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Bab 31 - Bab 40

100 Bab

제31화

육강민은 품 안에 안긴 여자를 내려다보았다. 떨고 있는 그녀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그의 낮게 깔린 음성이 들린다.“서은주, 정신 차리지?”그녀는 서씨 가문을 위해 그를 찾아와 도움을 청했지만 그토록 믿었던 그들이 그녀를 벼랑 끝으로 밀어버렸다.서은주는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고 얼굴은 여전히 하얗게 질려 있었다.힘이 지나치게 들어간 손가락 마디는 생기를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차에 오르자, 유주만이 육강민의 품에 안긴 그녀를 보았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위미든에 도착하자, 유주만은 바로 응급 처치를 시작했다.그녀의 어깨와 다리에 시퍼런 멍 자국, 목덜미에 남은 더러운 흔적들이 유주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몸은 큰 이상 없네. 하지만 마음이 많이 다쳤을…….”유주만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가서 그놈 손모가지를 분질러놨어야 했는데!”그는 의학에 평생을 바쳤기 때문에 자식이 없었다. 항상 자식이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이렇게 예쁜 소녀가 괴롭힘을 당하는 걸 보니 참을 수가 없었다.“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육강민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저 때문에 괜히 먼 길 오시게 했어요.”“괜찮아요. 내 팔자가 남 걱정할 팔자라 그런 거지요.” 유주만이 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덧붙였다.“자, 이제 자꾸만 신경 쓰이는 그 아가씨에게 가보시지요.” “……”육강민은 말문이 턱 막혔다.유주만이 떠난 뒤에야 그는 셔츠 하나를 그녀에게 건넸다.셔츠를 받아 든 서은주는 고개를 들어 조심스럽게 말했다.“저 좀 욕실까지…… 데려다주실 수 있을까요?”그녀의 다리는 아직도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조카를 상대로 이런 짓까지 벌인 서진우가 참으로 파렴치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육강민이 그녀를 안아 올리자, 서은주도 조심스럽게 그의 목을 감았다.그의 품에 고개를 파묻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마치 길고양이처럼 아련하고 측은해서 육강민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육강민은 남의 일에 나서는 성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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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서은주는 자신이 얼마나 오래 씻었는지도 모를 만큼 멍하니 물속에 있었다. 서은주는 김 서린 거울을 닦아냈다.하얀 피부 위에 남은 붉은 자국들이 무섭도록 선명했다.그녀는 육강민의 셔츠만 걸친 상태로 거실로 나왔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서재 문을 열자, 육강민이 있었다. 어둠이 깊게 내려앉았다.달빛은 구름 속에 잠기고 별들은 흐리게 가라앉았다.매미 소리 사이로 늦여름의 더운 바람이 스쳤다.육강민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조용한 방 안, 담배를 하나 꺼내 든 그는 라이터를 찾고 있었다.서은주는 침대 머리맡에서 라이터를 집어 들어 그에게 다가갔다. ‘딸깍’파란 불꽃을 피워 오르자, 육강민은 담배 끝을 기울여 불을 붙였다.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의 공기도 묘하게 뜨거워졌다.그의 손끝이 그녀 목선에 닿았다.서은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이 마주치자, 그의 눈에 불꽃이 무섭게 일렁였다. 서은주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모든 걸 소유한 육강민, 그래서일까, 누군가를 유혹하는 일도 그에게는 너무나 쉽다.