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51 - Chapitre 60

100

제51화

서은주는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에 뒤섞였다.익숙하고도 따뜻한 품이 닿는 순간, 온몸의 긴장이 스르르 풀렸다.“당신 대체 누구야? 왜 남의 일에 끼어들어!”바닥에 주저앉은 서미진은 눈이 뒤집힌 채 육강민을 노려봤다.“우리 아빠가 누군지 알아?”“누굽니까?”육강민이 담담하게 되물었다.육강민의 얼굴을 똑바로 본 순간, 서미진은 그대로 얼어붙었다.호텔에서 봤던 그 남자?육강민의 외모는 너무나도 압도적이라 그를 보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여자는 드물었다. 그날 호텔 쪽에 물어봤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남자가 서은주와 함께 있다. 아주 자연스럽게 서은주의 허리를 감고 말이다.이순옥 역시 느닷없이 나타난 남자에 당황했다. 하지만 서미진처럼 겉모습만 보고 호들갑 떨지는 않았다. 단정한 셔츠에 맞춤 슈트, 결코 저렴한 옷차림이 아니었다.손목의 시계는 수억 원대의 한정판, 풍기는 분위기까지…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잉?”그때 육민찬이 불쑥 튀어나왔다.“아빠, 이 아줌마 너무 더러워.”아빠?그에게 아들이 있다고?그제야 머리가 돌아간 서미진은 눈시울을 붉히며 서은주를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은주야, 난 진심으로 네가 돌아오길 바라고 있는데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잠시 멍하더니 서미진을 바라보던 서은주는 피식 웃음이 터졌다.그녀에게 이토록 뛰어난 연기 재능이 있을 줄은 몰랐다. “은주야, 당장 돌아오라고 강요한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커피를 끼얹는 건 너무하잖아.”바닥에 주저앉은 서미진은 서러운 감정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서은주가 뭐라 하기도 전에, 육민찬이 말을 낚아챘다.“아줌마, 무슨 헛소리를 언제까지 지어낼 건가요?”육민찬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덧붙였다.“아빠랑 나, 아까 문밖에서 다 들었거든요. 아줌마가 먼저 잘못했잖아요. 맞은 것도 아니고 그냥 물벼락이잖아요. 이 정도면 아주 착한 거예요.”서미진은 그대로 얼어붙었고, 서은주는 금방이라도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미진아, 일단
Read More

제52화

육강민은 한 손으로 서은주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아들 육민찬의 손을 잡은 채 식당을 벗어났다.진백현에게 버림받고도 무슨 재주로 저 정도 품격 있는 남자를 만날 수 있었던 걸까?“미진아, 얼굴 좀 닦아.”이순옥은 휴지를 꺼내 그녀의 얼굴에 튄 커피를 닦아주려 했지만, 서미진은 그 손길을 쳐냈다.“그러게! 왜 저딴 년을 데려다 키웠냔 말이에요!”한편.식당을 나선 뒤, 세 사람은 차에 탔다.운전석에는 육강민, 서은주와 육민찬은 뒷좌석에 탔다.녀석은 내내 그녀를 힐끗힐끗 보더니, 슬쩍 손을 뻗어 그녀 손등을 꾹 찔렀다.“응?”서은주가 애써 웃어 보이자, 육민찬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나, 속상해?”“괜찮아.”“나도 엄마 없어. 그래서 누나 마음, 좀 알아.”아이 목소리는 어른처럼 단단했다.서은주는 며칠 사이 너무 많은 일들을 겪어 더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내 어깨 빌려줄까?”그는 진지하게 자기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그 모습에 서은주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고, 그의 통통한 볼을 살짝 꼬집었다.“너 정말 너무 귀엽다.”육민찬은 금세 얼굴이 빨개졌다.운전석에서 백미러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육강민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아들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어릴 적부터 엄마 없이 자라 온갖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은 결과, 까칠하고도 거만함의 집합체가 되었다. 특히 누군가 그를 통해 육강민에게 접근하려 하면 바로 냉랭하게 밀어냈다.그런데 서은주에게는 유독 마음을 여는 듯했다.나쁜 징조는 아니었다.“뭐 먹고 싶어?”육강민이 물었다.“햄버거!”육민찬은 바로 손을 들었다.“안 돼.”육강민은 단칼에 자른다.“저도 사실 요즘 햄버거 좀 당기는데, 오랜만에 햄버거 먹을까요?”서은주가 살짝 거들었다.“아빠, 누나도 먹고 싶대요.”육민찬은 눈을 반짝였다.육강민은 서은주를 아니꼽게 흘겼다.“그러다 애 버릇 나빠져.”셋은 결국 가까운 햄버거 가게로 향했다.육민찬은 세상을 다 가진 얼굴로 햄버거를 와앙
Read More

