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hapter 511 - Chapter 520

640 Chapters

제511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강희진은 그대로 굳어버렸다.왜 방주헌이 자기 집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걸까?그 옆에는 서류 가방을 든 조우리가 서 있었다.강희진을 본 조우리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방주헌은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아 술을 꽤 마셨다. 조우리는 그를 집에 데려다주려 했지만, 그는 다른 곳에 가야 한다며 고집을 부렸고 어쩔 수 없이 차를 몰고 이곳까지 왔다.한참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고, 결국 그렇게 두 사람은 문 앞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다만 여기가 하늬의 어시스트 집이라는 걸 조우리는 전혀 몰랐다.방주헌은 두 손으로 문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그리고 강희진을 똑바로 바라봤다.“드디어 왔네요?”“네.”강희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방에서 키를 꺼냈다. 가능한 방주헌을 외면한 채 문을 열려고 했다.열쇠가 돌아가며 문이 열리는 순간, 방주헌의 손이 뻗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술기운이 오른 그는 손이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그 열기가 피부를 타고 번져, 강희진이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뭐 하는 거예요?” 그녀가 미간을 찌푸렸다.“키스해 놓고 도망가는 게, 어딨어요?”조우리는 숨이 멎는 듯했다.뭐라고?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술 취하신 것 같은데, 무슨 말을 그렇게 막 하세요.”강희진은 곁눈질로 조우리를 힐끗 봤다. 아무리 그래도 체면은 지켜야 했기에 끝까지 부인했다.그러자 방주헌이 눈썹을 찌푸렸다.자신을 무시하는 것도 모자라, 하이석과 맞선까지 보러 가더니 이제는 해놓고도 안 했다고 잡아떼고 있었다.강희진이 그의 손을 떼어내려는 순간, 방주헌이 오히려 더 세게 잡아끌고는 문을 열고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 거칠게 닫아버렸다.조우리는 또 한 번 멘붕에 빠졌다.강희진은 상황을 인지할 틈도 없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등은 문에 닿아 있었고, 바로 눈앞에 방주헌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밀착에 숨이 턱 막혔다.조금만 움직여도, 몸이 맞닿을 듯 가까웠다.불을 켜지 않은 실내는 어두웠다.달빛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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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불도 켜지 않은 방 안, 네온사인과 달빛이 뒤엉켜 어둠을 물들였다.밤공기가 몽롱하게 일렁였다.알코올 냄새가 밴 숨결이 거칠게 밀려 들어와, 그녀의 입안을 마구 헤집었다.방주헌은 키스라곤 제대로 해본 적 없어 그저 강하고, 거칠고, 제멋대로였다.그의 입술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지나치게 뜨거웠다.강희진의 심장이 가늘게 떨렸고, 다리에 힘이 풀려 거의 서 있지 못할 지경이었다.두 손은 문에 붙들린 채 꼼짝할 수 없었다. 손목을 비틀어 벗어나려 했지만, 방주헌의 손가락이 그녀의 손가락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벌렸다.두 사람의 손이 단단히 맞붙었다.너무 뜨거워서 그녀의 손은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강희진은 방주헌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설마 또 술에 취해 추태를 부리는 건가?숨이 막혀오는 답답함에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녀가 흐느끼듯 항의하자, 그제야 키스가 조금 부드러워졌다.