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hapter 361 - Chapter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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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1화

육씨 가문은 축하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서은주가 곧 시력을 회복한다는 소식이 퍼지자, 양이나가 웃으며 말했다.“언니가 다시 앞을 보게 될 수 있다니, 정말 예상 못 했네요. 축하합니다.”어딘지 비꼬는 느낌에 박명숙과 한주미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그러자 양홍철은 급히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애썼다.“복이 많은 사람은 하늘이 도와주는 법이죠. 전에 제가 공연했을 때, 임신 중이라 못 오셨잖아요. 눈이 회복되면 제가 티켓 드릴 테니, 강민 씨랑 아이 데리고 같이 공연 보러 오세요. 젊은 분들이라 공연에 관심이 없을까 봐 걱정되긴 하지만요.” “그럼, 그때 꼭 갈게요.” 서은주가 웃으며 답했다.양홍철에게서는 왠지 모를 친근감을 느꼈다. 마침, 그때 황금자가 육수린을 안고 거실로 나왔다. 막 잠에서 깬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거실에 있는 낯선 사람들을 살피고 있었다.육수린을 본 양홍철은 잠시 멈칫했다.갓 태어난 아기들은 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육수린은 이미 여섯 달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도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눈은 서은주를, 하관은 육강민은 닮았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강씨 가문 사람들을 연상시켰다. 아마도 대를 건너 유전된 모양이었다. 강지택은 육수린이 강여진을 많이 닮았다고 했었다. “우리 수린이 깼구나! 자, 할머니가 안아줄게.” 한주미가 급히 다가가 손녀를 안고 작은 얼굴에 입을 맞추자, 육수린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양이나는 아버지가 멍하니 있는 걸 보고 팔을 쿡 찌르며 낮게 물었다.“아빠? 왜 그래요?”“아, 아냐.” 양홍철은 급히 고개를 저었다.서은주를 보고서도 그랬지만, 그녀의 아이를 보니 그 감정이 더해졌다.그는 선물 상자에서 작은 금팔찌를 꺼냈다. 두 개의 작은 방울이 달린 귀여운 팔찌였다. 양홍철은 한주미 곁으로 다가가 팔찌를 육수린 손목에 채워주며 말했다.“이건 네 거란다.”맑은 방울 소리가 나자, 육수린은 팔을 흔들며 즐거워했다.“상당히 비싸 보이는데,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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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이 정도로 능력이 있을 줄은 몰랐네. 그때 내가 너무 경솔했어.”양이나였다.서은주는 손에 쥔 지팡이를 꽉 움켜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변에는 공사 중인 인부들의 소음이 뒤섞여 있었다. 그녀는 양이나의 발걸음을 들을 수 없었지만, 목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아이는 태어날 수 있는 확률이 너무 희박하다고 했었지. 만약 그대로 잃었다면 강민 오빠와는 끝났을 텐데 말이야.”양이나의 말투에는 노골적인 비아냥과 조롱이 묻어 있었다. “그래도 목숨 걸고 아이를 낳았네? 눈은 멀었지만, 적어도 안주인 자리를 지켰잖아.”“겉보기랑 다르게 영악하다니까.”서은주는 콧방귀를 뀌며 굳이 상대하지 않았다.그저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는 그때, 발밑이 갑자기 미끄러졌고, 몸이 그대로 넘어갔다. ‘뭐지?’분수 주변 바닥은 물이 튀어도 미끄럽지 않게 특수 타일을 깔아둔 곳이었다.“풍덩!”방심한 서은주는 분수 연못에 빠지고 말았다.“언니!”양이나의 날카로운 외침에 주변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서은주는 수영을 할 수 있었지만, 앞이 보이지 않아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분수대 안쪽 벽은 매우 미끄러웠고, 물도 깊어 잡을 만한 것이 없었다. 