제53화

육강민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며칠 지내보니 서은주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적당히 거리 두고 절대 선을 넘지 않았으며 그에게 무언가 기대하거나 요구하는 일도 없었다.육씨 가문에 발을 들이려는 건 애초에 꿈도 꾸지 않고 있음이 훤히 보였기에 그런 그녀의 태도가 오히려 더 성숙해 보였다. 그 역시 육강민이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_x000B_그래서 그는 그녀를 꽤 마음에 들어 했다.그런데 막상 아들의 입을 통해 듣게 되니, 알 수 없는 감정이 묵직하게 걸렸다.그리고 오늘 문자 한 줄 남기고 담담하게 떠났던 그 모습에는 한 톨의 미련도 없어 보였다. 이성적으로 보면 이런 관계가 더 편했다.서로의 감정 소비 없이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으니까.그런데 육강민의 마음 한구석이 좀처럼 편치 않았다. “벌써 지친 거야?”돌아온 서은주는 아이의 온몸이 땀범벅인 걸 보고 덧붙였다.“이럴 땐 찬 거 마시면 안 돼. 배탈 나.”“그럼, 안 마실래요.”육민찬은 순순히 잔을 내려놓았다.“근처에 마트 있던데, 가서 장 좀 볼까요? 민찬이 슬리퍼도 하나 사야 하고.”서은주가 제안했다.마트.서은주는 물건을 고르고,육강민은 자연스럽게 카트를 밀었다.육민찬은 좋아하는 곰돌이 과자를 얻고 신나서 입이 귀에 걸렸다.마트는 사람들로 북적여 서은주는 ‘혹시’하는 마음에 육민찬의 손을 꼭 잡았다.“나 아기 아니야. 손잡을 필요 없어.”작게 투덜거리며 손을 빼려고 하는 녀석에게 서은주가 말했다.“그럼, 네가 내 손 잡아. 날 잃어버리면 안 되잖아.”“뭐, 그건 괜찮지.”육민찬은 입을 삐죽 내밀며 덧붙였다.“여자들은 진짜 귀찮다니까.”서은주는 다시 웃음이 터졌다. 그러곤 슬쩍 육강민을 바라봤다.부자라고는 하지만 눈매며, 코, 입술까지 어디 하나 닮은 구석이 없다.아마도 엄마 쪽을 닮은 것 같다.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던 육강민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평소의 냉기는 사라지고 살가운 온기만이 번졌다.그들은 꼭 완벽한 가족 같았다.
Read More