시월의 바람은 차가웠지만, 그의 입맞춤은 타오르듯 뜨거웠다. 스치는 자리마다 전류가 흐르듯 저릿저릿해, 강희진은 저도 모르게 가느다란 신음을 토해냈다.방주헌의 입술이 그녀의 입가를 맴돌았다. 술에 젖은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층 더 낮게 가라앉았다.“다 잊은 거예요? 그럼, 이제 생각나요?”잊었다면, 직접 떠올리게 해주면 된다.강희진은 숨을 몰아쉬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밤새 속을 태웠던 방주헌은 그제야 얼굴이 조금 풀렸다.하지만 시선은 그녀의 붉게 달아오른 입술에서 떠나지 않았다.방금 전의 키스가 떠올랐다.그녀의 입술은 부드럽고, 뜨거웠고... 유난히 달았다.몽롱한 그의 눈빛에 취기가 어렸다.오늘 밤 그는 분명 많이 마셨다.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나도 뜨거워서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 그녀의 몸을 더듬는 것만 같았다. 심지어 옷을 입고 있어도 모든 것이 드러난 느낌이었다.강희진은 고개를 돌렸다.가슴이 뜨겁게 차오르고, 호흡이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좀 떨어져요.”강희진은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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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나 좋아하잖아요.”강희진이 부정하지 않자, 방주헌은 입꼬리를 올렸다.“그럼, 나랑 다시 만나볼 생각 있어요? 우리 한 번 만나봐요.”그도 사실, 이 문제를 강희진에게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랐다.막상 그녀만 보면 괜히 어색해지고, 말도 꼬였다.그런데 오늘은 술을 몇 잔 했고, 용기가 붙은 것이다. 이미 키스까지 해 버린 마당에, 무슨 말이든 못 할 게 없었다.그 한마디에 강희진의 심장이 순식간에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너무 빨라서 감당이 되지 않았고, 몸이 붕 뜬 듯 아찔했다.강희진이 막 답하려는 그때, 갑자기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밖에 남아 있던 조우리였다.“대표님! 제발 진정하세요. 우리 법은 지켜야 합니다! 여성 의사에 반하는 행동은 처벌받습니다! 잡혀가실 수 있어요! 순간의 충동으로 인생 망치시면 안 됩니다!”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방주헌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아버지는 왜 저런 눈치도 없는 멍청이를 붙여준 걸까!강희진은 결국 참지 못하고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웃지 마요!” 방주헌이 황당한 표정으로 말했다.“계속 웃으면 또 키스해 버릴 거예요!”그제야 강희진은 급히 입술을 깨물며 웃음을 삼켰다.그렇게 방주헌은 소파에 앉아 있고, 조우리는 거실 한가운데 서 있었다.강희진은 물을 따라 두 사람에게 건넸다.조우리는 아파트에 들어오자마자 거실에 놓인 사진을 봤다. 강씨 집안 가족사진과 육수린의 백일잔치에서 찍은 사진들. 그 사진 속에는 서은주도 함께였다.눈치 빠른 그는 곧장 강희진의 신분을 짐작했고 두 손으로 공손히 컵을 받으며 아부 섞인 미소를 지었다.“감사합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폐를 끼쳐 정말 죄송합니다.”“괜찮아요.”“대표님이 술 취해서 굳이 오시겠다고 하시는 바람에 저도 말릴 수가 없었습니다.”조우리는 능숙하게 책임을 방주헌에게 떠넘겼고, 강희진은 담담히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제 많이 늦었습니다. 이제 가셔야죠.”조우리는 계속 방주헌에게 눈짓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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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방주헌은 조우리 때문에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집에 돌아오자마자 아버지에게 달려가 따졌다.“아버지, 왜 저한테 멍청이를 붙여놓으셨어요?”“멍청이라니? 내가 고르고 또 고른 애다.”