그녀는 팔을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버텼다.사람들이 상황 파악도 못 하고 있던 그때 양이나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언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구해줄게요!”양이나는 손을 내밀어 서은주의 팔을 잡았다.하지만 구하려는 손길이 아니었다.아래로 밀어 넣고 있었다.서은주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물을 여러 번 들이마셨다. 사방에서 물이 밀려들어 가차 없이 파고들었다.숨이 막히고 금방이라도 질식할 것만 같은 공포가 몰려왔다.양이나의 머릿속에는 자신이 욕조 물에 처박히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그런 상황에서도 육강민은 양이나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굴욕과 질투, 분노가 한꺼번에 뒤엉켜 폭발해 버린 것이다.‘분명 이 여자가 내 험담을 늘어놓은 거야! 너도 한 번 물맛 좀 봐야지!’양이나는 손에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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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이 모든 일이 순식간에 벌어졌다. 양이나가 인부들에 의해 물속에서 끌어올려졌을 때, 얼굴은 창백했고, 숨이 끊어진 것처럼 보였다.양홍철은 얼굴이 사색이 되어버렸다.“이나, 이나야…”그는 비틀거리며 양이나 앞으로 다가갔다.박명숙과 한주미는 서은주가 무사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황금자에게 육수린을 먼저 집 안으로 데려가라 손짓했다.현장에 달려온 인부들은 양이나에게 응급 처치를 시작했다. 옷을 풀어 가슴압박을 했고 인공호흡을 시행했다. 서너 명이 교대로 그녀를 살폈다.그러다가 양이나가 갑자기 물을 뱉어내고 조금씩 의식을 회복하는 듯했다. 눈을 가늘게 뜨자, 마흔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입을 맞대고 숨을 불어넣고 있는 장면이 들어왔다. 순간, 양이나는 속이 울렁거렸지만 감전의 여파로 몸에는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저항은커녕, 낯선 남자의 두툼한 입술이 자신의 입을 누르고 있는 감각과 가슴을 눌러대는 느낌을 그대로 견뎌야 했다.게다가 가슴 쪽으로 공기가 밀려드는 것도 느껴졌다.‘내 옷을 벗긴 건가?’“깼다, 깼어…”인부들이 웃으며 말했다.양홍철은 급히 달려가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이나야, 괜찮아?”“저…”감전의 후유증으로 양이나는 말 한마디 꺼내는 것조차 힘겨웠다.양홍철은 주변 사람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정말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아니었다면 이나가 어떻게 됐을지 몰라요.”인부들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양이나는 인부들을 보다가,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옷은 벌어지고 속옷까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지금 이 남자들에게, 입술과 가슴을 내줬단 말인가?외가의 권세와 양홍철의 업계 내 입지 덕에 양이나는 데뷔 이후 제대로 된 키스신조차 찍어 본 적이 없었다. 간혹 피할 수 없었던 장면들은 모두 카메라 각도로 속인 것이었다.양이나는 첫 키스만큼은 육강민에게 남겨 두고 싶었다. 연기 상대였던 남자 배우들에게 내줄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그녀의 시야 속에 한주미가 옷으로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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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양이나는 태어날 때부터 자기를 남보다 뛰어난 존재라 여기며, 인부들을 얕잡아 봤다.그런데 지금 남자들에게 자신의 소중한 몸을 내주었으니, 치가 떨리고 속이 뒤집히는 것도 당연했다.하지만 몸을 움직일 힘조차 없었다.하루 종일 일만 해 온 탓에 인부들에게서 밴 땀 냄새가 코를 찔렀고, 급기야 숨마저 막히는 것 같았다.