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의 모든 챕터: 챕터 371 - 챕터 380

991 챕터

제371화

최근 들어 서은주는 기분이 무척 좋았다.그녀는 손을 뻗어 육강민의 목을 감싸안고, 먼저 적극적으로 입을 맞췄다.둘은 서로를 향해 마음껏 욕정을 터뜨렸다.옷은 뒤엉켜 주름지고 벗겨져, 침대 위와 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창문 틈으로 여름바람이 살며시 스며들었다.이 계절의 바람은 은근한 열기를 담고 있어, 두 사람에게 닿는 순간 하늘을 덮는 불꽃처럼 뜨겁게 번졌다. 시력을 잃은 상태에서, 그녀의 다른 감각들은 극도로 예민해졌고 끝난 뒤에도 눈가에는 붉은 기가 남아 있었다.정신이 아득해지는 그때 귓가에 속삭이는 육강민의 목소리가 들렸다.“내 허리 어때?”허리?육강민은 이 부분에 유독 집착했다.서은주는 귀찮아져서 곧바로 말했다.“완전 최고, 세계 원 톱! 당신 허리가 짱이에요. 됐죠?그 말에 상대는 만족했는지, 더 거칠게 그녀를 다루었다.결국 서은주는 기진맥진, 침대에 엎드려 팔조차 들 힘이 없었다.하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굶주린 모양이다.며칠간 서은주에게 냉대를 당한 육강민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그녀가 반복해서 애원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기세였다.작고 여린 몸을 가진 서은주는 그의 연이은 공격을 감당하지 못했고, 결국 어깨 위에 두 줄의 치아 자국을 남기고 말았다.“안 아파요?”서은주는 자신이 꽤 세게 물었다고 생각했다.“그냥 새끼 고양이 같군. 더 세게 물어도 돼.”“…”‘괴롭힘을 즐기는 성향인가?’다음 날, 급하게 울리는 휴대폰 진동 소리에 서은주는 잠에서 깼다.받아보니 강정한의 전화였다.그와 강희진은 이미 경성에 도착했다는 말에 서은주는 서둘러 침대에서 일어났다.겨우 네 시간도 못 잔 채 두 사람과 마주해야 했고, 하품이 끊이지 않았다.목덜미, 쇄골, 팔 등 피부가 드러나는 곳에는 붉거나 보랏빛의 자국이 남아 있었다.강정한이 기침을 하며 물었다.“강민은 무슨 띠야?”서은주는 순간 멈칫했다.육강민의 생년월일은 알지만, 띠까지는 신경 쓰지 않아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강정한은 단호하게 말했다.“분명
더 보기

제372화

서은주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가족들의 관심을 받는 느낌이 참 좋았다.두 사람은 육씨 가문의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학교에서 돌아온 육민찬에게 예전부터 육씨 가문을 자주 들렀던 강정한을 서은주가 소개한 적 있었기에 ‘삼촌’이라 부르면 된다고 했다. 녀석은 밝게 웃으며 강정한에게 인사를 했고, 강정한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짧게 응했다.자주 접하다 보니, 강정한이 다소 냉철해 보여도 실제로는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지만 육민찬은 강희진을 본 적이 없었다.너무나 젊어 보였기에 녀석은 망설임 없이 누나라 불렀고,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누나라니, 외증조할머니야.” 한주미가 고쳐 부르게 했다.그러나 녀석은 왜 예쁜 누나를 외증조할머니라고 불러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강희진도 이제 겨우 스무 살 조금 넘은 나이에, 벌써 할머니라니, 다소 당황스러웠다.“맞다, 남자 친구 있어?” 한주미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묻자, 강희진은 고개를 저었다.“없습니다.” “쫓아다니는 사람 많겠지? 이렇게나 예쁜데.” 한주미가 웃으며 말했다.예쁜 아가씨를 좋아하지 않는 사내는 없었기 때문이다.“아무도 안 쫓아와요.”주위 사람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하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강씨 가문은 회성에서 워낙 막강한 집안이었기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감히 접근할 용기가 없었을 것이다.그러다 보니, 그녀는 자연스럽게 오랫동안 모태 솔로였다.한주미는 웃으며 말했다.“희진이를 아내로 맞이하는 자는 서열에서 완전 유리하겠네.”어차피 육강민과 육남혁 형제는 모두 그녀를 ‘이모’라 부를 수밖에 없었다.육남혁이 동생 팔을 슬쩍 밀며 말했다.“누가 감히 쫓아다닐까?”육강민은 어깨를 으쓱하며, 누가 결혼하든 상관없다는 표정이었다.평소 자주 보지도 않는데, 설령 나중에 강희진이 자신보다 어린 사람과 결혼한다고 해도 일 년에 몇 번 마주치지 못하니, 매일 마주치지 않는다면 어쩌다 한번 이모부라 부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강씨 가문 식구들이
더 보기

