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Kabanata 501 - Kabanata 510

640 Kabanata

제501화

사회자가 허유의 어깨에 외투를 걸쳐주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울 자격 있어? 내 남편이랑 붙어먹을 땐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더니, 어디서 순진한 척이야! 게다가 방송에까지 나와서 감히 육씨 가문을 상대로 애를 달라고 하는 거야? 두 아이 나이 따져보니까, 애 낳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바로 우리 남편을 꼬셨단 거잖아! 재벌가에 들어오겠다고 갓난애까지 버려놓고, 사랑을 운운해? 아니! 사랑이라 할 수도 없지! 정말 낯짝도 두껍다! 육씨 가문은 품위가 있으니, 아이 얘길 꺼내지 않았던 거야. 하지만 난 그런 거 신경 안 써! 너 같은 년이 카메라 앞에서 얼쩡거리는 꼴은 못 봐!”장명순의 몇 마디로 분위기는 완전히 뒤집혔고 사람들은 사건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다.허유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이한 의심과 노골적인 탐색이 어려 있었다.“거짓말이에요. 그때 아이를 포기한 건 사정이 있었어요!”따귀를 맞은 허유는 멍해져,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어버렸다.허유는 객석 쪽의 육강민을 보았고 그가 무대에 올라 올 거라 믿으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계산하고 있었는데 무대로 뛰어오른 사람은 뜻밖에도 동호철의 전처였다!허유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사정?” 장명순은 크게 웃었다. “그 사정이란 게 내 남편 꼬신 거겠지!”“당신!”허유는 분이 치밀어 혀가 꼬였다.“뭐? 화가 나? 그럼 때려보든가!”동호철과 함께 고생을 버텨가며 어렵사리 일군 재산이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동씨 가문에서 쫓겨났다.임신을 위해 온갖 약들을 먹어갔지만, 약 부작용으로 몸이 붓고 살이 찌면서 예쁘던 얼굴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동호철은 점점 그녀를 멀리했고, 잠자리도 줄었다.그리고 바로 그때, 허유가 나타난 것이다.젊고 예쁜 데다 임신까지 했다며, 장명순을 동씨 가문에서 몰아냈다.장명순은 차갑게 웃었다.“남의 남편 건드렸으면 조용히 숨어 살았어야지. 굳이 카메라 앞에 기어 나와? 네 얼굴만 봐도 속이 울렁거려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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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분을 삼키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들 죽음을 거론하고 상갓집이라는 말이 나오자, 허유의 분노도 한계를 넘어버린 것이다. 허유는 동호철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뭐 하는 거야!” 동호철이 미간을 찌푸렸다.“이렇게 갈 수 없어요. 저 미친 여자를 오늘 죽여버릴 거예요!”허유는 이를 악물고 다시 장면순에게 달려들었다. 현장이 또다시 아수라장이 되려는 그때 동호철이 갑자기 손을 들어 허유의 뺨을 후려쳤다.예상치 못한 일격에 허유는 비틀거리며 넘어질 뻔했다. 스튜디오를 울린 날 선 타격음에 떠들썩하던 현장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허유의 얼굴이 한쪽으로 홱 돌아갔다. 뺨은 불에 덴 듯 타들어 가며 순식간에 부어올랐다.너무 세게 맞은 탓에 눈앞이 하얗게 번쩍이며 잠시 어지럼증이 밀려왔다.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뺨을 감싸 쥔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앞의 남편을 바라봤다.“당신이 나를 때린 거예요?”저 미친 여자에게 맞은 것도 모자라, 남편에게까지 맞았다.나이 차가 나는 부부였지만, 평소 동호철은 허유를 극진히 아꼈다. 손찌검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동호철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그만하고 이제 집에 가자.”