방석훈이 눈살을 찌푸렸다.“왜, 조우리 마음에 안 들어?”“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고, 오지랖 넓은 거 안 보이세요?”“그게 너랑 똑같지 않냐? 성격이 비슷하면 잘 맞을 줄 알았다.”방주헌은 말문이 막혔다.침대에 드러누웠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강희진은 대체 무슨 생각일까?정말 자기랑 만나줄 생각이 있는 걸까?마치 학창 시절 성적 발표를 기다리는 기분처럼 초조하고, 긴장되고, 괜히 속이 타들어 갔다.당장 전화해서 묻고 싶었지만, 너무 조급해 보일까 봐 꾹 참았다.대신 메시지를 보냈다.[기다릴게요.]강희진은 곧장 답장을 보내왔다.[술 취한 거 아니에요?]방주헌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아주 말짱하고 엄청 진지해요. 나 꽤 괜찮은 남자니까 잘 생각해봐요. 나 놓치면 정말 후회할 거예요.]강희진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방주헌은 자화자찬이 하늘을 찔렀다.이렇게 대놓고 자기 자랑을 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한편, 방주헌은 휴대폰만 뚫어져라 바라보며 답장을 애타게 기다렸다.그와 달리 강희진은 당장이라도 기분이 날아갈 듯했다.두 사람이 돌아간 뒤, 강희진은 여유롭게 차 한 잔 내려 마시고, 족욕을 하며 드라마를 보았다.*다음 날, 방주헌은 짙은 다크서클을 달고 출근했다.늘 활기 넘치던 그가 오늘은 풀이 죽어 있으니, 직원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방 대표님이 왜 저래요?”사람들이 조우리에게 물었지만, 조우리는 그저 의미심장하게 웃을 뿐이었다.그건 아마도 사랑 때문일 것이다.*강희진이 스튜디오에 도착하자, 이태석은 회의를 열어 최근 업무 계획을 설명했다.석무 그룹의 투자 이야기가 나오자, 이태석은 하늬를 바라봤다.“하늬 씨, 시간 날 때 석무 그룹에 한 번 더 다녀와요. 협업 건 다시 얘기해 보고, 방 대표님 투자 좀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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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강희진은 누구보다 또렷하게 상황을 보고 있었다.이태석이 자신에게 보이는 태도가 오락가락하는 이유는 방주헌 때문이었다.그동안은 그녀의 디자인 실력을 인정해 주는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프로젝트에서 빠지자, 강희진은 갑자기 한가해졌고, 덕분에 서은주와 차를 마시고 쇼핑을 할 여유도 생겼다.“그렇게 바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한가해졌어요?”서은주가 차를 홀짝이며 물었다.“이 일… 갑자기 재미가 없어졌어. 그만둘까 싶어.”“무슨 일 있었어요?”본래는 번팔구가 찝쩍거렸던 일부터 말해야 했지만, 서은주는 모르는 일이라 굳이 꺼내고 싶지 않았다.강희진은 그저 담담하게 일이 즐겁지 않다고 했다. 서은주는 더 캐묻지 않았다.“그럼, 차라리 정한 오빠 도와주는 건 어때요? 요즘 엄청 바쁘다던데. 얼굴 보기도 힘들대요.”“생각해 볼게.”강희진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급히 화제를 돌렸다.“그러고 보니 민찬이는 요즘 어때? 한동안 못 봤네.”“동그리가 해외에서 몸조리 중이라 둘은 자주 영상 통화해요. 둘 사이도 좋아 보여요.”서은주는 한숨 섞인 감탄을 했다.“허유 같은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속 깊은 아들을 낳았는지 모르겠어요. 그 밑에서 컸는데도 삐뚤어지지 않았잖아요.”이야기하던 중 서은주의 휴대폰이 울렸다.육강민의 전화였고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보며, 강희진은 자연스레 방주헌을 떠올렸고 어느새 그녀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그걸 본 서은주가 웃으며 물었다.“이모, 뭐가 그렇게 좋아요?”“내가 뭘?”강희진은 전혀 자각하지 못한 표정이었다.“아주 환하게 웃던데요? 완전 설레는 표정이었어요.”서은주가 턱을 괴고 빤히 바라봤다.“말해 봐요. 요즘 연애해요?”“아니.”하지만 서은주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회사 동료예요?”그 말에 강희진은 즉각 부인했다.“동료 아니야!”“그럼, 누군가 있다는 건 확실하네요.”