제373화

도무지 화를 주체할 수 없었던 양이나는 난폭하게 굴자, 피부관리를 받고 돌아온 노설연이 웃으며 달랬다.“고작 초대장 못 받은 거잖아? 그게 뭐 대수라고.”“분명 서은주 그년이 나한테 꿀려서 저러는 거예요.”양이나는 연예계에 들어오면서부터 “천상계 미인”이라는 찬사를 들었고, 스스로도 세상의 모든 여자가 자신의 미모를 질투한다고 믿었다.“지금 분명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있을 거란 말이에요!” 양이나는 화가 나 눈이 벌겋게 충혈되었다.“정말 가고 싶으면, 내가 네 할아버지께 부탁해 볼게. 분명 초대장 구할 방법이 있을 거야.”노설연의 말에 양이나는 그제야 기분이 조금 풀렸다. 노설연은 그런 그녀를 품에 안고 다독였다.“이봐, 너 요즘 너무 살이 빠졌어. 그년이 지금은 웃고 있어도 나중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야. 넌 아직 어리셔 마음이 너무 급해. 그년은 오래 가지 못할 테니, 걱정하지 마.”*최근 며칠은 그야말로 순풍에 돛 단 듯했다. 서은주는 기분도 좋고, 얼굴빛도 한층 밝아졌다.다만 요즘 육수린이 유난히 보채는 편이었다.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라 기온이 들쭉날쭉했고, 아이는 몸이 약해 탈이 나기 쉬웠다. 며칠 전엔 설사를 해서 모두를 놀라게 하더니, 밤마다 자주 울어대서 서은주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밤에도 아이의 곁에서 함께 잤다.육수린은 울다가 그대로 잠들곤 했고, 서은주는 그런 딸의 얼굴을 쓰다듬고,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 주었다.그날 육강민은 약속이 있어 늦게 귀가했다.부엌에서 젖병을 씻고 있던 황금자는 돌아온 육강민을 보고 웃으며 인사했다.“돌아오셨네요.”“수린이 잠들었나요?”황금자가 끄덕였다.“잠깐 보채더니, 방금 잠들었어요.”육강민이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자, 은은한 불빛 아래, 서은주는 아기 침대 옆에 앉아 그대로 잠들어 있었다.육강민은 발소리를 죽이고 다가가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아 들었는데, 그 순간 서은주는 바로 눈을 떴다.“수린이…”“잠들었으니까, 걱정 마.”“난 수린이랑 있
더 보기