말을 하면서도 동호철은 계속 눈짓을 보냈다.동호철도 이러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가만히 있던 육강민이 갑자기 동씨 가문을 압박해 오기 시작했다.육강민은 철저히 준비를 끝내고 움직인 듯했다.불과 몇 시간 사이, 회사는 연달아 대형 프로젝트를 잃었고 오랫동안 함께해온 협력사들마저 등을 돌렸다.이대로 가다간 아들을 되찾기도 전에 동씨 가문이 먼저 무너질 판이었다.허유는 남편의 손찌검에 완전히 충격을 먹고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제가 뭘 그만해요? 제가 뭘 잘못했는데요?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저를 때려요!”“그만해. 집에 가서 얘기하자.” 동호철은 애써 그녀를 달래려 했지만, 허유는 이미 억장이 무너져내려 장면순을 노려보다가, 문득 객석 한편 어둠 속에 서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육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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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그 말을 들은 장명순은 더욱 호방하게 웃었다. 그러다 곧장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내가 거짓말한다고? 하늘에 맹세할게. 내 말이 거짓이면 차에 치여 죽어도 좋아. 넌 네 아들 걸고 맹세할 수 있어? 아이를 되찾겠다는 게 신장 때문이 아니라고, 그 말 자신 있게 할 수 있어? 거짓말이면 네 아들, 반년도 못 살 거다! 애 걸고 맹세해 볼래?”장명순의 얼굴은 광기 어린 듯 일그러져 있었지만, 이상하리만큼 확신에 차 있었다.반면 허유는 눈빛이 흔들렸다. 손은 어디에 둬야 할지도 모른 채 우왕좌왕했다.목숨을 건다고 떠드는 맹세는 애초에 신뢰할 만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동그리의 몸 상태는 이미 위태로웠다. 허유는 감히 아들을 걸고 맞설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입술만 달싹이다가, 끝내 제대로 반박 한마디 못 한 채 말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이미 모두가 알아차렸고 일제히 그녀를 향해 손가락질했다.이렇게까지 역풍이 거세게 불어닥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허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육강민은 정말 잔인했다.그는 손 하나 더럽히지 않고 남의 손을 빌려 철저히 나락으로 떨어뜨렸다.등골을 타고 식은땀이 흐르고 오싹한 공포가 몸을 옥죄었다.하지만 이 모든 걸 삼킨 건 두려움이 아니라 분노였다. 억눌렀던 원망과 증오가 한꺼번에 치솟아 당장 어디든 터뜨려야 할 것만 같았다.허유의 시선이 육강민이 서 있는 그쪽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이제는 체면도, 결과도 신경 쓸 겨를이 없다.이미 여기까지 왔고 더 나빠질 것도 없다고 여겼다.허유의 입술이 비틀리더니, 급기야 목이 터져라 외쳤다.“육강민! 숨어 있지 말고 나와! 뒤에 숨어서 뭐 하는 짓이야!”광기 어린 표정에 몇몇 사람들은 숨을 삼켰다.현장에 있던 이들 역시 소란 속에서 그저 구경꾼이었고 그녀가 외치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정말로 거기에는 육강민이 서 있었다.육강민은 한 걸음 내디뎌, 그늘을 벗어나 앞으로 나왔다. 늦가을, 그는 단정한 흰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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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확인서에는 분명하게 적혀 있었다.본인 허유는 자발적으로 아들에 대한 양육권, 친권 및 면접교섭권을 모두 포기하며, 이는 쌍방의 자발적 협의에 따라 합의된 것임을 확인한다.조항은 빼곡했지만, 사람들은 일일이 읽을 겨를이 없었다.다만 하단의 서명란만은 또렷이 보였다.육강민과 허유의 자필 서명이 선명했다.허유와 육강민이 과거에 아이의 양육권과 관련해 이런 합의서를 작성했다는 사실에 모두가 놀랐다.허유는 그저 멍한 얼굴로 육강민을 바라봤다.“이게 뭐야? 