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씨 가문으로 돌아온 후의 일상은 꽤 평온했다.육수린을 돌보는 사람이 많아져, 아이 때문에 신경 쓸 일도 줄었다.육강민은 그녀를 위해 점자 선생님까지 불러주었고, 서은주는 이제 조금씩 점자로 된 의학 서적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그날 밤, 책을 읽다가 피로가 몰려온 서은주는 물을 따라 마시려고 거실을 지나 부엌으로 향하고 있었다.그런데, 누군가가 갑자기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그 자리에 굳어버린 서은주는 본능적으로 몸을 빼려 했지만, 그 순간 코끝을 자극하는 익숙한 단향에 몸과 마음이 순식간에 풀렸다.서은주는 어느새 육강민의 무릎 위에 안겨 있었다.시야는 어둠뿐이었지만, 입술에 닿는 그 느낌만은 또렷했다.다정하면서도 거친 그이 입맞춤에 힘이 풀려 버린 서은주는 본능적으로 그의 목을 감으며 매달리기 시작했다. “우리 다시 시작하는 거지.”육강민의 목소리는 낮고도 거칠었다.서은주는 말이 없었다.이미 포옹도 하고 입술도 맞췄으니, 아니라도 할 수 없었다.그녀는 더 이상 눈이 누구를 닮았는지 따지지 않았다.경성으로 돌아오기 전, 강정한과 단둘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네가 사라졌던 몇 달 동안, 강민이가 얼마나 초조해했는지 다 보였고, 신분을 숨기면서까지 네 곁에 있으려던 모습도 난 잊을 수가 없더라. 아마 처음에는 눈동자 때문일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진심일 거야.”“그는 널 사랑하고, 너도 그를 마음에 두고 있는데, 그 외의 것들이 그렇게까지 중요할까?”“성실한 태도로 삶에 임해야지만,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지.”그 말은 서은주의 마음에 큰 울림을 남겼다.그녀가 말없이 받아들이는 기색을 보이자, 육강민은 다정하게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오늘 밤은 너랑 함께 있고 싶어.”강씨 가문에 있을 때도 각방이었고, 육씨 가문에 돌아와서는 육강민이 다시 회사를 맡았기에 밤늦도록 일 처리하는 날이 잦아 혹시라도 그녀의 휴식을 방해할까 봐, 두 사람은 줄곧 따로 잠들었다.육강민의 품에 안긴 채 거실에서 방으로 옮겨지는 동안 서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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