그의 손끝이 그녀의 얼굴을 살짝 쓰다듬었다. 그러다 눈가에 멈춘 그 감촉이 묘하게 간지러웠다.두 사람의 거리는 너무 가까워, 숨결마저 뒤엉켰다.눈빛이 닿는 순간, 피어오르던 열기가 순식간에 번졌다.육강민이 몸을 일으키자, 서은주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고, 그러다 허리가 책상 모서리에 닿았다.다음 순간, 그는 그녀 허리를 휘감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그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고, 결국 두 사람의 코끝이 서로 맞닿았다.경험이 없는 서은주는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그의 손길은 유혹적이지만, 정작 행동은 조심스러울 만큼 더뎠다.“……강민 씨.”“응?”“저…… 깨끗이 씻었어요.”촉촉하게 젖은 살굿빛 눈동자와 떨리는 목소리에 육강민은 바로 거칠게 그녀 입술을 삼켰다. 이는 그 어떤 목적도, 누구를 향한 복수심도 아닌 그저 스스로가 원해서 받아들인 첫 키스였다. 천천히, 깊게,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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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서은주는 마른 체구에, 특히 잘록한 허리는 바람만 불어도 꺾일 듯 가냘팠다.하지만 그 눈동자만큼은 또렷하게 빛났고,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기운이 분위기까지 바꿔놓고 있었다.서진우는 그녀를 보자 난처한 기색을 보였지만, 애써 태연한 척했다.이순옥은 황급히 다가와 그녀의 팔을 붙잡고 ‘살뜰히’ 살피며 물었다.“은주야, 너… 괜찮니?”“괜찮아 보이세요?” 서은주가 되물었다.“네 삼촌도 어쩔 수 없어서 그랬어. 진백현에 맞설 수 있는 자가 없잖니. 그나마 고철주가 도와주겠다고 해서… 그래서 어쩔 수 없이—”“그럼, 서미진도 팔아넘기셨겠네요?”서은주의 질문에 이순옥은 말문이 막혀버렸다.말대꾸는커녕, 큰소리 한 번 낸 적 없는 아이였던 서은주가 이리도 날카롭게 되받아치자, 이순옥은 멍해지기까지 했다. “은주야, 그건… 그게 아니고…” 이순옥이 급히 변명하려 하자, 서은주가 냉소를 터뜨렸다.“아니죠. 서미진은 당신들 친딸이니까요.”“저는 아니고. 그래서 8억에 저를 팔 수 있었던 거죠. 제가 어떻게 되든, 제 인생이 망가지든… 단 한순간도 주저하지 않았고요.”그녀의 앞에서 서진우 부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서은주는 웃고 있었지만, 이순옥을 바라보는 그녀는 마음이 갈기갈기 찢겨나간 듯 아팠다.“저는 당신만큼은 저를 아껴주신다고 믿었고 저도 진심으로 친엄마처럼 여기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건… 제 착각이었네요.”이순옥이 말을 잇기도 전에, 서미진이 벌떡 튀어나왔다.늘 그래왔듯, 오만함 가득한 얼굴을 하고 말이다.“부모를 여인 너를 누가 데려다 키워줬는지 설마 잊은 거 아니지? 네가 그랬듯이, 우리 엄마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지도 말이야. 그러니 우리가 어려우면 네가 갚아야 하는 것도 당연하지.”.“너 자신의 꼴을 좀 봐. 진백현 그 인간이 너와 즐기려고도 하지 않을걸? 우린 그대로 너한테 머물 곳 정도는 마련해주잖아? 그 정도면 고마워해야지, 어디서 배은망덕이야!”“짜악!”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미진의 고개가 꺾여버렸다.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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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서진우는 간신히 화를 누르며 말했다.“오늘 일은… 내가 다소 지나쳤던 건 인정한다. 하지만 고철주 회장은 정말 네게 마음이 있어.”“그래서 저에게 약까지 먹이신 거군요?”서은주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회사 사정은 너도 알잖니. 난… 정말 어쩔 수가 없었어.”“어떻게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이렇게도 태연하게 할 수 있죠?”서은주의 입꼬리가 차갑게 곡선을 그렸다.“역겹네요.”“사과했잖아! 뭘 원하는 거냐? 내가 아니었으면 네가 지금처럼 살 수 있었을 것 같아?”