내가 언제 이런 걸 사인했어!”육강민은 담담히 말했다.“내가 몇 가지 서류를 가져가 서명하라고 했고, 그 안에 이 문서도 있었는데 당시 아이를 빨리 떼어내고 싶었던 그쪽이 자세히 안 봤을 뿐이지.”당시 허유는 그저 육민찬이라는 짐을 하루빨리 내려놓고 싶었기에 육강민이 여러 서류를 내밀었을 때,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서명했다.“함정에 빠뜨린 거야?”“끝까지 보지.”합의서 화면이 지나가자, 또 다른 영상이 재생됐다.화면 속에는 육강민과 허유가 마주 앉아 있었다.그리고 곧, 귀를 때리는 한 문장이 또렷하게 흘러나왔다.“민찬이는 신장 하나 없어도 살 수 있어요. 하지만 동그리는 이 신장이 없으면 죽어요!”그 한 문장으로 허유는 완전히 결정타를 맞았다.허유는 입술을 달싹였지만, 더는 변명할 말이 없었다.사방에서 쏟아지는 비웃음과 욕설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여론은 완전히 돌아섰다.사람들은 노골적으로 그녀를 향해 손가락질했다.“자기가 버린 아이를, 육씨 가문에서 그렇게 잘 키워놨는데 감사는커녕 제 자식을 위한 제물로 삼겠다는 거야?”“뻔뻔하기 짝이 없네!”“어떻게 방송에 나와 저렇게 큰소리를 쳐?”“저건 엄마 자격도 없지.”끝없이 밀려오는 비난 속에서 허유는 온몸을 떨었다.허유는 육강민을 바라봤다.그의 입가에는 여전히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그 미소는 마치 부서진 얼음 조각 같아 뼛속까지 스며들어 허유를 오싹하게 만들었다.허유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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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허유의 몸에는 성한 곳이 거의 없었다.싸움을 말려?그녀를 붙잡아 두고 그 미친 여자가 두들겨 패도록 한 거였다.허유는 머리가 산발이 된 채 옷은 갈기갈기 찢어졌고, 눈동자는 초점을 잃었다.경찰에 끌려 나갈 때도 온몸을 덜덜 떨었다. 입으로는 무언가를 중얼거렸는데, 거의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보였다.장명순은 역시 고의 상해 혐의로 연행되었지만 순순히 인정하는 눈치였다.그녀는 육강민과 이미 합의를 본 상태였다. 속이라도 시원하게 풀 수 있다면, 며칠 유치장 신세를 져도 감수하겠다고 했다.반드시 전 국민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제 손으로 그 여우 같은 년을 찢어버리고 싶었다.경찰서에 가서도 그녀는 모든 것이 자신의 단독 행동이며, 육강민과는 무관하다고 진술했다.허유는 원래 여론을 이용해 육가를 압박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육강민을 자극한 대가는 혹독했고, 역풍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 결국 자신의 과거까지 모조리 파헤쳐졌다.이내 그녀가 동호철을 만나기 전, 군인 남자 친구와 교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남자 친구는 장기간 군부대에 있어 늘 떨어져 지냈고, 그 사이 허유는 돈 많은 재벌 2세와 엮였다. 줄곧 남자 친구에게 전역을 강요한 것은 헤어질 명분을 만들려 했던 것이었다.이후 남자 친구가 순직하자, 아이에게 발목 잡힐까 두려워 육민찬을 육강민에게 떠넘겼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그녀의 과거 행적이 하나씩 까발려졌다.그러다 허유가 이 남자 저 남자 옮겨 다니던 여자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누리꾼들은 오히려 육민찬의 친부를 안타까워했다. 성실한 사람이었는데, 사람을 잘못 만났다는 반응이 쏟아졌다.그 사이 동씨 가문에서 선임한 변호사도 허유를 찾아왔다. 양육권 소송은, 설령 그녀가 육민찬의 친모라 하더라도 과거에 아이를 포기한 전력과, 아이를 되찾으려는 동기가 불순하다는 점 때문에 승소 가능성이 극히 낮다며 고소를 취하하라는 조언이었다.허유는 미칠 지경이었다.자신이 열 달 품어 낳은 아인인데 어째서 되찾을 수 없단 말인가!육민찬 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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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육강민의 목울대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는 육민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아니야. 