제374화

“가엾은 내 새끼, 얼른 나아서 엄마 걱정 덜어주자.”육남혁도 결국 떠나지 않았다.그날 새벽 세 시가 조금 지난 시각, 육수린은 열이 다시 오르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고 모두 녹초가 되어 버렸다. 의사는 고열이 반복되고 있으니 각별히 주의를 돌리라고 했다.“만약 계속 호전되지 않으면…”“폐렴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건가요?”서은주는 의사 출신답게, 아이의 상태를 직접 볼 수 없었지만, 대략 감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하루 종일, 거의 밤새 아이를 돌보고 나니 모두 기진맥진했다.한주미는 육수린의 열이 정상으로 내려간 걸 확인하자, 더는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의자에 기대 잠들었고, 육남혁도 눈을 감고 쉬고 있었다. 이날 밤은 계속 뛰어다닌 건 육강민이었고, 그 역시 피곤했는지 한쪽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하지만 서은주는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아이를 떠올리면 마음 한구석에 늘 미안함이 남아 있었다.육수린은 미숙아로 태어나 체질도 약했다.게다가 서은주는 직접 모유를 줄 수 없었기에 분유에 의지해야만 했다. 요즘 분유의 영양소가 높다고 하여도 모유를 따라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서은주의 마음을 계속 무겁게 짓눌렀다. 하여 아이의 잦은 병치레가 자신과 관련이 있다고 여겼다.하지만 시력을 잃은 탓에, 아이를 손수 돌보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엄마로서 줄 수 있는 게 너무 적었고 그나마 해줄 수 있는 거라곤, 곁에 있어 주는 것뿐이었다.모두 잠들고, 병실 안은 고요해졌다.서은주에게 낮과 밤의 구분은 이미 흐릿했고, 시력을 잃은 뒤로는 시간의 흐름조차 잘 느끼지 못했다. “으응...”낮게 새어 나오는 옹알이 소리가 그녀의 주의를 끌었다.육수린은 열은 내렸지만, 여전히 몸이 불편한지 잠을 깊이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작은 몸은 침대 위에서 불안하게 꿈틀거렸다.하지만 그 움직임은 아주 미세해 다른 사람들은 느끼지 못했고 유독 시력을 잃은 뒤로 놀라울 정도로 청각이 예민해진 서은주만이 알아챘다.그녀는 병상을 유심히 살폈다.현
더 보기

제375화

육강민이 아직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한주미가 이미 달려와 서은주 앞에 섰다. 그리고 두 손가락을 들어 그녀 앞에서 흔들며 물었다.“은주야, 이건 몇 개지?”“둘?”서은주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고, 조심스럽게 확인하듯 끝이 흔들렸다.한주미는 다시 손가락을 세 개를 펼쳤다.“셋…?”순간, 한주미는 서은주를 와락 품에 안았다.“착한 너를 하늘이 돕고 있구나, 산에 올라 네 평안을 빌었던 게 효과가 있었어. 이렇게 다시 볼 수 있다니, 내가 너무 기쁘구나.”몇 초간 멍하니 서 있던 서은주도 손을 뻗어 살짝 한주미를 껴안았다.서은주는 끝내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소리는 억눌려 있었고 온몸이 바짝 굳은 채 떨리고 있었다.한주미는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울지 마, 네가 울면 나까지 울고 싶어져.”한주미는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었다.그 결과, 아내를 안아주지도 못했던 육강민은 어머니 품에 안겨 울고 있는 그녀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 이제 그만 우시죠.” 육남혁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멀쩡한 경사에, 울음바다가 된 두 사람 모습이 한밤중 병원에서 펼쳐지고 있다니, 솔직히 등골이 오싹해지기까지 했다.“난 기뻐서 우는 건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 한주미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형제 둘이 어쩜 그렇게 표정이 굳은 거냐. 은주가 다시 볼 수 있게 됐는데, 하나도 기쁘지 않은 거야?”“우린 내성적이라, 마음으로 기뻐하는 타입이에요.” “…”정신을 차린 서은주가 가장 먼저 찾은 것은 딸이었다.육수린은 깨어 있었다.침대에 누워 작은 입을 살짝 벌리고, 뭐라고 옹알이를 하고 있었다.서은주의 마음은 저릿하면서도 포근했다.침대에 앉아, 손을 뻗어 아이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고개를 숙여 말캉한 볼에 입을 맞췄다.창밖에서 스며드는 밤바람마저도 어딘가 따뜻하게 느껴졌다.지금, 이 순간, 지난 몇 달간 겪은 고생이 모두 보상받는 듯했다.육강민
더 보기