“8억이면 되나요?”서은주가 되물었다.“뭐… 뭐라고?”서진우가 멈칫했다.“그동안의 양육비로 치면, 손해는 아니죠? 제 부모님께… 부끄럽지 않다면.”지금의 서은주는 예전의 그 고분고분 참기만 하던 아이가 아니었다. _x000B_날카롭게 반박하고 필요하다면 손찌검마저 서슴지 않았다.서은주의 아버지는 서진우의 친형이었기에 그 말은 곧 그의 양심을 정면에서 후려친 셈이었다. 서진우는 문을 가리키며 소리쳤다.“당장 나가!”“걱정 마세요. 전 그냥 제 물건만 챙기러 온 거니까요.”그 말만 남기고 방으로 가, 몇 년간 모아둔 적금만 챙겼다. “은주야, 그러지 마. 밤도 늦었는데… 어디 가려고 그러니.”이순옥이 붙잡으려 하자, 서진우가 고함쳤다.“가게 놔둬! 다시는 기어들어 올 생각하지 마라!”“네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두고 보자꾸나. 네가 가진 것 중 내 손을 안 탄 게 뭐가 있어? 여기서 나가면 넌 아무것도 아니야! 나중에 울면서 매달리지나 마라!”서은주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거의 파산 직전이신 분이… 뭘 줄 수 있죠?”이 한마디가 그의 정곡을 찔렀다.“꺼져!!!”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난 서진우는 재떨이를 집어던졌고 그녀 발치에서 산산조각 나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유리 조각 위를 서은주는 그대로 밟고 지나갔다.구두는 찢어지고, 발은 파편에 베여 피가 흥건했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배은망덕한 것! 당장 꺼져!”욕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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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위미든.막 집에 돌아오자마자, 육강민에게 전화가 걸려왔다.아들, 육민찬이었다.녀석은 악몽을 꾼 듯 잔뜩 겁먹은 목소리로 투정을 부렸다.“아빠… 나 커다란 늑대가 토끼 먹는 꿈 꿨어. 너무 무서웠어.”“그랬어?”육강민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머금고, 차분하게 아이의 말을 들어주었다.“근데 있지, 그 늑대 이가 막 뾰족뾰족하고 진짜 무서웠다고!”“그래서 많이 겁났구나.”“아니거든! 나 남자야! 아빠가 늙으면 내가 업어서 병원 데려다줄 거라고!”육강민의 눈썹이 희한한 곡선을 그렸다.이 자식이!“누가 그래?”“큰아빠가 아빠는 맨날 일만 하고 몸도 안 챙긴다고 했어! 오늘은 의사도 아빠 보러 갔대. 큰아빠 말로는, 아빠 이러다 몸 망가지면 나중에 걷지도 못해서, 내가 아빠를 업어야 한다고 했어.”서은주는 그만 웃음이 터져 나오려고 했지만, 육강민의 시선이 곧장 날아와 겨우 참았다.그 눈빛은 사납지 않았다.오히려 조금은 부드러웠다.그 순간, 서은주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갑자기 그와 아주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세상은 늘 그를 높이 떠받들었고, 그녀 역시 그를 가까이하기 힘든 사람이라고 여겨왔다.하지만 몇 차례 만나보니, 밖에서 그럴듯하게 차려입고 더러운 짓만 하는 인간들보다 육강민은 은근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는 좋은 사람이다.부모님을 일찍 잃고 타인에게 얹혀살며 차가운 시선을 견뎌온 서은주는 전화기 너머 그 작은 아이가 조금은 부러웠다.밖에서 매정하고 냉혈한 존재로 불릴지라도 아들에게만큼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따뜻한 사람일지도 모른다.육강민이 통화를 하는 동안, 서은주는 조용히 안방으로 들어갔다.서은주도 그가 자신에게 원하는 건 결국 자기 ‘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이미 여기에 들어왔고, 한 침대에 누웠었으니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몸 사릴 것도 없었다.그녀는 간단히 씻고 침대에 누웠다.휴대폰도 완전히 꺼버리고 바깥세상과 연결을 끊었다. 