“……”강희진은 한숨을 삼켰다.서은주는 완전 능구렁이가 다 돼서 슬쩍 떠보는 데 선수였다.“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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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말이 여기까지 나온 이상, 강희진도 더는 순진하게 굴지 않았다.그녀는 이내 차갑게 웃었다.“저 내보내고 싶으시면 그냥 말씀하시지 이런 핑계까지 댈 필요는 없잖아요.”하늬의 얼굴이 순간 굳어버렸다.“자기 객관화 좀 하시죠. 내가 굳이 당신 하나 내보내려고 이유를 만들어야 합니까?”“저한테 자료 보내라고 한 적 없다는 거, 본인이 제일 잘 아시잖아요.”“뭐라는 거예요? 그럼 내가 당신을 모함이라도 했다는 겁니까?”하늬는 코웃음을 쳤다.“고작 인턴을 상대로 내가 일부러 이런다고요? 자아가 너무 큰 거 아닌가요?”“대표님이 특별히 챙겨주지 않았다면, 당신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재능 조금 있다고 잘난 척하지 말아요. 이 바닥에 재능 있는 사람은 널렸어요.”강희진은 원래 이번 달까지만 일하고 나갈 생각이었다.그런데 이렇게 등 떠밀리듯 끝이 날 줄은 몰랐다.자리로 돌아와 짐을 챙기기 시작하자, 동료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 강희진의 실력은 모두가 알고 있었고 그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었다.그러나 이 스튜디오에는 ‘하늬’는 단 한 명이면 충분했다.까마귀 무리 속에서는 백조가 죄인이 되는 법이다.*그날 밤, 이태석은 예정대로 방주헌을 초대해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하늬는 여전히 보조를 대동하고 나왔지만, 그 자리에 강희진은 없었다.방주헌은 오늘 내내 기분이 좋았다.아침에 강희진이 문자로 오늘 밤 할 말이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연애 경험이 전혀 없는 그는 남녀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잘 몰라 조우리가 로맨스 드라마 몇 편을 추천해 주며 공부하라고까지 했다.그리고 오늘은 일부러 말끔한 정장까지 차려입었다.그런데… 이게 뭐지?방주헌의 얼굴이 점점 굳어가자, 조우리가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하늬 씨 어시스트로 예쁜 아가씨 한 분 계셨던 것 같은데 바뀌었나요?”이태석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잠시 멈칫했다.그때 하늬가 대신 웃으며 답했다.“업무상 실수가 좀 있었어요. 올해 새로 뽑은 인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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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오늘 이 자리, 원래 올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 사람이 온다고 해서 나온 건데, 이미 퇴사한 상태라면 여기 더 있을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재밌게들 노세요.”지금은 강희진과의 관계를 확정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그런데 스튜디오에서 이런 식으로 일을 벌여 놓다니, 일부러 훼방 놓는 것처럼 느껴졌다.방주헌은 완전히 폭발했다.더 말 섞을 기분도 아니라 성큼성큼 룸을 빠져나갔다.뒤늦게 방주헌을 따라가던 조우리를 누군가가 붙잡았다.이태석이 다급히 물었다.“그럼, 우리 협업은…?”조우리가 코웃음을 쳤다.“대표님이 문제 삼지 않는 것에 다행인 줄 아셔야죠. 협업이요?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신 겁니까?”“……”남겨진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만 쳐다봤다.이태석은 속이 타들어 갔다.도대체 두 사람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였던 거지?조우리는 급히 방주헌을 쫓아 나갔다.하지만 강희진을 찾으러 달려가고 있는 그에게 비서를 기다려 줄 여유 따위는 없었다.조우리가 밖으로 나왔을 때는, 차는 이미 저만치 멀어지고 있었다.“대표님! 대표님!”조우리가 급히 쫓아가며 외쳤다.“저 여기 있는데요! 저 두고 가시면 어떡합니까!”