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에 들어선 순간부터 방주헌은 일부러 거리를 두며 누구에게도 먼저 말을 붙이지 않았고, 좀처럼 웃지도 않았다.방주헌이 도대체 오늘 왜 이러는 건지, 조우리는 도통 영문을 알 수 없었다.하늬가 직접 잔을 들고 다가와도, 방주헌은 형식적인 인사만 건넸다. 그때 M 디자인 스튜디오 대표, 이태석이 웃으며 말했다.“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지난번 저희 직원 강희진 씨가 곤란한 일을 겪었을 때,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지난번 번팔구가 강희진에게 추근댔던 사건이었다.방주헌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을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이태석이 곧장 강희진을 향해 손짓했다.“강희진 씨, 뭐해요. 얼른 한 잔 올려요.”강희진이 술잔을 들고 방주헌 곁으로 다가가자, 그제야 방주헌의 표정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스스로 완벽하다고 믿는 미소였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조우리는 순간 흠칫했다.저 표정은 마치 깃털을 활짝 펼치고 구애하는 공작새 같았다.반면 강희진의 얼굴엔 아무 변화도 없었고 다른 사람을 대하듯, 그에게도 똑같이 예의를 갖췄다.그 점이 방주헌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어떻게 저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지?먼저 들이대고 키스까지 해놓고선 이제 와서 모른 척하는 건가?방주헌의 기분이 영 좋지 않았던 탓에, 이번 투자 건은 첫 단추도 끼워 보지 못하고 그대로 무산됐다.강희진은 어시스트였기에 이태석과 하늬를 집까지 모시는 역할을 맡았다.운전기사가 있었고, 그녀도 술을 마셨기에 조수석에 앉았다.차가 출발하자, 이태석이 웃으며 물었다.“희진 씨, 방 대표와 원래 아는 사이 아니에요?”강희진이 잠시 굳었다.뒷좌석에 앉아 있던 하늬 역시 눈빛이 달라졌다.그녀는 조수석의 강희진을 유심히 훑어보았다.방주헌과 아는 사이였어?이태석이 말을 이었다.“지난번 번 부장 일도 방 대표님께서 직접 처리해 줬잖아요. 그래서 오늘 일부러 감사 인사라도 하라고 데려간 겁니다.”이태석이 강희진을 하늬의 어시스트로 끌어올린 데에는 계산이 있었다.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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