가볍게 풍기는 은은한 백단 향이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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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서은주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바로 뒤에서 들려온 남자의 낮은 웃음소리에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가볍고 부드러운 그 웃음소리에, 그녀의 마음이 간질간질해지며 귀가 붉어졌다.아빠…?“오늘 많이 피곤했겠다. 얼른 자.”육강민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서은주는 잠을 이룰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너무 잘 잤다.반면 육강민은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품 안의 여자가 계속 뒤척이며 파고들고, 따뜻한 숨결이 그의 가슴에 스쳐서 ‘정상적인 남자’라면 절대 아무렇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육강민은 여자를 품은 적이 없었다.서은주는 그의 첫 여자였다.호텔에서 단 하룻밤으로 억눌러온 욕망이 걷잡을 수 없이 날뛰기 시작했다.그는 천천히 서은주의 고운 얼굴을 쓰다듬었다. 진짜 너무 닮았다.다음 날 아침, 서은주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아홉 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옆자리는 이미 텅텅 비어 있었다.조용한 방 안을 둘러본 그녀는 육강민이 벌써 출근한 줄 알고 대충 세수만 하고 슬리퍼를 끌고 방을 나섰다. 그런데 육강민은 거실에 있었다.하얀 셔츠에 슬랙스, 깔끔하고 냉정한 분위기는 처음 그를 봤던 그대로였다.그리고 육강민 맞은편에는 어제 봤던 그 어르신, 유주만이 앉아 있었고 그녀를 보는 눈빛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서은주는 화들짝 놀라 다시 방으로 도망쳤고 제대로 단장한 뒤에야 다시 거실로 향했다.“이분은 내 개인 주치의.”육강민이 소개했다.“여긴 서은주입니다.”“처음 뵙겠…”서은주는 어제 너무 많은 일을 겪어, 그가 잠깐 진찰해 준 것만 얼핏 기억났다.하지만 지금 보니 누군가와 너무 닮았다.“왜 그래요?”유주만이 찻잔을 들어 여유롭게 한 모금 마셨다.“어떤 분과 닮으셨어요.”“오?”“제가 학교 다닐 때 정형외과 쪽의 최고 권위자, 유주만 교수님과 닮으셨어요.”“내가 그렇게 유명했나 보네요.”유주만이 웃었다.서은주는 그대로 얼어붙었다.당시 자신의 표정이 얼마나 멍청했을지 짐작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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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서은주는 육강민이 돌아오자마자 서재로 향했다.육강민은 영상 회의 중이었고, 서은주는 방해하지 않으려 조용히 냉장고를 열었다. 하지만 안은 텅 비어 있었다.하는 수 없이 장을 보러 나갔다.돌아오는 길에 다행히도 육지성을 만나 현관 비밀번호를 알게 되었다.하마터면 집도 못 들어갈 뻔했다. “비밀번호 207114입니다. 앞은 아기 도련님 생일이고 뒤는 대표님 생일입니다.”서은주는 그 숫자들을 조용히 새겼다.음식을 모두 차리니 12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육지성은 자리로 돌아간 듯했고, 서재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서은주가 노크했다.“식사하셔야죠.”육강민은 대답 없이, 그저 짜증 섞인 표정으로 가까이 오라는 신호로 손짓했다.셔츠 위쪽 단추가 풀려 목덜미가 드러나 있었고, 하얀 소매 사이로 팔의 근육 선이 은은하게 비쳤다.서은주가 다가가자, 육강민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 끌어 당겨 자기 무릎 위로 앉혔다.한 팔로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감싸고, 자신의 얼굴을 그녀의 목덜미에 묻었다.너무나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숨결이 닿을 정도로 친밀한 자세가 되었다.그를 등지고 있어 서은주는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하지만 등에 닿는 그의 뜨거운 온기와 쏟아지는 숨결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긴장했어?”육강민의 낮은 목소리가 귀를 간질이자, 그녀의 몸은 더욱 굳어버렸다. “힘 좀 빼.”