조우리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이게 무슨 날벼락인가!상사한테 이렇게 버려지는 비서가 또 있을까?*방주헌은 강희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받지 않았다.그는 그대로 차를 몰아 강희진의 아파트로 달렸다.수많은 로맨스 드라마를 본 덕에, 머릿속에서는 이미 한 편의 장면이 완성돼 있었다.지금쯤 그녀는 혼자 숨어 울고 있을 것이다.눈물을 훔치며 억울해하고 있을 것이다.그럴 때 필요한 건 든든한 남자의 품이다.바로 자신이 등장할 타이밍이었다.한참을 상상하던 중, 강희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어디예요?” 방주헌이 먼저 물었다.“집 아래요.”“금방 갈 테니까 거기서 꼼짝 말고 있어요.”이 늦은 시간에 밖에 나와 있다니, 설마 술이라도 마시러 가는 건가?강희진은 잠시 인상을 찌푸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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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방주헌은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안절부절못했다.반면 강희진은 힐끗 그를 보더니 태연하게 말했다.“나 지금 저녁 준비 중인데, 밥은 먹었어요?”“아직요.”강희진이 요리를 하는 사이, 방주헌의 휴대폰이 진동했다.조우리의 메시지였다.[대표님, 강희진 씨 집 아래 도착했습니다. 그쪽은 진전이 좀 있습니까?][아니.][쫄지 마시고 그냥 사내답게 들이대세요.][나 긴장돼!][뭘 그렇게까지 긴장하세요?]조우리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회사에서는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들이받고, 심지어 아버지, 방석훈에게도 기죽지 않는 방주헌이 긴장이라니?[긴장돼서 다리가 떨려.]조우리는 어이가 없었다.차라리 춤이라도 추시죠?그러는 사이 저녁상이 차려졌다.맑은 죽에 소박한 볶음 반찬이 세 가지였다.강희진이 마실 것을 묻자, 방주헌은 콜라를 달라 했고 식사하는 동안 두 사람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식사를 마치고 강희진이 설거지를 하러 가자, 방주헌이 따라 들어왔다.“도와줄까요?”“괜찮아요.”원룸이라 부엌이 넓지 않아 둘이 서 있으니 괜히 더 비좁게 느껴졌다.“왜 퇴사했어요?”방주헌이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설거지를 하던 강희진의 손이 잠시 멈칫했다.그 순간 그릇이 부딪히며 소리가 났고, 거품이 얼굴에 튀었다.그녀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닦으려 했다.“내가 해줄게요.”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방주헌이 손을 뻗었다.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가볍게 잡고, 다른 손으로 얼굴에 묻은 거품을 조심스럽게 닦아냈다.그러다 시선이 마주쳤다.그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또렷이 느껴졌다.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그의 손길에 강희진은 얼굴까지 달아오르는 듯했다 “누가 괴롭히진 않았어요?” 방주헌이 물었다.“원래 그만둘 생각이었어요. 거기 일… 별로 재미없었거든요.”강희진은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그런데 방주헌이 갑자기 말했다.“안아줄까요?”“……”강희진이 순간 멈칫했다.그녀의 얼굴에 머물러 있던 방주헌의 손가락이 천천히 목덜미로 내려갔다.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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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강희진은 어안이 벙벙했다.이게 무슨 논리지? 한 번씩 주고받으면 끝이라는 건가? 그렇게 끝도 없이 주고받자는 건가?가끔 보면 방주헌은 참으로 유치했다.그의 손을 뿌리치고 부엌을 나가려 했지만, 그 순간 방주헌이 성큼 다가왔다.방주헌은 원래 억지로 밀어붙이는 타입은 아니었다.그런데도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 묘한 기세가 그녀의 숨을 조였다.