬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순간 정신이 번쩍 들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아가씨, 일어나셨군요.”황금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수린아, 엄마 깼네! 엄마한테 가볼까!”황금자가 아이를 서은주 품에 안겨주자, 그제야 그녀는 안심할 수 있었다.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서은주가 물었다.“복만 씨는요?”황금자는 잠시 멈칫하다 웃으며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했다.“복만 씨는 필요한 걸 가지러 갔어요. 수린이가 입원해야 해서, 필요한 게 많잖아요.”서은주는 그녀 얼굴을 볼 수 없었기에 그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이번 일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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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육강민이 순박하다고? 잔머리가 워낙 많아서 우리 다 합쳐도 상대도 안 될걸요?’*그 시각 병실.간호사가 육수린에게 필요한 검진을 하고 있었다.육강민은 정중하게 말을 건넸다.“혹시 부기와 멍에 바르는 연고 좀 주실 수 있을까요?”“잠시만요.”간호사는 금세 약을 가져왔다.서은주가 물었다.“복만 씨, 다치셨어요?”어젯밤 하도 정신이 없어서 그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제가 아니라, 아가씨 말입니다” 육강민이 침대 옆으로 다가왔다.“저요?”“무릎요.”서은주는 잠시 멈칫하다 이내 미소 지었다.“고마워요. 주세요. 제가 바를게요.”육강민은 그녀가 바짓단을 걷어 올리는 모습을 바라봤다. 피부가 연약해 멍이 쉽게 남았다.어젯밤 부딪힌 무릎엔 푸른 멍이 선명했고, 종아리엔 예전 상처도 아직 남아 있었다.서은주는 조심스레 연고를 짜 손끝에 묻혔다.보지 못하는 상태라, 양 조절이 잘되지 않았고, 바르는 위치도 정확하지 않았다.육강민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제가 도와드릴까요?”“고마워요.”곧, 그녀는 육강민의 손가락이 자신의 무릎 위에서 부드럽게 마사지하듯 움직이는 걸 느꼈다.연고는 시원한데, 그의 손끝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손끝의 작은 굳은살이 스칠 때마다 미세한 전류가 흐르는 듯해, 그녀는 본능적으로 다리를 뒤로 빼버렸다.“왜 그러세요?”밤을 지새운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거칠게 느껴졌다.더 이상 ‘이복만’ 같지도 않았다.“좀 따끔거려요.” 서은주가 눈썹을 찌푸렸다.차가운 연고가 닿자, 따끔한 자극이 생기고, 그의 손끝 온기는 무릎을 타고 마음속까지 스며드는 느낌이었다.그런데 바로 그때, 무릎 위로 따스한 바람이 스쳤다.‘설마, 입으로 불고 있나?’“복만 씨…” 서은주는 숨을 삼켰다.그의 숨결이 무릎 위에 닿자, 연고의 따끔거림은 가셨지만 대신 간질거림이 남았다.그 간질간질한 느낌이 마음속으로 스며들며, 뜨거운 설렘으로 바뀌었다.심장은 갑자기 빨리 뛰기 시작했고, 제어할 수 없는 두근거림에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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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황금자는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강정한 앞에서 이복만은 정말 믿을 만하고 성실한 청년이라고 자신 있게 장담했었다.그런데 한밤중, 아가씨에게 몰래 입을 맞추고 있었기 때문이다.기척을 느낀 육강민은 몸을 돌려 황금자 쪽을 바라보았고, 황금자는 황급히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충격이 너무 큰 탓에, 이복만의 행동이 그 늙은 불한당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조차 순간 잊고 말았다.원래라면 벌떡 일어나 저 인간의 머리를 내리쳐야 마땅했다.육강민은 서은주에게 입 맞추고, 다시 한번 육수린의 말랑한 볼을 가볍게 건드리고는 병실을 나섰다.*한편, 그 불한당 사건은 강정한이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육강민 역시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인 만큼, 성세 그룹 법무팀에도 결국 연락이 갔다. 대표님이 추행, 상해 사건에 연루됐다는 소식에 내부에서도 어리둥절했다. 육강민은 요즘 회사에도 거의 안 나왔고, 휴식을 취한다고만 들었는데, 시골에서 불한당을 두들겨 팼다는 소식은 너무나 뜬금없었다. “…이 사건은 법무팀 내부에서만 알고 있고 내 아버지를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도록.” 육강민이 복도 창가에 서서 통화를 했다.“알겠습니다.”육강민은 몇 마디 더 당부한 뒤 병실로 돌아가려다가 멀지 않은 곳에서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황금자를 발견했다.손엔 서은주의 지팡이를 꼭 쥐고, 경계심 가득한 얼굴이었다.육강민이 다가가자, 황금자가 낮게 경고했다.“오지 마요. 다가오면 가만두지 않겠어요.”“이모, 지금 왜 그러시는 겁니까?”“방금 다 봤어요.”“……”“정말 믿을 수가 없네요. 겉보기엔 멀쩡하게 생겨 놓고 그런 짓을 할 줄은 몰랐네요. 처자식도 있다면서 가족들한테 부끄럽지도 않아요?”육강민은 가만히 서 있었다.“아가씨를 위해 도움을 준 거 감안해서 하는 말이에요. 자수하세요. 