제376화

이미 맞은 따귀를 도로 물린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황당 그 자체라 육강민은 얼굴을 한번 문질렀다.평생 처음 뺨을 맞았는데, 하필 이런 상황에서였다.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기쁨으로 가득 차 결국 웃음이 새어 나왔다. 육남혁은 말문이 막혔다.역시, 사랑은 사람을 멍청하게 만든다는 말이 틀린 게 없었다.*육수린은 병원에서 이틀간 입원하며, 몸 상태가 빠르게 회복됐다.서은주 역시 정밀 검사를 받았는데, 그녀의 회복 속도는 유주만도 놀라게 했다.한 무리의 안과 권위자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이리저리 살펴보는 모습은, 마치 실험용 쥐라도 된 듯했다.유주만은 서은주에게 외출 시 여전히 선글라스를 착용하라고 권했다.눈이 막 회복된 상태라 강한 빛에 적응하지 못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특히 육민찬이 가장 신이 났다.서은주가 손짓으로 그에게 또 키가 컸다고 하자, 녀석은 해맑게 웃으며 더 크고 튼튼해져 동생을 지켜 주겠다고 했다.손리정은 서은주를 꼭 끌어안아, 거의 숨이 막힐 뻔했다.“은주야, 정말 볼 수 있는 거야? 진지하게 나 좀 봐봐.”“응, 보여.” 서은주는 웃으며 대답했다.손리정은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그러다 서은주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몇 달 못 봤더니, 너 좀 달라진 거 같아.”“예뻐졌어?”“살쪘어.”“……”“요즘 탈모도 시작한 거야?”서은주는 상대의 약점을 제대로 찔렀다.성인의 삶이란, 살찌기 쉽고, 가난해지기 쉽고, 대머리 되기 쉬운 것 말고는 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 손리정은 화가 나면서도 웃음이 터져 나와 그녀의 허릿살을 툭툭 건드리며 장난쳤다.잠시 후, 강정한과 강희진이 병원에 도착했다.서은주가 강희진을 처음 만난 순간이었다.가는 눈썹에 또렷한 눈매, 마르고 균형 잡힌 몸매까지 눈에 띄게 아름다웠다.강희진은 다가와 그녀를 안아 주었다.“축하해.”“고마워요, 이모.”강정한이 느끼는 감회가 가장 깊었다.그는 서은주가 실명을 겪는 모습을
더 보기

제377화

강정한이 아주 형편없는 사람으로 여기는 것도 모른 체 방주헌은 해맑게 육강민과 서은주에게 약속을 잡았다. 육수린의 백일잔치가 끝나면 다 같이 놀러 가자는 것이었다.“신도시 근처에 새로 열린 레이싱 서킷이 있어요. 환경도 좋고, 다른 오락 시설도 많다네요.”서은주는 기분이 좋아 고개를 끄덕였다.병원에 있는 동안, 서은주의 모든 신경은 딸에게 쏠려 있었다.퇴원 후에도 육수린과 함께 낮과 밤을 보내며, 딸과 시간을 보내는 데 온 힘을 다했다.그 후로도 그녀의 스케줄은 꽉 찼다.한주미와 사찰에 다녀오거나, 손리정과 쇼핑을 나가거나, 강희진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육강민이 더는 참지 못했다.그는 육수린 방에서 서은주를 번쩍 안아 올렸다.황금자가 그 장면을 보고 깜짝 놀라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역시 혈기가 넘치는 젊음이로군!’서은주는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육강민에게 안겨 방으로 갔다.그가 발로 문을 걸어 잠그고, 그녀를 침대 위에 내려놓고, 곧바로 몸을 기울였다.서은주가 숨을 고르기도 전에, 그의 팔은 이미 몸 양쪽에 단단히 버티고 있었다.숨이 가빠지고, 서로 눈을 마주친 순간,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침실 조명은 은은했고, 달빛이 유리창을 통해 부드럽게 흘러 들어왔다.모든 것이 흐릿하고 몽환적으로 비치며, 육강민의 눈빛은 더욱 깊게 빛났다. 그의 입가에는 너무나 매혹적인 미소가 번졌다.평소 차갑고 무심한 그가 갑자기 보여주는 부드러움은, 더 치명적이었다.“딸만 챙기지 말고, 나도 좀 챙겨라.”그에게만 속한 기운이 내려앉자, 서은주는 공기마저 희미해진 듯했다. 그리고 그의 입술이 닿자, 숨결을 완전히 빼앗겼다.“흔적 남기면 안 돼요. 내일 이모랑 옷 사러 가기로 했거든요.”“응. 조심할게.”육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날 밤의 키스는 부드럽고도 달콤하게 이어졌다.서로의 숨결마저 엉켜, 이성은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서은주는 유혹에 몸을 맡긴 듯 숨 쉴 틈이 없이 연신 신음을 뱉어냈다.달빛이 부드럽
더 보기