제54화

서은주는 순간 멍해졌지만, 거절하지 않았다.드라이기 소리가 귓가에서 울리고, 육강민의 손길이 그녀의 머릿결 사이를 천천히 스쳐 지나갔다.능숙한 건 아니었지만 부드러운 움직임이 서은주의 마음을 간질였다.“민찬이가 당분간 여기서 지낼 거야. 네가 조금 고생해줘야 할 것 같아.”“저 민찬이 좋아요.”머리가 거의 다 마르자, 육강민은 드라이기를 끄고, 그녀의 귓가에 바싹 고개를 기울였다.“민찬이만 좋아?”“그럼, 나는 어때?”그의 목소리가 묵직하게 귀에 날아와 꽂혔다.서은주는 숨이 턱 막혔다.심장이 미친 듯 뛰어대고, 얼굴이 금세 뜨겁게 달아올라 뭐라 답해야 할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그가 왜 갑자기 이같은 질문하는지 서은주는 이해하지 못했다.두 사람 관계에서 그녀의 마음이 과연 중요할까?어차피 두 사람은 절대 함께 할 수 없으니, 그녀가 좋아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답을 듣지 못해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은 육강민은 고개를 기울여 그녀의 귓불에 입을 맞췄다.서은주가 낮게 신음을 터뜨렸다.옆방에 있는 육민찬에게 들리기라도 할까 봐 서은주는 죽을힘으로 참고 있었다.그녀의 속도 모르고 육강민은 그녀를 번쩍 안아 화장대 위에 앉혔다.허리가 허공에 떠 있는 상태라 그의 목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온몸에 힘이 풀리고 눈동자도 촉촉하게 흐려졌다.그 모습은 끊임없이 괴롭히고 싶어질 만큼 아찔했다. “민찬이가 옆방에 있어요.”그녀가 거친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조용히 하면 되지.”목소리는 낮게 잠겨 있었지만 숨결은 데일듯이 뜨거웠다.그건 너무나 뻔뻔한 말이었다.서은주는 얼굴이 더더욱 새빨개졌다.“침대로 가요.”“여긴 불편한가?”“……”오래된 부상 때문에 며칠째 곤욕이었던 육강민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듯 거칠었다.그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맑은 목소리가 들렸다.“아빠, 자요?”육강민의 몸은 순식간에 굳어버렸고, 얼굴마저 파랗게 질렸다.아무런 대답이 없자, 육민찬이 다시 말했다.“자는 척하지는 말
Read More

제55화

서은주가 들어온 뒤로 이렇게 홀로 잠 드는 것은 처음이었다.작은 고양이처럼 그의 품을 부비적거리며 자극했던 서은주가 없으니 잠이 오지 않았다.습관이라는 게, 참 무섭다.결국 잠을 이루지 못한 육강민은 조용히 방문을 열었고 대자로 뻗은 채 한쪽 다리를 서은주의 배 위에 턱 걸리고 있는 육민찬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두 사람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 오랫동안 서은주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다음 날 아침.서은주는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을 준비했고 육강민은 어김없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안았다.“잘 잤어?”“네.”육민찬은 많이 피곤했는지 칭얼거리지 않았다.육강민은 그녀의 귓불에 입 맞추었다._x000B_뜨거운 숨결이 닿는 순간, 서은주의 몸이 움찔거렸다.“난 한숨도 못 잤는데.”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서은주는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었다.“오늘은 늦을 거야. 민찬이 잘 부탁할게. 적당히 맞춰주도록.”“알겠어요.”“학교는 정한 거야?”그녀를 놓아준 육강민은 커피를 따르며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아직요.”“결정되면 말해. 내가 미리 연결해 줄 수 있는지 볼게. 해외여도 상관없고.”요리하던 서은주의 손이 잠시 멈칫했다. 처음으로 관계를 가진 날, 그가 남겨두고 간 억 단위 수표와 피임약으로도 체통이 크고 복잡하게 얽히는 것은 극도로 싫어하는 성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관계는 결국 끝이 난다.그녀가 아무 요구를 하지 않았음에도, 그는 이미 어떻게든 보상하려 하고 있다.육강민은 이미 너무 많은 도움을 줬다.서은주는 그에게 매달릴 생각도, 빌붙을 생각도 없었다.그때, 초인종이 울리고 육지성이 들어왔다.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그는 오늘 일정을 보고했다.그리고 한 장의 청첩장을 내밀었다.“뭐야?”육강민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서씨 가문에서 초대장을 보냈습니다.”서은주는 조용히 그의 반응을 살폈다.육지성은 말을 이어갔다.“따님께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자리라 많은 사람들을 초대했다고
Read More