그의 뜨겁고도 거친 숨결에 호흡이 엉킬 것만 같았다. “뭐 하는 거예요?”강희진의 심장이 너무나 빨리 뛰고 있었다.“기회 줬잖아요. 안 할 거예요?”“안 해요.”이런 걸로 셈을 맞추는 건 아니잖아!그런데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 방주헌이 고개를 숙였다.그녀의 입술을 정확히 겨냥해, 거침없이 파고들었다.강희진은 그저 눈을 크게 뜨고 멍하니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막아야 한다는 생각조차 잊어버렸다.그의 숨결은 짙고 거칠었다.입술이 닿은 자리마다 뜨겁게 타올라 심장을 간질였다.부딪히고, 스치다 다시 맞닿으며 뜨겁게 달아올라 온몸으로 번지기 시작했다.방주헌의 팔에 갇힌 채, 두 사람의 숨결이 뒤섞였다.좁은 주방 공기가 점점 후끈해져 마치 한여름 열기 속에 서 있는 것처럼 숨이 가빠졌다.시간이 멈춘 듯 주변은 고요했다.뜨겁게 스며드는 입맞춤에 강희진은 어렴풋이 콜라 향을 느꼈다.달콤한 기운이 혀끝을 스쳐, 마음 깊숙이 몽글몽글 퍼져 들어갔다.“당신은 하기 싫다고 했지만...”방주헌의 코끝이 그녀의 뺨을 살짝 스쳤다.“그래도 난 하고 싶어요.”예전의 방주헌은 연애에 별 관심이 없었고 남들이 키스하는 걸 보면 코웃음부터 쳤다.입 맞대고 침 섞는 게 뭐가 좋냐고, 별 의미 없는 행위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날 밤, 어둠 속에서 나눴던 그 입맞춤이 자꾸만 떠올랐다.자신이 키스에 서툴다고 스스로 생각했던지라 지난번에 제대로 키스하지 못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고 괜히 다시 한번 기회가 생기면 만회하고 싶었다.강희진이 얼굴을 붉힌 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하고 있는데, 방주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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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강희진은 더 이상 그의 말에 말려들기 싫다는 듯, 바로 화제를 돌렸다.“우리 사귀는 건, 당분간은 공개하지 말아요.”“왜요? 내가 창피해요?”“그게 아니라.”강희진이 헛기침을 했다.“우리 사이가 조금 더 안정되고 나서 말하자는 거예요. 며칠이나 한 달 만에 헤어지기라도 하면 다들 우리 때문에 얼굴 보기 어색할 거예요.”방주헌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일리가 있었다.지금 당장 신나서 육강민에게 가서 “이모부라 부르라고” 떠벌렸다가, 보름 만에 차이면 육강민 성격상 분명 두고두고 놀려 먹을 게 뻔했다. 그건 너무 창피했다.두 사람은 일단 삼 개월 정도 만나보기로 했고 모든 게 잘 맞는다면, 그때 적당한 시점에 공개하기로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주헌은 벌써부터 육강민이 자신을 ‘이모부’라 부르는 모습을 상상하며 혼자 흐뭇해했다.*며칠 동안 잔뜩 긴장했던 방주헌은 확답을 받고 나자,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이라 여기서 한 발짝도 나가고 싶지 않았다.밤 열 시쯤, 집에서 전화가 왔고 라미현이 언제 들어오냐고 물었지만 아직 모른다고 얼버무렸다.솔직히 집에 가기 싫었다.강희진이랑 같이 있는 게 훨씬 좋았다.아무것도 안 해도,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방주헌은 기분이 좋았다.“오늘 저녁에 약속 있다더니, 아직 안 끝났어?”라미현이 미간을 찌푸렸다.“그건 진작 끝났고 다른 일 때문에요.”아들 목소리가 묘하게 들떠 있어 라미현은 장난스럽게 말했다.“설마 어느 아가씨 집에 있는 건 아니지?”그런데 방주헌도 부정하지 않았다.전화를 끊은 라미현은 멍해진 얼굴로 남편을 바라봤다.“우리 주헌이… 진짜 뭔가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여자애 집에 있대요.”“오, 이 녀석 드디어 철들었네.”방석훈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그렇게 연애 좀 하라고 노래를 불렀잖아. 좋은 일인데 왜 한숨이야.”“밤중에, 남녀가 단둘이…”“그래서?”“괜히 사고 치는 거 아닌지 걱정돼서요.”방석훈의 얼굴이 굳어버렸다.*방주헌은 얼굴에 철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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