제378화

서은주는 하는 수 없이 매장 안에서 강희진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여기 옷들은 한 벌에 천만 원대에서 억 단위도 있어 고객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였다.직원들은 곧바로 커피와 케이크를 들고 다가왔다. 그때, 안쪽 탈의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허리가 좀 헐렁한데요.”그러더니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양이나였다.양이나 역시 선글라스를 쓰고 구석에 앉아 있는 서은주를 보고,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세상 참 좁네. 소경이 쇼핑하러 다 나왔네?’서은주의 시력이 어느 정도 회복됐는지 아직 모르고 있는 양이나는 허리를 살짝 틀며 거만하게 다가갔다.“언니, 오랜만이네요.”서은주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표정 좋아 보이는데 눈은 좀 나아졌어요?” 양이나는 직원들을 내보내며 말했다.“많이 나아졌지. 근데 네 정신 머리는 괜찮아졌어?”그 말에 양이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 버렸다.늘 그녀의 약점을 건드리는 이 못된 년이 양이나는 너무 싫었다.아랑곳하지 않고 서은주 맞은편에 자리 잡은 양이나는 손을 흔들어 보이며 서은주의 상태를 확인하려 했고, 서은주가 반응이 없자, 시력이 회복되지 않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상스럽게 비틀어대더니, 손을 뻗어 서은주의 눈을 찌르는 시늉을 했다.실명한 사람에게는 굉장히 모욕적인 행동이었다.그때 서은주가 차분히 입을 열었다.“눈 찌르려고? 재밌어?”양이나는 순간 얼어붙었다.“연예인이 욕을 달고 살면 팬들이 뭐라고 생각할까?”양이나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설마… 보이는 거야?’서은주는 천천히 선글라스를 벗었다.두 눈은 여전히 아름다웠다.양이나는 본능적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서은주가 더 빨랐다.그대로 일어나 양이나의 어깨를 붙잡더니 힘껏 의자에 눌러 앉혔다.그리고 다른 손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디저트용 스틸 포크를 잡았다.그 끝이 양이나의 눈을 향해 순식간에 날아갔다.포크 표면은 금빛으로 차갑게 반짝였다.날카로운 끝이 곧
더 보기