제56화

“왜 누나라 부르면 안 돼요?”“서열이 꼬이니까.”육강민은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그 말에 서은주의 볼이 뜨겁게 달아올랐다.육강민이 떠나고, 서은주는 바로 녀석의 숙제를 봐주었다.대학에 진학한 뒤로, 서은주는 서진우 부부에게 돈을 빌린 적이 없었다. 그녀는 과외도 하고 장학금도 놓친 적 없었기에 생활비를 제외하면 매달 조금씩 모을 돈이 생겨 그 덕분에 지금까지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었다. 육민찬의 숙제를 봐주던 중, 오랜 친구로부터 문자를 받았다.[은주야, 나 리정! 나 돌아왔어. 시간 되면 밥 먹자!]대학 시절 절친이었지만 졸업 후엔 연락이 뜸해졌다.서은주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좋아.]서은주가 육강민에게 육민찬이 완성한 주산 숙제를 찍어 보내자, 그는 약간 놀란 기색이었다.장난기가 심해 온 집안이 어르고 달래도 이토록 효율적으로 임무를 완성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기분 좋을 일이 있으세요?”운전하던 육지성이 백미러 너머로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린 육강민을 보고 물었다.“은주가 민찬이를 제법 다루네.”“!”육지성 역시 놀랐다.말썽꾸러기 육민찬을 쥐락펴락하는 서은주가 은근히 대단해 보였다. 육강민의 머릿속에 그녀를 곁에 두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다.녀석이 숙제를 마치자, 갑자기 꼬마용 스마트워치가 울렸다.“여보세요?”“민찬이 강성에 도착했어?”육가희의 목소리였다.“응.”“누나랑 놀러 갈까?”“좋아!”육가희가 데리러 왔을 때, 녀석은 급히 자신의 물통을 챙기러 갔고 그 사이 육가희는 서은주를 향해 콧방귀를 날리며, 얼굴 가득 경멸을 드러냈다.“아직도 안 나갔네. 제법인데?”서은주는 굳이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민찬이 데리고 나갈 거면, 강민 씨한테 말씀드리세요.”“우리 가문 일이야. 네가 낄 자리는 없어.”육가희가 말을 끊었다.“널 곁에 둔 건 그냥 잠깐 놀아주는 것뿐이야. 곧 질릴 텐데, 설마 이 집 안주인이라도 된 줄 알았어?”“저도 제 분수는 알아요.” 냉소로 가득했던 육가희의 얼굴이 육민찬이
Read More

제57화

육민찬은 콜라를 마시며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이모는 누나 말한 거랑 완전 다르던데.”“앞으로 이모 일부러 괴롭히면 나 화낼 거야.”화가 난 육가희는 주먹을 쥐었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어야만 했다. “민찬이는 아직 어리니까 사람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잘 몰라. 겉모습에 속으면 안 돼.”“누난 내가 세 살인 줄 알아?”육민찬은 코웃음을 쳤다.“……”세 살이나 다섯 살이나, 뭐가 다르다는 건데!육가희는 말문이 막혀버렸다.“가희 누나.”육민찬은 그저 사랑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나 닭 다리 더 줘.”“배 부른 거 아니었어?”“아니, 이모는 아직 점심 전일까 봐. 포장해 가게.”육가희의 표정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서은주, 대체 무슨 수로 이 폭군을 네 편으로 만든 거야!’심지어 이 어린애도 네게 마음을 주다니.그녀는 한 사람을 상대로 이렇게 연달아 밀려본 적이 없었던지라 서은주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점심은 서은주 혼자였다.그녀는 대충 국수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는데, 돌아온 육민찬이 그 광경을 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겨우 이거?”“응.”“자.”녀석은 작은 치킨 상자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일부러 나 주려고 산 거야?” 서은주는 놀라서 물었다.“내가 먹다 남긴 거.”육민찬은 워낙에 새침데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서은주는 웃으며 녀석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고마워.”“!”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진 육민찬은 민망한 듯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방으로 도망쳤다.서은주는 아직 따끈한 치킨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육민찬이 낮잠을 자고 있을 동안, 서은주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은주!”전화기 너머로 손리정의 반가운 목소리가 터졌다.“너 진짜 너무해. 내가 연락해야만 전화하지?”“네가 바쁠까 봐.”“바쁘긴 하지. 박사 과정이 너무나 고돼서 대머리 되기 일보 직전이야.”서은주는 웃음을 터뜨렸다.“오늘 저녁, 시간 돼?”“응. 하지만 조금 늦을 수 있어.”“괜찮아. 연락
Read More