낮게 잠긴 목소리로 육강민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목선을 천천히 스쳤다. 귓불에 입술이 닿자, 서은주는 몸이 움찔했다.“이러면 안 된다고…”“알아. 선 넘진 않을 거야.”둘은 끝까지 가지는 않았다.하지만 육강민은 너무나 능숙하게 그녀를 무너뜨렸다.서은주는 숨이 가빠지고 온몸의 힘이 풀려 그대로 육강민의 품에 기대고 있었다.하지만 그 남자는 여전히 셔츠와 슬랙스, 단정한 모습 그대로였다.육강민이 다시 낮게 속삭였다“어땠어?”스스로의 의지와는 다르게 움직이는 몸, 그 요동치는 감각은 사람을 미치게 하는 고문에 가까웠다.“너도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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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까지 끝낸 뒤, 육강민은 서재에서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고, 서은주는 소파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었다.그녀는 육강민을 제외하면, 이 도시에서 완전히 고립된 사람이나 다름없었다.병원은 물론, 평범한 개인 의원이나 약국조차 그녀를 받아 주지 않았다.차라리 외지로 나가 박사 과정을 밟을까도 생각했다.그리고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도 괜찮겠다고 느꼈다.어차피 여기엔 그녀를 붙잡아둘 만한 이유가 없었다. 혼자라면, 어디든 그곳이 곧 그녀의 집이라 여겼다.그렇게 마음을 굳힌 서은주는 올해 각 의과대학의 박사 모집 공지들을 하나씩 살펴보았다.대학원을 마칠 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곧장 박사과정을 밟을 생각이었다.하지만 서씨 가문에서는 그녀가 조금이라도 빨리 취업하고, 하루라도 빨리 진백현과 결혼하길 바랐기에 그녀는 스스로 포기했었다.돌이켜보면 참 우스웠다.“박사하고 싶어?”언제 다가왔는지 육강민이 그녀 옆에 앉아 있었다.“당장 취업도 안 되고 해서 차라리 공부를 더 해볼까 생각 중이에요.”그동안 모아둔 돈도 있었기에 몇 년은 버틸 수 있었다.게다가 육강민이 건네준 수표도 그대로였다.“생각해 둔 곳은 있어?”육강민은 그녀의 뒤로 소파 위에 손을 올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장난쳤다.“아직은요.”“경성엔 좋은 학교들이 많지.”서은주는 살짝 웃어 보였다.그녀가 새 인생을 시작한다면 경성은 절대 아닐 것이다.그곳에는 그가 있으니까.“왜? 경성은 싫어?”“아직 결정한 건 없어요.”“그런 거라면 그냥 내 곁에 있어.”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서은주의 시선이 멍하게 그에게 멈췄다.사실은 그의 곁에 있고 싶었다.다만, 얼마나 더 머무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그녀는 완전히 혼자였기에 자유로웠다. 차라리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게 더 낫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서은주는 그저 조용히 그의 목을 살짝 감으며 그의 입술에 조용히 입을 맞췄다.어젯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던 육강민이 이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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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서은주는 육강민과 나란히 마트를 걷게 될 줄은 몰랐다.훤칠한 키에 어디서든 눈에 띄는 외모로 육강민은 마트에 들어온 순간부터 여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고 심지어 어떤 이들은 휴대폰까지 꺼내 들었다. 정작 장본인은 익숙한 듯 카트를 밀며 그녀 옆을 조용히 걸었다.“여자들이 계속 강민 씨를 쳐다봐요.”“그래서?”“그러니까… 불편하지 않아요?”말하고 나서 서은주는 바로 후회했다.육강민의 주위에는 항상 여자들이 끊이지 않았을 것이다. 육강민은 오히려 고개를 살짝 돌려 그녀에게 물었다.“넌 어때?”“저요?”“저들은 그저 멀리서 입맛만 다실뿐이지만, 넌 나를 가져봤잖아.”“!”마스크가 아니었으면,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금세 들켜버렸을 것이다.필요한 것들을 대충 담고 계산대로 향하던 중 육강민은 아무렇지도 않게 콘돔을 꾸러미 채로 집어 들었다.