동그리는 괜찮을 거야.”“정말요?” 아이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아빠가 거짓말한 적 있어?”“그럼 동그리 보러 병원에 가도 돼요?”육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아이를 재운 뒤, 육강민은 방으로 돌아왔다. 서은주는 침대 머리에 기대 앉아 박사 과정 준비 관련 서적을 보고 있다가 책을 덮었다.“민찬이 자요?” “응, 동그리 보러 병원에 가고 싶다네.”어른들 사이의 복잡한 사정이야 아이가 알 리 없었고 육민찬에게 동그리는 그저 친구일 뿐이다. 육강민과 서은주가 매정해서, 동그리가 신부전으로 위태로워지는 걸 그저 지켜보려는 건 아니었다. 문제는 동씨 가문의 선택지가 아예 없는 게 아니라는 데 있었다.신장이식은 골수이식과 달랐다. 직계 가족이라면 적합할 확률이 꽤 높은 편이고, 특히 부모라면 더더욱 가능성이 컸다.“병원 쪽에 알아봤어.” 육강민이 조용히 덧붙였다.“동호철은 오랜 접대와 음주, 흡연 때문에 신장 상태가 좋지 않고, 허유는 젊었을 때 워낙 몸을 막 써서 건강 상태가 따라주지 않는다고 해. 동씨 가문 친척들은 검사조차 안 받겠다고 버티고 있어서 결국 민찬이한테까지 온 거야.”부모가 모두 부적합했기에 한때 버려졌던 아이가, 이제는 유일한 구명줄이 되었다.참으로 아이러니했다.더구나 허유는 상간녀로 들어온 며느리였고, 동씨 가문 친척들 다수는 과거 장명순에게 신세를 진 사람들이었기에 허유를 달가워할 리 없었다. 그러니 선뜻 신장을 내줄 마음도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라이브 방송 사건이 지나고 며칠이 흐르자, 사람들의 관심도 서서히 식어갔다.육민찬은 다시 어린이집으로 돌아갔다. 친부의 특수한 직업 때문에 관련 부서에서 언론에 경고를 했고, 육강민 또한 아이의 사생활을 건드리지 말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이의 일상은 겉으로는 평온을 되찾았다.다만 유치원 교사의 말에 따르면, 예전처럼 활달하게 뛰어다니지는 않고 가끔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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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형을 다시 볼 수 있을까요?”오랫동안 병치레를 해 온 탓에 동그리는 또래보다 훨씬 일찍 철이 들었다.어른들은 아이가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는 다 알고 있었다.그에 비하면 육민찬은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에 불과했다.육강민은 동그리를 안아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곧 간병인이 도착했고, 간호사가 들어와 수액을 걸어주었다. 육민찬은 의자에 앉아 동그리 곁에 바짝 붙어 동화책을 펼쳤다.육강민은 핑계를 대고 병실을 나왔다.동그리는 너무나도 어른스러웠고 병에 시달리면서도 한마디 원망 없이 버티는 모습이, 오히려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복도에서는 간호사들이 동씨 가문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는데 허유가 의사들 휴게실에서 울며불며 난리를 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육강민은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허유는 한 여자의 옷자락을 붙잡고 매달려 있었다.“제발… 제발 동그리 좀 살려주세요.”동씨 가문 친척들 중에서 검사를 받아보겠다고 나선 사람들은 대부분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장명순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를 받았고, 뜻밖에도 적합하다는 것이다.장명순은 약물 복용으로 몸이 다소 부어 있긴 했지만, 과거 임신을 준비하며 몸을 철저히 관리했기에 기본적인 건강 상태는 매우 좋았다.동그리와는 혈연관계가 아니었는데도 적합 판정을 받다니, 그야말로 운명의 장난이었다. 허유는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된 채 장명순에게 매달렸지만, 장명순은 냉소했다.