제58화

“어느 병원이야?”“서운대로 오세요.”“알았어.”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서은주는 민찬을 안고 바로 응급실로 뛰었다.한여름이라 금세 온몸이 땀범벅이 된 상태였다. 간호사가 수액을 들고 다가오자, 육민찬은 눈물이 그렁그렁해져 울먹였다.“괜찮아, 이모가 지켜줄 테니 무서워하지 마.”서은주는 조용히 녀석을 달래자, 녀석의 작은 손이 그녀의 옷깃을 꼭 잡고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엄마…”서은주는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너무 아파 녀석이 정신이 혼미해진 거란 걸 알고 아이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그래, 엄마 여기 있어.”육강민이 병원에 도착했을 땐, 해가 질 무렵이었고 붉은 노을이 유리창을 통해 병실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육강민은 문을 밀고 들어섰다.차갑게 굳은 얼굴은 냉랭했고, 서은주에게 닿는 시선마저 얼어붙는 듯했다.그는 곧장 침대로 다가갔다.육민찬은 이미 잠들어 있었지만, 얼굴은 창백했고, 눈가는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방금 겨우 잠들었어요.”서은주는 조심스러웠다.육강민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이렇게 되도록 뭐 하고 있었던 거지?”그의 깊은 눈동자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차갑고도 묵직한, 쉬이 읽을 수 없는 그의 표정에 서은주는 심장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죄송해요.”서은주는 고개를 숙였다.육강민은 더 이상 그녀를 보지 않았다.다만 잠든 아이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부드럽게 다독이면서 무심하게 뱉었다.“이제 들어가.”그 한마디가 그녀의 심장을 후벼파는 듯했다. 왜인지 눈가가 뜨겁게 시큰거렸다.병실을 나서자, 문 앞에는 육지성이 서 있었다.“작은 도련님은 대표님의 전부나 다름없는 존재라 예민한 겁니다. 너무 상심하지는 마세요.”“제가 제대로 돌보지 못한 건 맞아요.”“제가 모실게요.”“괜찮아요. 고마워요.”서은주는 마음이 무거웠다.설명할 수 없는 답답함에 가슴을 막혀왔다.그녀와 육강민은 미래를 약속할 수 없는 사이란걸 알면서도 그가 보인 서늘한 눈빛이 그녀의 마음을 시리
Read More