제379화

매장 직원들과 양이나의 매니저 모두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그녀는 정말 대단했다.서은주의 강렬한 기운 앞에서는 아무도 감히 막을 수 없었다.그때 강희진이 가방을 찾아 매장 안으로 들어왔고, 상황을 보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하지만 양이나의 얼굴은 크림으로 뒤덮여, 눈만 겨우 보일 뿐 전혀 알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은주야, 저 사람 누구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서은주는 미소를 지으며, 테이블 위에 놓인 물티슈를 하나 뽑아 손을 차분히 닦았다.“그저 쓰레기일 뿐이에요.”말을 마치더니 물티슈를 뭉쳐 양이나에게 그대로 던졌다.양이나는 혈압이 치솟아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쓰레기통 취급하다니…!’“이모 가요.” 서은주는 선글라스를 쓰며 태연히 매장을 떠났다.양이나의 매니저는 급히 다가와 얼굴에 묻은 크림을 닦아주며 말했다.“이나님, 괜찮아요?”“괜찮다니! 내가 이렇게 당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어? 쓸모없는 것!” 양이나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소리쳤다.“그냥 구경하고 있으라고 내가 돈 주고 고용했니?”“더러운 손으로 내 얼굴에 손대지 마.” 매니저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나야말로 손대기 싫거든!’“그럼 신고할까요? 매장에 CCTV도 있으니, 부인할 수 없을 거예요.” 매니저가 다시 제안했다.양이나는 서은주가 물에 빠졌을 때, 바닥에 오일을 흘려 서은주를 익사시키려 한 장본인이었다.증거가 남아 경찰이 개입하면 그 사건까지 연루될까 봐 걱정되었다.하여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신고? 내 우스운 꼴을 홍보라도 하겠다는 거야?” 양이나는 화가 치밀어, 모든 분노를 매니저에게 쏟아냈다.매니저는 분노를 느끼면서도 말할 수 없었다.양이나는 원래 케어하기 힘든 인물이었다. 배경을 믿고 여기저기 횡포를 부리며 연예계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든 바 있었다.매니저로서는 그저 뒷수습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주는 돈만 많지 않다면 누가 이런 스트레스를 감당하겠는가!게다가 서은주는 양이나에게 잘못한 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먼저 시
더 보기

제380화

“가족끼리는 서로 조건 없이 믿어주는 게 당연하지 않아?”서은주는 과거 서진우가 탄 약물 때문에 팔려 갈 뻔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 이 순간을 그때와 비교하니, 서은주는 복잡한 감정이 뒤섞였다.*쇼핑을 마친 두 사람은 육씨 가문 대저택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곧이어 엔진 굉음이 들려왔다.시야에 멋진 오토바이가 들어오고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잔디밭에 멈췄다.운전자는 킥스탠드를 접고 헬멧을 벗은 뒤, 유유히 내렸다. 모든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여유가 넘쳤다.“방금 돌아온 거예요?”그는 서은주와 강희진을 보며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서은주가 끄덕였다.“네, 쇼핑 좀 하고 막 돌아왔죠. 어쩐 일이세요?”“형이랑 얘기할 게 있어서요.”방주헌은 평소 장난기 많은 모습과 달리, 세련된 라이더 재킷을 입고, 헬멧에 눌린 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기며 거친 야성미를 풍겼다.강희진은 오토바이나 레이싱과는 접해본 적 없어, 호기심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타보고 싶어요?”방주헌이 그녀 마음을 읽은 듯 물었다.강희진은 전기 스쿠터만 타봤을 뿐, 이런 오토바이는 처음이라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백일잔치 끝나고, 형수와 형이랑 레이싱 서킷에 갈 건데 시간 되시면 같이 가요.”친화력이 좋았던 방주헌은 직접 초대를 날리며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미소 지으며 쇼핑한 물건을 대신 들고는 휙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그렇다고 아무에게나 이런 초대를 하는 건 아니었다.그가 이런 식으로 초대하는 건 절대 아무나가 아니었다. 일전에 시비 거는 줄 알고 강씨 가문 담벼락에 너무나 강하게 붙였던 걸 사과하고 싶었던 마음이 담겨 있었다.집 안으로 들어가자, 방주헌은 육강민을 따로 불렀다.“형, 할 말 있어.”육강민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여유롭게 말했다.“평소답지 않게 진지한 척할래?”“형, 나 완전 진지해.”“모를 소리.”방주헌은 순간 화가 치밀었다.“무슨 뜻이야! 내가 어제 진지하지 못했다는 거야! 학창 시절엔 모범생이었단 말이야!”“초등학교 때 얘기
더 보기
이전
1
...
3637383940
...
100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