“이 장면,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 네가 내 남편 꼬셔서 이혼하라고 밀어붙일 때, 나도 이렇게 네 앞에 매달렸었지. 우리 가정 깨지 말아 달라고. 인과응보라더니, 결국 네가 나한테 빌게 되는 날이 오는구나.”“아이는 죄 없잖아요. 제발… 살려만 주신다면 뭐든 할게요.”허유는 말을 마치자마자 ‘쿵’ 소리가 나게 무릎을 꿇었다.두 손을 바닥에 짚고, 연신 머리를 박았다.급기야 이마가 터져 피가 배어 나왔다.장명순의 발치에 엎드린 허유는 머리도 헝클어져 있어 너무나 초라해 보였다.“도대체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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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육강민에게서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서은주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당신 생각엔… 장명순이 동그리를 도와줄까요?”육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도울 거야.”“왜 그렇게 확신해요?”“직접 겪어 보니, 동호철과 허유를 죽도록 미워하긴 해도... 본성은 선한 사람이었어.”그렇지 않았다면 동호철과 함께 고생하며 그 긴 세월을 버텨오지도 못했을 것이다.조금만 더 영악했고, 조금만 더 독했더라면 저렇게 처참하게 버림받지는 않았을 터였다.결국 육강민의 말대로였다.장명순은 신장 기증에 동의했고 대신 조건을 내걸었다.동호철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지분과 대부분의 재산을 넘기는 것이다.이유는 단순했다.그 모든 것은 본래 그녀가 동호철과 함께 피땀 흘려 일군 것이었으니까. 이혼 당시 동씨 가문에서 강하게 밀어붙이는 바람에 그녀는 거의 아무것도 챙기지 못했지만 이제는 원금에 이자까지 더해 되찾겠다는 것이었다.아들을 살리기 위해, 동호철은 결국 타협했다.오히려 속이 뒤틀린 건 허유였다.동호철은 잘생기지도 않았고, 나이도 허유보다 훨씬 많았다. 돈이 아니었다면 아버지뻘 되는 남자와 결혼했을 리 없었다. 이제는 명성도 잃고, 재산도 대부분 넘어가게 생겼다. 억울하고 분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보다 안전한 수술을 위해 동씨 가문은 해외에서 수술을 받기로 했고 몸을 미리 조율해야 해서 출국도 앞당겨야 했다.떠나기 전, 육민찬이 동그리를 보러 갔다.두 아이는 손을 꼭 잡은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다 헤어질 시간이 되어서야, 동그리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형이 나 한 번만 안아 줄래?”잠시 멈칫하던 육민찬은 두 팔을 벌려 야윈 아이를 꼭 끌어안고 어른 흉내를 내며 등을 토닥여주었다. 동그리가 조용히 말했다.“고마워, 형.”허유는 육민찬을 볼 낯이 없어 줄곧 멀찍이 숨어 지켜보기만 했다.한때 육강민과 서은주를 따로 찾아가, 아이에게 미안하다며 보상하고 싶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그때 육강민이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정말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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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미안해, 나 아직 작업실에서 야근 중이야.”강희진은 디자인 도면을 붙들고 있었다. 거의 회사에서 자다시피 하는 요즘이었다.“저녁은요? 밥은 먹어야 할 거 아니에요.”“안 돼. 저녁엔 접대 자리가 있어.”“영업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접대가 그렇게 많아요?” 서은주는 어리둥절했다.“대표 모시고 투자 유치하러 다녀야 하거든. 주얼리 디자인하고, 공장에 제작 맡기고, 홍보까지 하려면 다 돈이야.”많은 투자자들은 다자인 자체를 보는 게 아니라, 디자이너를 보고 투자한다.이를테면 브랜드들이 연예인 콜라보를 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디자인이 특별해서라기보다, 스타 이름이 붙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팬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투자자들이 눈여겨보는 건 하늬라는 디자이너였다. 