제59화

손리정과 마주 앉은 서은주는, 오랜만에 편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단, 육강민에 대한 얘기만은 의도적으로 뺐다.“넌 진짜로 박사 할 생각이야?”손리정은 몇 달 만에 벌어진 사건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응.”서은주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우리 학교는 어때? 그러면 서로 챙겨줄 수도 있잖아. 우리 학교 전국 TOP3잖아. 꽤 괜찮거든.”손리정은 그녀가 당장 입학했으면 싶어 안달이었다. “학교가 괜찮은 건 알지만, 교수님들의 요구사항도 모르고, 꼭 합격한다는 보장도 없고.”괜찮은 곳일수록 지원자들이 많았다.“그건 걱정 마. 내가 알아봐 줄게.”손리정은 본래부터 서은주를 괴롭힌 서진우 부부를 못마땅하게 여겼고 이번 기회에 완전히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네가 자유를 되찾았으니, 오늘은 내가 쏜다!”“어디 가려는 건데?”서은주가 웃으며 물었다.흥 부자 손리정과는 달리 서은주는 학업 외에는 온전히 진백현에게만 올인하던 답답한 모범생 그 자체였다.하지만 이제 파혼도 했고 서진우 집안의 간섭도 없으니, 손리정은 더는 주저하지 않았다. 손리정이 이끈 곳은 바로 근처의 와인바였다.강성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바 중 하나인 [만남]이라는 곳이다. 귀를 찢는 클럽 음악 대신, 잔잔하게 흐르는 재즈 속에서 남녀들 사이의 은밀한 눈빛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서은주와 손리정이 들어서자마자, 각종 시선이 두 사람에게 꽂혔다.피부가 맑고 고운 피부에 매력적인 눈매, 서은주는 충분히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도 남을 비주얼이었다. “넌 어떤 스타일 좋아해? 강아지상? 아니면 짐승남? 혹은 섹시한 중년 오라버니? 원하는 게 뭐든 여기 다 있다.”“네가 말한 ‘좋은 곳’이 이런 거야?”서은주는 이런 곳이 처음이라 어리둥절했다.“왜~ 선택지가 많으니, 당연 ‘좋은 곳’ 아니야?”“……”“내가 항상 말했잖아. 너는 진백현만 쳐다보느라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모른다고. 남자들은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여자들을 바꿔가며 즐기잖아? 그러면 여자도
Read More

제60화

“그게…….”육지성은 어른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하지만 똘똘했던 육민찬이 눈을 동그랗게 뜨곤 다시 말했다.“아빠가 이모 화나게 한 거지?”육강민은 서은주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급히 돌아온 자택에도 불이 꺼져 있었고, 안은 텅 비어 있었다.이 밤에 그녀가 갈 만한 곳이 어디란 말인가?그 레스토랑에 바로 나타날 수 있었던 건 특별한 촉 때문이 아니라, 서은주의 휴대폰 위치를 추적했기 때문이다.이번에도 위치를 확인한 그는 잠시 굳어 버렸다.[만남]—강성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바.혼자 술 마시러 간 건가?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 술에 잔뜩 취해 더욱 요염하던 그 모습이 스쳐 지나가자 육강민은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 없었다. 육강민은 바로 차를 몰아 그곳으로 향했다.한편, 서은주는 이미 고주망태가 되기 일보직전이었다. 오랫동안 눌러온 감정들이 터졌고, 육강민에게서 받은 상처까지 겹쳐 취기는 더 빨리 올랐다.“은주야, 그만 좀 마셔.”손리정은 그녀가 기분을 풀 수 있길 바랐을 뿐, 이렇게까지 취한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도대체 왜?”서은주는 잔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며 말했다.“왜 나만 괴롭히는 거야?”“난 그냥… 그냥 조용히 살고 싶을 뿐인데…내가 그리도 못 미더워?”손리정은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너무 슬퍼하지 마.”“왜 사내 놈들은 다 똑같아? 잘난 척에 하나같이 건방지고…”“너 그런 말 들어봤어?”“뭔데?”“남자는 여자를 불행하게만 만든다.”손리정은 진지하게 말했다.“……”“남자는 그냥 즐기면 되는 거야. 네가 원한다면 내가 찾아줄게. 풋풋한 연하남? 듬직한 아저씨?”이미 동공이 풀린 서인주는 버럭 외쳤다.“전부 다!”“기다려! 금방 모셔 올게!”손리정이 밖으로 나간 사이, 서은주는 다시 잔을 들어 바닥까지 들이켰다.쓴만이 가신 뒤 은은한 단맛이 퍼졌다. 술은 역시 쓰고 난 후에야 달았다.이번 생, 언제쯤 단맛을 느낄 수 있을까?육강민이 그녀를 찾아냈을
Read More
Dernier
1
...
45678
...
10
Scanner le code pour lire sur l'applicatio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