*한편, 한주미는 서은주가 걱정돼 병원까지 동행했다.서은주는 물을 조금 삼킨 것뿐, 큰 문제는 없었다.오늘 육씨 가문에서는 작업 인부들이 CCTV를 점검 중이어서 서은주가 물에 빠지는 장면은 촬영되지 않았고, 바닥에 누가 기름을 뿌렸는지도 알 수 없었다.서은주는 양이나의 소행일 가능성을 의심했지만, 증거는 없었다.반면, 양이나는 전류에 감전되어 등에는 화상 자국이 남았고, 더러운 물을 삼키고, 머리도 부딪쳐 뒤통수에 큰 멍이 생겨 바로 누워 쉴 수도 없었다.정밀 검사를 받던 중, 노설연이 병원에 도착해 양홍철과 다투며 “딸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라고 탓했다.부모의 언쟁을 듣고 있는 양이나는 온몸이 바짝 굳은 채, 속에서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다른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지만, 양이나는 다 알고 있었다.보통은 핸드크림을 쓰지만, 그녀는 핸드 오일을 썼다.그 오일을 일부러 바닥에 흘려 서은주가 넘어져 망신당하게 할 생각이었다.그런데 그대로 물에 빠질 줄을 몰랐다.서은주가 물속에서 허우적대는 모습을 보며, 양이나는 욕조 안에서 발버둥 치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라 자기도 모르게 그녀를 익사시키고 싶었다. 그저 구해주는 척하며 물속으로 뛰어들었지만, 결국 사태는 이렇게까지 번졌다.게다가 바닥에 뿌려 둔 오일은 물에 씻겨 그녀를 안은 양홍철이 밟고 넘어져 버렸다.정말 재수도 없었다.결국 계획은 완전히 뒤엎어지고, 우스운 광대가 된 것은 양이나, 본인이었다.부모의 다툼 소리가 계속 귓가를 때리자, 머리가 쪼개질 듯 아팠다.그녀는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미칠 듯이 절규했다.“악!”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오자,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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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서은주 역시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리고 이내 떨리는 손을 들어 조심스럽게 자신의 눈앞에서 흔들어 보았다. 손가락이 빛을 가렸다.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눈앞이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가, 희미하게 변화했다.보인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빛을 느낄 수 있었다.출산 후, 그녀의 세상은 온통 어둠뿐이었고 눈앞에는 칠흑 같은 암흑만 존재했었다.눈물이 핑 돌았다.말로 다할 수 없는 감정이 몸을 채우고,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손가락이 떨리며, 어둑한 빛을 더듬어 앞으로 내밀었고, 그의 몸을 더듬어 닿았다.손이 그의 가슴을 따라 올라가더니, 얼굴까지 닿았다.“은주야?” 육강민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빛을 느끼는 것 같아요.”육강민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힘껏 끌어안았다.두 사람의 가슴은 격렬히 오르내렸다.감동과 기쁨이 뒤섞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서은주는 살짝 손을 뻗어 그의 목을 감싸고, 얼굴을 묻었다.육강민은 그녀의 뜨거운 눈물이 피부를 타고 흐르는 걸 느낄 수 있었다.“나 곧 볼 수 있는 거예요?”“응, 분명히 볼 수 있을 거야.”눈이 보이지 않는 세상 속에서, 서은주는 너무 오랫동안 참고 버텨왔다.서은주는, 강정한 앞에서도, 육수린 앞에서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늘 웃음을 유지했다.안 보여도 괜찮다며 주변 사람들을 위로하며 자신을 숨겼다.하지만, 평생 어둠 속에서 살아가고 싶은 이는 없을 것이다.그녀는 늘 타인의 그늘 속에 살며 이용당하고 도구 취급받았다.드디어 가족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하늘은 그녀의 눈마저 앗아가려 했다. 삶은 결코 그녀에게 관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순간에, 한 줄기 희망을 선사한 것이다.