계산대 직원이 그들을 힐끔 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고, 서은주는 그제야 그가 사려고 했던 ‘필요한 물건’이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저녁도 서은주가 준비했고, 식사 후 설거지는 육강민이 맡았다.그러고는 다시 서재로 들어가 업무를 처리했다.거실에서 TV를 보던 서은주는 서재에서 들려오는 육강민의 날 선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육민찬, 너 왜 또 친구랑 싸웠어!”또 아들과 전쟁 중이었다.보아하니, 육씨 가문의 꼬마 도령도 만만치 않은 캐릭터인 모양이다.온 가족이 귀하게 떠받들면 배짱도 하늘을 찌를 수 있었다.서은주는 소파에 기대어 핸드폰을 켰다.지난 24시간 동안 꺼 두었던 탓에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가 쏟아졌다.대부분은 이순옥에게서 온 것이었다. [은주야, 너 어디야? 얼른 집으로 돌아와. 이번 일은 우리가 잘못했어.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한데.][숙모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네 부모님께도 면목이 없구나.]그 외에도 진백현의 부재중 전화도 있었다.하지만 서은주는 진백현에게 연락 따위 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병원장에게서 온 연락을 보고 전화를 걸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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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육강민은 아들한테 한바탕 긁혀서인지, 오늘은 아무래도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저 내일 병원에 다녀와야겠어요.”“내가 데려다줄까?”“괜찮아요. 저 혼자 다녀올게요.”서은주는 그의 굳은 표정을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요즘 다시 경성에 갈 계획이세요?”“누가 그래?”육강민은 강성에 큰 프로젝트가 있어 한동안은 이곳에 머물러야 했다.“아까 아드님 혼내러 간다고 해서…”“안 가도 돼. 형이 있잖아.”“…”그날 밤, 두 사람은 이불 하나를 덮고, 얘기만 했다.다음 날 아침, 서은주가 차린 밥상을 본 육지성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죄송해요. 오시는 줄 몰라서 지성 씨 건 못 챙겼어요.”서은주의 멋쩍은 미소에 육지성의 환한 얼굴이 금세 꺼져버렸다.“나도 곧 나가야 하는데, 데려다줘?”육강민이 방에서 나오며 물었다.“괜찮아요. 저 혼자 갈게요.”육지성은 두 사람이 나란히 아침을 먹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야 했다.서은주는 자연스럽게 육강민의 넥타이를 매만져 주고, 집을 나서기 전엔 가볍게 입맞춤까지 했다.이쯤 되면 거의 신혼부부였다.솔로인 육지성은 심장을 두들겨 맞은 기분이었다. 운전에만 집중하려던 육지성이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혹시 은주 씨랑 진짜로 잘해보실 생각인 겁니까?”“하고 싶은 말이 뭐지?”“가희 아가씨와 진백현은 요즘 꽤 가까워졌다더군요. 들리는 말로는 곧 경성에 가서 어르신께 정식으로 인사드릴 생각이라던데요. 나중에 마주치면 난처하지 않겠어요?”“민망한 건 걔들이지, 내가 아니야.”“그렇긴 하지만...”“내가 그들 눈치를 봐야 해?”육지성은 말문이 턱 막혔다.맞다.이 양반은 원래 이런 사람이었다.만약 서은주가 나중에 육씨 가문에 들어오면 육가회와 진백현의 얼굴이 얼마나 희한할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두 사람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작은 엄마’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상상만으로도 육지성은 소리 없는 환호를 터뜨렸다.서은주는 택시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다.하지만 병원장은 자리에 없었고, 문자로 [휴게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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