그래서 투자 유치 자리에 하늬는 빠지지 않았고. 강희진은 어시스트로 자연히 동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주말에 만나는 고객은 특히 공을 들이는 상대였다.이번 투자를 성사시키면, 앞으로 1~2년은 자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강희진은 솔직히 이번만큼은 빠지고 싶었다.그런데 대표가 이름을 콕 집어, 반드시 참석하라고 지시했다.그 덕에 그녀를 바라보는 동료들의 눈빛이 어딘가 묘했다.심지어 강희진이 대표 애인이라는 말까지 돌았다.룸에 들어선 강희진은 대표가 굳이 자신을 불러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오늘 미팅 상대는 방주헌이었기 때문이다.흰 셔츠에 검은 바지. 군더더기 없이 말끔한 차림이었다. 방주헌은 정말 사람 홀리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예전보다 조금 짧아진 머리, 또렷하고 정교한 이목구비, 눈매에는 묘한 여유와 기품이 서려 있어 그저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세상 여심을 어지럽히는 한량 도련님 같았다.마흔쯤 되어 보이는 남자와 담담히 이야기를 나누다 가끔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치는 모습과 여유 또한 흠잡을 데 없었다.평소의 건들건들한 모습과는 딴판이었다.방주헌은 강희진을 보고도 놀란 기색이 없었다.M 디자인 스튜디오가 그의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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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룸에 들어선 순간부터 방주헌은 일부러 거리를 두며 누구에게도 먼저 말을 붙이지 않았고, 좀처럼 웃지도 않았다.방주헌이 도대체 오늘 왜 이러는 건지, 조우리는 도통 영문을 알 수 없었다.하늬가 직접 잔을 들고 다가와도, 방주헌은 형식적인 인사만 건넸다. 그때 M 디자인 스튜디오 대표, 이태석이 웃으며 말했다.“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지난번 저희 직원 강희진 씨가 곤란한 일을 겪었을 때,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지난번 번팔구가 강희진에게 추근댔던 사건이었다.방주헌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을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이태석이 곧장 강희진을 향해 손짓했다.“강희진 씨, 뭐해요. 얼른 한 잔 올려요.”강희진이 술잔을 들고 방주헌 곁으로 다가가자, 그제야 방주헌의 표정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스스로 완벽하다고 믿는 미소였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조우리는 순간 흠칫했다.저 표정은 마치 깃털을 활짝 펼치고 구애하는 공작새 같았다.반면 강희진의 얼굴엔 아무 변화도 없었고 다른 사람을 대하듯, 그에게도 똑같이 예의를 갖췄다.그 점이 방주헌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어떻게 저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지?먼저 들이대고 키스까지 해놓고선 이제 와서 모른 척하는 건가?방주헌의 기분이 영 좋지 않았던 탓에, 이번 투자 건은 첫 단추도 끼워 보지 못하고 그대로 무산됐다.강희진은 어시스트였기에 이태석과 하늬를 집까지 모시는 역할을 맡았다.운전기사가 있었고, 그녀도 술을 마셨기에 조수석에 앉았다.차가 출발하자, 이태석이 웃으며 물었다.“희진 씨, 방 대표와 원래 아는 사이 아니에요?”강희진이 잠시 굳었다.뒷좌석에 앉아 있던 하늬 역시 눈빛이 달라졌다.그녀는 조수석의 강희진을 유심히 훑어보았다.방주헌과 아는 사이였어?이태석이 말을 이었다.“지난번 번 부장 일도 방 대표님께서 직접 처리해 줬잖아요. 그래서 오늘 일부러 감사 인사라도 하라고 데려간 겁니다.”이태석이 강희진을 하늬의 어시스트로 끌어올린 데에는 계산이 있었다.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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