서은주는 육강민을 꽉 껴안고 낮게 흐느꼈다.그녀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고 있는 육강민은 머리에 남은 미세한 상처 자국까지 느낄 수 있었다.“좋은 일인데 왜 울어. 눈물은 눈에 안 좋아.”쉰 목소리였지만, 말투는 따뜻했다.서은주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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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이 변화는 아마 물에 빠진 순간, 극한의 생존 본능이 발동하면서 나타난 신체 반응으로 보입니다. 강한 자극에 눈이 반응한 거죠. 좋은 징조예요. 만약 순조롭다면 수술 없이 자연적으로 시력이 회복될 수도 있습니다.”이런 극한 상황을 일부러 경험하게 하는 것은 의사들도 감히 시도할 수 없는 일이었다.설령 제안한다 해도, 육씨 가문과 강씨 가문에서 허락할 리 없었다.허락한다 해도, 강도 높은 자극 속에서 결과가 좋다고는 장담할 수 없었다.이번 일은 정말 우연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화가 복이 되어 돌아온 셈이었다.유주만의 말에 한주미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서은주의 어깨를 꼭 끌어안았다.“지난번에 할머니랑 절에 가서 기도한 게 효과가 있었나 봐. 그때 내가 제일 좋은 운세 뽑았거든.”“나중에 꼭 다시 가서 감사 인사도 드려야겠어.”“강민아, 이번엔 너도 같이 가. 기부도 좀 넉넉히 하고.”육강민은 살짝 웃었다.어머니의 말은 다소 미신 같았고, 그는 원래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서은주를 위해서라면 한 번쯤 믿어볼 수 있었다.조용히 듣고 있던 서은주는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유주만은 떠나기 전, 다시 한번 정밀 검사를 받으라고 했고, 당분간 외출 시 강한 빛이 눈을 자극하지 않도록 선글라스를 꼭 쓰라고 당부했다.서은주는 마음속에 꼼꼼히 새겼다.육강민은 서은주와 함께 검사를 마친 뒤, 곧바로 강씨 가문에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받은 이는 강지택이었고 이 소식을 듣고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강정한은 할아버지가 눈물을 글썽이다 다시 미소 짓는 모습에 어리둥절했다.“할아버지, 무슨 일이세요?”그러자 강지택은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어린이집에 다니던 그 시절을 마지막으로 이렇게 친밀하게 할아버지와 접촉한 적은 거의 없었다.강정한은 몸을 굳힌 채 난처해했다.게다가 할아버지는 장인답게 힘이 장사라 팔 힘이 워낙 좋으셔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할아버지, 저 죽이려고요?”“야, 이놈아, 그게 할 소리냐?”강지택은 그를 놓아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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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서은주가 어쩌면 진짜로 다시 볼 수 있게 된다는 사실에, 양이나는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그녀는 병실 안에서 닥치는 대로 물건을 집어 던지며 난동을 부렸다.병실 밖을 지나던 의료진조차 그 모습을 보고 코웃음 쳤다.‘저게 연예인이라고? 완전히 미친년이잖아.’노설연은 딸을 안고 가슴 아파하면서도, 육씨 가문은 잔칫집 분위기라는 생각에 미간을 찌푸렸다. “이나는 서은주를 구하려다 이렇게 된 건데, 육씨 가문에서는 문병 한번 안 오고, 여기저기 디저트나 돌리고 있군. 촌구석에서 굴러온 여자애 하나를 보물처럼 떠받들다니, 안목들하고는. 그 고얀 년이 도대체 무슨 수로 육씨 가문 식구들을 홀려놓은 거지?”노설연을 바라보는 양홍철의 눈빛에는 노골적인 혐오가 가득했다.“말이 너무 심하잖아.”“뭐요? 내가 그 못된 년 욕했다고, 기분 상한 거예요?” 노설연은 서은주의 얼굴을 떠올리며 냉소를 흘렸다.“혹시 당신 옛사랑과 닮아서 편을 드는 거예요?”양홍철의 몸이 굳었다.“닥쳐!”“시골에서 온 양녀가 무슨 재주로 육강민을 사로잡았는지 궁금했는데 직접 보니까 딱 알겠더라고요.”노설연의 눈빛은 독기가 가득했고, 말은 더 날카로웠다.“세상에 못된 년들은 어쩜 그리 하나같이 똑같은 몰골을 하고 있을까요?”양홍철이 팔을 들어 그녀를 때리려 하자, 노설연은 오히려 한 발짝 다가섰다.