안 그러면 제가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정말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완전히 실망이에요!”육강민이 다시 다가서려 하자, 황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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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하지만 황금자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이 사람이 정말 남편이라면, 왜 서은주 곁에서 가명을 쓰고 숨어 있었을까?아가씨는 왜 혼자 아이를 낳았을까?게다가 강정한은 왜 자신에게 이 남자를 지켜보라고 했을까?그래서였을까. 그의 분위기부터가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고 느껴졌었다.분명 또 어떤 재벌가의 얽힌 일이 있을 터였다.황금자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고,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았다.적어도 그가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것만 확인한 뒤에야, 황금자는 그를 다시 병실로 들여보냈다.그날 밤, 황금자는 한숨도 못 잤다.육수린을 살피다가도, 육강민을 자꾸 훑어보았다.그러고 보니, 둘이 정말 살짝 닮은 구석이 있었다.육수린은 병원에서 이틀간 관찰을 받고,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자, 다시 마을로 돌아갔다.다만 서은주가 예상치 못했던 건, 여기서 며칠을 지내는 동안 아무도 관심 없던 저택에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달걀을 가져오는 사람, 채소와 과일을 가져오는 사람, 심지어 살아 있는 닭을 들고 오는 마을 사람도 있었다.황금자는 닭을 마당 뒤편에 잘 가두었다.이 늙은 변태는 마을에서 여성과 어린아이들을 자주 희롱해왔는데, 이런 폐쇄적인 동네에서는 피해를 봐도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밖으로 말하면 고개를 들고 살 수 없게 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그 노망난 인간이 붙잡힌 건 마을 사람들에겐 해충을 없앤 셈이라, 다들 고마워했다.원래 한산하던 마당이, 순식간에 활기를 띠었다.마을에 남아 있는 아이들이 놀러 오면, 서은주는 간식을 나눠주고, 아이들은 버드나무로 만든 꽃다발을 선물했다.아이들은 학교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일들을 이야기해 주고, 육수린을 웃게 했다.그렇게 서은주의 마음도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그러다 스스로 마당을 나서는 빈도도 늘었다.비록 볼 수는 없지만, 사람들은 그녀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서은주는 그들과 대화하려 노력했고, 점차 지방 사투리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그녀는 더 이상 자신을 가두지 않았고, 강정한에게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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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육강민의 등 부상은 오래된 병이었고 이런 장마철이면 어김없이 통증이 찾아왔다.도저히 참기 힘들어 그는 서은주에게 하루 휴가를 냈다.그저 개인적인 일이라고만 말하고, 근처 병원으로 갔다.서은주는 처마 밑에 앉아 있었고, 황금자는 집 안에서 장난감을 들고 육수린을 달래고 있었다.“아가씨, 또 비가 오네요. 안으로 들어와 계세요.”황금자가 서은주를 바라보며 말했다.“괜찮아요. 그냥 앉아 있을래요.”서은주는 바람에 실린 습한 기운을 느꼈다.처마 끝을 따라 흘러내린 빗물이 가느다란 장막을 이루었다.손을 내밀자, 손바닥 위로 비가 부딪쳤다.황금자가 이복만의 허리 통증을 언급한 이후, 서은주는 그가 여기 온 과정을 곱씹기 시작했다.경성에서 열린 보석 전시회에 간 강정한과 함께 돌아왔다는 점에서 그는 경성 출신일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강정한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이 낯선 남자를 이곳에 남겨 두었고 이상할 만큼 이복만이라는 남자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처음 만났을 때, 그에게서 느꼈던, 육강민과 닮은 익숙한 체취, 무심코 내뱉던 말투, 갑작스러운 친근함, 그리고 황금자가 묘사했던 외모까지...점점 결론이 뚜렷해지고 있었다.만약 이복만이 그녀가 생각한 그 사람이 맞다면 그동안 느꼈던 낯익지만, 낯선 감정이 모두 설명된다.빗방울이 바닥에 떨어지며 어지럽게 엉키듯, 서은주의 마음도 복잡하게 뒤섞였다.“수린이 잠들었으니, 저는 밥하러 갈게요.”황금자가 웃으며 서은주 뒤를 지나쳤다.“비가 더 세지면 얼른 들어오세요. 감기 걸리면 안 돼요.”“알겠어요.”서은주는 담담하게 답했다.그리고 십여 분 뒤, 바깥에서 차량 소리가 들렸다.곧 대문이 열리고, 육강민이 큰 걸음으로 마당에 들어섰다.처마 밑에 앉아 있던 서은주는 그를 향해 미소 지었다.“돌아왔군요.”“네.”육강민이 대답하며 처마 밑으로 걸어와, 우산을 접어 문 옆에 세워 두고, 옷에 묻은 빗물을 털어냈다. “비 오는데 왜 안으로 드시지 않으셨습니까?”“이제 들어가려고요.”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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