“어디 한 번 쳐봐요, 우리 집안이 가만있을 것 같아요?”양홍철은 결국 힘없이 팔을 내렸다.노설연은 비웃었다.“겁쟁이.”양홍철은 주먹 쥔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나는 서은주를 구하려다 입원까지 한 거예요. 물에 빠져 놀란 상태라 정신적으로 안정이 필요하고, 육강민이 와야만 안정될 거예요.”노설연은 뻔뻔하게 말했다.양홍철은 그녀의 의도를 꿰뚫고 있었지만 말로 맞서기엔 역부족이었다.그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딸이 유부남을 유혹하도록 부추기다니, 엄마가 할 짓이냐! 정말로 뻔뻔하군!”“내가 뻔뻔하다고요?” 노설연은 비웃음을 머금었다.“당신, 옛날에 한 짓 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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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육강민이 여전히 차갑게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면서, 양홍철은 덧붙였다.“어쨌든, 은주 양이 물에 빠지지 않았다면, 이나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야. 이나는 사람을 구하려다 다친 거고, 육씨 가문에서 벌어진 일이니까.”그 말은 양이나가 이렇게 된 건 육씨 가문에서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사람을 구해?’육강민은 마음속으로 비웃었다.“아무리 그래도 이나는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으니, 강민이가 한 번쯤 가보는 건 괜찮지 않을까요?”양홍철은 다시 서은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우리가 자주 접촉한 건 아니지만, 보아하니 은주 양도 마음이 넓어 보이시고 게다가 강민이와 이미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으시니, 이나와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없죠.”양홍철은 말을 마치고서도 마음이 불편했다.서은주는 고개를 숙이고 입가에 옅은 비웃음을 걸었다.‘뻔뻔하기 짝이 없군.’서은주는 담담하게 받아쳤다.“참 따님을 향한 사랑이 지극한 아버지시네요.”양홍철은 더는 할 말을 찾지 못했다.양이나가 그동안 벌일 일들과 이번에 물에 빠져 놀랐다는 핑계로 육강민을 불러들이려는 속셈까지 속내가 너무 훤히 보였다. “정신적으로 많이 불안정한가요?” 서은주가 물었다.“네. 깨어난 이후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서 저와 애 엄마까지 깜짝 놀랐어요. 머리를 다치지 않았나 걱정될 정도였죠.”“제 생각엔…”육강민이 입을 열려는 순간, 서은주가 그의 팔을 잡았다.“이 일은 저희가 상의해 보죠.”양홍철은 말도 못 하고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병실을 나섰다.“은주야?”육강민이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왜 내가 거절하지 못하게 막는 거야?”“양이나가 제 은인이라고 하잖아요.”육강민은 냉소했다.마침, CCTV 점검 중이어서, 다른 사람들 눈에는 양이나가 서은주를 구하려다 저렇게 된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육강민은 서은주가 이유도 없이 미끄러져 물에 빠진 건 분명 양이나와 무관하지 않다고 확신했다. ‘은인이라니… 참 뻔뻔하군.’“우리가 모르는 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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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이나야, 일어나 봐. 강민 오빠 왔어.”노설연은 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연기를 했다.양이나는 천천히 눈을 뜨며, 애처롭고 겁에 질린 표정을 만들어냈다.그런데 육강민뿐만 아니라 서은주까지 함께 들어왔다.양이나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그럼 그렇지, 쉽게 육강민을 보낼 리 없지. 아직 시력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으면서, 감시하러 온 거야?’그런데 뒤이어 펼쳐진 장면은 양이나를 완전히 충격에 빠뜨렸다.그들과 함께 들어온 건, 무려 열 명이 넘는 의사들이었다.병실을 가득 채운 그들 앞에서, 양홍철과 노설연 부부도 멍해졌다.노설연이 놀란 눈으로 육강민을 바라보며 물었다.“이렇게 많은 사람은 왜 데려왔어?”“진찰을 위해섭니다.” 육강민은 담담하게 말했다.“아저씨 말대로 이나는 서은주를 구하다 물에 빠져 놀란 거고, 우리 육씨 가문에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고, 저 혼자 오는 것만으로는 도리가 아닌 것 같아 일부러 경성에서 가장 유명한 신경외과 전문의들을 불러왔습니다.”양이나는 아픈 척하며 육강민에게 접근할 구실을 만들고 있었을 뿐이란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하지만 육강민은 일부러 모르는 척하며, 진지하게 진찰을 받도록 했다.양 씨 세 식구의 얼굴은 점점 굳어졌다.그때 서은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두 분 걱정하지 마세요. 강민 씨와 이렇게 많은 의사까지 오셨으니, 이나 씨 병은 반드시 나을 겁니다.”양이나는 분통이 터져 당장이라도 서은주의 얼굴을 찢어버리고 싶었다.이 계집애가 일부러 판을 깔았다는 걸, 양이나는 알아차렸다.이렇게 많은 의사를 불러온 건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라고 공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양이나는 화가 치밀어 온몸을 떨었다.원래부터 아픈 척한 거였으니, 자칫 들통날까 봐 의사들 앞에 서는 게 두려웠다.양이나는 급히 노설연 품으로 몸을 숨겼다. 의사들은 난감해하며 육강민과 서은주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서은주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이나 씨, 겁먹지 마세요. 우리는 해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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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내가 살아 있어서 기분 나쁘지?”서은주는 오직 둘만 들을 수 있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양이나는 온몸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충격 그 자체였다. “그래도… 날 죽이려고 한 덕에, 내가 다시 볼 수 있게 됐으니까. 고마워.”그녀를 죽이려다 실패한 것도 모자라, 마음까지도 난도질당한 셈이었다. 평생 순탄하게 살아왔던 양이나는 이렇게 기막힌 일을 당한 적은 없었다.화가 치밀고, 분노가 폭발했다.그들이 떠나자, 양이나는 병실에서 발광하듯 소리쳤다.“갈아 먹어도 시원찮을 년아!”옆에서 서 있던 매니저는 그저 어이없을 뿐이었다.겉보기로는 한없이 연약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독한 인물이었다.노설연은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돼. 서은주, 이 년 정말 만만치 않네.”그러자 양홍철이 비웃었다.“육강민이 바보도 아니고, 이런 얕은 수작에 넘어갈 리 없잖아. 그만하라고 했는데 괜히 일을 벌여서 아주 꼴좋다. 창피해서 그 두 사람을 다시 볼 낯도 없잖아.”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떠올리자, 양이나는 억울함이 북받쳐 올라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보배 딸이 우는 모습에 노설연은 가슴이 미어졌고, 휴지를 꺼내 눈물을 닦아 주며 품에 안고 달래주었다.“울지 마, 이나야. 이만 육강민은 포기하는 게 어때? 경성에 미혼 남자는 많아, 방씨 가문? 아니면 하씨 집안에도 괜찮은 남자가 많아.”양홍철은 비웃었다.“방 씨, 하 씨? 혹시, 내가 아는 방주헌과 하이석이 이나에게 관심이 있다고 믿는 건 아니지?”‘노씨 가문이 아직 건재하고 생각하는 건가?’염치도 없다!“싫어요, 난 육강민이여야만 한다고요!”양이나는 울음을 터뜨리며 더욱 심하게 흐느꼈다.육강민과 서은주의 다정한 모습, 서로를 향한 달콤한 눈빛을 보는 것만으로도 양이나는 질투심이 폭발했다.서은주는 한때 시력을 잃었음에도, 육강민은 여전히 그녀 곁을 지키는 모습은 양이나를 더욱 분노하게 했다. 이토록 지고지순한 사람이 자신의 곁을 지킨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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